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판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빛을 잃는다.
사라진 빛은 벼알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빛을 속으로 간직하고 나락의 한살이를 마감한다.
들판이 자꾸만 넓어진다.
땀으로 가꾼 한 여름의 결실이 점차로 거둬간다.
그렇게 갈무리가 된 벼알은 곡간에 쌓여간다.
아니, 예전에는 그랬었다.
지금은......
그렇게 거둬진 알곡들이 집으로 향하지 않은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
논에서 가꿔진 곡식들이 기계에서 트럭의 자루로 옮겨진 다음에
고스란히 방앗간으로 이동한다.
그러니 정작 집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고향을 떠난다.
바리바리 짊어지고 집으로 들어오던 곡식은
그냥 방앗간에서 적당히 가공된 다음에 상품으로 팔려나간다.
지는 해가 따사롭다.
이제, 농부는 긴 겨울로 들어가겠다.
1년 내내 흘린 땀의 댓가를 돈으로 환산하여 받아쥐고
서로 권커니 자커니 막걸리 한 사발에
쌓인 시름을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