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2 ·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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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조각들

[15] [간디와 장자] 간디가 장자에게 진정한 해방을 묻다

[15] [간디와 장자]  간디가 장자에게 진정한 해방을 묻다

 

『간디와 장자의 대화, -진정한 해방을 묻다』





서늘한 저녁 바람이 붓다의 나라를 감쌌다. 몸을 덮은 얇은 천 한 장, 마하트마 간디는 홀연히 눈을 떴다. 모기 소리도,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도 모두 멈춘 듯한 그 순간, 그는 뚜벅뚜벅 땅을 밟았다. 길이 없는데도 발은 저절로 방향을 잡았다. 어디선가 부르는 이가 있는 듯했다.

밤과 낮 사이, 꿈과 현실 사이. 그곳은 無의 벌판이었다.

그리고 그 언덕 너머, 키 작은 소나무가 듬성듬성 선 계곡 아래 작은 정자가 있었다. 정자 안에는 누더기 옷을 걸친 늙은이가 다리를 한껏 뻗은 채 누워 있었다. 눈은 감았고 입가에는 깊은 웃음이 머물렀다.

“혹시 장자 선생이십니까?”

간디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늙은이는 눈을 뜨지 않고 말했다.

“나는 나도 아니고, 나를 찾는 너도 아니다. 그래도 묻고 싶다면 앉아보아라.”

간디는 반듯이 앉아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마하트마 간디라 불리는 자입니다. 인도의 자유를 위하여 나는 비폭력을 주장하였고, 많은 이들이 그 길을 따라주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길의 끝에는 진정한 해방이 있는가. 사람들은 독립을 얻어도 여전히 고통 속에서 헤매고, 증오와 분노는 계속됩니다.”

장자가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대는 아직도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구려. 왜 그대를 생각하지 않소?”

간디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장자가 이어 말했다.

“나는 어느 날, 나비가 되어 날았다오. 꽃을 찾아들고, 바람을 가르며 나풀나풀 하늘을 가르던 그 순간, 나는 내가 장자인지, 나비인지 알지 못했소. 이것이 바로 *소요유(逍遙遊)*요. 나를 잊고, 세상을 잊고, 얽매이지 않으며 사는 삶.”

간디가 반문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억압당하는 자, 차별받는 이들, 그들을 외면한 채 어찌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장자는 물끄러미 간디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깊은 연못처럼 투명했다.

“자유란 억지로 얻는 것이 아니오. 그대가 비폭력을 외친 이유는 무엇이오?”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들도 인간이니까요.”

“허나, 그대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 비폭력을 택한 것은 아니었소?”

간디는 잠시 침묵했다. 장자는 나뭇잎 하나를 집어 바람에 날려 보냈다.

“자네는 사자의 이빨을 뽑아놓고, 그가 착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같소. 폭력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까지 비워지는 건 아니오. 참된 해방은 외적인 억압이 아니라, 내적인 집착으로부터의 자유요.”

간디의 눈에 깊은 파문이 일었다.

“그렇다면 저는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단 말입니까?”

“해방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오. 나는 ‘목적 없는 유람’을 삶이라 불렀소. 그저 흐르고 흘러,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대의 비폭력은 훌륭하오. 하지만 그 안에 ‘얻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미 그것은 굳은 마음이오.”

간디는 무릎 위에 손을 얹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제 비폭력 안에 ‘성취’가 있었는지. 어쩌면 그것조차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자가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도(道)는 이름이 붙는 순간 도가 아니오. 비폭력도, 해방도, 모두 이름일 뿐. 도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소.”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지향해야 합니까?”

“지향하지 마시오.”

장자는 두 팔을 벌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비’를 만들지 않소. 다만 물이 하늘을 따라 흐를 뿐. 나무는 ‘키’를 재지 않소. 다만 뿌리가 깊을 뿐. 그대는 도를 걷고 있는 것이오. 다만 그것을 걷고 있다는 생각마저 놓는다면, 진정한 해방이 그대 안에서 꽃피게 될 것이오.”

그 순간, 간디의 등 뒤에서 빛이 비추었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곳은 어디입니까?”

간디가 물었다. 장자가 웃었다.

“그대의 안이오. 나는 그대의 의심 속에서 피어난 바람일 뿐.”

간디가 눈을 감자, 정자도, 언덕도, 장자도 사라졌다. 다시 인도의 아침, 갠지스 강가의 불빛과 아쉬람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간디는 일어나 맨발로 땅을 밟았다. 어제와 같은 길, 하지만 오늘은 아무도 억압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는 미소 지었다.

진정한 해방은 다른 누군가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오는 것이며, 내가 이름 붙이지 않을 때 그것은 저절로 피어난다는 것을, 그는 이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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