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궁남지 산책
궁남지에 봄이 왔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만 떠오르면 그 곳에 찾아갈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진가의 촉이라고나 할까? 하늘이 맑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하늘에서 놀러 오라고 메신저가 날아왔다.
물론 「미세미세」가 다 믿을 정보가 아니란 것은 알지만, 그래도 초록미소가 보이는 부여군의 그림을 새벽 5시 40분에 발견했다는 것은 오늘 아침에는 어디에 가야 할 것이라는 정도는 충분히 알아 볼 조짐이라는 것이다. 짐을 꾸렸다. 더 볼 것도 없다.
궁남지에 도착하니 9시에서 3분이 빠지는 구나. 꼭두새벽에 오지 않고 느지감치 나온 것은 아침 햇살에 빛나는 연둣빛 수양버들을 찍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표에 따라서 출발시간은 결정된다. 무턱대고 새벽에 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바닷가였다면 당연히 새벽 5시 이전에는 문을 열고 나섰겠지만.
봄 단장에 여념이 없는 아지매들의 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겹친다.
수다스러운 정담과 함께 바삐 움직이는 호미로 인해서 궁남지는 더욱 정갈한 풍경을 남기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가 끝난 수련연못에는 수양버들의 반영이 자리를 차지하고 이른 봄의 한 순간을 보여준다. 물이 꾸정~한 것은 청소를 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의미겠거니....
현민은 유튜브의 명상음악에 쓸 영상을 찍는다고 삼각대를 펼치고, 바람쐬러 동행한 화인은 옆에서 응원하고 있을 적에.....
궁남지의 전경을 원없이 담았다. 보이그랜더 10mm로 담으면 시원하게 전경이 담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실행에 옮기는 셈이다. 10mm의 초광각이 주는 외곡을 즐기는 것도 사진찍는 재미이다. 비현실적이면 어때! 어차피 모든 것은 자기 눈에 비치는대로 보는 건데 뭘. ㅋㅋㅋ
그리고는 다시 24-105mm의 완소렌즈와 7m3카메라로 바꾸고는 10mm렌즈는 화인에게 넘겼다. 뭔가 손에 있어야 심심해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줬는데 나중에는 그것을 후회했다. 괜히 줬엉~!! ㅎㅎ
그 바람에 '싸부님! 포즈~!'라고 한 화인의 명으로 인증샷 한 장 남게 되었군. 그것도 나쁘지 않다. 찍는 사람에게 찍히는 것은 언제 봐도 참 어색하다. 그래서 모델과 사진사가 따로 구분이 되는 모양이다.
여긴 궁남지이다.
연못은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늦잠꾸러기이다. '미인은 잠꾸러기'가 맞긴 맞는 모양이다. 그 예쁜 볼그스레한 분홍빛의 연꽃을 보려면 아직도 마~안~이 기다려야 한다.
연꽃이 없는 궁남지도 예쁘기만 하니까 이른 봄에 나들이를 하는 게다.
올때마다 찍지만 그래도 또 찍는 포룡정의 증명사진이다. 왠지 안 찍으면 뭔가 빠트린것 같아서이다.
이른 봄이라서 한가로움은 덤으로 얻었다. 포룡정(抱龍亭)은 사주로 친다면 궁남지의 일간(日干)이다. 포룡정이 없으면 궁남지는 싱거웠을 게다. 수십차례나 왔고, 그래서 또 그만큼 봤을 포룡정이지만 오늘은 정면으로 사진을 찍어 본다. 늘 평범해 보이던 것도 때론 의미있게 보이는 까닭이다.
포룡정의 글은계축년 5월에 국무총리 김종필이 썼구나. 계축년은 1973년이고, 그해에는 김종필 씨가 국무총리를 지냈구나. 그리고 국무총리가 되어서 고향에 금의환향한 기념으로 궁남지 포룡정에 현판을 썼구나. 그것도 가문의 기념이 되겠다. 꾹꾹 눌러 쓴 완력(腕力)이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서 고인이 되셨지만.....
정자 안에는 서동요(薯童謠)가 걸려있다. 전설이라고도 하고 실화라고도 하는 무왕의 이야기이다.
善花公主主隱(선화공주주은) 他密只嫁良置古(타밀지가량치고) 薯童房乙(서동방을) 夜矣卯乙抱遺去如(야의묘을포유거여)
왜 主가 두개나 겹쳐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백제의 30대 왕이었던 무왕이 어린 시절(젊은 시절이겠지) 신라의 진평왕 세째딸인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서 고구마로 아이들 환심을 사면서 노래를 서라벌에 퍼뜨리게 해서 결혼하게 되었다는 사랑이야기가 전한다. 이렇게 한가로운 산책길에는 이런 포룡정의 내력에 대해서 읽어보는 것도 좋다.
1973년에 새로 짓고서 군수가 그 연원을 글로 남겼는데, 온통 한자인 것으로 봐서 아마도 이것을 읽어 볼 엄두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옆에는 2005년판 포룡정기가 있기 때문이다. 참 다행이다. ㅋㅋ
따사로운 날에 부침개라도 벌여놓고 풍경을 즐기는 것도 좋지 싶다.
문득 앞을 바라보니 백로 한 마리가 수양버들 위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800mm의 렌즈가 이런 장면은 안 놓치고 잡아 준다. 완전 보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날갯짓을 잡기에는 250분의 1초가 좀 느렸다는 것이다. 500분의 1초였다면 더 생동감이 있었을텐데... 아니, 이게 더 나은가? 움직이는 동감이 느껴지기는 하는 것도 같고.....
하늘이 하 맑아서 이렇게도 한 장 담아 본다.
이런 샷은 모델샷인가? 그럴싸 해 보이게 찍어본다. 바람이 살살 일어나서 가운데 부분은 반영이 지워지고 있는 것도 멋스럽다. 유리알처럼 반영이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런 것도 괜찮다.
궁남지를 벗어나서 연밭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백로도 지나가고....
오리도 지나간다. 궁남지에는 동물도 있음을 보여주는 듯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나온 녀석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다.
그리고는 잽싸게 붕어 한 마리를 물고는 밖으로 나온다. 물에서 먹다가 떨어트리면 안 되기 때문일까?
잠시 후에는 목이 볼록해졌다. '내 안에 너 있다.'는 이야기이다. 연못가에는 이야기도 많다. 찾으면 보이고, 들으면 들린다. 갑자기 분위기는 연못에서 새에게로 옮겨간다.
오늘은 뭘 먹고 재미있게 놀 것인지도 의논하고....
수다를 떨다가 날아가는 왜가리를 따라가 본다.
백로와 왜가리는 같은 조상인 모양이다. 같은 황새목 왜가리과여서인지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같은 듯 달라 보이는 것은 눈주위의 색이 달라서인 모양이다.
끼리끼리 모여있으면 하나는 왕따가 된 것도 같다. 눈주위가 분홍색과 노랑색으로 서로 다르구나. 암수의 구별은 아닌 모양이다.
편히 쉬는 오리들이 괜히 신경쓰이게 왜 자꾸 다가가노?
그러다가 날아가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백로들이 오리 옆으로 모여든다. 백로 중에 긴 털이 있는 녀석들은 이름이 다르지 싶은데 언제 심심할 적에 찾아 보기로 하고....
하나 둘 자꾸만 모여든다. 그 등쌀에 한가로이 쉬던 오리도 귀찮아진 모양이다.
한쪽으로 피해버린다. 마침내 고지는 백로에게 점령당했다. ㅎㅎㅎ
"그만 놀고 가자~!"
시원한 풍경을 보니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 모양이다. 깝짝대면서 까불까불 하는 것이. ㅋㅋ
오늘의 출사 주색(主色)은 연둣빛이었는데 성공했고,
봄이 오길 기다리는 수련은 덤이고....
능수버들의 휘늘어진 가지는 바람에 하늘거리고...
그 모습과 겹치는 것은 영주에서 봤던 수양매(垂楊梅).
언제 또 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맑은 하늘.... 올 봄엔 너무 심했던 미세먼지다. 내년 봄엔 좀 나아지겠거니.... 기왕이면 희망적으로. ㅎㅎ
갑자기 휙~ 날아오는 오리에는 준비가 되지 않은 카메라인데... 우짜노~!!
햇살이 펴지니 엄마들이 아이들과 나들이를 나오는 모습도 정겹다.
"나들이 잘 했지?"
"너무너무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