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8. 18변법의 득괘법

작성일
2017-04-20 07:02
조회
1874
[181]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8. 18변법의 득괘법


상인화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탁자 위에 있는 통을 하나 들고 왔다. 우창은 뭔가 하고 기다렸다. 뚜껑을 열자 가지런히 잘라 놓은 풀 가지가 가득 들어있었다.

“이게 시초야.”

“아, 이게 시초로군요. 처음 봅니다.”

“보통은 ‘비수리’라고도 하고, ‘야관문’이라고도 하는 풀이야.”

“야관문이라는 이름은 들어 봤습니다. 그게 이렇게 생긴 것이었군요.”

“들었으면 말해 봐.”

“남자가 아내와 동침을 할 적에 힘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더군요.”

“그래 잘 알고 있구나. 그런 효과가 있다나 봐.”

“설마 그렇게 유명한 야관문이 시초였다는 것은 금시초문입니다.”

“원래 알고 보면 의외로 가까이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아.”

“야관문을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요? 이걸 봐서는 그냥 잘라서 다듬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약으로 쓸 적에는 야관문이라고 하고, 득괘용으로 사용할 적에는 시초라고 해야지.”

“뭐 그게 그거 아닙니까? 둘러치나 메치나. 하하~!”

“다르지. 차를 타려고 끓은 물은 탕수(湯水)지만, 약으로 끓는 물은 백비탕(白沸湯)이라고 하잖아.”

“괜한 이름의 유희인 것 같은데요?”

“아직도 동생은 갈 길이 멀었구나.”

“이름을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까?”

“당연하지.”

“정말 그 차이가 있기는 한 겁니까?”

“당연히 있지~!”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누님께서는 우둔한 동생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설명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

“설명은 뭔 설명. 이름이 다르면 마음이 달라지잖아.”

“마음이 달라진다고 해서 작용도 달라집니까?”

“물론이지. 생각에 따라서 약이 들어가는 경로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그건 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물어볼까? 도라지가 뭐야?”

“반찬 해 먹는 거잖아요? 쌉쌀하고 향기로운 거죠.”

“길경은?”

“한약재잖아요? 기침과 가래를 삭여준다는 거죠.”

“이 둘은 같은 걸까, 아니면 다른 걸까?”

“그야 당연히 이름이 다른데 다른 것이겠죠.”

“동생이 이 누나를 웃기는 줄도 모르고 있지?”

“제가 누님을 웃겼습니까? 그런데 왜 웃지도 않으십니까?”

“마음속으로 웃으면 되지 소리를 내어서 웃어야 웃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얕은 거야.”

“그런데, 왜 제가 누님을 웃겼습니까?”

“도라지를 말리면 길경이 되는 거야.”

“예? 그런 겁니까? 몰랐습니다.”

“이름에 따라서 성분도 달라지는 거니까 이참에 잘 알아 둬. 괜히 무식하단 소리 듣지 말고.”

“옙~! 잘 알았습니다. 누님.”

“말은 잘 들으니 기특한 동생이네.”

“누님은 잘 알고 저는 모르니 잘 들을 수밖에요. 하하~!”

“이제부터는 야관문이라고 하지 않고 시초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시초를 어떻게 사용합니까?”

“그 봐, ‘야관문을 어떻게 사용합니까?’ 하면 ‘다려먹어라’고 할 것이고, ‘시초를 어떻게 사용합니까?’하면 점괘를 뽑는 방법을 설명할 것이 아닌감?”

“정말 그렇게 되네요. 누님이 항상 옳으십니다. 어리석은 동생을 가르치느라고 고생이 막심하십니다. 하하~!”

“뭘, 그 정도야 약과지.”

“예? 약과가 무엇입니까? 원래 약과는 음식이 아닙니까?”

“음식도 약과이고, 어렵지 않은 일도 약과야.”

“그게 또 그런 용도로 쓰이는군요. 정말 누님은 아는 것도 많으십니다.”

“생각하는 것을 즐기다 보니까, 약간의 소득이 있었나 봐.”

“그럼 시초를 어떻게 사용하여 점괘를 얻는지 알려 주세요.”

“점괘를 얻는 과정을 설시법(揲蓍法)이라고도 해.”

“말인즉 시초의 수량을 헤아리는 방법이라는 것이네요.”

“맞아, 그런 이름으로도 부른다는 것을 알아두란 뜻이야.”

“잘 알겠습니다. 누가 그렇게 말을 하는데 못 알아들으면 그것도 민망하겠습니다.”

“이게 모두 합해서 50개야.”

“아하~! 득괘를 위해서는 50개라야 하는 건가요?”

“시초가 들판에 자라고 있는 것 중에서 한 포기를 잘라 50개가 되도록 해야 하거든. 계사전(繫辭傳)에 그렇게 하라고 나와 있어.”

“그렇다면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이 50개라야 한다는 말입니까?”

“맞아.”

“그런 풀이 없으면 점은 쳐보지도 못하는 것입니까?”

“말하자면 그런 셈이지.”

“그런 이치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것도 한 포기에서 자란 것에서 50개를 고른 거야.”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 것이었네요.”

“그렇게 재료를 구했으면 이것으로 점괘를 얻는 법을 알려줄게.”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하~!”

“우선, 점대를 50개로 한 것은 대연수(大衍數)에서 나온 거야.”

“역경에서는 대연수를 바탕으로 삼는가 봅니다.”

“맞아, 그리고 시초는 49개만 사용해.”

“그럼 하나는요?”

“그것은 천지의 시작이고 변화의 시작이라고 해서 맨 처음에 점괘를 얻고자 할 적에 하나를 뽑아서 가장 위에 가로로 두게 되는 거야. 태극이라고 해도 되겠지.”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49개가 된다는 뜻이죠?”

“그렇지. 그 49개를 좌우의 양손에 갈라 쥐는 거야.”

“느낌이 옵니다. 아마도 한쪽은 상괘(上卦)가 되고, 다른 한 쪽은 하괘(下卦)가 되지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동생이 제대로 감을 살렸어. 그대로야.

“그렇다면 내친김에 하나 더 찍어보면, 왼손이 상괘가 되고 오른손이 하괘가 되는 것일까요?”

“맞아, 그렇게 나누는 거야. 근데 왜 그렇게 생각했지?”

“그냥, 좌양우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습니다.”

“오호~! 음양 공부도 잘하셨구나. 그런데 왜 좌가 양이지?”

“좌가 상(上)이고 우가 하(下)라서 입니다.”

“어디에서 근거를 찾은 거야?”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다고 들었죠.”

“제대로 상식을 활용하는구나. 맞아.”

“그렇다면 왼손에 있는 시초를 어떻게 해서 상괘로 만드는 거죠?”

“여기에서도 각각의 문파에 따라서 시행법은 여러 가지야. 다만 누나는 8씩 나누고 남는 것으로 괘를 삼게 되는 거야.”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더 복잡한 방법이란 뭔가요?”

“왜? 그것조차도 알아보고 싶어?”

“호기심이죠. 궁금하니까요. 하하~!”

“그것은 역경의 「계사전상(繫辭傳上)」의 제구장(第九章)에 나와 있는 십팔변법(十八變法)이라는 거야.”

“예? 18번이나 가린다는 건가요?”

“맞아.”

“무척이나 복잡한데요.”

“원래 복잡하니까 간편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나온 것이겠지?”

“맞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은 알아두고 싶습니다. 귀찮으시겠지만 누님께서 수고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야, 그 정도의 열정이 있어야 기초를 제대로 다지는 거야.”

“헤아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누님.”

“고맙긴, 내가 즐거운걸.”

“그러시다면 더욱 많이 여쭐랍니다. 하하~!”

“그러시렴.”

“그런데 시초가 있으면 시초를 사용하겠지만 겨울에는 구할 수가 없을 텐데 그러한 경우에는 어쩌죠?”

“그래서 보통은 대나무를 잘라서 50개 만들어두고 사용하기도 해.”

“아, 그러면 반드시 시초라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군요.”

“적어도 공자는 그렇게 사용했다는 이야기야.”

“알겠습니다.”

“그럼 잘 봐.”

우창은 상인화가 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시초를 어떻게 다루는 것인지를 열심히 익혔다. 두 번 설명해 달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이므로 한 방에 깨끗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에 또 집중을 했다.

“자, 여기 50개의 시초가 있어.”

“예, 알고 있습니다. 누님.”

“이 중에서 하나를 빼서 따로 두는 거야. 이것을 뭐라고 한다고 했지?”

“태극~!”

“맞아. 이건 태극이라고 하는 거야.”

“그건 기억했습니다.”

“다음으로 내 손에는 몇 개의 시초가 있지?”

“그야 당연히 49개입니다.”

“이것을 다시 양손으로 나누는 거야.”

“맞습니다. 그래서 왼쪽은 천(天), 오른쪽은 지(地)가 됩니다.”

“그래, 다음으로 오른쪽에서 하나를 집어다가 왼손의 무명지와 약지의 사이에 끼우는 거야.”

“아하~! 그건 왜 그렇게 하는 건가요?”

“인(人)~!”

“예? 인이라니요?”

“왼손은 천, 오른손은 지, 그리고 점괘를 얻고자 하는 나는 인, 이렇게 해서 천지인의 이치가 그대로 적용되는 거야.”

“아, 그래서 천지인이로군요. 재미있습니다.”

“자, 이제 시초는 태극으로 하나가 나가고, 천지인의 인으로 하나가 나왔으니까 나머지는 몇 개가 되지?”

“나머지는 48개입니다. 누님.”

“이렇게 천지의 48개의 시초를 갖고서 시작하는 거야.”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죠?”

“다음에는 오른손이든 왼손이든 상관은 없어. 일단 왼쪽부터 한다고 보면, 시초를 넷씩 짝을 지어서 나누는 거야.”

“왜 넷씩 나누나요?”

“춘하추동도 넷이고, 원형이정도 넷이고, 사상도 넷이니 넷으로 나누는 거야.”

“그냥 그렇게 알아두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이렇게 넷씩, 넷씩 나누고 나면 남는 것이 있겠지?”

“그렇겠습니다.”

“몇 개가 남을까?”

“하나에서 넷의 사이가 되겠습니다.”

“맞아. 지금은 몇 개가 남았어?”

“세 개가 남았습니다.”

“그러면 이 세 개를 다시 장지와 무명지 사이에 끼우는 거야.”

“그런데 왼손잡이는 어떻게 하죠?”

“뭐가 어려워? 왼손잡이는 오른손에다가 끼우면 되지.”

“아, 그런 거죠? 하하하~!”

“이렇게 해서 왼손의 천에 대한 것은 마무리가 된 거야.”

“알겠습니다. 다음에는 오른손의 지에 해당하는 것을 가려야 하겠네요.”

“맞아, 이번에도 역시 넷씩, 넷씩 나누는 거야.”

“하나가 남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시초는 모두 ‘1+3+1=5’가 되었지?”

“예, 맞습니다.”

“이것을 태극으로 뽑아 놓은 옆에 두는 거야.”

“어디에 쓰려고요?”

“쓸데가 없어. 그런데도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쓸데가 없는데도 소중하게 가리는 것은 왜죠?”

“인간의 상념이 개입하지 말고 제육감이 개입하기를 바라는 것일 수도 있어.”

“뭔가 엄숙한 느낌이 듭니다.”

“맞아, 18변법의 효과이기도 한 거야.”

“그럼 이제 끝났나요?”

“아니~!”

“여태 이렇게도 열심히 했는데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닌가요?”

“18변법에서 1변법이 완료된 거야.”

“아하~! 이와 같은 방법을 18번을 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물론이야.”

“이야~! 정말 대단히 복잡하긴 합니다.”

“아무리 급해도 인내심을 갖고 집중해.”

“옙~! 알겠습니다. 누님.”

“다시 2차 과정을 거칠 거야.”

“그러니까 태극으로 뽑아 놓은 것은 그냥 두고 나머지는 다시 섞어서 나눠 쥔 다음에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한단 말씀이죠?”

“맞아.”

“계속해서 잘 지켜보겠습니다. 누님.”

“다음엔, 다시 양손으로 나눠서 쥔 시초를 바닥에 놓은 다음에 우측의 무더기에서 하나를 집어서 무명지와 약지에 끼우고, 4, 4, 4, 4로 나누는 과정을 반복하는 거야.”

“아니, 누님. 그런데 인에 해당하는 것은 반드시 지의 오른쪽 무더기에서 집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결과는 같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것은 당연히 인간은 땅에서 태어난다는 이치로 인해서야.”

“이야~! 그것조차도 마음대로 두지 않는군요. 놀랍습니다.”

“그게 정성이고, 정성이 있으면 하늘이 감동을 하고, 하늘이 감동을 해야 비로소 올바른 계시를 보여줄 테니까.”

“그래서 열여덟 번이나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것인가요?”

“무념무상~!”

“알겠습니다. 뭘 원하는 것인지 짐작이 됩니다. 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