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제18장 면상의 기본/ 8. 눈빛만큼이나 중요한 음성(音聲)

작성일
2017-05-18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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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제18장 면상(面相)의 기본(基本)


8. 눈빛만큼이나 중요한 음성(音聲)



우창이 생각에 잠긴 것을 본 상인화는 살며시 나가서 차를 끓여 왔다. 혼자서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기 위해서였다.

“자, 동생, 차도 한 잔 마시면서 궁리해.”

“아, 누님~! 마침 목이 말랐는데 미리 알고 만들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어때? 면상에 대해서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이해가 다 뭡니까?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뭐가 복잡하게 만들었어?”

“눈빛에 대해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말로 설명하기는 참으로 어렵네요.”

“원래 그게 상학(相學)이야. 그냥 이해가 되는 만큼만 이해하면 되는 거야. 눈빛에서 느낌이 드는 것을 어찌 말로 다 할 수가 있겠어.”

“아, 그게 맞는 거죠? 그럼 대략 이렇게만 이해를 하고 넘어가도 되는 거라고 정리하렵니다. 구분하려고 생각해 보니까 너무 어렵습니다.”

“눈빛을 정기(精氣)라고 할 수가 있으니 그것을 일별(一瞥)하여 바로 판단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 다만 오랫동안 생각을 하면서 살피다가 보면 문득 이것이 그것이로구나. 하고 깨달음이 생기는 거야.”

“무엇보다도 눈빛을 볼 줄 안다면 다른 것은 사소한 것으로 봐도 되겠다는 생각조차 하게 되니까 이것을 모르면 아무리 논한다고 해도 남의 다리를 긁는 것밖에는 안 되지 싶습니다.”

“그게 맞는 생각이야. 처음에는 상학이 무척이나 쉬울 것 같지만 막상 들어가 보면 그것도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는 것을 이내 알게 되지.”

“그렇지만 그러한 안목을 얻는 것은 참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동생의 스승이 혜암도인(麻衣道人)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누님.”

“나중에 스승에게 핵심을 물어보면 되겠네. 그렇게 훌륭한 스승님을 두고서도 상학에 대해서 무슨 걱정을 하는 거야?”

“아, 그런가요?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누님이 저의 혜암도인이십니다. 하나라도 지금 배울 수가 있을 적에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래. 눈빛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뭘까?”

“글쎄요. 코가 중요할까요?”

“왜?”

“코는 그 사람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건 또 왜?”

“보통 자신을 표현할 적에 자기 코를 가리키잖아요. 하하~!”

“아, 그렇구나. 그렇다면 코가 자신을 의미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겠는걸.”

“아무래도 누님의 표정을 봐서는 핵심에서 벗어난 답변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바로 알려 주세요. 경청하겠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인데 뭐.”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의 눈치도 절에 가서 젓국을 얻어먹을 정도는 되겠어.”

“정말입니까? 원래 눈치가 둔해서 늘 손해를 보는데 누님께서 그리 말씀을 해 주시니 심히 위로가 됩니다. 하하~!”

“실은 눈빛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성상(聲相)이야.”

“예? 목소리가 그렇게도 중요합니까?”

“당연하지.”

“왜 그렇습니까?”

“눈은 심장(心臟)의 기운이 표출(表出)된 것이라면 음성(音聲)은 폐장(肺臟)의 기운이 표출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으니까.”

“소리의 기관(器官)은 성대(聲帶)이고, 그것은 목에 붙어 있으니 토(土)와 연관된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물론 그렇게 생각을 해도 상관없겠지만, 소리는 폐에 들어갔던 공기가 밖으로 나오면서 성대를 통해서 나오는 것이니까 폐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오호~! 느낌이 옵니다. 그렇다면 목소리는 그 사람의 신념(信念)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역시, 척하면 착이네. 영특(英特)한 동생이야~!”

“고맙습니다. 누님의 칭찬은 우창을 춤추게 하십니다. 하하~!”

“명학(命學)에서 금(金)은 본성(本性)을 의미하지?”

“그건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그야 기본이잖아. 아무래도 동생은 이 누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아이쿠~! 죄송합니다. 하하~!”

“면상에서는 코를 자신(自身)으로 삼아 그래서 비(鼻)를 보면 자신(自身)의 자(自)와, 자신의 마음이 머무르는 터전인 전(田)과, 그것을 받든다는 공(廾)으로 구성되어 있는 거야.”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미쳐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코는 상황에 따르거나 부모의 체형(體形)에 따라서 영향을 받기도 하지.”

“그렇겠습니다.”

“그러나 목소리는 자신의 고유한 주파수(周波數)를 갖고 있는 독특한 존재이기 때문에 코의 형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문(聲紋)인 거야.”

“목소리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은 합니다만,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인 줄은 몰랐습니다.

“세상에 닮은 코는 많아도 같은 목소리는 없는 거니까.”

“과연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목소리는 어떻게 살피는 것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중(輕重)에 대한 것이라고 하겠지?”

“경중이면 가벼운 소리와 무거운 소리를 말하는 겁니까?”

“맞아, 소리가 가벼우면 마음도 가볍고, 소리가 무거우면 마음도 무겁다고 볼 수가 있는 거야.”

“그건 들으면 바로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형(五形)이 금형(金形)이고, 안광(眼光)이 깊으며, 목소리가 중후(重厚)하다면 이러한 것을 길상(吉祥)이라고 하는 거야.”

“이제는 세 가지를 서로 엮어서 판단하는 것입니까?”

“당연하잖아? 모든 것을 다 엮어야 그 사람의 바탕이 소상하게 드러나겠지.”

“점점 복잡해진다는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서 우선적(優先的)으로 봐야 할 것을 생각하라는 거야.”

“가령 오형(五形)은 화형(火形)인데, 안광은 형형(炯炯)하고, 목소리가 날카롭다면 길상(吉祥)이지만, 목소리가 침중(沈重)하다면 이것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지?”

“아하~! 그렇게 살피는 것이로군요. 제대로 일관성이 있는 형인지 혼재(混在)된 형상인지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인 거지요?”

“혼재된 형상이 되어버리면 그 사람의 심성도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경계(警戒)를 해야 할 수도 있는 거야.”

“그런데 여인의 음성(音聲)은 가볍고 경쾌한 것이 듣기 좋은 것이 아닙니까?”

“그런 목소리가 나온 여인이라면 모습도 날씬하고 몸매도 가볍고, 눈빛도 밝지 않을까? 얼굴은 토형(土形)에 가까울 수가 있겠네.”

“대충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러한 여인이라면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겠습니다.”

“지금 자원을 생각한 거지?”

“예? 제가 너무 티 나게 말씀드렸습니까? 하하~!”

“당연히 귀여워할 만한 아이야. 더구나 총명하기까지 하잖아.”

“사람의 총명하고 우둔(愚鈍)한 것은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요?”

“목소리가 명료하고 눈빛이 밝으면 총명한 거야.”

“그럼 우둔한 것은요?”

“그걸 꼭 이 누나가 말로 해야 알아?”

“기왕이면 말씀을 해 주시면 좋잖습니까? 왜 꺼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야 미뤄서 짐작하면 될 일을 무슨 좋은 이야기라고 꼭 집어서 말로 해야 하느냔 말이지. 그리고 그걸 짐작하는 것은 괜찮지만 말로 하게 되고 글로 남게 되면 보고 듣는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

“정말 여러 가지의 배려를 하시는군요. 이것은 누님의 오형(五形)이 토(土)형이기 때문입니까?”

“옳지, 그건 잘하는 거야. 가까운 곳에서부터 살펴 가는 것이 공부의 지름길이거든.”

“아하~!”

“뭐야? 깨달음을 하나 얻었단 의미야?”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뭘 깨달았기에?”

“왜 누님께서 오형을 말씀하시고 나서는 바로 눈빛과 목소리에 대해서 말씀하셨는지를 알 수가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제법인데~!”

“보통은 인상(人相)을 논할 적에 그 이목구비의 생김새를 말하는데 누님은 작용을 말씀하시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놀랍습니다.”

“동생은 천부적인 철학자임을 인정해~!”

“면상(面相)에서 작용하는 것은 눈빛과 목소리뿐 이거든. 그 나머지는 모두 원형(原形)이 있으니 변화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어. 명학(命學)으로 본다면 이목구비는 명식(命式)의 원판(原版)이라고 할 수가 있고, 안광(眼光)과 음성(音聲)은 운(運)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참으로 독특하지만 매우 깊은 철학적인 사유(思惟)가 포함된 것 같이 느껴집니다. 멋진 면상론(面相論)입니다. 과연 ‘상인화상학(尙印和相學)’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과찬은 좋지 않아.”

“과찬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누님~!”

“목소리는 어떻게 느낄 수가 있지?”

“그야 소리를 듣고 느낄 수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소리가 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소리가 나지 않다니요? 무슨 말씀이신가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나 보구나?”

“아, 벙어리를 말씀하는 것이었습니까? 그런 의미인 줄은 몰랐습니다.”

“난들 벙어리라는 말을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폄하(貶下)하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 거야.”

 

“과연……. 누님의 사려 깊음에 존경심(尊敬心)을 표합니다. 그래야 하는데 저는 늘 명료(明瞭)한 것이 최선(最善)인 줄만 알고 있었습니다.”

“말이란, 때론 명료해야 하고, 또 때론 그 명료함으로 인해서 상대에게 칼이 될 수도 있는 거야. 그래서 어느 지역의 사람들은 명료하게 하지 않고서 뜻을 전하기 위해서 ‘거시기’라는 대체(代替)하는 용어(用語)를 쓰기도 한다잖아.”

“아, 그런 말도 있었네요. 잘 알겠습니다. 그럼 말을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귀를 활짝 열고 듣겠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으면 말도 할 수가 없는 거야.”

“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귀는 귀의 기능이 있고 말은 말의 기능이 있는데 말을 못한다고 해서 귀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동생은 농아(聾啞)라는 말을 못 들어봤구나.”

“처음 들어봅니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까?”

“엄마가 아기를 키우면서 말을 하지 못하면 귀가 들리는지를 살펴야 하는 거야.”

“그건 왜 그렇습니까?”

“말은 흉내로 시작하잖아.”

“그렇지요. 부모의 말을 따라서 흉내를 내면서 말을 배운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소리가 안 들리면 그 아이에게 소리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거야. 그러니까 말도 할 수가 없는 것이지. 그래서 농(聾)과 아(啞)는 같이 붙어 다니게 되어있는 거야.”

“아, 자원에게서도 이러한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소리가 나오는 기관(器官)은 폐(肺)가 되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귀의 기능도 발달을 할 수가 없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농아라는 말이 붙어 다니는 거야.”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전혀 그러한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늘 온전한 사람들과 만나다가 보니까 그렇게 된 거야.”

“그렇다면 소리가 나지 않는 사람은 그 상을 어떻게 봅니까?”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들어 볼 수가 없잖아?”

“그래서 말입니다.”

“그런데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도 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해 봤어?”

“예? 그야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당연하지만 생각을 해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야.”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금생수(金生水)의 이치야.”

“금생수라니요? 소리를 듣는 것과 금생수가 무슨 관계입니까?”

“어허~! 오행공부를 발바닥으로 하셨나?”

“목소리는 폐에서 나오니까 금(金)이 되고, 듣는 것은 신장에서 나오니까 수(水)가 되어서 금생수입니까?”

“옳지, 그렇게만 해도 중간은 가겠네.”

“오행의 이치가 여기에서도 쓰인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과연 누님의 오행 상식은 도대체 어디까지입니까?”

“그냥 약간의 상식일 뿐이야.”

우창은 새삼 상인화의 풍부(豊富)한 상식과 따스한 인품(人品)에 점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