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져죽은 안회의 장면도 함께 겹쳤습니다. 영화상으로는 안회(顔回)는 경책을 실은 수레를 맡았는데, 강을 건너면서 얼음이 깨어져서 물에 잠기게 됩니다. 그 순간 모든 제자들은 일제히 얼음 밖에서 안타까워하면서 물에 가라앉는 죽간(竹簡)의 묶음을 바라만 보고 있는데 안회는 물속으로 뛰어들어서 하나하나를 건져내더군요.
그러한 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DVD가 떠올랐습니다. 저렇게 수레에 싣고 다녀야 했던 많은 경책들도 디브이디 한 장이면 다 담을 수가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그렇게 총명하고 사려 깊은 안회를 잃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고 그가 나이 60정도라도 되었더라면 세상은 또 달라졌을 텐데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을 거의 동시에 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책 보따리를 짊어지고 돌아다니던 젊은 시절의 낭월과 겹치는 것이었습니다. 짐이 하도 많아서 책을 버릴까 레코드판을 버릴까 고민하다가는 결국 판을 버리고 책을 취했던 장면도 떠오르고 스승을 찾아서 동분서주하던 장면도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이 거의 순식간에 겹치면서 기억 속에서 마구 솟구치는 것이 밤중에 폭죽이 터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다시는 책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마당가에 쌓아놓고 불을 질렀던 책이 밤새워서 타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는 진짜라고 했습니다만 그 후에도 두 번은 더 책을 태웠습니다. 물에 빠진 책을 건지려고 아등바등하는 안회를 보는 것에서 책을 버리겠다고 불태우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일까요? 진리를 찾아보겠다고 천하(天下)를 유람했던 전생의 한 조각을 그 영화로 인해서 들춰진 것은 아니었을까요?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전에 그러니까 벌써 15년도 더 되었네요. 서니암에 있을 적에 낭월의 전생 스승이었다고 하시는 분이 찾아와서는 낭월에게 두 사람의 인연이 무엇인지 알겠느냐고 한 마디를 던져 놓고서는 설움에 복받쳐서 오열하던 그 모습입니다.
마치 배우가 실감나는 연기를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만 그것은 분명히 연기는 아니었습니다. 그 분은 도대체 낭월을 통해서 무엇을 봤던 것일까요? 지금 낭월이 느끼는 기분이 그 분의 기분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참으로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습니다.
겨우 쌀국수를 다 먹고 진정을 했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쌀국수를 다 먹었습니다. 국물까지도 말이지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것이라도 먹지 않으면 그냥 앉아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누군가 눈여겨봤다면 참으로 묘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을 법하네요.
연지님도 덩달아서 전염이 되었는지 몇 번 눈물을 찍어 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까닭모를 남편의 슬픔을 보면서 덩달아 슬퍼진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겠네요. 아무래도 오늘 본 영화로 인해서 전생의 어느 부분이 자극을 받았다고 해야만 겨우 납득이 될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저녁에 감로사에 돌아와서 금휘와 화인이 함께 차를 마시면서 영화를 잘 보고 나서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화인이 다시 그럽니다.
“지금 이야기를 하시는데에도 눈물이 글썽이네요~~!!”
나 참……… 사실은 이 글을 쓰면서도 또 그러한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이것도 무슨 자랑거리라고 소개 말씀을 드리는 것은 혹 벗님께서도 그러한 기분을 느껴 보신 적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누구라도 가끔은 그렇게 전생 기억의 한 조각을 만나는 계기를 당해서 감상에 젖을 수가 있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같습니다.
물론 벗님께서 그 영화를 보신다고 해도 낭월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만에 하나, 낭월과 같이 진리를 찾아서 온 천지를 방황하셨던 전생의 도반이시라면…… 또 알 수는 없는 일이겠네요. 하하~
그리고 영화는 자신의 의식계(意識界)든 무의식계(無意識界)든 간에 기억 속에 든 코드를 자극시킬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깨달음의 도화선(導火線)을 건드려 준다면 한 순간에 몰록 대오(大悟)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세세(世世)생생(生生)의 삶의 체험들은 고스란히 여래장(如來藏)에 저장이 된다고 하네요. 부지런히 주워 담아 놓으면 언젠가 물건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물론 악습(惡習)을 담아 놓더라도 그대로 저장이 되겠지요. 선별은 최대한 잘 해 보십시다.
그만 자야 하겠네요. 또 내일은 새로운 경험이 생겨나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여러 조각들을 다 맞춰서 한 그림이 된다면 비로소 모든 일을 마친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망상을 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말도 되지 않는 것같은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우신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2010년 2월 21일 밤에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아들아~! 내가 없더라도 어머니를 잘 돌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