길을 묻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땐 물어야 한다.
나름 열심히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문득 길이 사라졌을 적에는....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는 선택하지만...
막상 삶의 길에서는 길을 물을 사람은 딱 한 사람 뿐이기도 하다.
제석천왕이 수행자를 돕기 위해서 변신하여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갈림길에서는 안내자를 만나는 법이다.
다만 그가 안내자인 줄을 알거나, 혹은 모르고 지나치거나.
나그네 : 보살이시여, 저의 길은 어디에 있나이까?
할머니 : 이 늙은 것이 뭘 안다고 물어.
나그네 : 길을 잃은 곳에서 길을 물으라고 배웠나이다.
할머니 : 그대가 과연 이 늙은이를 믿는 감?
나그네 : 설령 엉뚱한 길을 알려준다 한들 또한 운명이겠습니다.
할머니로 변신한 제석천왕은 호미를 들어 한 쪽을 가리켰다.
나그네가 그 곳을 바라본다.
다시 할머니에게 물어보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할머니는 그 자리에 없었다.

말없이, 할머니가 가리킨 곳으로 터벅터벅....
그리고는....
홀로 앉아서 수행하기 딱 좋은 자리를 만났다.
이제 여기에서 마지막 길을 찾아야 겠다.....
나그네는 조용히 가부좌를 하고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범음해조음의 무진법문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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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낭월 : 저기~ 조개캐는 할머니 보이지?
여인 : 예, 보여요.
낭월 : 저 할매한테 가서 이야기 해봐.
여인 : 뭐라고 이야기를 하죠?
낭월 : 그냥, 조개 캐세요? 있어요? 그런거 있잖아.
여인 : 아, 알았어요.
여인 : 할머니, 뭐 하세요?
할매 : 심심해서 아들 따라서 놀러 왔씨유.
여인 : 조개가 있어요? 바지락인가?
할매 : 나두 물루겄씨유, 이렇게 파면 나온대서...
여인 : 앗, 여기 나왔네요. 이거 바지락 맞죠?
할매 : 맞구먼, 늙어서 눈까리도 잘 안 뵌당게....
여인 : 많이 캐세요.
할매 : ....
이랬다.
당진, 장고(長古)항의 해변에서.

우리 땅의 한자 지명을 알기 위해서는.....
중국 지도를 봐야 하는 슬픈 현실......

그냥 우리말로 장고항인 줄을 알면 될 것이 아니냐구?
뭐 그래도 된다. 안 될 것은 없다....
그런데 뜻이 없단 말이다. 뜻이....
오랜[長] 옛적부터[古] 있었던 항[港]이라는.....
뜻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