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어떤 일에 당해서 그것을 피하고 싶어진다.
부정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어제 새벽에 탑정호(塔亭湖)에 갔다.
적어도 05시에는 출발을 해야 일출 시간인 5시 35분에 도착한다.
일출이 산에 가려서 조금 늦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최대한 늦춘 시간이다.
그나마 거리가 20km남짓이니까 가능한 계산이다.
일출을 볼 생각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냥... 고요한 새벽의 호수.....
그것이 보고 싶어서 맘을 일으켰다.
그리고......

생각 밖으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맑은 하늘에 솟아오르는 태양을 만났다.
호수에서의 일출은 또 그 나름대로의 정취가 있기 마련이다.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태양도 좋지만.
산의 능선으로 오르는 태양인들 나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삼각대를 태양으로 향해서 한 장, 샷~!
그런데....
엇, 이게 뭐꼬?
딱 그 중앙에 송전 철탑이... 떠억~~~!!
풍수 공부를 할 적에는 흉지(凶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사진놀이를 할 적에도 이것이 흉물(凶物)로 등장을 하는 구나....

아무리 피하려고 해 봐도 방법이 없다.
정확히 딱 그 자리에서 서성이고 있는 철탑... 송전탑....
그래서 원망을 했다. 조노무 송전탑만 없었으면....
이 새벽에 나들이를 했는데, 너 땜에..... 투덜투덜....
그런데 그 순간에 귓가를 울리는 음성이 있었다.
소크라테스가 자주 들었다는 그 울림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어허~! 낭월아, 왜 버리느냐~!"
"버리긴 내가 뭘 버려요? 조노무 철탑이 사진을 버렸구마는..."
"어허~! 아직도 모르겠느냐~!"
"뭘 요?"
"그 철탑도 자연의 일부란 말이다."
"무슨 자연의 일부예요? 사진찍는데 장애물이지요~!"
"아이구, 그렇게 옹졸해서야.... 어느 천 년에 도를 깨달을까~~!!"
"지금 누구 약올리시는 겁니까~~!!!"
"난 간다. 뿅~~~!!"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았다.
그러니깐......
태양이 오기 전에도 철탑은 그 자리에 있었고,
낭월이 오기 전에도 또한 철탑은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인간이 얼마나 지 편리할 대로만 생각하는 존재인지를.....
그래서 다시 철탑을 바라 봤다.
그리고는 그대로 받아 들였다.
머뭇거리던 철탑이 안으로 들어왔다.

한 마음을 돌이켜서 철탑을 받아 들이니 반갑게 들어왔다.
말없이 내 안으로 들어온 철탑은 또 하나의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받아들인 순간,
오호~!
비로소 탑정호가 완성 되었지 않은가~!
탑정호(塔亭湖)에 탑(塔)이 없대서야 말이 될 것이며,
정자(亭子)에 촛불이 없어서야 더욱 말이 되나.

그래서....
철탑으로 촛대를 삼고,
태양으로 촛불을 삼고,
산을 정자 삼고.....
호수와 함께 하니.
비로소 이 아침의 탑정호 이야기가 완성 되는 구나~!

그래서 또 행복한 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