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1. 무엇이든 응용하면 그것이 해답

작성일
2017-04-24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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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제17장 체용(體用)의 도리(道理)

1. 무엇이든 응용하면 그것이 해답

어찌 된 일이지, 몽유원에 다녀온 후로 우창은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온몸이 펄펄 끓어서 공부는 고사하고 밥을 먹으러 갈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다행히 자원이 있어서 옆에서 물수건도 갈아주고 죽도 끓여다 주면서 간호를 한 덕에 며칠이 지나고서야 기운을 차릴 수가 있었다.

겨우 기운을 차린 우창이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주역의 공부로 인해서 힘의 소모가 많았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기운을 차리고 나니까 다시 상인화가 떠올랐다. 온화한 모습으로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것만 같아서 많이 위로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비록 하루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상인화의 가르침으로 인해서 주역에 대한 이해가 부쩍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자신에게 명학을 공부하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애초에 우창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한 인연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라버니 기운 좀 차리셨어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득 밖에서 기척이 났다. 자원이 걱정스러워서 또 찾아온 것이다.

“그래, 어서 와 령아~!”

“오라버니의 목소리에 힘이 좀 생긴 것을 보니까 살아나셨네. 호호~!”

활기가 넘치는 자원이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그것을 보니 고맙고도 반가웠다.

“회복에 좋은 홍삼탕을 가져왔어요. 따뜻하게 한 잔 마셔요.”

그러면서 잔에다가 차를 따라준다.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것이 그것만으로도 이미 몸이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간호한다고 령아의 노고가 많았네. 고마워.”

“고맙긴요. 오라버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은요. 오라버니가 기운차게 이야기를 해 주셔야 령아의 공부에 진척이 있죠. 요 며칠 동안은 공부가 도무지 진전이 없어서 마음이 아프답니다. 호호~!”

“아, 하하하~!”

“오라버니가 웃으니까 좋다. 어서 홍삼차 드시고 힘내요~!”

“정성으로라도 힘이 넘치겠다. 이제 괜찮아졌어.”

“도대체 왜 그렇게 심한 몸살이 나셨던 거예요?”

“에구, 그걸 알면 내가 의원이게.”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것이 틀림없어요. 병나기 전에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았는데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그 말에 우창은 가슴 한쪽이 뜨끔했다. 혹시 자원이 무슨 낌새를 느끼고 다그치는 것이나 아닌가 싶은 생각에 잠시 뭐라고 둘러대야 할 것인지를 망설였다. 그러나 비밀은 없다는 생각이 들자.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 줬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자원이 말했다.

“그게 다예요?”

“그래. 귀한 주역의 가르침을 받고서 너무 기운의 소모가 많아서 몸살이 났었던가 보다. 하하~!”

“오라버니~!”

“왜?”

“령아를 똑바로 보세요.”

그러자 우창은 자원을 똑바로 봤다. 여인의 육감이 있다고 하더니만 뭔가 느낌이 있어서 확인하려고 그러나보다 싶어서 망설임 없이 하라는 대로 했다. 괜히 어설프게 피하면 오히려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였다.

“오라버니 축하해요~!”

“응? 웬 축하를?”

“지혜로운 스승님을 만나신 것에 대해서요. 실은 저도 그분을 뵌 것 같아요. 산책 가다가 언뜻 뵈었는데 우아한 모습에 정신이 나갈 뻔했지 뭐예요.”

“아, 그랬어?”

“먼발치에서 뵈었는데도 다가가서 언니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그러니 오라버니가 그러한 분과 더불어 하루종일 이야기를 나누셨으니 얼마나 행복하셨겠나 싶어요.”

“주역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식견(識見)이 있으셨어. 언제 시간이 되면 같이 뵈러 가자.”

“좋아요. 오라버니의 인연으로 끈을 연결해 준다면 고맙기만 하죠.”

“내가 누워있는 사이에 고월과 공부는 좀 했어?”

“에구, 공부가 다 뭐예요. 어디로 가셨는지 통 뵙지도 못했어요.”

“그래? 어디 간다는 말은 없었는데.”

“우리 점을 한 번 쳐봐요.”

“점? 무슨 점을?”

“아, 임싸부가 언제 돌아올 것인지를 말이죠. 호호~!”

“때가 되면 오겠지. 그까짓 일에 무슨 점을 일없이 하자고 그래.”

“하긴, 그렇긴 하죠? 일이 있어 나갔다가 일을 보면 돌아올 텐데 말이죠. 호호~!”

우창은 까르르~ 웃으면서 신나게 조잘거리는 자원이 귀여웠다. 그야말로 누이동생의 모습이 그 속에서 있는 듯했다.“

“그나저나 예쁜 령아가 공부를 못해서 어쩌누?”

“마음에 양식이 떨어져서 고파요. 그런데 오라버니를 뵈니 그래도 위로가 되네요. 기운 차리면 또 공부하죠 뭐.”

“이미 기운 차렸어. 공부나 할까?”

“그래요? 저야 이미 준비가 다 되었죠. 앞으로 배울 적천수도 베껴 놓았는걸요.”

“잘했다. 어디 읽어봐. 다만 고월이 없어도 이해에 문제가 없을지는 나도 책임 못 진다는 걸 미리 말해놓고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을 거야. 하하~!”

“기운 차리신 건 맞죠? 괜히 령아의 욕심으로 오라버니를 힘들게 할까봐 걱정이 된단 말이에요. 호호~!”

“뭘. 벌써 마음속에서는 책으로 들어가고 있군. 괜찮아 읽어봐.”

“그럼 쪼~끔만 해요. 힘드시면 안 되니까요. 알았죠?”

“알았어. 걱정하지 말고 시작해 보래두.”

“이번에 공부할 내용은 「체용(體用)편」이예요.”

“아, 그렇구나. 「팔격장(八格章)」에서도 참 많은 것을 배웠는데.”

“맞아요. 명학의 세계가 또 새롭게 보였어요. 그럼 읽습니다.”

 

13. 體用 道有體用 不可以一端論也 要在扶之抑之得其宜

13. 체용 도유체용 불가이일단론야 요재부지억지득기의)

 

실체(實體)와 활용(活用)

도(道)에는 실체(實體)와 활용(活用)이 있으니

한쪽 끝으로만 논(論)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요점(要點)은 억부(抑扶)에서 그 옳음을 얻는 것이다.

 

“체용장은 간단하네? 어디 해석을 해 봐.”

“제가요?”

“왜 안 돼? 이제 그래도 될 만큼 공부가 되었는데 뭘.”

“그럼 웃지 마세요. 부끄럼을 무릅쓰고 풀이를 해볼게요.”

“당연하지.”

“우선, ‘도유체용’이란 말은 ‘도(道)에는 체용(體用)이 있다.’는 말인 것이 분명하죠?”

“그렇겠는걸. 그런데 체(體)는 뭐고 용(用)은 뭐지?”

“제 생각에는, 체는 간지(干支)를 말하고 용은 그 간지의 작용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오호~! 제대로 생각했는걸.”

“오라버니도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내가 봐도 그렇게밖에 볼 수가 없겠는걸. 다만 체와 용에 대한 이해만 있으면 된다고 봐.”

“간지를 체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체도 논하는 의미가 있을까요?”

“그야 물론이지. 세상의 모든 것이 체가 있으면 용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겠죠. 체용은 음양으로도 논할 수가 있는 것이잖아요?‘

“가능하겠네. 어디 생각을 말해봐.”

“체는 고정불변(固定不變)인 것으로 봐서 음으로 보고, 용은 상황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이 가능하니 용으로 보면 어떨까요?”

“당연하겠네. 주역에 대해서 조금 이해를 해서 말인데.”

“엄머~! 주역 이야기를 해 주실래요? 기대돼요.”

“하나의 괘는 체를 이루지만 그 괘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해석은 천차만별(千差萬別)이 되겠다는 것을 배웠어.”

“그러지 말고 지금 괘를 하나 뽑아 놓고 설명해 주셔 봐요.”

“나야 그러고 싶지만 내가 주역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을 할 수가 있겠어?”

“에구, 오라버니도 참. 아는 만큼만 하시면 되죠. 그리고 령아에게도 시초법(蓍草法)을 보여주시면 좋잖아요. 체용(體用)도 음양인데 주역(周易)도 음양이니 딱 맞춤이네요. 어서요. 뭘 준비하면 되죠?”

궁금함을 못 이기고 점괘를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습이 예뻐서 우창은 시초로 쓸 50개의 막대기를 구해보라고 했다.

“알았어요. 얼른 다녀올게요. 그동안 좀 쉬고 계세요~! 호호~!”

이렇게 말을 던지고서는 어디론가 휭하니 사라졌다가 잠시 후에 주역 책과 젓가락 한 움큼 들고 나타났다.

“어? 뭘 구해 온 거야?”

“우선 급한 대로 주방에 가서 젓가락 스물다섯 매와 평소 친분이 있던 도사에게 가서 주역을 빌어 왔어요. 어서 해 봐요.”

“참 못 말리겠군. 하하~! 그럼 내가 가르쳐 주는 대로 해 봐.”

“좋아요. 배우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어디 있겠어요. 호호~!”

“우선, 궁금한 것을 정하고 할까? 아니면 공부 삼아서 그냥 괘를 얻어서 풀이를 해 볼까?”

“궁금한 것을 정하고 해요. 놀이해도 내기를 걸어야 재미있잖아요. 호호~!”

“그럼 무엇이 궁금한지 정해봐.”

“제 마음속에 생각한 사람이 남편이 될 인연인지를 정하겠어요.”

“그래? 그런 사람이 있었어?”

“그럼요~! 궁금한 것을 이렇게 정하고 점괘를 얻는단 말이죠?”

그러면서 50개의 젓가락을 손에 쥐고는 하나를 뽑아서 따로 놓고는 두 손으로 갈라 쥔 다음에 오른손에 쥔 것에서 인책(人策) 하나를 우창이 시키는 대로 오른손의 무명지와 약지 사이에 끼웠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응, 잘하고 있어.”

“그다음엔 어떻게 하라고 하셨죠?”

“한쪽의 무더기에서 넷으로 나눈 다음에 남는 것을 취하는 거야.”

“넷, 넷, 넷……, 아 셋이 남았어요.”

“그러면 그것은 지책(地策)에서 나온 거니까 중지와 무명지 사이에 끼워.”

“알았어요. 이렇게~ 하고요. 이번엔 하나가 남았어요. 다음엔 천책(天策)에서 나왔으니까 중지와 검지 사이에 끼우면 되는 거죠?”

“그래.”

“이렇게 해서 천지인의 세 서죽(筮竹)을 태극의 옆에 가지런히 놓으면 되는 거죠?”

“그래, 다시 또 나머지 서죽을 갖고서 그대로 반복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왜 책(策)이라고 하는 건가요?”

“이번에 배운 것은 아닌데 전에 들었던 것 같아서 그렇게 불러 봤어. 글자를 보면 대나무[竹]를 묶어놓은[朿]것을 책(策)이라고 하니까 50개의 대나무로 만든 서죽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 본 거야.”

“일리가 있네요. 그리고 뭔가 있어 보여요. 호호~!”

“젓가락을 서죽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시초라고 부르기도 뭣하니까, 좀 애매하지만 점괘를 얻는 막대기로 봐서 점대라고 할까?”

“그야 아무렴 어때요. 알았어요. 점대~ 재미있어요. 젓가락 점대. 호호~!”

우창이 상인화에게서 배운 그대로 자원에게 알려주니 다시 또 복습하는 효과도 있어서 무척 좋았다. 더구나 자원이 재미있어하니 상승효과도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자, 이제 다 나왔어요. 시간은 참 많이 걸리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요. 호호~!”

“그럼 숫자를 적어봐.”

“처음 나온 것부터 하는 것이 맞죠?”

“당연하지.”

“순서대로 칠(七), 구(九), 구(九), 팔(八), 팔(八), 칠(七)이 나왔어요. 그럼 어떻게 괘를 만들어야 하죠?”

“자, 이제부터가 긴장되는 거야. 천천히 해 보자고. 처음 나온 숫자는 맨 아래의 괘가 된다는 것도 착각하지 말고.”

“7은 양이라고 했잖아요. 9도 양이고, 다시 9이니까, ‘양양양’이 되네요. 그러면 건괘(乾卦)예요.”

“참, 9는 태양(太陽)이라서 양이지만 음으로 변한다는 것도 알아 둬.”

“9만 그래요?”

“아니, 6도 그래.”

“그럼, 6은 태음(太陰)이니까 양으로 변한다는 뜻이죠?”

“말귀도 잘 알아듣는군. 맞아.”

“알았어요. 하괘는 건(乾)이고, 상괘는 8, 8, 7이니까 거꾸로 하면 ‘양음음’이 되네요. 이것은 칠간산(七艮山)에 속하잖아요?”

“맞아. 그렇게 되면 상괘는 산(山)이고 하괘는 천(天)이니까 산천(山天)에 해당하는 주역의 항목을 찾아봐야 괘이름이라도 붙이겠는걸.”

그러자 재바른 자원이 책을 뒤적여서 산천으로 되어있는 부분을 펼쳤다. 괘의 이름은 대축(大畜)이라고 되어있었다.

“산천대축(山天大畜)인데요? ‘산과 하늘에 크게 저장을 한다’는 뜻이잖아요? 왠지 느낌이 좋은걸요.”

자원이 나름대로 괘의 명칭을 보고서 해석을 하고는 좋아하는 것을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바라보는 우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