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성이퇴(功成而退)가 생각난다.
우아한 백합도 때가 되면 시들고...
그 시든 모습조차 예쁘다고는 할 수가 없다.
이제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을
말없이 지켜 본다.....

늙음에......
장신구도 귀찮다.
우아하다고 한 것은 꽃잎을 말한 거겠지...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
그러한 장신구는 빛을 잃는다.

허식(虛飾)과 가식(假飾)은 사라지고...
비로소 남는 것이 실상(實相)이다.
누가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그렇게 서서히 자연스럽게...
본래의 모습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장식은 장식으로 그 역할을 다 했음이다.

이 장면을 보게 될 줄은.....
끝까지 남은 두 줄기의 수술과....
당당하게 버티고 있는 암술....
처절하리만큼 숭고하다.....
아직도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최후까지 남아서 수분을 돕는 모습....

그래서 그 우물에 침을 뱉지 말라고 했을까...?
아직도 자신의 존재가 쓸모 있을지도 모른다는...
끝까지 매달려서 시들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역할에 최선을 다 하는 것...
결국 세상을 지배할 자는 식물일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끈질김이라니.....

그렇게 다 떠나가고....
수술조차도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생명들이 움튼다.
곰팡이들....
아하,
그러니까 세상을 지배할 자는 곰팡이로구나....
미생물(微生物)....
숨은 실력자들.....

평온하게 마무리 되어 가는....
백합에서도 이렇게 치열한 생존이다.
어찌 함부로....
풀 한 포기인들.....
새삼, 경건해지는.....
강한 자가 살나남는 것이 아니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만물의 이치에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이라지만,
생존시장에서는 만고불변(萬古不變)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