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11. 강자(强者)와 약자(弱者)
작성일
2017-05-04 06:19
조회
4210
[194]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11. 강자(强者)와 약자(弱者)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자원이 말했다.
“임싸부의 말씀을 정리해 보면, 첫째는 월령에서 득실(得失)을 보고, 다음으로는 일지에서 득실을 보고, 마지막으로 세력에서 득실을 보면 된다는 말씀인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정리 삼아서 적었다.
제일(第一)은 월령(月令)의 득실(得失)
제이(第二)는 일지(日支)의 득실(得失)
제삼(第三)은 세력(勢力)의 득실(得失)
“맞아. 그대로 적용하면 대략 8할은 강자인지 약자인지 판단을 할 것으로 봐도 될 거네.”
“예? 8할이면 나머지 2할은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다소 복잡(複雜)하고 미묘(微妙)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네. 그것은 공부가 깊어 가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지만 처음에는 약한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까닭이라네.”
“그러니까 셋을 다 얻으면 강이 되나요?”
“아, 셋 중에 둘만 얻으면 강이 되는 것으로 보면 되지.”
“아하~! 셋 중에 둘만 해당하면 강이고, 하나만 해당하면 약이란 말인 거예요? 그건 간단해서 맘에 드네요. 호호~!”
“간단하면서도 난해하기도 하지. 하하~!”
“어쨌거나,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판단을 한 다음에 삼중득이(三中得二)하면 강자이고, 득일(得一)하면 약자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네. 대입하다가 보면 예상외로 복잡한 경우도 발생하고 난해한 상황도 생겨나겠지만 또 그만큼 안목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네.”
“그래도 기본형인 3단계만으로 8할을 감당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하겠어요. 아직 공부가 부족한 자원에게는 8할이라도 너무나 충분해요. 나중에 깊은 공부가 되면 그 2할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경우에 강이 되고 약이 되는지를 보여주세요.”
“사주를 보면서 이해를 시켜 달란 말이지?”
“맞아요. 실제의 사주에서 어떻게 그 문제가 해결되는지 알려주세요. 그래야 기억에 팍팍 꽂힐 것 같아요. 호호~!”
“그럼 내가 자료를 보여 줄 테니까 자원이 답을 찾아보게.”
그러면서 사주를 적었다. 그것을 보면서 궁리하던 자원이 답을 했다.
“이 사주는 월령은 10할이니 득령(得令)이고, 일지도 10할이니 득지(得地)에다가, 세력은 전체에서 인겁(印劫)이 다섯 자가 되니까 득세(得勢)로 봐서 강자(强者)라고 하면 되겠어요.”
자원의 정확한 답변에 고월이 말을 이었다.
“강자(强者)는 일강(日强)이라고 하고, 약자(弱者)는 일약(日弱)이라고 한다는 것도 참고로 알아주면 되겠네. 여기에서 일강(日强)은 주체인 일간(日干)의 상황을 의미하지.”
“아하~! 잘 알겠어요. 제가 잘 한 건 맞죠?”
“너무 쉬웠는가? 조금 어려운 것도 봐야 되는데. 하하~!”
그러면서 다시 하나의 사주를 적었다. 이번에도 가만히 지켜보던 자원이 골똘하게 생각했다.
“이것은 조금 어려워 보여요. 음… 실령(失令), 득지(得地), 실세(失勢)로 봐야 하겠네요. 그럼 약자(弱者)에 속하니까 일약(日弱)이라고 해야 하겠죠?”
“잘 판단했어. 별로 어려울 것도 없지?”
“처음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는데, 또 분석해 보니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네요. 임싸부의 가르침 덕분이에요. 뭔가 공부가 한 단계 상승(上昇)한 기분이 드는 것은 착각(錯覺)일까요?”
“착각이 아니지. 실제로 이 공부를 이해했다는 것은 상당한 중급자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네.”
그러면서 하나의 사주를 또 적었다. 다시 살펴보던 자원이 말했다.
“이 사주는 득령(得令)하고, 실지(失地)하고, 득세(得勢)를 했으니까 일강(日强)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정말 가르쳐 주신 대로 풀어보니까 어렵지 않게 강자와 약자를 구분할 수가 있겠는걸요. 이게 설마 자만심은 아니겠죠?”
“자만심(自慢心)이라니, 제대로 잘 판단하고 궁리한 것이니 자신의 실력이라고 해야 하겠지. 그만하면 강자와 약자에 대한 기준은 얻었다고 하겠네.”
“어머, 고마워요~! 임싸부 덕분에 자평학의 공부가 점점 깊어지는 느낌이에요. 호호~!”
“이제 ‘부지억지(扶之抑之)’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준비가 된 것 같군.”
“정말이네요. 그것을 설명하시기 위해서 이렇게도 많은 공부가 필요했었다는 것을 이제 기억했어요. 그리고 그 말의 뜻도 이해가 되었거든요.”
비로소 강자(强者)와 약자(弱者)에 대한 분류법(分類法)을 이해한 우창과 자원이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고월은 긴 이야기에 목이 말랐던지 물을 한 잔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약자(弱者)로 판단이 된 사주는 인겁(印劫)으로 돕는다면 균형을 맞출 수가 있겠지?”
“당연하죠. 인겁으로 돕는다는 것은 결국 약한 일간의 힘을 북돋워 주는 역할이었단 것이네요?”
“맞아. 바로 그 이야기였어. 그래서 체용(體用)의 도를 찾아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논하게 된 것이라네.”
“여기에서 말하는 체와 용의 뜻을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뭔가 깊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단 말이죠.”
“이제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이 되어가는군. 질문을 참 잘했단 말이네.”
“정말요? 제대로 한 질문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생각이 나는 대로 던지는 건데 가끔은 제대로 얻어걸리기도 하는 것이 신기해요. 호호호~!”
“얻어걸리는 것이 다 뭔가. 실력이 나날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있는 소식인 것을 너무 과소평가(過小評價)하시는군. 하하~!”
“빈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 주시니 힘과 용기가 펄펄 나요~!”
“여기에서 말하는 체용의 체는 사주의 원국(原局)을 의미하기도 하고, 일간(日干)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네.”
“아하~! 그 체는 일간(日干)의 주체(主體)였군요. 호호~!”
“그다음에 사주에서 용(用)을 찾는 것이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이제야 말을 할 수가 있단 거네.”
“임싸부~!”
“왜 그러시나?”
“답답해서 돌아가시겠죠?”
“그건 무슨 말인가?”
“위로를 해 드리는 거예요. 호호~!”
“아, 난 또. 하하~! 괜찮아. 누군가 알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설명하는 것은 즐거울 따름이라네.”
“사주의 일간이 체가 되면 용은 어떻게 작용하게 되나요?”
“균형점(均衡點)으로 작용하지.”
“이미 말씀하신 것이었네요?”
“그 균형점의 이름을 ‘용신(用神)’이라고 한다네.”
“예? 용신이라고 한다고요?”
“왜? 이름이 좀 이상한가?”
“처음 듣는 말이어서 그렇겠죠. 용(用)은 알겠는데, 신(神)이 붙어서 좀 이상하기는 하네요. 그러니까 사주의 균형을 잡아주는 오행을 용신이라고 한단 말이죠?”
“그렇겠구나. 신(神)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약자를 보필하는 용신은 인성(印星)이나 비겁(比劫)에서 담당하게 되겠지?”
“아하~! 그렇겠네요. 오히려 결과는 쉽게 나오는걸요.”
“간단히 요약(要約)하자면, 약자에 해당하는 사주라면 용신은 인겁(印劫)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라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창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감탄했네. 그렇게도 복잡(複雜)하고 다단(多端)한 이론들을 일소(一掃)하는 획기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왜 아니겠나? 이것은 경도 스승님이 할 수가 있는 가장 빛나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듣고 보니, 체용(體用)장에 깃든 함의(含意)는 만단설화(萬端說話)를 모두 묶어서 요약(要約)한 것이라고 하겠네. 참으로 놀랍군.”
“역시 우창은 그 진가(眞價)를 알아보는군. 강호의 뭇별같이 술사(術士)들은 이렇게 명쾌(明快)한 가르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만 열심히 하고 있다네.”
“그것을 알고서도 짐짓 따르지 않는 술객들의 마음은 또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존에 쌓아놓은 자신의 명성(名聲)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기에는 도량이 부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
“이렇게도 간명(簡明)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오늘 고월에게 배웠으니 나와 자원은 과연 천문복(天文福)을 타고 났다고 해야 하겠군.”
“아니, 그런 복도 있었나?”
“당연하지. 하늘에서 글의 복을 주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러한 책이며 가르침을 받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네.”
“아, 난 또. 축하드릴 일이었군. 하하~!”
“체용의 의미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꿈엔들 알 수가 있겠느냔 말이네.”
“알았네. 알았어. 어서 가르쳐 달라는 압박(壓迫)이 마구 짓누르는군.”
“다시 집중하겠네. 어서 약자에 대한 해결책을 풀이해 주시게.”
“잘 들어보시게. 이제 조금 더 다가가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네.”
“귀를 씻고 마음을 활짝 열었으니 어서 말해 주시게.”
“사주의 구성에서 관살(官殺)이 많아서 약자가 될 수가 있겠지?”
“그렇겠군.”
“이러한 경우에는 인성(印星)이 있으면 관살(官殺)이 생인(生印)하고 인생아(印生我)해서 사주의 균형을 잡아주니까 인성을 용신(用神)이라고 한다네.”
“오호,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게 생각되는걸. 그것이 체용이었다니 완전히 상상을 초월하는 곳에 체용의 뜻이 있었군.”
“원래 아는 것만큼 보이는 법이지 않은가. 하하~!”
“그렇다면, 사주에 인성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없으면 비겁이라도 임시용신으로 삼아놓고서 인성이 운에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네.”
“오호~! 공감이네. 오늘 새롭게 눈을 뜨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진싸부~! 명학에 대한 안목이 오늘 이전과 오늘 이후로 나눠질 것 같아요. 여태 공부한 것은 결국 기초를 닦은 것이었다는 것을 명료(明瞭)하게 알겠단 말이죠.”
“왜 아니겠나. 체용의 이치에서 완전히 감탄하네.”
“사주의 구성에서 식상(食傷)이 많아서 약자(弱者)가 될 수도 있을 것이네.”
“그렇겠지. 그러한 경우에는 또한 인성(印星)을 용신(用神)으로 삼아서 식상을 견제(牽制)하고 일간을 돕는 것으로 된다고 생각하면 되지 싶은데 어떤가?”
“정확히 판단했네.”
“오호~! 이거 재미있는데~!”
“또, 재성(財星)이 많아서 약자가 된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번에는 자원이 답을 했다.
“재성이 많으면 재성을 극하는 비겁(比劫)이 용신(用神)이겠어요.”
“일리가 있는 판단이네. 물론 비겁도 약자가 될 수 있으므로 결국은 인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端緖)는 붙여놔야 할 것이네.”
“그렇다면 식재관(食財官)이 모두 섞여 있어서 약자(弱者)가 된 경우에는 어떻게 하죠?”
“결국은 인성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
“그렇구나! 결국은 약자용인(弱者用印)이라는 말이 아닌가?”
“맞는 말이네. 약자는 인성만 있으면 균형을 얻고 살아가는 여정에도 평탄하기를 기대할 수가 있으니까.”
“그런데, 강하게 될 가능성보다 약하게 될 가능성이 더 많은 것이지?”
“옳은 이야기네, 일간을 돕는 것은 인겁(印劫)의 두 오행이고, 약하게 하는 것은 식재관(食財官)의 세 오행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3대2가 되니 어차피 부족하게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하겠군.”
“왜 아니겠는가. 그래서 경도 스승님도 약자(弱者)를 앞에 놓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군.”
“원문에서 ‘득기의(得其宜)’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이야기인가?”
“맞아. 그 올바름을 얻어야만 균형을 이룰 수가 있으니까 말이네.”
“만약에 약자(弱者)도 아니고 강자(强者)도 아닌 형태의 균형을 이룬 사주는 없겠는가?”
“당연히 있지.”
“만약에 그러한 사주가 있다고 하면 이때는 용신을 무엇으로 삼는가? 이미 균형을 이뤘으니 용신이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런 경우에는 강자의 기준에 준한다네.”
“왜 그런가?”
“이미 운신(運身)의 폭을 얻었다고 보기 때문이라네. 물론 균형에 가까운 사주이기 때문에 특별히 용신에 대한 간절함은 크지 않으니 좋은 사주라고 할 수 있지.”
“아, 좋은 사주란 불강불약(不强不弱)의 사주라고 하면 되겠나?”
“당연히 가능하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인데 이미 갖춰졌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겠느냔 말이지.”
“듣고 보니까 또 궁금한 것이 생겼네.”
“뭔가?”
“만약에 약자를 도와줄 인성이 있다고 할 경우에 그 인성이 강한 것과 약한 것에 따라서 삶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은 타당성이 있는 생각인가?”
“당연히 용신은 뿌리가 튼튼해서 힘이 강해야 어떤 풍파(風波)를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켜줄 것이 아닌가?”
그러자, 자원이 그 뜻을 이해하고는 손뼉을 쳤다.
“아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약자를 돕는 것은 인겁인데, 그 인겁조차도 약하다면 참으로 삶의 여정이 고난(苦難)으로 얼룩지겠단 말이잖아요.”
“오호~! 제대로 파고 들어가는군. 맞는 말이네.”
“만약에 용신이 된 인성이 재성을 만나서 손상(損傷)되면 또 어떻게 되는 걸까요?”
“상황이 그렇게 된다면 그의 삶도 도처에서 장애(障碍)를 만나서 힘겨운 나날이 되겠지.”
“정말, 용신의 한 글자가 갖고 있는 역할은 참으로 지대(至大)하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겠어요.”
“당연하지. 보필하는 자가 허약하다면 도움을 받을 사람이 얼마나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네.”
“그렇다면, 비록 약자라도 인성이 옆에 있고, 뿌리도 튼튼하고 인성은 재성의 공격을 받지 않고 오히려 관살의 보호를 받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균형을 제대로 이룬 사주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옳은 말이네. 체용의 이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군.”
“자꾸 칭찬을 해 주시니까 마음이 붕붕 떠오르잖아요. 다시 여쭙겠어요.”
“그래 얼마든지~!”
“만약에 연주(年柱)에 재성이 있고, 월주(月柱)에 관살이 있고 일지(日支)에 인성이 있으며 시주에는 식상(食傷)이 있다면 이러한 사주는 좋은 사주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참으로 이루기 쉽지 않은 구조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또한 아름다운 사주라고 할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매우 좋은 사주라고 할 것이네.”
“또 다른 경우로, 약자의 경우에 인성은 연주에 있고, 월주에는 재성이 있어서 연주의 인성을 극하고, 일지에는 관살이 있고 시주에는 식상이 있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아마도 좋다는 말하기가 어렵겠죠?”
“당연하지. 자원의 생각이 연월일시를 헤집고 날아다니고 있으니 머지않아서 명학의 요지(要旨)인 ‘득기의(得其宜)’를 깨닫게 되겠는걸.”
“그렇게만 된다면,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걸요. 그렇지만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공부를 진행해야죠.”
“능히 그렇게 될 것이네.”
“다시 여쭐게요. 만약에 약자로 판명(判明)이 된 사주에 인성도 전혀 없고, 비겁조차도 전혀 없다면 이때에는 ‘체(體)는 있으나, 용(用)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겠는데 어떻게 하죠?”
“그것은 최악(最惡)의 경우라고 해야 하겠지. 비록 재성의 극을 받았더라도 원국에 있는 것보다도 못하다고 해야 할 것이니까.”
“아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설명하시는 이야기를 들어본 바에 의하면, 결국 체용의 이치는 하루아침에 완성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어요.”
“맞아, 하나의 학문이 자리를 잡고 활용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지.”
“말씀하신 대로, 많은 시간을 두고 연구와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관명이 가능하다고 보겠어요.”
우창이 자원을 위해서 설명을 보충했다.
“관명(觀命)이란 말은 사주를 보는 것이라서, ‘관명’이라고 한 것이지? 재미있는 말이군. 관명이 있으면 독명(讀命)도 있겠지?”
“아, 독명이라면, 명조(命造)를 읽는다는 뜻이 독명이네요? 처음에 공부하는 사람은 관명의 단계에 도달하도록 독명의 과정을 필히 거치는 수밖에 없다고 보여요.”
고월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제대로 상황을 설명했네. 그렇게만 이해하고 파고들면 약자에 대한 용법(用法)은 제대로 정리가 될 것으로 봐도 되겠네.”
“정말 소상(昭詳)한 가르침으로 체용의 이치에서 절반은 깨달았다고 해도 되겠어요. 물론 핵심의 이치를 알고 난 것은 8할은 마무리를 했다고 봐도 되겠는걸요.”
“그렇다고 봐도 될 거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점점 이치가 밝아짐을 느끼면서 우창과 자원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휴식시간을 갖기로 하고, 강약에 대한 정리에 몰입했다.
“두 싸부님 덕분에 오늘은 너무 많은 공부를 먹어서 소화불량에 걸리겠어요. 며칠 정리하고 또 공부해야겠어요.”
그러자 우창도 이에 동의하고는 각자 시간을 두고 정리한 다음에 다음 구절을 공부하기로 하고 일단은 잠시 쉬기로 하고 헤어졌다.
11. 강자(强者)와 약자(弱者)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자원이 말했다.
“임싸부의 말씀을 정리해 보면, 첫째는 월령에서 득실(得失)을 보고, 다음으로는 일지에서 득실을 보고, 마지막으로 세력에서 득실을 보면 된다는 말씀인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정리 삼아서 적었다.
제일(第一)은 월령(月令)의 득실(得失)
제이(第二)는 일지(日支)의 득실(得失)
제삼(第三)은 세력(勢力)의 득실(得失)
“맞아. 그대로 적용하면 대략 8할은 강자인지 약자인지 판단을 할 것으로 봐도 될 거네.”
“예? 8할이면 나머지 2할은 판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다소 복잡(複雜)하고 미묘(微妙)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네. 그것은 공부가 깊어 가면 자연히 해결될 것이지만 처음에는 약한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까닭이라네.”
“그러니까 셋을 다 얻으면 강이 되나요?”
“아, 셋 중에 둘만 얻으면 강이 되는 것으로 보면 되지.”
“아하~! 셋 중에 둘만 해당하면 강이고, 하나만 해당하면 약이란 말인 거예요? 그건 간단해서 맘에 드네요. 호호~!”
“간단하면서도 난해하기도 하지. 하하~!”
“어쨌거나,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판단을 한 다음에 삼중득이(三中得二)하면 강자이고, 득일(得一)하면 약자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네. 대입하다가 보면 예상외로 복잡한 경우도 발생하고 난해한 상황도 생겨나겠지만 또 그만큼 안목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네.”
“그래도 기본형인 3단계만으로 8할을 감당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하겠어요. 아직 공부가 부족한 자원에게는 8할이라도 너무나 충분해요. 나중에 깊은 공부가 되면 그 2할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경우에 강이 되고 약이 되는지를 보여주세요.”
“사주를 보면서 이해를 시켜 달란 말이지?”
“맞아요. 실제의 사주에서 어떻게 그 문제가 해결되는지 알려주세요. 그래야 기억에 팍팍 꽂힐 것 같아요. 호호~!”
“그럼 내가 자료를 보여 줄 테니까 자원이 답을 찾아보게.”
그러면서 사주를 적었다. 그것을 보면서 궁리하던 자원이 답을 했다.
甲 丙 庚 己
午 午 午 巳
“이 사주는 월령은 10할이니 득령(得令)이고, 일지도 10할이니 득지(得地)에다가, 세력은 전체에서 인겁(印劫)이 다섯 자가 되니까 득세(得勢)로 봐서 강자(强者)라고 하면 되겠어요.”
자원의 정확한 답변에 고월이 말을 이었다.
“강자(强者)는 일강(日强)이라고 하고, 약자(弱者)는 일약(日弱)이라고 한다는 것도 참고로 알아주면 되겠네. 여기에서 일강(日强)은 주체인 일간(日干)의 상황을 의미하지.”
“아하~! 잘 알겠어요. 제가 잘 한 건 맞죠?”
“너무 쉬웠는가? 조금 어려운 것도 봐야 되는데. 하하~!”
그러면서 다시 하나의 사주를 적었다. 이번에도 가만히 지켜보던 자원이 골똘하게 생각했다.
己 甲 癸 丁
巳 辰 丑 未
“이것은 조금 어려워 보여요. 음… 실령(失令), 득지(得地), 실세(失勢)로 봐야 하겠네요. 그럼 약자(弱者)에 속하니까 일약(日弱)이라고 해야 하겠죠?”
“잘 판단했어. 별로 어려울 것도 없지?”
“처음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였는데, 또 분석해 보니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네요. 임싸부의 가르침 덕분이에요. 뭔가 공부가 한 단계 상승(上昇)한 기분이 드는 것은 착각(錯覺)일까요?”
“착각이 아니지. 실제로 이 공부를 이해했다는 것은 상당한 중급자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네.”
그러면서 하나의 사주를 또 적었다. 다시 살펴보던 자원이 말했다.
甲 庚 庚 丁
申 子 戌 丑
“이 사주는 득령(得令)하고, 실지(失地)하고, 득세(得勢)를 했으니까 일강(日强)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정말 가르쳐 주신 대로 풀어보니까 어렵지 않게 강자와 약자를 구분할 수가 있겠는걸요. 이게 설마 자만심은 아니겠죠?”
“자만심(自慢心)이라니, 제대로 잘 판단하고 궁리한 것이니 자신의 실력이라고 해야 하겠지. 그만하면 강자와 약자에 대한 기준은 얻었다고 하겠네.”
“어머, 고마워요~! 임싸부 덕분에 자평학의 공부가 점점 깊어지는 느낌이에요. 호호~!”
“이제 ‘부지억지(扶之抑之)’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준비가 된 것 같군.”
“정말이네요. 그것을 설명하시기 위해서 이렇게도 많은 공부가 필요했었다는 것을 이제 기억했어요. 그리고 그 말의 뜻도 이해가 되었거든요.”
비로소 강자(强者)와 약자(弱者)에 대한 분류법(分類法)을 이해한 우창과 자원이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고월은 긴 이야기에 목이 말랐던지 물을 한 잔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약자(弱者)로 판단이 된 사주는 인겁(印劫)으로 돕는다면 균형을 맞출 수가 있겠지?”
“당연하죠. 인겁으로 돕는다는 것은 결국 약한 일간의 힘을 북돋워 주는 역할이었단 것이네요?”
“맞아. 바로 그 이야기였어. 그래서 체용(體用)의 도를 찾아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논하게 된 것이라네.”
“여기에서 말하는 체와 용의 뜻을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뭔가 깊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단 말이죠.”
“이제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이 되어가는군. 질문을 참 잘했단 말이네.”
“정말요? 제대로 한 질문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생각이 나는 대로 던지는 건데 가끔은 제대로 얻어걸리기도 하는 것이 신기해요. 호호호~!”
“얻어걸리는 것이 다 뭔가. 실력이 나날이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있는 소식인 것을 너무 과소평가(過小評價)하시는군. 하하~!”
“빈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 주시니 힘과 용기가 펄펄 나요~!”
“여기에서 말하는 체용의 체는 사주의 원국(原局)을 의미하기도 하고, 일간(日干)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네.”
“아하~! 그 체는 일간(日干)의 주체(主體)였군요. 호호~!”
“그다음에 사주에서 용(用)을 찾는 것이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이제야 말을 할 수가 있단 거네.”
“임싸부~!”
“왜 그러시나?”
“답답해서 돌아가시겠죠?”
“그건 무슨 말인가?”
“위로를 해 드리는 거예요. 호호~!”
“아, 난 또. 하하~! 괜찮아. 누군가 알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설명하는 것은 즐거울 따름이라네.”
“사주의 일간이 체가 되면 용은 어떻게 작용하게 되나요?”
“균형점(均衡點)으로 작용하지.”
“이미 말씀하신 것이었네요?”
“그 균형점의 이름을 ‘용신(用神)’이라고 한다네.”
“예? 용신이라고 한다고요?”
“왜? 이름이 좀 이상한가?”
“처음 듣는 말이어서 그렇겠죠. 용(用)은 알겠는데, 신(神)이 붙어서 좀 이상하기는 하네요. 그러니까 사주의 균형을 잡아주는 오행을 용신이라고 한단 말이죠?”
“그렇겠구나. 신(神)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약자를 보필하는 용신은 인성(印星)이나 비겁(比劫)에서 담당하게 되겠지?”
“아하~! 그렇겠네요. 오히려 결과는 쉽게 나오는걸요.”
“간단히 요약(要約)하자면, 약자에 해당하는 사주라면 용신은 인겁(印劫)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라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창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감탄했네. 그렇게도 복잡(複雜)하고 다단(多端)한 이론들을 일소(一掃)하는 획기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왜 아니겠나? 이것은 경도 스승님이 할 수가 있는 가장 빛나는 일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듣고 보니, 체용(體用)장에 깃든 함의(含意)는 만단설화(萬端說話)를 모두 묶어서 요약(要約)한 것이라고 하겠네. 참으로 놀랍군.”
“역시 우창은 그 진가(眞價)를 알아보는군. 강호의 뭇별같이 술사(術士)들은 이렇게 명쾌(明快)한 가르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만 열심히 하고 있다네.”
“그것을 알고서도 짐짓 따르지 않는 술객들의 마음은 또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존에 쌓아놓은 자신의 명성(名聲)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기에는 도량이 부족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
“이렇게도 간명(簡明)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오늘 고월에게 배웠으니 나와 자원은 과연 천문복(天文福)을 타고 났다고 해야 하겠군.”
“아니, 그런 복도 있었나?”
“당연하지. 하늘에서 글의 복을 주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러한 책이며 가르침을 받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네.”
“아, 난 또. 축하드릴 일이었군. 하하~!”
“체용의 의미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꿈엔들 알 수가 있겠느냔 말이네.”
“알았네. 알았어. 어서 가르쳐 달라는 압박(壓迫)이 마구 짓누르는군.”
“다시 집중하겠네. 어서 약자에 대한 해결책을 풀이해 주시게.”
“잘 들어보시게. 이제 조금 더 다가가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네.”
“귀를 씻고 마음을 활짝 열었으니 어서 말해 주시게.”
“사주의 구성에서 관살(官殺)이 많아서 약자가 될 수가 있겠지?”
“그렇겠군.”
“이러한 경우에는 인성(印星)이 있으면 관살(官殺)이 생인(生印)하고 인생아(印生我)해서 사주의 균형을 잡아주니까 인성을 용신(用神)이라고 한다네.”
“오호,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게 생각되는걸. 그것이 체용이었다니 완전히 상상을 초월하는 곳에 체용의 뜻이 있었군.”
“원래 아는 것만큼 보이는 법이지 않은가. 하하~!”
“그렇다면, 사주에 인성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없으면 비겁이라도 임시용신으로 삼아놓고서 인성이 운에서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네.”
“오호~! 공감이네. 오늘 새롭게 눈을 뜨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진싸부~! 명학에 대한 안목이 오늘 이전과 오늘 이후로 나눠질 것 같아요. 여태 공부한 것은 결국 기초를 닦은 것이었다는 것을 명료(明瞭)하게 알겠단 말이죠.”
“왜 아니겠나. 체용의 이치에서 완전히 감탄하네.”
“사주의 구성에서 식상(食傷)이 많아서 약자(弱者)가 될 수도 있을 것이네.”
“그렇겠지. 그러한 경우에는 또한 인성(印星)을 용신(用神)으로 삼아서 식상을 견제(牽制)하고 일간을 돕는 것으로 된다고 생각하면 되지 싶은데 어떤가?”
“정확히 판단했네.”
“오호~! 이거 재미있는데~!”
“또, 재성(財星)이 많아서 약자가 된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번에는 자원이 답을 했다.
“재성이 많으면 재성을 극하는 비겁(比劫)이 용신(用神)이겠어요.”
“일리가 있는 판단이네. 물론 비겁도 약자가 될 수 있으므로 결국은 인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端緖)는 붙여놔야 할 것이네.”
“그렇다면 식재관(食財官)이 모두 섞여 있어서 약자(弱者)가 된 경우에는 어떻게 하죠?”
“결국은 인성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
“그렇구나! 결국은 약자용인(弱者用印)이라는 말이 아닌가?”
“맞는 말이네. 약자는 인성만 있으면 균형을 얻고 살아가는 여정에도 평탄하기를 기대할 수가 있으니까.”
“그런데, 강하게 될 가능성보다 약하게 될 가능성이 더 많은 것이지?”
“옳은 이야기네, 일간을 돕는 것은 인겁(印劫)의 두 오행이고, 약하게 하는 것은 식재관(食財官)의 세 오행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3대2가 되니 어차피 부족하게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하겠군.”
“왜 아니겠는가. 그래서 경도 스승님도 약자(弱者)를 앞에 놓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군.”
“원문에서 ‘득기의(得其宜)’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이야기인가?”
“맞아. 그 올바름을 얻어야만 균형을 이룰 수가 있으니까 말이네.”
“만약에 약자(弱者)도 아니고 강자(强者)도 아닌 형태의 균형을 이룬 사주는 없겠는가?”
“당연히 있지.”
“만약에 그러한 사주가 있다고 하면 이때는 용신을 무엇으로 삼는가? 이미 균형을 이뤘으니 용신이 필요가 없는 것인가?”
“그런 경우에는 강자의 기준에 준한다네.”
“왜 그런가?”
“이미 운신(運身)의 폭을 얻었다고 보기 때문이라네. 물론 균형에 가까운 사주이기 때문에 특별히 용신에 대한 간절함은 크지 않으니 좋은 사주라고 할 수 있지.”
“아, 좋은 사주란 불강불약(不强不弱)의 사주라고 하면 되겠나?”
“당연히 가능하지.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인데 이미 갖춰졌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않겠느냔 말이지.”
“듣고 보니까 또 궁금한 것이 생겼네.”
“뭔가?”
“만약에 약자를 도와줄 인성이 있다고 할 경우에 그 인성이 강한 것과 약한 것에 따라서 삶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은 타당성이 있는 생각인가?”
“당연히 용신은 뿌리가 튼튼해서 힘이 강해야 어떤 풍파(風波)를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켜줄 것이 아닌가?”
그러자, 자원이 그 뜻을 이해하고는 손뼉을 쳤다.
“아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약자를 돕는 것은 인겁인데, 그 인겁조차도 약하다면 참으로 삶의 여정이 고난(苦難)으로 얼룩지겠단 말이잖아요.”
“오호~! 제대로 파고 들어가는군. 맞는 말이네.”
“만약에 용신이 된 인성이 재성을 만나서 손상(損傷)되면 또 어떻게 되는 걸까요?”
“상황이 그렇게 된다면 그의 삶도 도처에서 장애(障碍)를 만나서 힘겨운 나날이 되겠지.”
“정말, 용신의 한 글자가 갖고 있는 역할은 참으로 지대(至大)하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겠어요.”
“당연하지. 보필하는 자가 허약하다면 도움을 받을 사람이 얼마나 불안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네.”
“그렇다면, 비록 약자라도 인성이 옆에 있고, 뿌리도 튼튼하고 인성은 재성의 공격을 받지 않고 오히려 관살의 보호를 받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균형을 제대로 이룬 사주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옳은 말이네. 체용의 이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군.”
“자꾸 칭찬을 해 주시니까 마음이 붕붕 떠오르잖아요. 다시 여쭙겠어요.”
“그래 얼마든지~!”
“만약에 연주(年柱)에 재성이 있고, 월주(月柱)에 관살이 있고 일지(日支)에 인성이 있으며 시주에는 식상(食傷)이 있다면 이러한 사주는 좋은 사주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참으로 이루기 쉽지 않은 구조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또한 아름다운 사주라고 할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매우 좋은 사주라고 할 것이네.”
“또 다른 경우로, 약자의 경우에 인성은 연주에 있고, 월주에는 재성이 있어서 연주의 인성을 극하고, 일지에는 관살이 있고 시주에는 식상이 있다면 이러한 경우에는 아마도 좋다는 말하기가 어렵겠죠?”
“당연하지. 자원의 생각이 연월일시를 헤집고 날아다니고 있으니 머지않아서 명학의 요지(要旨)인 ‘득기의(得其宜)’를 깨닫게 되겠는걸.”
“그렇게만 된다면,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걸요. 그렇지만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공부를 진행해야죠.”
“능히 그렇게 될 것이네.”
“다시 여쭐게요. 만약에 약자로 판명(判明)이 된 사주에 인성도 전혀 없고, 비겁조차도 전혀 없다면 이때에는 ‘체(體)는 있으나, 용(用)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겠는데 어떻게 하죠?”
“그것은 최악(最惡)의 경우라고 해야 하겠지. 비록 재성의 극을 받았더라도 원국에 있는 것보다도 못하다고 해야 할 것이니까.”
“아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설명하시는 이야기를 들어본 바에 의하면, 결국 체용의 이치는 하루아침에 완성이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어요.”
“맞아, 하나의 학문이 자리를 잡고 활용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지.”
“말씀하신 대로, 많은 시간을 두고 연구와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관명이 가능하다고 보겠어요.”
우창이 자원을 위해서 설명을 보충했다.
“관명(觀命)이란 말은 사주를 보는 것이라서, ‘관명’이라고 한 것이지? 재미있는 말이군. 관명이 있으면 독명(讀命)도 있겠지?”
“아, 독명이라면, 명조(命造)를 읽는다는 뜻이 독명이네요? 처음에 공부하는 사람은 관명의 단계에 도달하도록 독명의 과정을 필히 거치는 수밖에 없다고 보여요.”
고월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제대로 상황을 설명했네. 그렇게만 이해하고 파고들면 약자에 대한 용법(用法)은 제대로 정리가 될 것으로 봐도 되겠네.”
“정말 소상(昭詳)한 가르침으로 체용의 이치에서 절반은 깨달았다고 해도 되겠어요. 물론 핵심의 이치를 알고 난 것은 8할은 마무리를 했다고 봐도 되겠는걸요.”
“그렇다고 봐도 될 거네.”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점점 이치가 밝아짐을 느끼면서 우창과 자원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휴식시간을 갖기로 하고, 강약에 대한 정리에 몰입했다.
“두 싸부님 덕분에 오늘은 너무 많은 공부를 먹어서 소화불량에 걸리겠어요. 며칠 정리하고 또 공부해야겠어요.”
그러자 우창도 이에 동의하고는 각자 시간을 두고 정리한 다음에 다음 구절을 공부하기로 하고 일단은 잠시 쉬기로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