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중자장탐원리(心中慈藏探源理)
소요자재지혜원(逍遙自在智慧園)
“시도 한 수 붙여주시니 더욱 멋져요~!” “해석이나 해 보셔봐.” 자애로움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진리의 근원을 탐구하나니 아무런 걸림도 없이 자유자재로 밝은 지혜의 동산에서 소요하네 “이렇게 해석하면 될까요? 너무 제멋대로 해석한 것 같죠?” “오호~! 제법인걸. 시적(詩的)인 감각이 있는 줄은 몰랐는걸.” “너무 멋져요~! 고마워요. 오라버니싸부~!” “에구, 하나만 하셔~! 오라버니를 하든가, 사부를 하든가. 하하~!” “큭큭~! 그냥 좋아서 아무렇게나 마구마구 떠들고 싶어져요.”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자원으로 불러줄게.” “그런데 칠언절구가 반밖에 없잖아요? 나머지도 채워주시면 안 돼요?” “그걸로 똑떨어지는데 뭘 더 채워?” “자원우창이라매요~!” “어? 내가 그랬나?” “어서 마무리를 해 줘봐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호호~!” “그래 볼까?” 자원이 잔뜩 기대하고 있는 모습에서 대충 얼버무리는 우창.왕래도우여한담(往來道友與閑談)
의기화창도화경(義氣和暢桃花景)
우창이 글을 쓰자 자원이 보면서 풀이를 했다. 오가는 도반들과 어우러져 함께 여유롭게 나누는 이야기들 그 뜻에 마음이 조화롭게 펼쳐지니 이곳이야말로 진정 신선의 풍경일세 “제법이네~! 하하하~!” “멋져요~! 나중에 돌에다가 새겨서 평생 짊어지고 다닐 거예요. 호호호~!” “그러지 말아. 그냥 맘에 담으면 만고에 가벼운 것을. 하하~!” “오라버니께 자원이 감사드려요~! 열심히 공부할게요.” 진심으로 좋아하는 자원을 보니 흐뭇한 우창이었다. “자원은 어제 잘 잤어?” “잘 자는 게 뭐예요.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어요. 왜요?” “나도 통 잠이 들지 않아서 정리를 하느라고 대략 뜬눈으로 밤을 새웠거든.” “그러셨구나. 어째요~!” “뭘, 아침에 쾌활한 자원을 보니까 밤새 쌓인 피로가 말끔히 날아가는걸. 하하~!” “어쩜~! 저도, 아니 자원도 그래요. 지금은 날아갈 것 같은걸요. 호호~!” “그렇다면 산책이나 갈까?” “좋아요~!” 두 사람은 가벼운 차림으로 후원을 지나서 수렴동(水簾洞)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백화(百花)가 흐드러지게 핀 정원을 지나니 이내 호젓한 산길이 나왔다. 새롭게 돋아난 잎사귀들의 연둣빛이 점차로 짙어지고 있는 자연의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줬다. “오라버니는 명학 공부가 재미있으세요?” “당연하지. 이렇게 재미가 있는 공부를 하게 된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정도인걸.” “저도요~!” “그런 것 같았어. 재미있어하고 알고 싶어 하는 표정을 보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 하하~!” “정말요~?” “그럼~!” “자원도 오라버니가 뭔가 하나라도 제대로 알려 주려고 애쓰시는 것을 보면 감동의 물결이 가슴속에서 파도(波濤)를 치거든요. 적천수를 다 배우고 나면 뭔가 대단한 자원으로 변해 있을 것만 같아요. 그런 설렘이 마음속에서 꿈틀대고 있는 것이 참 신기해요.” “열심히 공부하다가 보면 생각은 수십 번도 더 바뀔 거야. 그렇게 점점 깊어지는 학문 속에서 지혜는 무럭무럭 자라겠지.” “참으로 신기해요. 진즉에 몰랐다는 생각이 아쉽기조차 하다니까요. 호호~!” “항상 중요한 것은 지금이야. ‘이 순간’에 뭘 하느냐가 중요할 뿐이거든. 그래서 과거나 미래에는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것이기도 한 거야.” “맞아요. 마음이 상쾌해요. 또 공부하러 가요. 오라버니.” “그래. 적천수를 또 봐야지.” “오늘은 무슨 가르침을 배우게 될지 궁금해요.” 산책을 마치고는 각자의 처소에서 공부에 대한 준비를 한 다음에 다시 고월의 처소로 모였다. “고월, 잘 쉬셨는가~!” “여, 어서 오시게.” 방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은 다음에 우창이 말을 꺼냈다. “령아는 자원이라는 호를 지었다네. 앞으로 그렇게 불러 주시게. 하하~!” “오, 자원. 좋군. 자비의 동산이라, 가르침이 도장(道場)으로 멋진 주인 노릇을 하시겠는걸. 우창이 지어줬구나.”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임싸부?” “그냥 넘겨짚었지 뭐. 하하~!” 멋쩍어진 우창이 적천수를 펼치면서 말했다. “어제는 경(庚)에 대해서 배웠으니 오늘은 신(辛)을 풀어봐야지?” “자원도 기대돼요. 그 속에는 또 무슨 이치가 들어있을까 싶어서요.” 그러자 고월이 자원에게 물었다. “아, 자원은 신(辛)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지?” “그야 반짝이는 보석이죠~!” “왜?” “왜는 뭘 왜예요? 여인에게 왜냐고 물으시면 그냥 방그레 웃지요. 호호~!” “하하하~! 그렇게 되나?” “아이, 농담도 못해요~! 사실 인간의 탐욕이 떠오르죠.” 그 말에 우창도 한마디 했다. “하충 선생이 말했다는 흑체(黑體)의 이야기를 몰랐다면 아직도 신(辛)은 보석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지 않았겠나 싶어.” 고월이 그 말에 동의했다. “그렇지. 그 보석은 탐욕의 결정체(結晶體)라는 것을 이해하고 나니까 비로소 인간의 욕망(慾望)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깨닫게 되는 것 같더군.” “이렇게도 간단한 천간의 열 글자로부터 자연의 모습과 인간의 심리를 모두 읽고 생각할 수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단 말이지.” 고월의 그 말에 우창도 같은 생각이었다. “사실 두 싸부님 덕택에 자원은 그야말로 건성으로 따라가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곰곰 생각을 해 보면 그중에서도 자신이 필요한 만큼은 깨닫고 있다는 것을 알겠어요.” “당연하지. 그릇만큼 담을 수가 있으니까. 하하~!” “그릇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임싸부.” “그릇은 수용성(受容性)을 의미하는 것이겠지. 또 수용성(受容性)은 이해력(理解力)을 바탕으로 존재하게 되니 결국은 이해하는 정도가 바로 그릇의 크기라고 보면 되겠군.” “아하~! 이해력이었군요. 그러니까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릇에 담을 수가 없는 큰 물건이란 뜻이겠네요? 그래서 그릇을 자꾸만 키워야 해요. 호호~!” 우창이 자원의 기발한 말에 웃으면서 화답을 했다. “어?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군. 말이 되는걸. 하하~!” 고월이 좀 더 거들었다. “큰 물건도 되고 많은 물건도 되겠지. 큰 물건이라면 큰 그릇에 담으면 제대로 담기는 것이고, 작은 그릇에는 아예 담을 수가 없겠지. 그러나 많은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마치 콩을 그릇에 담는 것과 같아서 그릇의 크기만큼만 담기고 나머지는 흘러넘친다고 이해를 할 수가 있겠는걸.” “역시 임싸부의 말씀은 항상 명료하군요. 고마워요. 아마도 공부의 이치를 논한다면 큰 물건보다는 콩의 비유가 더 적절하지 싶어요. 왜냐면 물을 담는 것과 같은 의미이니까요.” 그 말에 우창도 장단을 쳤다. “그렇다면 많은 물을 담지 못해서 그냥 흘려버린다면 얼마나 아깝겠냐는 생각이 절로 들겠는걸. 우창도 열심히 그릇을 키워야 하겠네. 하하~!” “그럼 또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 공부를 해 볼까?” “옙~! 기대하고 있어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