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종이 닷새 남았다.
마을의 보리밭에는 보리가 점점 익어간다.

밀이라면 서리라도 해 먹으련만....
보리라서 그것도 하기 곤란하다. ㅎㅎ

자연의 조화가 참 희한하기도 하지.....
쌀이 나오기 전에 먹고 살라고 보리를 내려 주시니 말이다.

급하면 바로 베어도 되겠고...
급하지 않으면 며칠 더 두어도 되겠다.

이렇게 계룡산의 품에서 보리가 익어간다.
예전에는 가난의 상징이었던 보리....
이제는 건강의 상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이야기.....

지금이 딱 보기 좋은 때라서 길가다 멈췄다.
조금 더 익어버리면 황금색이 사라지고 말기 때문에....
옛 어린 시절의 풍경이 여기에서 다시 재연된다.

보리는 꺼럭이 있다.
그래서 보리가 익는 때를 일러서 망종(芒種)이라고 했나보다.
꺼럭이 있는 곡식들이 종자가 된다고 하는 뜻이겠지....
망종에 보리를 베어놨다가 하지에 감자를 삶아 먹으면서 타작을 한다.
물론 옛날 이야기이다.
요즘에는 바로 기계로 베면서 털어버린다.
참 간편하다.
옛날에는 보리를 베어놓고 마르기를 기다리다가
억수 장마가 지면 싹이 났었지...
잠시 볕이 나면 그것을 뒤집느라고 아이들만 달달 볶았고....
세월이 이만큼 흐른 다음에는
다 웃을 수 있는 한 때의 풍경들....
맥(麥)에는 보리가 있고 그래서 대맥(大麥)이라고 한다.
대맥은 다시 쌀보리와 겉보리로 나눈다.
쌀보리는 나맥(裸麥)이 되고, 겉보리는 피맥(皮麥)이 된다.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를 하지 않는다더니만...
그만큼 겉보리는 가격도 저렴했던가 보다.

밀은 소맥(小麥)이다.
알이 작아서일까? 비슷할 것 같은데....

비슷한듯 다르다. 꺼럭이 보리보다 좀 짧고 몸통은 가늘다고 하면 될지....
밀을 가루로 만들면 소맥분(小麥粉)이고
그 가루로 국수를 만드련 면(麵)이다.
어쩌면 보릿가루로도 면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겠다.
요즘은 쌀국수가 유행이다.
그럼 쌀국수는 뭐라는지 찾아보니 미선(米線)이란다.
쌀로 만든 긴 선이라는 뜻이겠거니.....
밀도 귀리가 있으니 그는 연맥(燕麥)이다.
제비가 가져다 준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날아가는 제비를 닮은 것도 같다.
호밀은 호맥(胡麥)일까 했더니, 흑맥(黑麥)이란다.
아마도 가루를 만들면 시커멓게 되어서인갑다.

그런가 하면 맥(麥)은 아닌데 이름만 맥인 것도 있다. 메밀이다.
그러니까 메밀도 밀은 밀이니까 밀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
이것은 교맥(蕎麥)이다.

이렇게 보리타령을 하면서 망종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