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10. 바람이 불면 구름은 흩어진다

작성일
2017-04-22 12:22
조회
3376
[182]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10. 바람이 불면 구름은 흩어진다



“예? 편법은 이해가 됩니다만, 심역이라는 것은 무슨 뜻이죠?”

“글자 그대로야. 마음으로 역점(易占)을 하는 거니까.”

“이해가 됩니다. 처음에는 원칙대로 익히다가 익숙해지면 지름길로 괘를 얻어도 된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맞아. 그게 정답이야.”

“비록 방법은 달라도 결과는 같다면 쉬운 쪽으로 택하겠습니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아까부터 ‘서합(噬嗑)’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괘를 얻는 과정을 익힌 거지만 점괘가 나왔으니 궁금하기도 할 거야.”

“당연합니다. 누님.”

“해석을 해 볼까?”

“정말 제가 알아들을 만큼만 풀이를 해 주신다면 속이 시원할 것 같습니다. 하하~!”

“언제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역경을 읽으면 모두 이해를 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도 아닌 것 같아.”

“역경은 점상(占象)을 풀이하는 기준이라는 말씀이겠지요?”

“맞아, 그래서 처음에는 책을 의지하지만 공부가 익으면 책은 잊게 되지.”

“멋진 말씀입니다. 당연히 그래야 할 것입니다.”

“말귀도 참 잘 알아들어.”

“물고기가 물이 부족할 적에는 물이 줄어드나? 누가 잡으러 오지는 않나? 하고 근심하지만 깊은 연못에 들어간 고기는 물을 잊고 자유롭게 헤엄치고 노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아하~! 비유(譬喩)도 제법인걸. 누나가 감탄했어.”

“고마워요. 누님 덕에 깨달음에 날개를 달았나 봅니다. 하하~!”

“이 점괘는 ‘화뢰서합, 이효동’이라고 하면 되겠어.”

“그러니까, ‘화(火)가 상괘(上卦)이고 뢰(雷)가 하괘(下卦)여서 서합(噬嗑)인데, 그중에서 아래의 두 번째 효가 음에서 양으로 변하게 되어서 하괘가 동하여 택(澤)이 되었으므로 화택규(火澤睽)가 된 괘’라고 정리를 하면 되겠죠?”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길어 보이네.”

“그럼 간단하게 말하면, ‘서합지규(噬嗑之睽)’인 거죠?”

“맞아~! 다 옳은 말이고, 또 다 같은 말이야.”

“같은 말도 어떤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느냐에 따라서 길이도 달라지고 내용도 달라지는 거야.”

“당연하겠습니다. 고수끼리 만나면 어떻게 해석을 할까요?”

“고수끼리? 그러면, ‘아무래도 푹 삶아야될 것 같지 않아?’라고 할 것 같아.”

“예? 푹 삶다니요? 뭘 말입니까?”

“아직 동생은 고수가 못 되어서 그렇게 묻게 되어있는 거야.”

“아하~!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대화에는 격이 있는데 저는 아직 격이 형편없이 낮다는 것이네요. 그래서 푹 익도록 삶아야 한다는 이야기로군요. 열심히 공부할게요. 하하~!”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서 ‘지자지(知者知), 부지자부지(不知者不知)’라고 하잖아.”

“무슨 뜻이죠? ‘아는 사람만 안다.’는 말인가요?”

“맞아, 아는 사람은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고, 모르는 사람은 손에 쥐여줘도 모른다는 뜻이야.”

“맞습니다. 저도 다른 욕심은 없는데 학문에 대한 욕심은 누구보다도 못지않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알고 싶어요.”

“잘하고 있어. 이렇게 알아가고 있잖아.”

“그래서 행복합니다. 그럼 서합(噬嗑)에 대해서부터 설명해 주세요. 완전 초보에게 밥을 떠먹여 주는 마음으로요. 하하~!”

“알았어. 우선 글자만 봐서는 괘명(卦名)이 서합(噬嗑)인 것은 ‘입에 음식을 넣고 씹는 것’을 말해.”

“아, 그래서 더 삶아야 한다고 하셨구나.”

“그래 맞아. 그러한 해석도 가능하다는 뜻이지만 그 의미는 천변만화(千變萬化)를 포함하고 있어.”

“와우~! 흥미진진합니다. 손에 땀이 다 나는 걸요.”

“동생의 그 열정으로 인해서 누나가 힘든 줄도 모르고 술술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정말, 지금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만찬을 받아 놓은 것처럼.”

“아직 설명을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 좋아하네.”

“저도 모르죠. 마냥 좋습니다. 하하~!”

“서합을 형상화하면 상구(上九)는 윗입술이고, 초구(初九)는 아랫입술이라고 해석을 해.”

“상괘는 불이고, 하괘는 우레라는 것과는 무슨 관계인가요?”

“그것도 하나의 해석 방법이야. 역경에서는 이렇게 설명하는 거야.”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안에 있는 네 개의 효는 음식물이 되겠네요?”

“맞아. 입안에 들어있는 음식물이야. 다시 서합괘를 자세히 봐.”

182-1

“예 누님 자세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음식은 부드러워야 하겠지?”

“물론이죠.”

“그런데 가운데 뭔가 강한 것이 있잖아?”

“아하~! 구사(九四)를 말하는 거죠?”

“답을 하는 것이 제법 역학(易學)을 공부하는 학자티가 나는 걸.”

“괜한 칭찬은 마시고 어서 설명을 해 주세요. 하하~!”

“그래서 아직은 삼킬 수가 없다는 뜻이야.”

“거 참, 이해되지 않습니다.”

“뭐가?”

“씹고 있는 음식이라고 해 놓고서 또 아직 덜 씹어져서 삼킬 수가 없다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

“아예 부드러워진 음식을 먹으면 되잖아요.”

“무슨 말이야?”

“상괘가 간괘(艮卦)면 되겠네요. 그러면 음식물이 모두 부드러워서 마구마구 먹고 기분이 좋아지겠습니다.”

“난 또 무슨 말이라고. 산뢰이(山雷頤)를 생각했구나.”

182-2

우창은 상인화가 산뢰이괘를 그려서 보여주자. 손뼉을 쳤다.

“맞아요. 이것은 구사(九四)가 육사(六四)로 변해서 음효가 되었기 때문에 음식물이 제대로 잘 씹혀서 먹기 좋게 된 거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 괘에도 그런 뜻이 있어. 보양(保養)을 의미하고 있거든.”

“예? 정말요? 역경의 마음을 제가 제대로 짚은 건가요? 하하~!”

“우쭐하긴. 그래도 기특해.”

“오호~! 역경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습니까?”

“재미가 없는데 누가 일생을 들여다보고 궁리하겠어?”

“알았습니다. 천천히 공부해서 모두 알아보고 싶습니다.”

“우선 서합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네. 그렇게 되면 64괘중에서 하나를 해결한 것과 같으니까.”

“그것이 또 그렇게 되네요. 맞습니다. 다시 설명을 기다립니다.”

“상괘가 화(火)인 이유를 고인은 ‘밝은 국법(國法)’이라고 했어.”

“그건 또 나라의 관점에서 본 것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맞아, 하괘는 벽력(霹靂)과 같은 형벌이라고 해석을 했지.”

“나라의 법이 천둥 번개같이 몰아치는 것을 국가에서 명령을 내려서 죄인을 국문(鞫問)하는 것에다 비유했네요.”

“입속의 가시처럼 올바르지 못한 사안이 당면과제(當面課題)인 거야.”

“그것은 해결해야만 넘어갈 수가 있겠네요.”

“그런데 그 문제의 가시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에 있어.”

“그건 왜죠?”

“일반 평민이면 잡아다가 족치면 되는데, 지위가 제법 있단 말이거든.”

“그건 어디에서 나오죠?”

“이 괘는 지금 그러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거지.”

“그렇다면 다음으로는 동효를 봐야 한다는 거죠?”

“눈치 하나는 절에 가서 새우젓을 얻어먹겠어.”

“하괘에 있는 가시는 어떻게 해 보겠는데, 상괘에 있는 가시는 국록(國祿)을 받는 관원(官員)이란 말이거든. 그래서 잘 따지지 않으면 곤란한 거야.”

“그야 왕이 다스리는 형장(刑場)에서 관원이 무슨 상관입니까?”

“왕은 혼자서 왕 노릇을 하는 건가?”

“그런 거잖아요?”

“어림도 없어. 문무백관(文武百官)이 협력하지 않으면 왕은 3일도 버티기 힘든 거야.”

“그러한 생각은 또 안 해봤습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니 순진(純眞)한 거야. 때가 묻지 않은 거지.”

“그건 다른 말로 하면, 바보라는 거잖아요?”

“바보는 아니지만 여하튼 세상의 이치는 모른다는 것이 확실하지.”

“맞습니다. 그러한 것에 뜻을 둬보지 않아서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비록 지금은 5급 관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뒤에 영의정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함부로 대하기 어렵겠습니다. 그 죄인이 영의정 아들이라도 된다면 더 그렇겠는걸요.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입안의 가시로군요.”

“오~! 이제 뭔가 말귀를 알아듣는 것 같네.”

“그런데 누님의 말씀을 듣다가 보니까, 64괘는 64개의 커다란 거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거울은 그렇게 생겼지만, 그 앞에 어떤 직업, 어떤 사안이 놓이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오호라~! 그만하면 한 소식 했다고 봐도 되겠는걸. 기특해~!”

“고맙습니다. 설명을 잘 해 주셔서 이러한 유추(類推)가 가능한 것이라고 봅니다. 입을 비추게 되면 입안에 가시가 있는 것이 보이고, 나라를 비추게 되면 형장(刑場)에서 재판하는 것이 보인다는 것에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큰 것을 비추면 큰 것이 보이고, 작은 것을 비추면 작은 것이 보인다고도 해.”

“그렇기 때문에 단지 64개에 불과한 거울이지만 세상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을 모두 포함하여 해석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명학은 60개의 간지로 인간사(人間事)의 모든 것을 읽어내는 것을 보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아, 맞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지괘(之卦)를 살펴볼까?”

“참, 잊고 있었네요. 서합에서 규로 변한 결과는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어서 설명해 주세요.”

“화택규(火澤睽)의 규(睽)는 뭔가를 노려본다는 의미야.”

“마음이 즐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노려본다면 뭔가 불편하기 때문일 테니까 말이지요.”

“맞아. 그래서 두 여인이 서로를 노려보는데 그 마음은 하나라고도 했어. 그러니까 한 남자를 두고서 노려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

“서로 차지하려고 한단 의미인가요?”

“그 한 남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 연인일 수도 있고, 자녀일 수도 있고 남자 형제일 수도 있으니까 그것은 상황에 따르면 되는 거야.”

“그것은 가정의 일이 될 수도 있고 국가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까?”

“동한 것이 하괘라면 가정사이고 상괘라면 바깥의 일이라고 볼 수가 있겠지.”

“그럼 하괘니까 가정의 일이네요. 아하~! 그래서 여인들이 남자를 두고 서로 다투는 모습이 나온 것이로군요.”

“이렇게 동효(動爻)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야. 관찰의 범위를 제한해 주므로 인해서 무진장(無盡藏)으로 확대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니까.”

“단순하게 판단하면, 위는 불이고 아래는 연못이 됩니다.”

“불이 위에서 연못을 비추는 거니까 그림은 좋잖아?”

“그렇겠는데요. 이게 왜 나쁜 거죠?”

“불은 위로 올라가고 연못의 호수에 있는 물은 아래로 흘러가니 서로 반목(反目)을 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거야.”

“그것은 화수(火水)의 의미와 겹치는데요? 어색해요.”

“송무(宋無)는 연못을 구름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잖아?”

“아하, 맞다. 그렇게 되면 구름 위에 불이 있는 것입니다.”

“날씨가 맑을까?”

“흐린 날이겠는데요?”

“날씨가 흐린데 두 여인이 반복한다면 날씨가 좋아지면 다시 좋아질 수도 있을까?”

“아, 그런 해석도 가능합니까?”

“왜냐하면, 구름은 바람이 불면 흩어지니까.”

“연못보다 구름에 마음이 더 가는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하겠네요.”

“일리가 있지?”

“그러니까요. 어색한 것이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 거라고 봐.”

“그런데 구름이면 구름이지 그것을 흩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볼 이유도 있는 것입니까?”

“그야 본괘(本卦)가 아니라 지괘(之卦)니까.”

“동효로 인해서 생겨난 괘라서 내용도 지속적이지 않을 수가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물론이야.”

“자연의 상황까지 이해하면서 관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해석입니다.”

“그래야 역괘가 살아서 움직이지 않을까?”

“맞습니다. 죽어있는 것은 의미가 없지요.”

“옳은 말이야.”

우창의 말에 상인화는 맞장구를 쳤고, 그래서 우창은 또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