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가을 연지님의 상수리 농사는 대풍이라고 해야 하겠다. 사실 농사랄 것도 없다. 산천이 키워서 결실맺은 것을 주워왔을 뿐이니까. 그래도 줍는 것도 농사라고 한다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게다. ㅎㅎ

상수리에 벌레가 자꾸 생긴다고 펼쳐놓고 골라낸다.

구멍이 빠꼼빠꼼하다.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지. 먹을 건데. 그래서 열심히 골랐다.

통실통실하구나. 왜 볶아먹을 생각은 안 하실까? ㅋㅋㅋ

그렇게 열심히 분류하면서 즐거워하는 것만 봐도 충분히 보람이 있으신 모양이다. 그리고 검색을 하더니 도토리 전분을 만들어 주는 곳을 찾았다면서 같이 가잔다. 그런 곳도 있었구나. 그런데 거리가 꽤 멀다. 그래도 가야 한다. 가는 길에 청석굴 주변을 살펴보기로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수확한 상수리들을 모두 실었다.


묵수남. 도토리 전분공장이다.

규모가 생각보다 엄청나군.

생각에는, 갖다주고 기다리면 전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현장의 규칙은 전혀 달랐다. 저울로 단 다음에 전분을 계산한다.
그리고 다음에 기계를 돌릴 적에 와서 찾아가는 것이란다.
자기가 갖고 온 것으로 전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갖다 주고 누군가 주웠는지 모를 도토리의 전분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 방법을 듣고서 괜히 벌레먹은 상수리를 골라내느라고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식을 몰라서다 ㅎㅎ

한 할아버지가 도토리를 주워왔던 모양이다. 4일 전에는 1kg에 1300원이었는데 왜 1200원으로 계산하느냔다. 주인장 말이 도토리가 풍년이어서 가격이 내려간단다. 내일은 더 내려갈 지도 모른다는 말에 할아버지는 두 말없이 도토리값을 받아서 나간다. 용돈벌이가 꽤 되는 모양이다.
전분을 바로 찾아가는 줄 알았다가 다시 와야 한다는 말에 잘 몰랐다고 했더니 오늘 분량은 2시간 전에 모두 소진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인생은 타이밍이란다. 녀석 말뽄새 하고는 ㅋㅋㅋ

그리고 약속한 날 다시 가서 전분을 찾아 왔다. 27kg란다. 전분 1kg에 삯이 1500원 이라던가? 그래서 또 돈이 들어갔다.

상수리 76 kg를 갖다 주고, 전분 26,3kg를 받아 왔다. 상수리가 아니라 도토리였다면 2%를 더 받아온다는 안내도 있었다. 상수리보다 도토리가 더 전분이 많이 나온다는 의미다. 내친 김에 상수리와 도토리에 대해서 살펴 본다.

참나무목, 참나무과, 참나무속, 관련 여섯 종류의 나무로 나뉜다. 밤나무도 참나무과여서 껍질에 가시가 돋고 맛도 속껍질은 떫은 모양이다.

여섯 종류가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까 이해가 좀 더 잘 되겠다. 상수리나무의 열매는 상수리인데 졸참나무 열매는 도토리라고 하니 그것도 까닭이 궁금하기는 하다. 안면도에서는 도토리가 많았는데 계룡산에서는 도토리는 보이지 않고 상수리만 가득하다
그렇거나 말거나 연지님은 신이 났다. 동생들과 나눌 것이 생겨서다. 주는 것은 참 좋아하신다.

산비알을 누비면서 줍느라고 재미보고, 또 만들어 놓고 나눌 재미를 보니 행복한 여인이다. 즐거움도 고통도 스스로 만드는 것이 분명하다. 그녀의 가을은 대풍으로 기억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