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5. 그렇게도 중요한 기초(基礎)

작성일
2017-04-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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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5. 그렇게도 중요한 기초(基礎)



상인화는 우창의 표정에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다 된 것을 보고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동생은 사상(四象)에서 팔괘(八卦)로 확장(擴張)된 것은 알아?”

“그건 안다고 봐도 되지 싶습니다. 태양(太陽⚌)에서 양(⚊)으로 확장한 것은 건괘(乾卦☰)이고, 음(⚋)으로 확장한 것은 태괘(兌卦☱)가 된 것이 맞습니까?”

“오호~! 정확히 알고 있구나.”

“그것은 다행히 언젠가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복습도 할 겸 한번 이야기해 봐.”

“알겠습니다. 역시 완벽한 누님이시네요.”

“이러한 것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흐름상 필요한 거야.”

“소음(少陰⚍)에서 양으로 확장하면, 리괘(離卦☲)가 되고, 음으로 확장하면, 진괘(震卦☳)가 됩니다.”

“또.”

“소양(少陽⚎)에서 양으로 확장하면, 손괘(巽卦☴)가 되고, 음으로 확장하면, 감괘(坎卦☵)가 되고요.”

“옳지, 또~!”

“태음(太陰⚏)에서 양으로 확장하면, 간괘(艮卦☶)가 되고, 음으로 확장하면, 곤괘(坤卦☷)가 되고요.”

“그래, 제대로 이해를 하고 있네.”

“누님~!”

“응?”

“이 동생을 너무 어린아이 취급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 그렇잖아. 공부는 어린 마음으로 해야 만무일실(萬無一失)이거든. 대략 이 정도는 알겠거니 하고 넘어가면 언제 어디에서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가 없으니까. 매사는 불여튼튼이라고 했어.”

“하여튼 말로는 어떻게 누님을 감당하겠습니까? 하하~!”

“그런 생각으로 역경을 공부하겠단 말이야?”

“아아~! 아닙니다. 누님. 그냥 웃자고 해 본 소리입니다. 하하~!”

“난, 그런 말은 하나도 재미없거든.”

“알았어요. 누님 미안해요~!”

우창의 농담에 정색하는 상인화에게 오히려 미안해서 머쓱해진 우창이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그제야 상인화도 다시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가서 설명한다.

“그러면 이제 각각의 괘가 뭘 의미하는지 말해 봐.”

“그건 너무 쉽네요. 건(乾)-하늘, 태(兌)-연못, 리(離)-불, 진(震)-우레, 손(巽)-바람, 감(坎)-물, 간(艮)-산, 곤(坤)-땅입니다.”

우창도 어려운 공부를 하느라고 며칠간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니 이렇게 매우 기초적인 팔괘 이야기를 하니까 오히려 머리의 긴장을 풀어버리는 효과도 있어서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맑고도 온화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에서 왠지 모를 푸근함이 마음속을 여유롭게 했다.

“사상(四象)에서 확장이 된 팔괘를 순서대로 이야기해 봐.”

“예? 순서대로요? 건(乾), 태(兌), 리(離), 뢰(雷), 손(巽), 감(坎), 간(艮), 곤(坤)으로 말입니까?”

“잘했어. 그것을 세 글자로 정리하는 거야.”

“세 글자요?”

“건위천(乾爲天)과 같은 형식으로 말이야.”

“아, 알았습니다.”

“알았으면 어서 해봐.”

“건위천(乾爲天), 태위택(兌爲澤), 리위화(離爲火), 진위뢰(震爲雷), 손위풍(巽爲風), 감위수(坎爲水), 간위산(艮爲山), 곤위지(坤爲地)입니다.”

“오호~! 제대로 했어.”

“이렇게 답을 할 수가 있어서 저도 즐겁습니다. 하하~!”

“그래, 잘했어. 여기에 숫자를 붙여 보는 거야.”

“숫자는 또 어떻게 붙이는 거지요?”

“일건천(一乾天)으로 말이야.”

“아하~! 알겠다. 그것도 간단하죠.”

“간단하다고 입으로 하지 말고 머리로 답을 내놔 봐.”

“일건천(一乾天), 이태택(二兌澤), 삼리화(三離火), 사진뢰(四震雷), 오손풍(五巽風), 육감수(六坎水), 칠간산(七艮山), 팔곤지(八坤地)입니다. 누님.”

“잘했어, 이것은 매우 중요하니까 달달 외워서 생각만 하면 같이 붙어 나오도록 해야 할 거야.”

“옙~!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런데 숫자는 어디에 쓰라고 외우는 겁니까?”

“그야 다 쓸데가 있으니까 외우라지. 쓸데없는 것을 괜히 동생 애먹이려고 외우라고 할까봐?”

“그게 아니라, 그래도 어디에 쓰이는지 알려 주시면 좋잖아요?”

“그야 뭐 어려운 일이라고. 잘 들어 봐.”

“예. 이미 들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누님.”

“만약에 어떤 책을 봤는데, 숫자로 일육삼(一六三)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보겠어?”

“그야 모르죠. 아마도 수리학인가 봅니다.”

“수리학은 무슨, 주역인데.”

“예? 주역이라고요? 그렇다면 일(一)은 건(乾)이고, 육(六)은 감(坎)이고, 삼(三)은 리(離)인가요?”

“정말 우습구나.”

“말로는 우습다고 하시면서 웃지는 않으시네요.”

“응, 괜히 웃는 것도 기운을 낭비하는 것이니까.”

“참 특이한 누님이십니다. 하하~!”

“기운은 있을 적에 아껴야 하는 거야. 헤헤거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마음을 표현할 수가 있는데 수다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고 봐.”

“말인즉 옳으십니다.”

“팔괘(八卦)는 소성괘(小成卦)라고 해.”

“맞습니다. 두 개를 겹치면 대성괘(大成卦)가 되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일육(一六)을 겹쳐 놓으면 뭐가 되지?”

“아,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니었네요. 건(乾)과 감(坎)입니다.”

“그래 괘의 이름은 그렇게 하는 게 맞아. 그렇지만 이것을 겹쳐 놓을 적에는 괘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 괘의 뜻을 말하는 거야.”

“아, 그렇군요. 그럼 천수(天水)가 된다는 말씀이죠?”

“맞아.”

“아하~! 그래서 팔괘에 추가로 상징을 붙여서 외워야 하는 것이었군요. 이제 왜 앞의 공식이 중요한지를 알겠네요.”

“대성괘(大成卦)에서는 항상 이렇게 말하는 것도 알아 둬.”

“예, 누님 잘 알겠습니다.”

“기초적인 이야기인데도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니 동생도 천생학자(天生學者)네.”

“뭐든 기회가 왔을 적에 제대로 공부해야죠.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나중에 후회한들 다시 돌아올 기회가 아니니까요.”

“맞아, 매우 현명한 생각이야.”

“그런데 숫자가 셋이었잖아요? 팔육삼이라고 하셨는데?”

“아 마지막 숫자에 대해서 말을 해야 하겠네.”

“그건 뭐죠?”

“동효(動爻)라고 하는 것이라네.”

“동효가 뭐죠? 효가 동한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가만히 있는 효도 있고 동하는 효도 있거든.”

“아, 들어 본 것 같습니다. 동하면 음양이 바뀐다는 것이지요?”

“그래. 그 말이야.”

우창은 문득 취현(京坊)이 들려준 점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경순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 얻은 점괘에서 동효가 없어서 만나는 것을 포기한다고 했었던가 싶은 생각이 났다.

“그런데, 누님.”

“응?”

“주역(周易)의 관점(觀點)은 변화(變化)잖아요?”

“맞아. 변화를 읽는 것이 관법이야.”

“그런데 부동(不動)이면 어떻게 해요?”

“그것도 그대로 하나의 조짐이라고 봐야겠네.”

“그런데 육십사괘(六十四卦) 중에서 천수(天水)로 된 괘는 어떤 거죠?”

“그것은 육십사괘를 외워야만 하는데 지금은 너무 복잡할 것 같아서 다음 기회로 미룰 참이야.”

“아이쿠, 고맙습니다. 누님. 하하~!”

“적어도 숫자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았잖아?”

“그럼요. 너무나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럼 된 거야.”

“그런데 물으면 그냥 알려주시는 게 아니라 듣는 사람의 수준을 고려(考慮)하면서 답을 주시는 거네요.”

“원래 지혜로운 엄마는 아기가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고 해서 아무 때나 주는 것이 아닌 거야. 꼭 필요한 것인지를 살펴보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공급을 하는 것이 엄마 노릇을 잘하는 것이지.”

“그래도 아기가 먹고 싶어서 달라고 할 수도 있잖습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엄마는 그 정도는 딱 보면 판단을 할 수가 있지.”

“아니,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을 것을 달라고 할 수도 있단 말입니까?”

“당연하지. 욕구불만(欲求不滿)이 되면,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자꾸 먹을 것을 찾기도 하거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가령 엄마가 어딜 가려고 하는 느낌이 들거나, 뭔가 무서운 상황이 발생하면 엄마의 동정심(同情心)을 유발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런 행동을 취하기도 하는 거야.”

“아하~!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어린놈이 대단합니다.”

“모두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그런데 그 속도 모르고 자꾸 먹을 것만 공급해 주면 바보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지.”

“그렇겠습니다. 현모(賢母)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네요.”

“어머니 노릇을 가장 잘하면 현모라고 하지 아무에게나 붙이는 글자가 아니란 것도 차제에 알아 둬. 현(賢) 자 속에 깃든 의미가 그렇게 간단하다면 애초에 성현께서 그리 말을 했을 리가 없잖아.”

“예, 너무 자세히 알았습니다. 그리고 제자를 키우는 것도 엄마가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다는 깨달음도 겸해서 얻었습니다.”

“오, 총명한 제자네.”

“워낙 잘 가르쳐 주시는 스승님을 만났거든요. 하하~!”

“아마도 팔괘에 대해서는 그 정도면 대략 이해를 한 것 같아.”

“참, 그런데 궁금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뭔데?”

“예전에 태산의 심곡(鬼谷)에 머물 적에 만난 어느 스승님께서 팔괘의 상징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거든요. 그에 대해서 누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그랬구나. 무슨 이야기를 들었길래?”

“태위택(兌爲澤)에 대해서입니다.”

“그게 왜?”

“그 스승님이 말씀하시기를, ‘태위운(兌爲雲)이라고 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셨는데 매우 타당성이 있고 조리(條理)가 정연(井然)해서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거든요.”

“아, 그랬구나.”

“누님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혹시 그렇게 말을 한 사람이 송무(宋無)는 아니었어?”

“옛? 그를 아십니까? 낙안(樂安) 선생 송무(宋無)입니다. 그 스승님께 기초적인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누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아, 그랬구나. 참 세상이 좁기도 하지.”

“그러가 보니 누님이 잘 아는 분이셨군요.”

“알다마다 뿐일까. 여기에서 오라버니에게 역학의 진수를 다 배우고서 더 넓은 학문의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고 해서 심곡자(深谷子)에게 천거한걸.”

“예? 정말입니까? 참 인연이란 기묘합니다.”

“잘 지내고 있던가 보네?”

“물론이지요. 매우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오라버니가 그렇게 학문이나 닦고 출세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해도 야망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나봐.”

“아니, 유능한 제자가 세상에서 도법을 펼치면 스승님의 위상도 올라갈 텐데 왜 만류를 하셨습니까?”

“운명에 위험이 있어서라는데 그것도 인연이려니 하지.”

“아, 그러셨군요. 아무래도 큰일을 하려면 위험도 따를 것이라는 생각은 해 봅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잃거나 신체 일부분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냥 조심하면 안 되겠느냐고 하고는 듣지를 않았어.”

“그랬습니까? 아마도 늘 군사를 배치하는 생각에 젖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은 노산에 오게 된 것도 낙안 선생의 인연이었습니다.”

“당연하지. 그렇잖아도 다녀갔었어.”

“어쩐지 노산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더라니요.”

“그럴밖에.”

“아 그랬군요. 여하튼 참 재미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누님께서는 낙안 선생의 생각이 어떻다고 보시는지요?”

“실은 낙안의 생각이 오라버니의 생각이기도 해.”

“아하~! 여기에서 이미 그에 대한 토론을 하셨었군요.”

“그렇다면 상병화 형님의 생각이기도 하였네요. 궁금합니다.”

“당연히 천지(天地)의 중간에는 연못보다 중요한 것이 구름이라고 해야지.”

“주역에도 오류(誤謬)가 있다고 보면 될까요?”

“사람이 연구하고 발전시킨 모든 것에는 오류가 있기 마련이야.”

“완벽한 것은 없다는 말씀이시죠?”

우창은 다시 확인할 겸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