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11. 우연한 점괘의 재해석(再解釋)

작성일
2017-04-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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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11. 우연한 점괘의 재해석(再解釋)



우창은 계속해서 점괘의 해석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앞의 본괘인 서합과 연결을 시키게 되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지만, ‘음식을 먹다가 가시가 나와서 두 여인이 서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다투고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말라’는 정도도 가능하지 않을까?”

“정말 듣고 보니 사소한 문제였네요. 하하~!”

“난 점괘가 사소하게 보이지 않는걸.”

“예? 뭔가 느낌이 있으셨네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

“그 여인이 바로 자원 낭자일 수도 있다는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시험 삼아 얻은 괘로도 그런 상황을 유추할 수가 있단 말인가요?”

“세상에 우연(偶然)은 없다고 보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공부하면서 얻은 괘에서도 어떤 조짐(兆朕)을 읽을 수가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만약에 동생에게 저리도 잘 따르는 자원 낭자가 없었다면 이러한 해석을 할 필요도 없겠지?”

“정말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당분간은 동생이 몽유원에 와서 공부하는 걸로 해야겠네.”

“함께 합류하면 불편할 수가 있다는 의미죠?”

“맞아. 그리고 서합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지.”

“그건 무슨 뜻인가요?”

“아직은 때가 성숙하지 않았는데, 급하게 먹으면 가시가 목에 걸리거나 시끄러운 일이 생긴다는 암시로 대입을 하면 우리의 거울이 되는 거야.”

“정말 대단하십니다. 누님의 말씀에는 이치에 어긋남이 없습니다.”

“여기에는 여인의 육감(六感)도 개입하는 거야.”

“하긴, 저는 아직 여인의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영원히 알 수 없는 거야. 알려고 하지도 말아.”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점괘에 대한 설명은 더 해 줘 봐요. 너무 재미있습니다. 누님.”

“응. 우선 상괘의 화는 누나가 될 수도 있어. 지금은 내가 더 밝으니까.”

“인정합니다. 하하~!”

“그렇다면 하괘는 동생인 거야. 무턱대고 찾아와서 공부를 하는 것은 마른하늘에 우레가 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

“그것도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우레는 마음만 급하다는 말씀도 되는 것 같네요.”

“알아. 그래서 동생을 수용(受容)했던 것이고, 또 수용한다는 것은 천둥이 일어나면 불꽃이 터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야.”

“우와~! 감탄(感歎)과 감동(感動)이 겹칩니다.”

“어떤 느낌이 있으면 말해봐.”

“어떻게 점괘가 나오기 전에 점괘의 조짐이 미리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는지가 너무나 신기하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세상에는 그런 일이 흔한 거야.”

“정말 놀랍습니다. 공부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혹 누님은 지금 이순간에도 득괘가 가능하신가요?”

“그야 물론이지. 다만 점기(占幾)가 동해야 득괘가 되지.”

“그건 어떻게 하는 거죠?”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점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하느냔 말입니다.”

“왜? 뭐가 궁금해?”

“누님과 저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그건 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 너무 서둘러서 알려고 하지 말아.”

“왜 이렇게 궁금한 것이 많을까요?”

“공부가 한참 잘 되어가느라고 그래.”

“누님의 그 부드럽고도 엄숙하고도 자상한 모습에 완전히 빠져들겠습니다.”

“이미 빠져들었잖아?”

“맞습니다. 이러다가는 매일 공부하러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시렴.”

“정말 누님과 이야기를 하면 끝이 없겠습니다.”

“왜 이제 그만 가봐야 하겠지?”

“아무래도 시간이 저녁 먹을 때가 다가오는지 문에 나무 그림자가 비춰드네요.”

“이제 떠날 때가 된 거야.”

“그것도 해석이 가능합니까?”

“물론이야.”

“어떻게요?”

“해가 기울어 가니까 번개도 집을 찾아가는 거지 뭐야.”

“그게 해랑 무슨 상관이에요?”

“해가 저물어 가게 되니까, 화뢰서합의 상괘인 불이 기운을 잃어간다는 뜻이야. 그래서 점괘도 시시각각(時時刻刻)으로 상황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지는 거야.”

“정말, 끝까지 공부를 시켜 주십니다. 다시 감동입니다.”

“뭘. 나도 동생 덕분에 깨달은 것이 많아.”

“귀찮게만 했을까봐 심히 걱정이 되는데요?”

“아니야. 무엇보다도 더불어서 이야기할 동생을 얻어서 행복하고, 내가 아는 것을 전해 줘서 동생이 기뻐하니 또한 행복하잖아.”

“학문의 나눔은 아무리 많아도 행복한 것은 맞습니다.”

“동생도 반드시 큰 스승이 될 거야.”

“부디 그렇게 된다면 누님의 공덕이 엄청나다는 것을 미리 선언할 수가 있겠습니다.”

“물론 나도 한 보탬이 될 거야.”

“이미 큰 보탬이 되셨습니다. 오늘 깨달은 것은 근래의 한 달을 공부해서 얻은 것보다도 더 크다고 확신합니다.”

“다음엔 내가 공부를 할 테니까 품앗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아, 맞습니다. 공부 많이 해서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공부는 남에게 전해 줘야 단전(丹田)에 쌓이는 거야.”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혼자만 담아두면 썩어버리지만, 자꾸 꺼내서 설명하다가 보면 자신도 뭘 모르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단 말이야.”

“아하~! 맞습니다. 완전히 공감(共感)합니다.”

“그러니까, 퍼주고 또 퍼주면 가득해지는 것이기도 한 거야.”

“정말 멋진 말씀입니다. 재물은 퍼주면 줄어들지만 학문은 퍼줄수록 도로 가득해지는 것이네요.”

“그것을 알면 이미 고급학자인 거야.”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겠습니다.”

“그래 공부에 행운이 함께 할 거야.”

“고맙습니다. 누님 편히 쉬십시오. 또 다음 날에 놀러 올게요.”

“그래~! 동생.”

그렇게 작별을 하고 몽유원을 빠져나왔다. 몇 걸음을 걷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니 상인화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혹시라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려나 싶었다가 휑하니 바람만 몰아오니까 문득 뭔가 두고 온 것만 같은 허전함에 휩싸였다.

‘참 특이한 누님이네.’

혼자 중얼거리면서 입구에 있는 몽유원의 편액을 다시 바라다봤다. 그야말로 꿈속에서 선녀와 노닐면서 진리를 논하다가 꿈을 깬 것 같은 허전함이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니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경쾌한 마음으로 처소로 돌아오니 자원이 다녀갔는지 과일을 가지런히 담아놓은 쟁반이 빈방을 지키고 있었다.

우창은 자원이 놓고 간 것을 먹으면서 오늘 배운 역학의 기초에 대해서 꼼꼼하게 적기 시작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많은 공부를 담아왔기 때문에 저녁을 먹는 것도 잊어버렸다. 과일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저녁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밥을 먹다가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붓을 잡은 김에 생각나는 대로 기록을 했다.

문득 상인화를 생각하니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두 번 다시는 18변법을 사용할 것 같지 않았다. 그야말로 평생에 단 한 번만 해보는 것으로도 너무나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신에게 전쟁의 승패를 물어볼 제왕이 있을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다만 점괘는 일사일점(一事一占)이라고 해서 한 가지의 질문에만 답변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다는 듯이 척척 풀어가는 상인화의 해박한 통찰력은 부럽기도 했다. 더 열심히 공부하면 그러한 방법에 대해서도 핵심을 얻을 수가 있지 싶어서 희망이 솟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정리를 해놓고 불을 끄고 잠을 자려고 해도 정신이 말짱해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자원이 찾아왔다.

“진싸부~!”

“…….”

우창은 답을 하지 않았다. 길게 설명하려면 이러한 기분이 흩어지지 싶어서였다. 대신에 내일 다시 이야기하면 되지 싶어서 일찍 잠이 든 것으로 하고 잠자는 시늉을 하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도 몽유원에서 상인화의 이야기를 듣느라고 마음을 기울여서 열심히 공부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아마도 낮에 겪었던 풍경이 재연되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