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난 다음에는 연지님께서 바빠지신다.
가물어서 못 했던 들깨 모종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울고싶자 뺨 맞는다고, 비를 기다리다가 장마를 만났다.
그런데....
자원봉사를 요청하신다. 말이 요청이지 명령급... ㅋㅋㅋ
그래서 꼼짝없이 끌려 나가야만 한다.

열심히 모종을 뽑고 있는 모녀.
마침 도라지꽃이 제철인가 보다. 만발이다.
아무리 급해도, '모종도 촬영후~!' 이다. ㅋㅋㅋ

언제 봐도 단아한 도라지꽃이다. 약명은 길경(桔梗)이다.
나무목에 길할 길인 것을 보면 필시 몸에 좋은 식물이라는 걸 의미하겠거니....

청도라지 백도라지가 예쁘게도 어우러졌다.
꽃이 피니 눈이 즐겁고, 뿌리가 자라니 입이 즐겁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비가 내릴지 몰라서 카메라는 비닐봉지에 넣어 두고
장갑을 끼고 일꾼의 폼으로 변신~
아무도 사진을 찍어 주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일하는 손으로, 흙이 덕지덕지 뭍어있으니..
셔터를 눌러 달라고 할 마음도 없다. ㅎㅎㅎ

들깨는 왕성한 생명력이 있어서 비교적 덜 돌봐도 된다.
웬만하면 다른 풀들에게 꿀리지 않는 생명력으로 인해서이다.
그렇게 해서 무한도전이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를 지었다.

밭이라고 해봐야 조그만 공간이지만 그것도 선비에게는 축구장 만 하다.
그래도 하늘이 도와서 구름도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잘 마무리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다시 밭에 나가 봤다.

아니나 다를까, 간 밤에도 돼지가 다녀 갔다.
그런데 밭을 가로지르지 않고 옆으로 돌아서 다녀 갔다.
그 녀석들도 인간이 밭에 뭘 한 것인지를 아는 걸까?
아니면 들깨 냄새를 싫어하는 걸까?
연지님은 들깨 냄새를 싫어하는 것이라고 하시는데.....
낭월은 돼지도 염치가 있는 것이라고 우긴다. ㅎㅎㅎ

발자욱이 꽤 크다. 이 정도면 100kg는 넘겠지.... 그냥 근거없는 짐작이다.
이 녀석들이 밭에 오는 이유는 명백하다.

아무렇게나 심어놓은 밭둑의 복숭아 때문임을.....
약도 치지 않아서 벌레 투성이이지만 돼지에게는 오히려 보약이 되겠다.
원래 복숭아는 밤에 불을 끄고 먹으라잖은가.
왜냐하면, 복숭아 벌레가 미용에 좋기 때문이라나 뭐라나. ㅋㅋㅋ

때깔도 좋다. 순수 100% 무공해이다.
그러나 막상 먹어보려고 깎으면.....
벌레와 만나지 않기는 대낮의 별 보기 만큼이다.
그래서 그냥 눈으로만 즐긴다.
솎아주지 않아서 씨알도 잘잘하다.
그래서 돼지에게는 만찬이 되는 셈이기도 하다.
들깨 밭이나 망가뜨리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오늘 비가 온댔는데....
시원하게 퍼 부어서 100% 생존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연지님이 땜빵하느라고 또 수고를 하지 않으실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