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10. 동지(冬至)와 입춘(立春)사이

작성일
2017-05-0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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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10. 동지(冬至)와 입춘(立春)사이

월률분야에 대해서 이해를 하게 된 우창이 다시 월령의 관계에 대해서 고월에게 질문을 했다.

“내친김에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오, 뭔가? 어서 말해 보시게.”

“절기(節氣)와 월지(月支)의 기준에 대해서 말이네.”

“아, 그야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이렇게 정리를 하면 되겠는가 봐 주시게.”

이렇게 말을 한 우창이 절기와 월령에 대해서 생각을 말했다.

“인월(寅月)은 입춘(立春)을 기준으로 삼으면 된단 말이지?”

“알고 있는 그대로일세.”

“그런데 한 해의 시작을 입춘으로 하는 것은 왜 그런지도 궁금한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될까?”

“아, 사실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걸.”

“그렇다면 소중한 고월의 가르침을 받도록 해야지. 설명을 기다리겠네.”

“이 땅의 관점으로 봤을 적에, 태양의 시작은 언제라고 하면 되겠는가?”

“그야 당연히 동지(冬至)가 아닐까?”

“그렇군. 그렇다면 이 땅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시작은 언제라고 하면 좋을까?”

“그야 봄이라고 해야 하겠군.”

“왜 시작의 기준점이 서로 다른가?”

“그야, 비록 동지에 태양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을 하지만 정작 다른 사물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는 까닭이겠지.”

“그 잠은 언제 깨어나는가?”

“그야 봄에 깨어나니까 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봄이 시작된다는 의미로 입춘(立春)이 아니겠는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자원이 불쑥 끼어들었다.

“임싸부~! 저도 궁금한 것이 있어요.”

“자원이 궁금한 것은 무엇인지 말씀하시게.”

“자연에 인간도 포함이 된다면 자연과 더불어서 동지부터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야 당연하지.”

“자연은 동지부터 시작되고, 인간은 입춘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뭔가 너무 편리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죠.”

“그래서 기문둔갑(奇門遁甲)에서는 동지(冬至)를 시작으로 삼고 논하는 이치를 사용하고 있다네.”

“아, 그런가요? 그런데 왜 자평학(子平學)은 동지가 아니라 입춘을 논하는 것인가요? 큰 테두리가 우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아마도 명학(命學)도 당연히 그랬을 것으로 보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에 대해서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다고 봐야 하겠지.”

“그렇다면 분류(分類)가 일어난 것일까요?”

“오, 그것참 의미 있는 생각이로군. 인간에게 맞는 흐름을 찾아내고 그 시작점이 입춘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보면 되겠네.”

“그러한 것을 유추(類推)할 수가 있는 자료도 있을 것이 아녜요?”

“물론이지. 「축사문(逐邪文)」이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이라네.”

고월이 이렇게 말하고 경문을 외웠다.

천개어무자지방(天開於戊子之方)

지벽어기축지방(地闢於己丑之方)

인생어경인지방(人生於庚寅之方)

고월이 말하는 축사경을 듣고 보니까 우창은 예전에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아, 그것은 전에도 설명을 해 준 적이 있었네.”

“그랬었지? 그렇다면 우창이 자원을 위해서 풀이를 해 주게.”

듣고 있던 자원이 다시 말했다.

“어? 그건 육십갑자에서 나오는 한 부분이기도 하잖아요? 무자, 기축, 경인, 신묘의 대목인걸요.”

우창이 자원에게 이해가 되도록 설명했다.

“맞아. 이에 대해서 의미를 생각해 보면 한 해의 하늘은 자월(子月)에 열리고, 하루의 하늘은 자시(子時)에 열리는 이치라고 보면 되지.”

“그렇다면, 한 해의 땅은 축월(丑月)에 열리고, 하루의 땅은 축시(丑時)에 열린다는 뜻이잖아요?”

“역시~!”

“자원도 이제 말귀 깨나 알아듣죠? 호호호~!”

“그러니까 말이야. 겸손만 3푼 추가하면 정말 멋진 학인인데 말이지. 하하하~!”

“겸손은 지금 필요치 않아요. 공부할 적에는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나대야 하나라도 얻어걸리죠. 호호~!”

“아무렴. 우리 공부방의 양념이니까. 하하~!”

고월이 자칫 딱딱하기 쉬운 분위기를 적당한 흐름에서 풀어주는 자원의 역할이 가끔은 고맙기도 해서 맞장구를 쳤다. 그 말을 듣고 자원은 신이 났다.

“역시~! 임싸부께선 뭘 아신다니까요. 그에 비하면 진싸부는 확실히 한수 뒤지는 것이 분명해요. 호호호~!”

우창도 마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자원이 우창을 향해서 입을 한 번 삐쭉하고는 말을 이었다.

“사람의 한 해는 인월(寅月)에 시작되고, 사람의 하루는 인시(寅時)에 시작된다는 뜻이죠?”

우창이 자원의 명쾌한 정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원이 더욱 신나서 말했다.

“정말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네요. 그렇다면 이러한 기준은 입춘을 사람에게 시작으로 삼는다는 이치에 적용이 될 수가 있겠어요.”

“그렇다면 이해가 된 것으로 볼까?”

“다시 의문이 생겼어요.”

“뭔지 말해 보시게.”

“왜 하필이면 갑자(甲子)도 병자(丙子)도 아닌, 무자(戊子)에 하늘이 열릴까요?”

“오호~! 과연 자원의 총명함은 탁월(卓越)하군.”

“엄머~! 제가 기특한 생각을 한 것인가요? 호호호~!”

“그렇고말고~!”

“어서 설명해 주세요. 저는 그게 궁금할 뿐이에요.”

우창은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자원을 위해 잠자코 있었다. 고월도 그것을 알고서는 자원을 위해서 다시 설명했다.

“무토(戊土)는 하늘이고, 기토(己土)는 땅이라는 이치만 알면 된다네.”

“그야 이미 배웠잖아요? 아하~! 그래서~!”

“맞아. 자(子)는 다 같은 자가 되지만 하늘이 열리는 자는 무자(戊子)밖에 없기 때문이라네.”

“그래서 땅이 열리는 축(丑)은 기축(己丑)이 되는 것이었군요?”

“정확한 이야기야. 그렇다면 인(寅)은 왜 경인(庚寅)일까?”

“아마도 제 생각이 맞다면, 경(庚)은 인간(人間)의 주체이고 본성으로 봤다는 것을 이미 그 안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역시~!”

“다시 또 놀랍네요. 하충 선생이 설마하니 벽사문을 보고서 인간의 본성을 경금(庚金)이라고 한 것이었을까요?”

“그야 모르지만 고인의 지혜에는 늘 감탄을 하게 된다네.”

“정말이에요~! 또 놀라고 있어요. 호호~!”

그 말을 듣고서 우창도 자원의 생각에 감탄했다.

“아하~! 과연 자원의 생각은 어디로 튈지 모르겠군. 그래서 고인들이 입춘을 인생(人生)의 시작점으로 삼고 연구하는 것이 명학(命學)이라는 말인가? 오, 공감되는 이야기로군.”

고월이 이에 대해서 말했다.

“물론이지. 듣자니까 서역인들은 춘분(春分)을 시작으로 삼는다니까 우리보다 다시 45일이 더 늦은 시점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더군.”

“그들은 왜 그렇게 더 늦은 시점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게 되었을까?”

우창의 질문에 고월이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좀 복잡한 천문의 이야기인데 인내심을 갖고 들어주려나?”

“참으로 적절한 곳에서 소중한 이야기를 하나씩 흘려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지. 어서 말해 주시게.”

“자원은 이미 머리를 다 비워놓고 기다리는 중이에요. 호호~!”

두 사람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을 보고서야 고월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동지에는 태양이 남회귀선(南回歸線)을 통과하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는가?”

“처음 듣는 말이네.”

“그렇다면 북회귀선(北回歸線)도 모르겠군?”

“그것조차도 처음 듣는 말인걸. 북쪽의 회귀선이란 말인가?”

“하지(夏至)를 다른 말로 북회귀선이라고 한다네.”

“그렇다면 동지를 남회귀선이라고 하겠군.”

“하하하~! 맞았네. 그렇다면 남회귀선과 북회귀선의 중간에는 무엇이 있을까?”

“중간은 또 뭔가?”

“태양이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에 통과하는 지점을 적도(赤道)라고 말한다네.”

“그건 들어 본 것 같은걸.”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었나 보군.”

“황도(黃道), 백도(白道), 적도(赤道), 흑도(黑道)가 모두 천문학(天文學)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아, 들어봤던가? 그렇다면 어디 우창의 설명을 좀 들어볼까?”

“어디 그것을 설명할 주변머리가 되겠나. 그냥 이름만 들었다네.”

“적도에 태양이 통과하는 시점을 서역인들은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다네.”

“그렇다면 입춘은 동지와 춘분의 중간이 아닌가?”

“맞아. 기간을 보면 딱 그 중간을 입춘이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지.”

“그것참 신기하군. 왜 서역인들은 입춘이 아닌 춘분으로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을까? 아니, 그보다도 그렇게 했다는 근거(根據)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가 더 궁금하군.”

“아, 그들은 명학(命學)을 간지(干支)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천상(天上)의 성도(星圖)를 사용한다더군.”

“천상의 성도라면 이십팔수(二十八宿)의 성군(星君)을 사용해서 추명(推命)한단 말인가?”

“그런데 이름이 사뭇 달라.”

“그들이 사용하는 이름이 어떻기에 다르다고 하지?”

“우선 그들이 사용하는 것은 12개의 별자리라는 거지.”

“오호~! 재미있는걸. 이 땅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사람의 운명을 이 땅에 적용되는 간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머나먼 하늘의 별자리를 통해서 살펴본다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허망스러운 느낌도 드는걸.”

“아마도 그들의 주생활이 별빛이 흐르는 밤에 주로 활동을 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더군.”

“환경에서 얻어진 기술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 상식을 넓히는 의미에서 그들이 말하는 별자리를 좀 알려 주셔보게.”

우창의 부탁을 받은 고월은 별자리의 이름을 적었다.

백양궁(白羊宮) 춘분(春分) 묘월(卯月) 양자리

금우궁(金牛宮) 곡우(穀雨) 진월(辰月) 황소자리

쌍자궁(雙子宮) 소만(小滿) 사월(巳月) 쌍둥이자리

거해궁(巨蟹宮) 하지(夏至) 오월(午月) 큰게자리

사자궁(獅子宮) 대서(大暑) 미월(未月) 사자자리

처녀궁(處女宮) 처서(處暑) 신월(申月) 처녀자리

천칭궁(天秤宮) 추분(秋分) 유월(酉月) 천평자리

천갈궁(天蠍宮) 상강(霜降) 술월(戌月) 전갈자리

인마궁(人馬宮) 소설(小雪) 해월(亥月) 궁수자리

산양궁(山羊宮) 동지(冬至) 자월(子月) 염소자리

보병궁(寶甁宮) 대한(大寒) 축월(丑月) 물병자리

쌍어궁(雙魚宮) 우수(雨水) 인월(寅月) 물고기자리

고월이 적어놓은 내용을 보면서 우창이 말했다.

“십이궁(十二宮)이 되다 보니까 절기와도 맞게 되었나 보군.”

“절기 중에서 지지(地支)의 월령은 초기(初氣)를 사용하는데 서역인들은 중기(中氣)를 사용한다는 것이 또 묘한 대비(對比)를 이루게 된다네.”

“그것은 왜 그럴까?”

“우리 동양의 사람들은 질(質)보다 기(氣)를 우선하는데, 우리의 반대편인 서양인들은 기보다 질을 우선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네.”

“아하, 그래서 입춘을 시작으로 본 우리와는 달리 그들은 봄의 작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춘분을 시작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로군. 일리가 있네.”

“우와~! 임싸부는 참 아는 것이 많아서 얼마나 좋으실까요. 저는 듣느니 처음이라서 얼떨떨하기만 해요.”

“자원은 그냥 몰라도 되는 거야. 호기심이 많은 우창에게나 필요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 하하~!”

“싫어요. 그래도 공부해서 저도 누군가에게 아는 척도 좀 하고 싶어요. 호호~!”

이야기를 듣고 난 우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자원은 이지(二至)와 이분(二分)의 의미를 알까?”

“그건 또 뭐죠? 처음 듣는 것이 많아서 너무 행복해요. 설명해 주세요.”

“이지는 동지(冬至)와 하지(夏至)를 말하는 거야. 갈 곳까지 가서 더 이상 가지 못하는 것을 지극(至極)하다고 말하잖아. 그러니까 동지에는 태양이 더 이상 짧아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하지에는 반대로 밤이 더 이상 짧아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아, 그렇구나. 처음 들었어요. 그렇다면 이분(二分)은 춘분(春分)과 추분(秋分)인가요? 서역인들이 춘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맞아. 지(至)와 분(分)을 제외하면 뭐가 남지?”

“그러면, 춘분, 하지, 추분, 동지이니까 춘하추동(春夏秋冬)이 남잖아요? 아항~! 그래서 일년(一年)의 사계절이 춘하추동인가요?”

“맞아, 고인들의 천문학으로 인해서 이러한 것을 저절로 알게 되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를 지경이라네. 하하~!”

“인학(人學)을 공부하면서도 천학(天學)과 지학(地學)을 겸해서 알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삼조(一石三鳥)네요. 호호호~!”

지원의 말을 들으면서 고월도 월률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 것으로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월률분야보다는 인원용사를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의문을 갖지 않아도 되겠네.”

우창이 정리 삼아서 한마디 했다.

“월령에서 5할의 인성(印星)이나 비겁(比劫)을 얻으면 강자(强者)가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네. 그러니까 5할의 인겁(印劫)을 만나지 못하면 약자(弱者)가 되는 것을 기본(基本)으로 삼는다네.”

그러자, 자원이 다시 이해하기 위해서 질문을 던졌다.

“임싸부의 말씀을 실제 상황에 적용한다면, 갑을(甲乙)은 인묘진(寅卯辰)월과 해자(亥子)월에 출생했다면 5할의 이상이 되는 거란 말이죠?”

“정확한 판단을 한 자원이네. 하하~!”

“그렇다면, 갑을이 신유술(申酉戌)월이나 사오(巳午)월에 태어나면 5할이 되지 않아서 약자(弱者)에 해당한다는 것도 틀림없는 거잖아요?”

“맞아, 그래서 5할 이상의 인겁을 만나면 득령(得令)이라고 하고, 강자(强者)라고 하는 것이라네.”

“5할이 되지 못하면 실령(失令)이라고 하고 약자(弱者)라고 부르나요?”

“옳지 잘 정리하고 있네.”

“그러니까 인겁을 많이 만나야만 강자가 되는 것이로군요.”

“틀림없는 판단이네.”

“결론은 인겁이 많아야 좋다는 것이기도 한 건가요?”

“좋다거나 나쁘다는 생각은 아직 이르지.”

“아, 그냥 하나의 상황으로만 보란 말씀이죠?”

“그렇게만 보면 된다네. 일단 월령(月令)의 상황에 따라서 강자(强者)와 약자(弱者)로 나누는 첫 공식이 된다고만 보면 되니까.”

“도대체 강자와 약자로 보는 공식이 몇 가지나 되는 거예요?”

“세 가지~!”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또 60가지라도 되나 싶어서 지레 겁먹었어요.”

“그야 6백 가지가 넘으면 또 어떻겠어? 한발 한발 다가가면 언젠가는 끝이 나게 되어있는 건데. 하하~!”

“그야 임싸부와 같은 천재들에게 해당하는 말이죠. 저는 머리가 터져버리고 말 거예요.”

“괜한 엄살은~!”

“그럼 두 번째로 봐야 할 것은 뭐죠?”

“일지(日支)를 보면 되네. 이치는 월령(月令)과 같으니 새로울 것은 없다고 생각해도 되겠군.”

“일지에서도 인겁이 5할이면 강자가 되고 미만이면 약자가 된단 말씀인 거지요?”

“잘 이해하셨군. 그렇게 하면 된다네.”

“알았어요. 월령에서 자세히 이해하게 되어서 일지는 그저 먹기로 넘어가도 되겠어요. 참 호칭은 어떻게 하죠?”

“득지(得地)라고 하거나 실지(失地)라고 하면 되네. 앉은 자리는 땅과 같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인가 싶군.”

“알겠어요. 그럼 이제 나머지 하나만 알면 되겠네요. 그건 뭐죠?”

“세력(勢力)이라네.”

“세력이라면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일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글자 중에서 5할 이상인 인겁이 세 글자 이상이면 강세(强勢)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약세(弱勢)가 되는 것이지.”

“강세가 되면 득세(得勢)라고하고, 약세가 되면 실세(失勢)라고 하는 거겠네요?”

“맞아. 모든 것은 득실(得失)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는 거니까.”

“이것은 천간이든 지지든 같이 보는 것이겠지요?”

“오, 매우 중요한 것을 말했네. 천간의 경우에는 인성(印星)은 4할로 보고, 비겁(比劫)은 3할로 본다는 것을 참고해야 하거든.”

“아하 글자의 숫자로만 봐서 안 되는 것이었네요. 그럼 조금 복잡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궁리해야지.”

“그런데 왜 천간의 인겁은 5할을 논할 수가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기운(氣運)이 물질(物質)의 힘을 따르긴 어렵다고 보는 까닭이라네.”

“계(癸)와 자(子)의 힘은 그렇게 차이가 난단 말인가요?”

“그러니까 갑(甲)이 계(癸)를 만나면 4할이 되고, 자(子)를 만나면 10할이 된다고 이해를 하라는 뜻이라네.”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또 갑(甲)이 을(乙)을 만나면 3할이 되고, 묘(卯)를 만나면 10할이 된다는 것도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지?”

“그러니까, 갑은 갑(甲)을 만난 것과 신(申)을 만난 것의 비중이 같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단 말이죠?”

“이제 세력에 대해서도 제대로 정리가 되었군. 그럼 준비 완료라고 해도 되겠네.”

“부억(扶抑)의 이치가 복잡해 보여도 막상 설명을 들어보니까 오히려 간단해 보이기도 해요. 이 정도라면 어렵지 않겠어요.”

“그렇지? 원래 모르면 복잡하지만, 알고 보면 단순한 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