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6. 강태공(姜太公)과 문왕(文王)

작성일
2017-04-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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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6. 강태공(姜太公)과 문왕(文王)



이번에는 상병화보다도 상인화가 오히려 더 성화였다. 그래서 우창이 그 당시의 상황을 상상(想像)해 본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이것은 상인화에 대한 선물이기도 했다. 기왕이면 재미있게 양념을 섞어서 이야기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을 이어 갔다.

“누님께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웃을까 걱정입니다. 하하~!”

“에구~! 됐으니 어서 이야기나 해 보셔 봐.”

“그럼 잠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문왕(文王)은 강태공(姜太公)의 혜안(慧眼)을 얻어서 천하는 안정되고 번영을 누릴 수가 있었다. 이것은 문왕이 강태공을 만난 인연이었고, 강태공이 문왕을 만난 인연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태공이 문왕을 찾았다.

“태공께서 어인 일이십니까?”

“신이 여쭐 말씀이 있어서 대왕을 뵙고자 했습니다.”

“어서 앉으시고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대왕께서는 복이 많으셔서 만백성이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구가(謳歌)하고 대왕을 칭송하니 소신도 또한 감축(感祝)드리옵니다.”

“괜한 말씀 마시고, 하시고 싶은 말씀을 어서 해 주십시오.”

“소신이 생각을 해 보니 지금 시대는 바야흐로 대왕의 시대이온데 대왕의 업적을 기릴 문헌(文獻)이 없음을 안타까워하였사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왕조(夏王朝)에서는 만백성이 삶의 지침 삼고 살아가도록 역경을 만들었으니 이름이 연산역(連山易)이었사옵니다.”

“그건, 짐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또 은왕조(殷王朝)에서는 새롭게 바뀐 도수(度數)에 따라서 역경을 지었으니 이름이 귀장역(歸藏易)이라고 했습니다. 그 역법에 따라서 백성의 삶은 풍요로웠지요.”

“그것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금(當今)의 천하(天下)는 바야흐로 주(周)의 왕조(王朝)가 되었고, 성왕(聖王)이신 대왕을 만나서 그 힘이 천하를 채우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이옵니다.”

“그야 태공의 지모(智謀)에 의한 공덕이 무엇보다 큽니다.”

“과찬이시옵니다. 그보다도, 이렇게 세월이 변하여 주왕조가 나날이 번창하고 있음에도 백성들은 아직도 하왕조의 연산역을 의지하거나, 은왕조의 귀장역을 의지하여 삶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으니 이것은 대왕에 대한 불충(不忠)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사옵니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아무 역이라도 백성만 편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뭐가 말입니까?”

“백성들이 이 시대에 살면서 대왕의 덕으로 안락한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속에는 하와 은에 대한 향수(鄕愁)를 품고 있다는 것이옵니다.”

“오호~! 그런 내막이 있단 말입니까?”

“당연하지요. 그래서 이제 대왕의 기반을 잡은 것에 대한 은덕을 백성의 운명에도 내리실 때가 되었다고 사료(思料)되옵니다.”

“듣고 보니, 태공의 고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이제 세상에 주나라의 역법이 출현할 때가 되었음을 선포할 시기입니다.”

“그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은나라는 물론이고 하나라까지도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역법을 구상했사옵니다. 대왕~!”

“오~! 흥미가 생깁니다. 어떤 것입니까?”

“주역(周易)이옵니다.”

“주역이라니 금시초문(今始初聞)입니다.”

“당연합지요. 지금 처음으로 대왕께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어떤 내용을 담게 됩니까?”

“물론, 대왕의 위대한 업적과, 과거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위업도 모두 담아야 할 것이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웅지(雄志)가 생깁니다.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연산역과 귀장역도 그 뿌리는 태황(太皇) 복희(伏羲)의 선천역(先天易)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천역을 바탕에 놓고 주역은 후천역(後天易)이 되는 것이옵니다.”

“그렇게 되면요?”

“그렇게 되면 하나라든 은나라든 모두를 뛰어넘게 됩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입지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찌 은산과 귀장을 없앨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이옵니다. 깊이 생각하셔야 할 일이라고 아뢰옵니다. 대왕~!”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교육을 통해서 변화를 할 수가 있사옵니다.”

문왕은 그 말을 듣고 내심으로 뛸 듯이 기뻤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역서(易書)가 있어야 권위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으면서도 방법을 몰라서 미적거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태공이 나서서 일을 풀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백성들에게 가르친단 말입니까?”

“새로운 역법으로 가르치고 옛 역법을 쓰는 자는 모두 잡아들여서 엄하게 다스리면 됩니다.”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닙니까?”

“가혹한 것도 하늘이 할 일입니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여름의 폭염도 또한 하늘이 내리는 일이지만 아무도 가혹하다고 하지 않사옵니다.”

“그야 자연의 이치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까?”

“대왕은 하늘이십니다. 당연히 필요한 것은 천명(天命)인 것이지 가혹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가혹하다고 한다면, 불손(不遜)한 세력(勢力)의 역심(逆心)이라고밖에는 볼 수가 없사옵니다.”

“오, 듣고 보니 과연 태공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주나라의 역서를 만들겠습니까?”

“그것은 선천역의 뜻을 받아서 만들면 되옵니다.”

“선천역은 건(乾)으로 상괘(上卦)를 삼고, 곤(坤)으로 하괘(下卦)를 삼지 않았습니까?”

“그러한 이치는 세상의 본래(本來) 모습을 담았기 때문이옵니다.”

“그렇다면 후천역(後天易)은 어떤 의미를 담아야 하겠습니까?”

“수화(水火)입니다.”

“수화라면? 상괘는 감(坎)이 되고, 하괘는 리(離)가 됩니까?”

“영명(英明)하십니다. 대왕~!”

“자세한 것은 태공께 일임합니다. 백성이 이 시대에 행복을 누릴 수가 있는 역서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대왕~!”

그로부터 3년의 세월이 흘렀다. 태공은 후천팔괘(後天八卦)의 배치를 한 다음에 이에 걸맞은 역경을 저술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보니까 세상의 처음은 땅이 되므로 곤괘를 맨 앞에 놓고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아무래도 찜찜한 그 무엇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성이 강(姜)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여자를 나타내는데, 곤괘를 앞에 뒀다가 혹시라도 소심한 문왕의 비위를 거스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그래서 고심을 한 끝에 문왕을 배알(拜謁)했다.

“대왕께서는 심신이 평안하시옵니까? 소신 태공이 대왕을 뵈옵니다.”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이십니까? 역경사업은 잘 되어가고 있으십니까?”

“대왕께서 관심을 보여 주시니 황감(惶感)할 따름입니다. 잘 되어가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겠사옵니다.”

“노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소신이 궁금한 점이 있어서 여쭙고자 하오니 하답(下答)을 하소서.”

“무엇입니까?”

“역경의 윤곽은 대략 잡혔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까 맨 앞에는 대왕의 공덕을 칭송하는 것이 이치에 타당하다고 사료가 되어서 중천건(重天乾)을 놓을까 싶은데 대왕께서는 이를 윤허(允許)해 주시옵소서.”

“아니, 맨 앞에 중천건을 둔다는 말씀은…….”

“세상에서는 하늘을 넘을 이치가 없고, 천하에는 대왕을 넘을 이치가 업사옵니다. 그러하기로 처음에 건괘를 놓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여겨지옵니다.”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세상의 이치는 음양인데 어찌 양이 앞에 나올 수가 있단 말입니까?”

“실은 그로 인해서 대왕폐하의 윤허가 필요하다고 여겨지옵니다.”

“그건 안 될 말입니다. 만약에 그렇게 했다가는 후세에 학자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대왕의 하해와 같으신 은덕이옵니다. 그러하오나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이옵니다.”

“어떤 방법이 있습니까?”

이렇게 말을 하는 문왕의 표정을 강태공은 놓치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또한 사람이고 사내이다. 그러니 어찌 후세에 길이 남을 역경에 자신의 위업을 남기고 싶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금 희망을 품고 말하는 모습에서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는 결정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판단을 했던 것인데 그 시간은 불과 순식간의 일이었다.

강태공은 하마터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던 순간을 이렇게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왕도 충분히 알고 있을 음양의 이치를 자신의 욕망을 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 이상 다른 방법은 생각을 할 여지가 없었다.

“대왕께서는 하늘이시옵니다. 하늘이 없는 땅이 어디 있으며, 땅이 없는 백성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그러하오니 처음에 대왕의 공덕을 찬양하는 건괘가 놓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사료되옵니다. 굽어 통촉(洞燭)하시옵소서.”

“태공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그 말이 맞겠지요. 그럼 알아서 하시도록 명합니다.”

“그러하오시면, 분부 받잡고 물러가옵니다. 대왕페하~!”

문왕은 그 즉시로 강태공이 작업하는 곳으로 비단 500필과 황금 3만 냥을 하사했다. 감사의 표현이었던 것임을 강태공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역경은 건(乾䷀), 곤(坤䷁), 둔(屯䷂), 몽(蒙䷃), 수(需䷄), 송(訟䷅), 사(師䷆)의 순으로 배치되었고, 문왕도 기꺼워하였다.

이렇게 된 사연을 천하에서는 단지 두 사람, 강태공과 문왕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강태공은 그 점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이미 왕명으로 선포한 역경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180세에 눈을 감으면서도 그 아쉬움을 남겼다.

“아, 목숨이 뭐라고… 천추(千秋)의 여한(餘恨)이로다.”

이 말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그로 인해서 세상에는 주역(周易)이라는 이름의 역경이 유전(流傳)되었고, 그 후의 제왕들도 감히 이것을 한 글자도 고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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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형님. 나름대로 짐작이 가는 만큼 이야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와~! 짝짝짝~!”

이야기를 넋을 놓고 듣던 상인화와 자원이 동시에 손뼉을 치면서 탄성을 질렀다.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머~! 세상에~! 이야기를 그렇게도 만들 수가 있었네. 놀라워라~!”

“진싸부의 상상과 추론과 궁리는 참으로 놀라워요. 호호호~!”

“우창의 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들었네.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네.”

“형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하하~!”

“우창의 말대로라면 역경을 다시 재편집해야 한단 것인가?”

“어찌 감히 그리 말씀을 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그냥 자원이 빌려 온 역경의 첫 구절만 봤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생각해 보면 건곤으로 시작되는 것을 곤건으로만 바꾸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야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입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을 여태까지 아무도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 어려울 뿐입니다. 하하~!”

“음…….”

“아마 역경을 배우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강태공이 건곤만 바꾸면 되도록 모든 장치를 해 뒀을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곤건…… 곤건이라.”

“어떤 느낌이 있으신지요?”

“별건 아니고, 문득 복희 선천역이 떠올라서.”

“그것은 무엇입니까? 저도 이름만 들어서 내용은 전혀 모릅니다.”

“선천역에는 하괘에 곤(坤)을 놓고 상괘에 건(乾)을 놓았거든.”

“아, 그것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이야기와 어떤 연관점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어쩌면 이것이 강태공이 숨겨 놓았다는 비밀의 암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네.”

“그게 무슨 뜻인지요?”

“이것을 보게나.”

세 사람의 여섯 눈은 일제히 상병화의 손끝으로 향했다. 석연은 선천괘의 중심이라고 하는 괘상을 그렸다.

189-1


“자, 이것이 복희가 말하는 선천괘의 중심 괘상이라네.”

“상괘는 건괘이고, 하괘는 곤괘입니다.”

“그렇다네. 이것을 확장한 것이 다음과 같은 것이라네.”

석연은 다시 두 개의 대성괘를 그렸다. 상에는 중천건(重天乾)을 그리고, 하에는 중지곤을 그렸다. 그렇게 붓을 들어서 죽죽 그은 다음에 일동을 향해서 말했다.

189-2


“이것이 첫째로 나오는 중천건과, 다음으로 나오는 중지곤의 괘이지 않는가?”

“맞습니다. 복희괘의 확장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뜻이 궁금합니다.”

“역경으로 보면 위의 중천건(重天乾)이 처음이고 아래의 중지곤(重地坤)이 다음일세.”

“그렇겠습니다.”

“그런데 육효(六爻)는 맨 아래를 처음으로 삼는다는 기본이 있단 말이네.”

“맞습니다.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먼저는 곤괘(坤卦)가 되고, 다음은 건괘(乾卦)가 된다는 것이 자명(自明)하지 않은가?”

“아, 그 점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이미, 태공께서는 건괘는 곤괘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라는 암시를 심어두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떠올랐네.”

“역시~! 형님은 상병화이십니다. 하하~!”

“그런데 괘상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땅이 열리면서 하늘이 솟아났다고 하면 자연스러운데, 하늘이 드리워서 땅이 생겼다는 것은 어색하게 느껴진단 말이네.”

“듣고 보니 저의 생각도 같습니다. 땅이 열리면서 만물이 솟아나는 것은 천지의 이치에도 맞는 것 같습니다.”

“강태공의 마지막 말이 자꾸 가슴을 울리는군.”

“예?”

“강태공이 죽으면서 ‘여한(餘恨)’이라는 말을 남겼다는 말이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