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1 · 목요일(丙辰日)
낭월명리학당 一念卽是無量劫 -순간을 영원처럼
인연이 되셔서 고맙습니다
06.11 · 목(丙辰日)
오주괘 →
사진기행

독도④ 이제야 눈길을 끄는 숫돌바위

독도④ 이제야 눈길을 끄는 숫돌바위 

(탐사일: 2026년 5월 31일)


독도의 전체로 봐서는 작은 바위로 되어 있는 숫돌바위에 눈길을 끄는 것은 켜켜이 쌓여있는 절리로 인해서가 아닌가 싶다. 숫돌바위에 대한 자료를 따로 정리하고 싶게 만드는 풍경이기도 한 까닭이다. 알아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깨닫기 마련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알고 싶은 마음은 세월을 타지 않는 모양이다. 오늘도 새로운 세상의 색다른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마음이다.


다들 대한민국 영토표지석을 찾고 있을 적에 미리 예정한 대로 숫돌바위에 시선을 모아본다. 


지질도 설명은 역시 간단하다. 조면암. 아마 더 상세한 설명이 있을 텐데 보여주는 것은 단 세 글자뿐이구나. 그래도 괜찮다. 이제는 지질도 설명보다 더 똑똑한 녀석이 뒤에서 정보를 알려주고 싶어서 근질근질할 테니까. ㅎㅎ


배에서 내리자마자 단박에 알아봤다.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기도 하다. 우뚝하게 서 있는 숫돌바위이다. 저 사람들은 숫돌바위를 보는 것 같지만 실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것이 목적이다. 옆에 있어도 보지 못하고, 봐도 알지 못하는 것도 자신의 살림살이이다. 그래서 눈꼽만큼의 안타까움은 있지만 그것도 자기의 일이다. 옆에서 거들어봐야 소음에 불과할 것이므로. 아니, 어쩌면 그 중에 몇몇은 낭월처럼 숫돌바위에 시선을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장사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은 8년 전의 자신에 비춰서 생각해 본 것일 뿐이다. ㅎㅎ 각설하고. 월매야 부탁해~!

●독도의 파수꾼, 숫돌바위

독도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을 바위가 바로 숫돌바위이다. 해발고도 약 12.6m로 우뚝 솟은 이 바위는 마치 시멘트를 굳혀서 벽돌처럼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과거 독도 의용수비대원들이 동도에서 생활할 때 이 바위에 칼을 갈았다고 하여 ‘숫돌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바위가 형성된 과정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흥미롭다. 본래 이 주변은 화산재가 쌓여 굳은 무른 암석인 응회암으로 덮여 있었다. 그런데 지하 깊은 곳에서 뜨겁고 끈적끈적한 조면암질 마그마가 응회암 지층의 틈을 뚫고 올라왔다. 마그마가 주변 암석을 뚫고 들어가는 현상을 관입이라고 하며, 틈을 채운 채 굳은 암석 기둥을 암맥이라고 부른다. 세월이 흐르며 거센 파도와 바람에 의해 무른 응회암은 모두 깎여 나가고, 단단한 조면암질 암맥만 뼈대처럼 남게 된 것이 지금의 숫돌바위이다.

숫돌바위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수평 주상절리이다. 보통 주상절리라고 하면 제주도에서 흔히 보듯 기둥이 위에서 아래로 수직하게 서 있는 모양을 떠올리기 쉽다.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흘러나와 식을 때는 차가운 공기나 바닷물과 맞닿는 위아래 면부터 굳기 때문에 기둥이 수직으로 자라난다. 하지만 숫돌바위는 마그마가 지층의 수직 틈을 뚫고 올라가면서, 양옆의 차가운 지층 벽면과 먼저 닿아 식었다. 주상절리는 차가운 면과 직각 방향으로 갈라지며 형성되므로, 양옆에서부터 굳어 들어간 숫돌바위의 기둥들은 자연스럽게 땅과 평행한 수평 방향으로 눕게 된 것이다.

●조면암, 거친 얼굴을 가진 돌

숫돌바위를 이루고 있는 암석인 조면암은 한자로 거칠 조(粗), 얼굴 면(面)을 쓴다. 글자 그대로 표면이 몹시 거친 바위라는 뜻이다.

화산암의 성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그마에 포함된 이산화규소의 양이다. 이산화규소가 적은 현무암은 묽은 꿀처럼 줄줄 잘 흐른다. 반면, 조면암은 이산화규소 함량이 높아 점성이 매우 크다. 뻑뻑한 밀가루 반죽이나 굳어가는 조청처럼 끈적끈적해서 멀리 흘러가지 못하고 위로 불룩하게 솟아오르며 굳는 성질이 있다.

색상과 구조 면에서도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조면암은 검은 현무암에 비해 밝은 회색이나 암녹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바탕의 입자는 아주 곱지만, 그 안에 굵직한 장석 알갱이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반상조직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엇보다 조면암은 조직이 아주 단단하여 침식에 강하게 버틴다. 독도의 숫돌바위뿐만 아니라 울릉도의 3대 절경으로 꼽히는 삼선암, 몽돌해안을 가득 채운 단단한 자갈들도 대부분 이 조면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랜 세월 거친 파도를 견뎌내며 독도와 울릉도의 해안 절경을 묵묵히 지켜낸 뼈대인 셈이다.


연상절리(椽狀節理)라고 하자니까. ㅋㅋ 숫돌바위 앞에 서서 자꾸 저 멀리 촛대바위에 시선이 가지만 일단 참는다. 앞에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하니까. 조면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해서 몇 장의 사진으로 상세히 담아 봤다. 긴 설명을 한들 무슨 필요가 있겠느냔 말이지.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을.

그런데...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느낌. 기시감(旣視感)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가만히 생각하다가 문득 제주도에서 만났던 외돌개가 떠올랐다. 언제 가봤었더라...

[제주도 외돌개 방문이야기는 여기에서]


다시 그 시절의 글을 읽어보니, 그 때는 아무런 문제 없이 둘러볼 수가 있었던 신선바위이며 선녀탕들이 모두 출입통제나 폐쇄가 되었구나. 그래서 기회가 왔을 적에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되새긴다. 그나저나 방선문은 언제 개방하려나...


아니, 닮아도 이렇게 닮을 수가 있나? 참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크기는 다르다. 그런데 당시에도 지질에 대한 지식이 없었으면서도 조면암에 대해서 알아 보겠다고 두산백과를 뒤져보고 있었구나. 기특한 녀석. ㅎㅎ

외돌개에 대한 설명도 청해 보자. 아마도 같은 듯 다른 설명이 나오겠거니...

●파도와 시간이 조각한 바위기둥, 시스택

제주 서귀포 해안에 우뚝 솟은 외돌개는 약 12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해 형성된 기암이다. 지질학적 용어로는 파도에 의해 깎이고 남은 바위기둥이라는 뜻의 해식기둥, 즉 시스택에 해당한다. 본래 이 일대는 용암이 흘러와 굳은 거대한 해안 절벽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가 절벽의 틈새와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깎아내면서, 가장 단단한 암석 부분만 덩그러니 바다 위에 남게 된 것이다.

외돌개를 이루고 있는 암석은 조면안산암이다. 앞서 독도의 숫돌바위에서 살펴보았던 조면암처럼 마그마의 이산화규소 함량이 높아 끈적끈적한 성질이 있다. 구멍이 거의 없이 조직이 치밀하고 매우 단단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단단함 덕분에 주변의 부드러운 암석들이 파도에 쓸려갈 때도 침식을 견디고 지금의 20m 높이 기둥 모양으로 꿋꿋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바위 꼭대기에 뿌리를 내리고 끈질기게 자라나는 곰솔은 거친 환경을 견뎌낸 바위의 생명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최영 장군의 지략과 제주 사람들의 애환

외돌개는 오랜 세월 제주 해안을 지켜온 만큼, 그 곁을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와 전설도 깊이 배어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첫 번째는 고려 말 최영 장군과 얽힌 장군석 이야기이다. 당시 제주를 지배하던 원나라 세력의 잔당들이 외돌개 앞바다에 있는 범섬으로 도망쳐 끝까지 저항했다. 이때 최영 장군은 묘책을 내어 이 외돌개를 거대한 장수의 모습처럼 위장했다. 범섬에서 이를 바라본 원나라 군사들은 고려의 거대한 장수가 진을 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지레 겁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항복했다고 전해진다. 장군의 늠름한 기상을 닮았다고 하여 장군바위라고도 부른다.

●두 번째는 할망바위 전설이다. 먼바다로 고기잡이를 나간 할아버지가 거센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자, 할머니가 매일 바다를 향해 통곡하며 기다리다 결국 선 채로 굳어 돌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외돌개 꼭대기에 듬성듬성 자란 소나무를 할머니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바위 표면에 난 붉은 자국을 할머니가 흘린 피눈물로 여겼다. 이 전설에는 험난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기다림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했던 제주 사람들의 절절한 애환이 담겨 있다.

 


 

 


 

 


 

 


 

 


 

 


 

 


 

 


 

 


 

 


 

 


 

 


 

 


 

 


비록 바위 하나가 서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숫돌바위를 따로 하나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뜻을 이렇게 이뤘으니 이것도 소원성취가 아니고 무엇이랴. 그래서 또 행복하다. 가끔 이 내용을 검색해 보고 싶으면 '숫돌바위'라고 써 넣으면 된다. 

사진은 추억을 소환하는 코드임이 분명하다. 8년 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것이 또 8년 후에는 그것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올 적에 나름대로 시야가 조금은 깊어졌다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시간이 흐르고 육신은 늙어가지만 영혼은 점점 섬세해지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또 이 순간이 아름답다.

 

목록으로 — 사진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