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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이미 많은 학인(學人)이 모여 있었다. 대충 어림잡아서 약 150여 명은 되어 보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서 공부하고 있으니 많은 토론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은 어디에 줄을 서야 밥을 얻어먹을 것인지 분위기를 살폈다. 그런데 어느 사이 추문성은 빈자리를 차지하고서 앉아서는 우창을 불렀다.
우창이 그곳으로 가니까 추문성은 이미 두 사람의 몫을 타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참으로 동작도 빠르고 우창을 섬기는 태도가 여간 공경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창은 참으로 베푼다는 것의 대가에 대해서 실감을 하였다. 그리고서 고맙다는 의미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서는 도관에서의 저녁을 먹었다.
정갈한 음식으로 든든하게 먹고 난 우창은 뭘 어떻게 하나...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앉아있는데, 추문성이 찾아왔다. 그는 그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사귀어 둔 모양인지 한 사람의 도사를 데리고 왔는데, 그의 나이도 대략 30대 중반은 되어 보였다. 우선 초면에 만난 사람이라 의례적인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했다.
“도사님 반갑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잘 오셨습니다. 저는 이곳에 온 지 2년 정도 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을 부탁하겠습니다.”
“도움이라뇨, 오히려 제가 드릴 말씀이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진하경(陳河鏡)이라고 합니다.”
“아, 진형이셨군요. 장무(張茂)라고 합니다.”
그 이름이 왠지 익숙한 우창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봤었던 것 같아서 잠시 생각에 잠겨 봤지만 막상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장 도사님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처음이다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는지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어리둥절하기만 하고요.”
“여기라고 해서 별다를 것은 없습니다. 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인걸요. 다만 서로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보니까 약간의 규칙이 있을 뿐입니다. 그것만 숙지한다면 오히려 질서가 있어서 편안하실 겁니다.”
“여기서는 서로 호칭을 어떻게 부르는지, 또 각자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여러 가지 규율도 있을 법한데 이야기를 좀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당연히 일러드려야지요. 여기서는 호칭을 도호(道號)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도호에다 선생을 붙이면 됩니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벌써 나름대로 일파의 문을 세울 정도의 실력자들이기 때문에 사부님께서 그렇게 예우를 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호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아직 호가 없다면 호를 얻어서 사용하면 됩니다. 호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호는 우창(友暢)이옵고, 이름은 진하경(陳河鏡)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우창으로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우창 선생. 저는 자휴(子休)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호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아직 호를 얻지 못했습니다. 지금 사부님께서 하나 지어주신다고 하니까 잠시 후면 생길 것 같기는 합니다만, 하하.”
그 말을 듣고 있던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추형은 이미 호가 있으시잖아요? 백발도사~! 하하하~”
“에구 그게 어찌 호가 된단 말이오. 그렇게 놀리지 마시오.”
그 말을 듣고 있던 자휴가 말을 받았다.
“백발(百發)은 참 좋은 호입니다. 모든 이치가 근원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대로 사용하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렇다면 그냥 사용하겠습니다. 하하~”
미소를 머금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듣고는 자휴가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공부를 하는 방법은 우선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서 방향이 같은 곳으로 따라가면 됩니다. 여기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밥 먹는 시간이고, 또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이 두 가지만 지키면 되고 그 나머지는 각기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분야에서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 됩니다.”
“그럼 그 공부하는 방향은 몇 가지나 되는지요?”
“대략 30가지 정도 되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8가지입니다. 그 나머지는 모두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잠깐씩 공부를 하는 곳이고, 대표적인 8가지는 누구나 한 군데에 소속이 되어서 공부를 합니다.”
“그 8가지의 종류는 어떤 것인가요?”
“예, 하나하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첫째는 도학(道學)을 공부하는 곳인데, 여기서는 천지자연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고 특히 모든 법칙의 근본(根本)에 대해서 연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곳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대단한 방면의 공부를 하시는군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또 두 번째로는 수학(數學) 분야입니다. 이곳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서 어째서 그러한지를 궁리하는 곳인데, 어떤 조짐을 숫자로 변환해서 해석하고 응용하는 곳입니다.”
“실로 이 분야에 대단히 관심이 많습니다. 잘 보셨습니다.”
“그리고 또 세 번째로 말씀을 드릴 것은 형학(形學) 분야입니다. 여기는 물질의 형상을 연구하는 곳인데, 사람의 몸이나 얼굴, 또는 산천의 모습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상이라고 부르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형태를 근본으로 삼고 내재(內在)되어 있는 조짐을 읽어내는 분야입니다.”
“역시 흥미가 있는 분야로군요.”
“또 네 번째로는 의학(醫學) 분야입니다. 모든 질병과 그 치료에 대해서 궁리를 하는 곳인데, 여기서는 사람의 질병뿐만 아니라, 동물이나 초목의 질병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실로 놀랍군요. 역시 태산은 높은 산입니다. 하하하.”
우창도 열심히 이야기하는 자휴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귀를 기울였다.
“또 다섯 번째로 말씀을 드릴 분야는 법학(法學) 분야입니다. 갖가지의 법칙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분야인데, 이 분야는 세간에서 벼슬을 하고 싶은 사람이 관심 갖는 분야입니다. 여기에 계신 분들은 이 분야에는 관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하하하.”
"그렇기는 합니다만, 역시 중요한 분야로군요."
"다음은 여섯 번째로 말씀드릴 것인데, 지학(地學) 분야입니다. 여기에서는 세상의 산천의 모양을 통해서 그 안에 깃든 정신을 연구하고 길흉의 작용에 대해서 궁리합니다. 보통 풍수지리라고도 하는데 이 분야도 인간의 삶과 불가분리의 관계이기도 해서 깊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역시 매력적인 분야로군요.”
“다음은 일곱 번째로 천학(天學) 분야입니다. 천학은 별자리의 이동이나 일월의 움직임을 읽어서 예측하는 분야입니다.”
“말로만 듣던 천문학(天文學)의 하늘공부로군요.”
“그렇지요. 또 마지막으로 말씀을 드릴 분야는 명학(命學) 분야입니다. 그야말로 인간의 운명을 연구하는 분야인데, 누구나 인간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으므로 대개는 이 분야를 거쳐서 공부의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이상이 대강 말씀드린 공부의 분류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틈틈이 관심이 갈 적에 들려서 공부하시면 됩니다.”
자휴의 이야기를 듣던 백발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어느 것 하나라도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것을 다 배우려면 200년을 살아도 부족하지 싶습니다.”
“그 나머지 중에서는 남을 설득시키는 달변학(達辯學)도 있고, 도둑질하는 방법을 배우는 투도학(偸盜學)도 있습니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독심술과 심리학이 모두 있으니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는 셈이지요. 하하하.”
우창이 문득 정색하면서 말했다.
“그런데, 도둑질을 연구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은 참 납득하기가 어렵군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세상을 살다 보면 그러한 기술도 필요할 때가 있을 법도 합니다. 가령 악인의 수중에 선행하는 사람의 명단이 들어가 있다면 이것을 잘 빼앗아 오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참으로 생각하기에 달렸군요. 그런 곳에 쓰인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매우 중요하게 쓰일 기술이 되겠군요. 그런데 이러한 각 분야에서 지도를 해주는 분은 누구신가요? 설마하니 심곡자 사부님께서 혼자서 모두 감당을 하시지는 못할 듯해서 말입니다.”
“물론이지요. 우선 각 과목에는 방장(房長)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장들은 사부님께서 직접 수련시키지요. 그리고 단계적으로 자신보다 높은 선배와 문답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스스로 관심이 높아서 들어왔기 때문에 완전히 자율로 공부는 하는 셈입니다.”
“참으로 합리적인 방법 같습니다. 그럼 저는 그중에서 수학 분야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데 가능한 일인가요?”
“당연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각 방면에 공부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나요?”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과목에 1년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공부가 마무리되어서 더 배울 것이 없다면, 자청해서 시험을 볼 수도 있습니다. 그 시험에 통과되면 마친 것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그렇군요. 참으로 매우 잘 짜인 공부 방법 같습니다. 그럼 자휴 선생은 이미 두 가지를 마친 셈인가요?”
“웬걸요, 저는 둔재라서인지 3년간 공부를 해야 합니다. 도학은 약간 기간이 길더군요. 하하하.”
“그렇군요. 하기는... 도를 배운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군요. 3년 만에라도 그 맛을 볼 수만 있다면 성공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일생 동안 공부해서 깨달을 수만 있다면 역시 대성공이지요. 그야말로 가장 세월이 없는 공부를 시작한 셈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웅대한 마음이라는 의미겠지요. 겸손이 과하십니다. 하하하.”
“그럼 우창 선생은 수학을 공부하시기로 하고, 백발선생은 어느 분야에서 공부하실는지요?”
“흠... 모두가 마음에 드는데 뭘 먼저 해야 할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좀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우선 기본이라고 할 수가 있는 형학에 입실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 싶군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형학으로 공부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푹 쉬시고 내일 아침 인시에 일어나시도록 하십시오. 그럼 잘 쉬시고 내일 뵙지요.”
“오늘 여러 가지로 고마운 말씀 잘 들었습니다. 도학의 성공을 빕니다.”
“역시 두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성공하고 하산하시기 기원 드리겠습니다. 그럼...”
“자휴선생도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우창과 백발은 공부할 방향을 정해 놓고서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좀 더 구체적으로 공부를 해볼 것이라는 생각으로 냉큼 잠이 들지 않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비로소 약간 늦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