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화] 그러거나 말거나....
봄비가 내리는 계룡산이다. 아마도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모양인데,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나무에는 물이 오르고 그래서 백화만발(百花滿發)의 화
시절(花時節)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봐도 되겠다. 이른바 봄의 조짐이라
고 해야 하겠는데, 아침 뉴스는 늘 심란한 이야기만 쏟아 붓는다. 아무래도 세계
전쟁의 조짐이 아니겠느냐는 불길한 그늘이 드리우는 것은 아닌가 싶다.
1. 각기 다른 목적
뭐, 다 아시는 이야기들이니 별도로 사설을 붙일 필요도 없겠고, 그냥 보시고 들
으시는 대로 현재의 상황은 매우 나쁜 방향으로 진행이 되는 모양이고, 어차피
그것은 이미 예약된 현실이라고 하는 점을 아마도 아시는 분은 짐작하셨을 게
다.
프랑스와 러시아가 달려들기 시작한 모양이다. 애초에 전쟁을 반대할 적에는 또
한 이라크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고 자신들이 투자한 이라크의 유전 시설들이 파
괴될까봐 그랬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속내를 이제 망설이고만 있을 수가 없으
니 본색을 드러내는 갑다. 물론 각자의 자국 이익을 생각해서 행동하는 것이야
뭐라고 할 형편이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도리 없이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
로 파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봐서 이해가 되는 장면이다.
그것도 미국을 따라가지 않겠다고 하셨던 기억이 조금은 남아있는 노대통령이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면 달리 무슨 말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혹시라도 우리는 파병은 할 수가 없다는 결정을 내려
주시지나 않을까 하는 일말의 자존심도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조금은
해 봤지만 역시 그것은 그냥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또한 예상한 일이라
고 해야 할 모양이다. 각자 자신의 이익을 생각해서 결정을 내리고 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이해를 하고도 남는다고 하는 점이다.
문제는 그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내리는 판단인지는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할 일이다. 가장 염려가 되는 점이라고 한다면 미국이 맘이 상해서 미사일을 북
한에다가 퍼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럴 가
능성도 없다고는 못할 것이다. 이미 찍혔다면 찍힌 북한이므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아직 생기지도 않은 일을 염려해서 미리 알아서 기는
것이 힘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나라의 백성은 맘이 아픈 것일 게다. 일본은 여하
튼 파병을 하지 않겠다고 말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누가 뭐래도 강국은
강국이 아닌가 싶다. 각자 자신의 목적에 의해서 판단을 하는 모양이다.
2. 우리도 우릴 생각하는 길 뿐.
세상에는 아무도 의지를 할 곳이 없음은 명백하고 이미 불타의 가르침도 그렇
게 나와 있다. ‘물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씀도 그렇고, 모든 것은 허상(虛
象)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을 본다면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할
일을 하듯이 우리도 우리대로의 할 일을 해야 할 모양이다. 누굴 위해서가 아니
고 바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겠느냐는 점을 생각해야 하겠다.
그야말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지
는 주변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까 주변의 여건은 여건이고 내 길을 가는 것은 그렇게 가야 하는 것이라고 하겠
다. 대구참사는 어느 사이에 뒷전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항상 더 큰 소
란에 적은 소란은 묻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대구 참사의 본인들은 조금도 마
음에 정리가 되지 않았겠지만, 자신과 직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또한 그 일은
잊혀져 가는 것을 탓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당연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
이기 때문이다. 당장 옆 동네의 아픔보다는 소란뻑쩍한 전쟁놀이에 대한 관심
이 우선되는 것에는 방송의 역할도 한 몫을 하는 모양이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늘 그 이야기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방송만이 아닌 모양이다. 중국
방송인 cctv4도 가끔 돌려보면 늘 이라크 이야기로 도배를 하고 있다. 역시 언론
도 당시의 인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각자 그렇게 자신의 길을 자신의 생각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봐서 모두 이해를
해야 하겠고,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것을 보고 들으면서 괜히 마음 심란하실 필요
가 없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다. 낭월학당을
찾아주시는 벗님들이라도 그 마음은 늘 잔잔한 호수처럼 한결같이 평온 하시기
를 기원드리고 싶은 것이 이집 주인의 길이라고 여기기에 괜히 조바심으로 혹
불안하시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그러실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는 생각을 전해 드
리고 싶은 것이다.
3. 오늘 할 일은 오늘 하고
요즘 낭월은 다시 중국어학원에 복학(!)을 했다. 학당 공사를 하느라고 중단했었
는데, 이제 공사도 마무리 되고 해서 다시 공부하러 다니고 있는데 여간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가면서 한자의 용도변화에 대해서 상식을 얻는 것은 덤
으로 즐거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옥편에는 없는 용도가 많이 등장을 했
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지는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든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들이다.
회(會)-모일회, 알회, 정도로 사용하는 글자이다. 그런데 중국어에서 사용하는
용도를 보니까, ‘할 수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득(得)-얻을득으로
사용하는 글자이다.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까, ‘~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이
되기도 하고, 각득(覺得)으로 사용을 할 적에는 생각을 한다로 쓰게 되는데, 이
것은 그래도 생각을 얻는다고 해도 말이 되므로 그냥 이해는 되는데 그 용도가
전혀 생소한 부분이 적지 않아서 새로운 해석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을 익히
면서 느끼는 것은 현대의 중국 책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히 중국어를 하지
않고서는 곤란하겠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체로 기본적인 용도는 그대로 지켜지고 있어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우선은 유리한 점이 있다고 하는 것에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성조이다. 중국어는 너댓가지의 음정이 있는데, 이것이 우
리에게는 상당히 생소하기 때문에 가끔 엉뚱한 웃음꺼리가 되기도 한다. 문제
는 어린 학생들은 당연히 그렇게 잘 따라서 하는데, 낭월의 생각에 가득한 한자
의 발음은 그대로 성조무시하고 발산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선생님을 혼
란스럽게 만들곤 하는데, 많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으니
아마도 몇 달은 그렇게 진행이 되어야 할 모양이다.
어제는 그제의 경기대학 강의참석으로 인해서 빠진 부분을 보충한다고 늦게까
지 강의를 듣고 왔는데, 밤늦도록 강의하시는 선생님을 위로하려고 생각을 해
봤지만 그럴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뭔가 웃겨드릴 꺼리가 없을까를 생각한
끝에 다음과 같은 조크를 날렸다.
선생:請幇我關一下窓戶(실례합니다만, 창문좀 닫아주시겠어요.)
낭월:爾沒有手碼(넌 손이 없냐)
그래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학동들은 한 바탕 웃었는데, 원래 예정된 답변은
‘沒問題’로 ‘그럼요. 도와 드리지요’ 정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식신도
없는지 한바탕 웃고서는 다시 다음과 같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沒有禮貌用語’(그건 예의가 없는 말이예요)
에구.... 그래서 혼났다. 아, 물론 위의 한자는 간자를 번체로 바꿔서 썼다. 실제
로는 간자라고해서 약자로 사용을 하기 때문에 낭월은 이것도 복병이다. 그리
고 위의 예문에서도 보이지만, 관일하(關一下)가 ‘좀 닫다’가 된다니 한자에 익
숙한 낭월은 다시 각본을 고쳐써야 하는 것이 고충이라면 고충이다. 한자의 눈
으로 본다면 ‘관의 한 아래’라고나 해야 할지.... 여하튼 나름대로 몇자 배웠다고
생각한 글자들이 그 모양을 다시 하고 나타나니 말이다. 그래도 선생님은 한국
에 혼지 한 달이 되어가니까 ‘안녕하세요’ ‘존칭어’ 정도의 말은 하게 되는데, 가
만히 생각을 해보면 나도 힘들지만 한국말을 배워야 하는 선생님의 입장은 나
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외 한국어를 배우시려느냐고 서툰 중국말로 물어봤더니 중국에도 취업난이 심
해서 한국어를 배우게 되면 한국과 연결된 회사에 취직을 하기가 쉬워서 그런다
고 하는 말을 들으면서 26살의 낭자가 외국에서 머리 나쁜 노학생들(특히 낭월)
과 씨름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래도 이번 토요일에는 함
께 대천바다를 구경시켜주기로 약속했다. 자꾸 함께 다니면 말도 배우고 한국
도 보여주고 서로 이익이 될 것으로 봐서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승낙을 한다.
뭘로 골탕을 먹일까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조금은 즐겁다. 흐흐~
하도 세상이 음울하게 느껴져서 좀 웃어보자고 몇 말씀 드렸다. 그리고 오늘도
쉬지 않는 낭월은 몇 달이 지나고 나면 중국어사이트로 낭월명리학당을 만들 다
부진 꿈을 키우고 있다는 말씀도 겸해서 드린다. 그리고 벗님께서도 오늘에 최
선을 다 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하시기를 권해 드린다. 어느 사이 빗줄기
는 멎은 것으로 보인다. 안개가 자욱하게 계룡산을 감돈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낭월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