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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 제44장. 소요원(逍遙園)/ 34.질병(疾病)의 원인(原因)

[591] 제44장. 소요원(逍遙園)/ 34.질병(疾病)의 원인(原因)

[591] 44. 소요원(逍遙園)

 

34. 질병(疾病)의 원인(原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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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감경보도 문장이 끝난 것을 보고서 말했다.

정말 열심히 논의하고 궁리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심성(心性)에 대해서 이렇게나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하는 과정이 있으니 더욱 깊은 경지에서 자유롭게 노닐 수가 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적천수에 대한 이야기야 이미 잘 알고 있으시니까 추가로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만, 내심으로 감탄했습니다. 왜냐면 나도 실은 마음의 변화에 대해서는 대략 이 정도로 설명하고 또 이해하고 있었는데 오늘 새로운 안목을 열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를 지경이니 말입니다.”

, 그러십니까? 약수 선생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약간의 도움을 드렸다는 보람도 있고 말이지요. 그래도 소감이 있으실 듯하니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 생각하신 대로 아낌없이 말씀해 주시면 경청하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청하자, 감경보가 합장하고 진동수를 마시고서 말했다. 그것을 본 우창과 대중들도 진동수를 한잔 마시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사람의 마음은 타고나는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 것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감경보의 말에 갈만이 반가워하며 말했다.

맞습니다! 양인(洋人)들의 생각은 선천적(先天的)으로 타고난 성품은 논하지 않고서 후천적(後天的)으로 환경에서 부모와 주변으로부터 배운 것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한 사람들에게 조부이신 갈융(葛融)의 주장인 잠재의식(潛在意識)에 대해서 말하고 사람이 태어날 적에 타고난 것은 환경과는 별개로 내면에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마음에 대해서 설파(說破)하시자 당시의 학자들 모두가 의심하고 부정하는 마음들로 인해서 한동안 침묵으로 연구만 하셨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갈만이 이렇게 말하자 조용히 듣고 있던 감경보가 말했다.

양인들의 생각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요.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 비중을 두고 연구하는 성품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환경의 영향이 중요하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다수(多數)의 사람들이 일정한 유형(類型)을 갖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선천적(先天的)으로 타고난다는 것은 전생(前生)의 윤회(輪回)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납득하기에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기현주가 갈만에게 물었다.

정말 사람이 생각하는 것도 살아가는 지역에 따라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신기하네. 그런데 듣자니까 질병에 대해서도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하던데 그것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기현주가 이렇게 묻자 자원이 웃으며 말했다.

아하! 언니가 왜 질병 이야기를 꺼내시는지 알겠어요. 다음에 살펴봐야 할 대목이 질병(疾病)이라서죠? 호호호~!”

맞아! 지원은 참 눈치도 빠르단 말이야 호호~!”

그렇다면 우선 글을 읽어보고 또 이야기를 나누시면 어때요?”

알았어. 그게 좋겠다. 질병편은 길어서 간단간단하게 나눠서 읽고 풀이하는 것이 좋겠어.”

이렇게 말한 기현주가 책의 한 대목을 풀이했다.

 

오행화자 일세무재(五行和者 一世無災)

혈기난자 평생다질(血氣亂者 平生多疾)

 

오행이 화목하니 일평생 재앙이 없고

혈기가 난동하니 한평생 병주머니로다

 

이렇게 풀이한 기현주가 우창에게 물었다.

이것은 틀림없이 이치에 부합하는 말로 보이는걸? 동생은 어떤 의견이야?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이유가 필요없겠지?”

기현주가 타당하다는 듯이 묻자, 우창이 미소를 짓고서 말했다.

틀림없기는 합니다. 다만 방향이 틀렸다는 것이 문제일 따름이지요.”

아니, ? 다들 그렇게 말하잖아?”

다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비록 한 사람이 말하더라도 그 말이 많은 사람들의 말보다 올바르다면 그 말을 취하는 것이 학자의 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오호라! 동생에게는 이미 확고한 생각이 있었구나. 그게 뭔지 어서 말해 줘봐 듣고 싶어.”

우창은 다시 진동수를 한 모금 마시고서 말했다.

약수 선생 참 이상합니다. 이 물이 자꾸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입니까?”

우창이 갑자기 이렇게 묻자 감경보가 미소를 짓고서 대답했다.

, 그럴 수도 있습니다. 몸에서 반응이 왔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하루에 오승(五升:2.5L) 이상 마셔도 괜찮습니다. 얼마든지 드시면서 말씀해 주시지요. 아마도 반응이 빠르신 것으로 봐서 피로가 덜 쌓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기가 막힌 약수(藥水)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연에 따라서지요. 하하하~!”

우창이 다시 기현주를 보며 말했다.

틀림없다고 한 것의 이유는 이렇습니다. 만약에 정신(精神)을 논하는 것이라면 거의 틀림없는 말입니다. 그러나 신체(身體)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다 옳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서 드린 말씀이었지요.”

아니, 그렇게 나눠서 읽는 방법이 있었어? 난 생각지 못했는걸.”

기현주는 의외라는 듯이 우창에게 다시 물었다.

누님 앞서 성정(性情)에서 설명한 내용을 살펴보시겠습니까? ‘오기불려 성정중화 탁란편고 성정괘역(五氣不戾 性情中和 濁亂偏枯 性情乖逆)’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맞아! 그랬어.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까 서로 완전히 같은 말이잖아?”

이렇게 창의력이 없는 문장을 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하~!”

정말 듣고 보니까 동생 말이 맞았네. 그러니까 성정에서 써먹은 글귀를 글자만 살짝 바꿔서 다시 인용(引用)했단 말이구나. 맞지?”

맞습니다. 더구나 명학(命學)은 심리학(心理學)입니다. 그런데 오행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면 평생 병이 없다는 식의 말은 우선 보기에는 그럴싸하지만 실은 이것이 모순이라는 것이지요.”

말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모순이라니 이해가 좀 부족하네. 설명을 부탁해.”

완전히 틀렸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사주가 중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이라면 심성(心性)도 온화(溫和)하고 처사(處事)도 합리적일 테니까 마음에 번뇌가 적을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무리(無理)해서 재앙이 될 일을 강행(强行)하지는 않을 것이고, 건강도 알아서 쉬어야 할 때와 일을 해야 할 때를 판단하고 처신할 것이므로 또한 질병으로부터 더 자유로울 수는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아니, 그 말이 그 말이잖아? 그러니까 틀린 내용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란 말이지?”

문제는 후학이 오인(誤認)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사주를 보면서 충극(沖剋)이 난무하면 온갖 질병을 짊어지고 다니는 포병객(抱病客)이라고 여길 근거가 되기도 할 테니 말이지요. 다만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이 주변에서 늘 보고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말한 우창이 갈만에게 물었다.

광덕에게 물어봐야 하겠구나. 양인들은 신체의 강건(剛健)함과 질병(疾病)이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말이네.”

우창이 열심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갈만에게 묻자, 모두의 시선이 갈만에게로 향했다. 우창도 갈만이 있어서 생각의 폭을 더 넓힐 수가 있다는 것이 무척 고마웠다. 잠시 생각하던 갈만이 우창에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제자도 이곳에 와서 이해되지 않았던 점이 있었습니다. 배가 아프다는 사람에게 약을 먹이지 않고 손과 발에 침을 찌르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啞然失色)했었으니까요.”

, 침을 놓는 것을 말하는구나. 음식물이 체한 경우에는 손의 합곡(合谷)과 발의 태충(太衝)을 트이게 해서 막힌 경락을 열어주는 것이지.”

처음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기에 참 미개한 치료법을 사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인체에는 십이정경(十二正經)과 기경팔맥(奇經八脈)의 경락(經絡)이 감돌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야 이해가 되었고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조차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랬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렇다면 양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우창이 흥미롭게 묻자 갈만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말했다.

건강은 두 가지의 경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유전적(遺傳的)인 영향을 생각합니다. 이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태생적인 원인에 의해서 질병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혈병(血病:고혈압)이나 소갈(消渴:당뇨)과 같은 것이 주로 이러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봅니다. 심지어는 탈모(脫毛)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오호! 그건 일리가 있는 판단인걸. 또 하나는?”

또 하나는 환경적인 요인입니다. 이것은 풍토병(風土病)이라고도 합니다. 이 나라에서도 그렇게 보는 관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운 곳에서는 동상(凍傷)에 잘 걸리고, 더운 곳에서는 중서(中暑:열사병)에 잘 걸리는 것도 이와 같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 않은가? 오히려 양인들의 관점이 합리적이라고 하겠는걸.”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갈만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런데, 스승님께서는 질병이 그렇게 중요한 팔자의 조합에 의해서 생긴다는 것에 대해서는 믿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까?”

당연하지. 그래서 우리의 의술(醫術)은 양인의 의술보다 뒤졌다는 것을 알겠네. 아프면 굿을 하거나 기도하는 것을 예사로 믿는 사람이 흔하니 말이지.”

그것은 어디나 있습니다. 다만 최후에 치료가 되지 않을 불치병(不治病)이라고 판단할 경우를 당하면 마지막 희망이라도 가져보자는 마음에 기적을 바라는 심정으로 신령(神靈)에게 의지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모두가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고 결과도 매우 좋은 것으로 봅니다.”

갈만의 말을 듣고 있던 감경보도 한마디 거들었다.

,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보탠다면 지기(地氣)에 의해서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해줘야 하겠습니다.”

감경보의 말에 우창도 비로소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참, 약수 선생의 지리에 대한 안목이 있으셨군요. 그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우창이 설명을 청하자 감경보가 말을 이었다.

아마도 어쩌면 광덕 선생의 말처럼 유전자에서 생긴 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땅에 조상의 시신을 매장하고 나면 가족 전체에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이야기를 들으며 해본 생각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자리에 조상의 묘를 쓰면 그러한 질환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우창이 거듭 설명을 청하자 감경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처음에 구절을 읽고 풀이한 뜻을 들으면서 그 구절은 풍수지리(風水地理)에서도 부합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또 좁은 소견으로 단견(短見)을 가졌던가 봅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풍수의 기운이 화평(和平)한 명당에 묘를 쓰게 되면 자손들도 건강하고 자녀도 번창하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기괴(奇怪)한 자리에 묘를 쓴 경우에는 당연히 자손들도 질병에 시달리고 단명하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어려운 경우를 당하게 됩니다.”

이야기를 듣고서 우창이 내심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그렇게나 중요하다면 풍수지리의 역할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좋은 기운에서는 공부가 잘되고 마음이 평온하다는 생각은 했습니다만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묘지뿐만이 아닙니다. 거주하는 주택에서도 차가운 음기가 흐르는 곳에 오래 머물게 되면 몸의 기운이 탁해지고 질병에 걸리기 쉽게 되고, 따뜻한 양기가 감도는 곳에서 거주하게 되면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연년익수(延年益壽)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하하~!”

 

 


감경보의 말에 기현주도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참 재미있는 말씀이네요. 묘터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그러나 했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호호~!”

기현주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자 감경보도 그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심지어는 남의 묘에 자기의 부모를 밀장(密葬)조차 합니다.”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처음 들어요.”

어떤 묘를 쓰고서 자손이 큰 벼슬을 하거나 큰 재물을 얻게 되면 그 자리가 좋아서 그렇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져나가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렇겠네요.”

만약에 형편이 가난해서 기운이 좋은 명당자리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금(巨金)을 치르고 마련할 수가 없는 사람이 그 소문을 들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감경보의 말에 기현주가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

그야 더욱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정도는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옆 따기를 하는 것입니다.”

? 옆 따기라니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에요.”

간단합니다. 어두운 밤에 부모의 시신을 메고 가서는 그 명당의 터에 그대로 모시는 것이지요.”

아하! 그러니까 묘의 옆을 따고서 그 자리에 부모의 시신을 몰래 암매장(暗埋葬)한다는 뜻인가요?”

바로 이해하셨습니다.”

아니, 그러면 원래 있던 시신은 어떻게 하고요?”

그냥 둬야지요. 그래서 그 시신의 위에 포개서 매장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 짓을 해도 벌을 받지 않나요?”

기현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기가 막힌다는 듯이 물었다.

 


 

 

그건 모르겠지만 빈자(貧者)의 부모를 잘 모시는 편법(便法)이라고 해야 할까봅니다. 하하하~!”

그랬다가 주인에게 발각이 되지는 않나요? 그렇게 되면 송사(訟事)를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세상을 떠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은 시신이라면 알아보겠지만 수년이 지난 시신은 아무도 알아볼 수가 없으니까요.”

우창도 이러한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하긴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땅속을 열어볼 수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흔적을 남기지 않겠습니까?”

우창이 묻자 감경보도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래서 전문가(專門家)를 찾는 것입니다. 기가 막히게 딱 시신 한 구가 들어갈 만큼만 잔디를 열고는 그대로 감쪽같이 해결하기에 바로 다음 날에 묘주(墓主)가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하~!”

정말 대단한 능력자들이로군요. 하하하~!”

예전에 칠관(七觀) 스승님 곁에서 같이 공부하던 도반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들려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생생한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또 있겠습니까?”

우창이 환영하자 감경보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 도반이 스승을 모시고 부친의 묘소를 찾아갔을 적에 나도 동행을 했었기에 이야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산소를 둘러보고서 스승이 흉지(兇地)라고 말하면서 형제 중에서 몇째냐고 물었지요.”

아니, 자녀의 순서에 따라서도 길흉이 정해진다는 말입니까? 참 신기합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스승님의 물음에 그 도반은 둘째라고 말하자 혀를 차면서 이 자리는 첫째만 잘 되고 나머지는 입에 풀칠하기도 곤란할 것이라고 하셨는데, 실로 그와 같았습니다. 공교롭게 그 도반도 무엇을 해도 되는 것이 없자 결국은 지사(地師)를 따라다니면서 지관(地官)이라도 배워서 호구지책(糊口之策)을 삼으려고 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터였습니다.”

그럼 이장(移葬)하면 되는 것이잖습니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실로 형님은 위세가 당당해서 조상을 잘 모셔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난데없이 별로 존재도 없던 동생이 나타나서는 이장을 이야기하니 그게 먹기겠습니까?”

하긴 그렇겠습니다. 그럼 알고도 달리 방법이 없었겠으니 참 안타까웠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기현주가 옆에서 듣고 있다가 말했다.

뭐가 어려워요. ‘옆 따기가 있잖아요. 호호호~!”

기현주의 말에 감경보도 웃으며 말했다.

과연 지모(智謀)가 뛰어나십니다. 하하하~!”

이렇게 기현주를 칭찬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제자 중에 경험이 많은 사형(師兄)이 있었는데 조용히 불러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신만 명당에 모시고 봉분은 그대로 두면 된다고 말이지요.”

오호~!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스승님께 부탁해서 멀지 않은 곳의 좋은 기운이 서려 있는 자리를 점지받고는 길일을 가려서 전문가를 불러서 실행했던 것이지요. 그때 호기심이 많았던 나도 궁금해서 달도 없는 밤에 그 자리에서 진행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러한 장면이라면 절대로 사양할 수가 없지요. 하하~!”

 

 

우창도 궁금한 마음이 생겨서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참으로 손놀림이 대단했습니다. 원래 그들은 남의 무덤을 파헤치고 그 속에 있는 부장물을 훔치는 도굴(盜掘)이 전문이었으니 얼마나 잘 파겠습니까? 두 사진도 되기 전에 부친의 유해(遺骸)를 꺼내고 봉분은 그야말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심지어 흙도 흔적없이 말끔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했지요.”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 잡아놓은 자리에 부친을 매장했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래 놓고는 혼자만 알고서 가족이 함께 묘사(墓祀)를 지낼 적에는 빈 묘에다 차려놓고 잔을 올리고 절을 했답니다. 그리고 혼자만 새로 모신 부친의 산소에 별도로 날을 가려서 제사를 올린다고 들었습니다.”

감경보의 말을 듣고서 모두 신기해했다. 우창이 말했다.

참으로 듣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올바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동(山東)의 태산(泰山) 인근의 산에 장군대좌(將軍對坐)라고 소문난 명묘(名墓)가 있습니다. 자손들도 모두 입신출세(立身出世)했으니 과연 명당(明堂)임을 증명한 셈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습니다. 그런 자리는 뭐가 달라도 다른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누가 봐도 좋은 자리라는 것을 알 수가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 묘의 후손이 묘소를 정비하려고 봉분을 건드렸다가 얼른 덮었답니다.”

아니, 왜요?”

자원도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해서 불쑥 말했다.

봉분을 손질하다가 시신이 위쪽에서 나와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제 자리에 모시려고 건드렸던 것인데 아래로 내려가면서 아홉 구의 시신이 가지런히 포개져 있었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풍수가들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모두 옆 따기로 밀장(密葬)을 한 것이었던가 봅니다.”

우창의 말에 감경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어느 시신이 부친인지도 알아볼 수가 없자 그냥 함께 계시라고 하고서 도로 덮어서 봉분을 더 크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착한 후손이었군요.”

기현주의 말에 감경보가 웃으며 말했다.

이미 가세가 넉넉하니까 그러한 일로 괜히 송사를 일으켜서 시끄럽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거니와, 만약에 이러한 사연이 일반 사람들에게도 알려진다면 그 후의 일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너도나도 자기의 부모를 그 자리에 밀장을 하려고 할 테니까 말입니까?”

우창의 말에 감경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평생을 애써서 노력해도 힘든 삶을 면할 수가 없는데 누구는 좋은 명당에 조상을 모신 이유만으로 배불리 잘 먹고 떵떵거리며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하하~!”

참으로 그러한 일이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이라고 한다면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하하하~!”

우창의 말에 기현주가 감경보에게 물었다.

혹시 저의 부모님 산소에 대해서도 좀 봐주실 수가 있겠어요? 만약에 터가 좋지 못하다면 옆 따기라도 해서 좋은 자리에 모셔야 하지 않겠어요? 호호호~!”

기현주가 농담 삼아서 말하자 감경보가 정색하고 말했다.

행여라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보다 더 잘 지낼 수가 없는데 왜 그런 일을 벌여서 편히 쉬는 조상님을 불편하게 하겠습니까?”

감경보의 말에 기현주가 실언했음을 알고는 얼른 사과했다.

! 실언(失言)했어요. 취소! 에퇴퇴~!! 호호호~!”

기현주의 말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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