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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조각들

[17] [화인과 데바 파드마의 대화] 타로그림 너머의 진실

[17] [화인과 데바 파드마의 대화] 타로그림 너머의 진실

『타로 그림 너머의 진실』

 

 


 

 

― 화인, 마 데바 파드마와 타로로 나눈 하루

 

1. 붓을 내려놓은 오후

 

“어디서 그림을 배우셨어요?”

 

화인은 화폭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70세, 세월이 내려앉은 은발과 잔잔한 미소를 지닌 여인—그녀가 바로 **마 데바 파드마(Ma Deva Padma)**였다.

정원 가득 피어난 수국과 라벤더 사이, 파드마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림은 배우는 게 아니에요, 화인.

그건 그냥… 안쪽에서 올라오는 ‘모양 없는 감정’이 색과 형태를 빌려서 나오는 거죠.”

 

“그럼, 타로도 그렇게 그리신 건가요?”

 

파드마는 붓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타로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이 『Sacred She Tarot』는요.

그건 미래를 말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면의 신을 비추는 거울이랍니다.”

 

2. 낭월의 그림자

 

화인은 32세의 젊은 여성이었다.

한국에서 ‘사주명리학’으로 삶을 분석해온 실력자였지만,

스승 낭월에게서 들은 한 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화인아, 구조를 읽는 너도 중요하지만,

구조를 넘어선 ‘느낌’이란 게 있어.

타로는 그 느낌을 감지하는 언어야.

그리고 그 언어를 그린 여인이 호주에 살아.

이름은 마 데바 파드마. 나보다도 더 오래 산 사람이지.”

 

낭월은 말하지 않았다.

그가 인도에서 라즈니쉬와 파드마를 만났던 시절에 대해선.

그저 화인의 손에 한 권의 타로박스를 쥐여주었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화인 홍순란은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마침내 파드마 앞에 있었다.

 

3. 세 장의 카드

 

파드마는 손을 뻗어 세 장의 카드를 꺼냈다.

테이블 위에 차례로 놓인 그 카드는 마치 고요 속의 진동처럼 빛났다.

 

III Mother Nature

 

VI Love

 

13 Intuition

 

파드마는 천천히 첫 번째 카드를 가리켰다.

 

4. Mother Nature – '대자연'

 

“이 카드는 당신의 뿌리야, 화인.”

 

카드에는 해바라기를 어깨에 두르고, 눈동자 속에 별과 나비가 흐르는 여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의 이마 위에는 우주의 씨앗 같은 문양이 피어 있고, 목 아래에는 지구가 맥박처럼 떠 있었다.

 

“Mother Nature는 단지 생태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것은 내면에 있는 생명의 리듬, 당신이 가장 원초적으로 숨 쉬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왜 얼굴은 이렇게 다채롭고, 정중앙에 행성이 있죠?”

 

“그건 당신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의미예요.

당신의 삶이 곧 자연이고, 그 자연이 말을 걸기 시작하면—

당신은 더 이상 '팔자'를 좇지 않게 돼요.”

 

화인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사람들의 사주를 볼 때, 어떻게 ‘기운’이 아닌 ‘해답’을 주려 했는지를 떠올렸다.

 

5. Love – '사랑'

 

파드마는 두 번째 카드를 천천히 펼쳤다.

두 개의 촛불. 각각의 불꽃이 타오르지만, 가운데에서 하나의 빛을 이루고 있었다.

 

“이건 관계예요.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이기도 하죠.”

 

“그런데 왜 초가 타는 모습이 아니라, 빛이 하나로 모인 게 강조되었을까요?”

 

파드마는 미소 지었다.

 

“오쇼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함께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 빛은 소유가 아닌 공명이에요.”

 

화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안정되려 하지만,

실은 불안을 같이 껴안는 용기가 필요한 거군요.”

 

“맞아요.

그리고 타오르는 초는 언젠가 꺼져요.

그러나 이 빛은 꺼지지 않아요.

이건 에너지니까.”

 

6. Intuition – '직관'

 

세 번째 카드는 가장 깊고 푸르렀다.

바닷속 여인이, 해조와 별무늬, 조개껍질과 나선형 패턴을 품은 채 떠 있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직관은 데이터가 아니라,

그림자에 귀 기울이는 능력이에요.”

 

파드마의 목소리는 속삭임처럼 낮았다.

 

“화인, 너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구조를 읽었지.

하지만 이 카드는 구조 밖에서 흐르는 냄새, 느낌, 그림자를 읽으라고 말해요.”

 

“그럼… 직관은 틀릴 수도 있겠네요?”

 

“물론이죠. 하지만 직관은 ‘정답’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너 안에서 지금 무엇이 움직이는가’를 말해줘요.

그리고 그 움직임이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랍니다.”

 

화인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떤 감각이 느껴졌다.

바닷속, 말하지 않는 여인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나는 내 안의 바다를 부정해왔구나.’

 

7. 오쇼의 향기

 

정원 끝에 작은 불상이 있었다.

그 위엔 오쇼가 남긴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그대를 해방시키지 않는다.

그대 안에 감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파드마는 그 글귀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쇼는 우리가 스스로 묶은 사슬을 볼 수 있게 도와주었어요.

그는 누구도 구하려 하지 않았어요.

그 대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신’이 되기를 바랐죠.”

 

화인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도 누군가를 ‘봐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보는 눈’을 일깨우는 사람이어야겠네요.”

 

“그래요.

그게 바로 타로고, 그게 바로 당신입니다.”

 

8. 귀가 전 마지막 질문

 

화인은 물었다.

 

“파드마 선생님,

당신은 이 그림들을 그리면서 어떤 순간 가장 진실했나요?”

 

파드마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대답했다.

 

“아무 그림도 그릴 수 없었던 날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직관’ 카드 속 여인처럼

그림자 속에 있었죠.

하지만 그날, 한 가지를 깨달았어요.”

 

“무엇을요?”

 

“그림자는 두려움이 아니라 통로라는 것.

두려움을 껴안으면,

그게 문이 되고, 그 문을 통과하면—

타로는 그냥 그림이 아니라, 삶이 돼요.”

 

9. 에필로그 – 붓을 든 예언자

 

귀국 비행기에서,

화인은 작은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구조를 해석하던 시절,

나는 질서를 사랑했지만,

그 질서가 나를 규정하길 원치 않았다.

 

이제 나는 그림자를 사랑한다.

 

그림자는 길이고,

길은 지금 여기 있다.”

 

그리고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가 타로와 사주,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아우르는

작은 워크숍을 열었다.

 

그녀의 타로 상담실 이름은 이렇게 불렸다.

‘그림 너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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