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 1. 세 가지 역경(易經)
작성일
2017-04-1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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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제16장 역경(易經)의 입문(入門)
1. 세 가지 역경(易經)
우창도 차를 마시고는 상인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맑은 음성의 듣기 좋은 어감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설명을 했다. 듣는 사람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배려하면서 하는 이야기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역학(易學)은 주역(周易)이라고도 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건 알죠.”
“역학자(易學者)는 역경(易經)을 연구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알 수가 없는 일에 부딪쳤을 적에 지혜를 모아서 답을 찾는 과정은 역학(易學)의 길이라고 하겠네.”
“당연히 그렇게 말을 해도 되겠어요. 누님.”
“그러다가, 도저히 답을 알 수가 없을 적에 점괘(占卦)를 얻어서 난관(難關)이나 의문점(疑問點)을 해결하는 것은 역술(易術)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을 거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왜 이름이 역경이라고도 하고, 주역이라고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원래의 이름은 역경인데 다른 역과 혼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주역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지.”
“다른 역이라니? 그럼 역학은 하나가 아니란 건가요?”
“맞아, 역학은 세 가지가 있어.”
“예전에 태산에서 공부할 적에 간단하게 들었던 것도 같은데 관심을 두지 않아서 모두 잊어버렸어요. 다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아, 기초적인 상식은 이미 있었구나. 다행이다.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약간이라도 알고 있으면 설명하기가 훨씬 부드러우니까.”
“그래도 그냥 완전히 모른다고 생각하고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하하~!”
“알았어, 역의 종류가 세 가지가 있어서 삼역(三易)이라고도 하지.”
“이름을 봐서는 세 가지가 있다는 말이겠군요?”
“연산역(連山易)과 귀장역(歸藏易)이 그것이란다.”
“연산역과 귀장역? 그것을 다 배워야 하는 거예요?”
“아니, 그냥 그런 것이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될 거야. 나도 실은 나머지 두 역은 잘 몰라. 그래서 보통 주역을 그냥 역경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도 그게 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은걸요.”
“그건 어렵지 않아. 연산역(連山易)은 하(夏)나라에서 사용하던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어.”
“아하~! 그건 들어봤어요. 내 짐작으로라면 귀장역(歸藏易)은 은(殷)나라에서 사용하던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때요?”
“어머~! 동생이 여간 총명하지 않은데. 맞아.”
“그 정도야 눈치로 때려잡을 수가 있잖아요. 하은주(夏殷周)에서 주는 주역이고 하는 연산역이면 당연히 귀장역은 은나라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하하~!”
“원래 눈치도 실력이라고 하잖아.”
“그렇다면 이름에 대한 뜻은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으시죠?”
“그 정도야 뭐 어렵겠어. 뭐부터 해 줄까?”
“순서대로 한다면 연산역(連山易)부터 이야기를 들어야 하겠네요. 하나라의 역을 왜 연산이라고 했는지 궁금하네요.”
“그렇다면 동생에게 물어볼까?”
“예? 뭐를 물으시겠다고요?”
“동생이 생각하기에 연산(連山)은 무슨 뜻으로 생각이 되는가를 말이야.”
“그냥 호락호락하게 가르쳐 주시지 않는 걸 보니 누님도 천생(天生) 훈장(訓長)님이십니다. 하하~!”
“그런가? 나도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가르치는 것밖에 몰라.”
“상병화 형님도 아마 가르치는 전문일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누님의 방법을 보니까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그럴 거야. 어서 대답해~!”
“참, 왜 연산이겠느냐고 하셨지요.”
“과히 어렵진 않을 것 같네.”
“오호라~! 알았어요. 산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어머~! 역시 천성적으로 타고난 학자시네.”
그러면서 상인화는 박수를 짝짝짝 쳤다.
“그런데, 글자의 뜻만 알았지 왜 산이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르고 있으니 알아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어서 누님께서 설명해 주셔야지요.”
“팔괘(八卦)에서 산(山)을 나타내는 것이 뭔지는 알까?”
“그야 간괘(艮卦☶)를 말씀하는 것이겠지요?”
“오호~! 팔괘는 알고 있단 거구나.”
“당연하죠. 그건 기본 중에서도 상기본이잖아요. 하하~!”
“그런가? 그래도 자기 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이 있어서 모를 수도 있거든.”
“그야말로 이름만 알아요.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간(艮)이 겹쳐서 있으면 간간(艮艮)이 되겠지?”
“그렇겠네요.”
“이런, ‘그렇겠네요.’가 뭐야~! ‘아하~!’하는 소리가 나와야지. 참 내.”
“어? 답을 주신 건가요? 그렇게 소리 소문도 없이 답을 주시면 우둔한 우창이 어떻게 알아들어요?”
“그런가? 그렇담 이 인화가 동생을 너무 과대평가(過大評價)했단 말이네.”
“그럼요. 전 매우 어린 소년이란 말이에요. 하하~!”
“알았어. 그렇게 알고 있을게. 그렇게 간이 겹쳐 있으면 산이 겹쳐 있는 것이랑 같지 않겠어?”
“옛? 아하~! 그 말씀이었구나. 이제 알아들었어요. 산이 연달아 있다는 것은 간(艮)이 겹쳐 있어서 간간(艮艮)이 되는 바람에 그걸 연산이라고 했다는 것이죠?”
“잘 알아들으셨어. 그게 맞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연산역도 팔괘를 쓰는 것은 같다는 것이네요?”
“맞아, 역(易)은 다 같은데 배치를 하는 법을 따라서 이름이 달라진 것이라고 하면 되겠지.”
“정말 재미있네요. 그러니까 산이 겹친다는 것은 중심(中心)에 중산간(重山艮䷳)이 있다는 거잖아요. 마치 주역(周易)에서 선천은 천지(天地)를 중심으로 삼고, 후천은 수화(水火)로 중심으로 삼는 것처럼 말이죠.”
“와우~! 동생의 추리력(推理力)은 오라버니보다 한 수 위인 걸~!”
“지금 누님께서 칭찬하신 거지요? 희망이 생깁니다. 하하~!”
“맞아, 산이 연달아 있다는 말로 이름을 지은 것도 재미있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을 하는 것인지는 알 필요가 없겠지요?”
“그야말로 고대(古代)의 역경(易經)이라고 전설(傳說) 속에서 전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지. 그러니 연구도 없어서 편린(片鱗)을 보면서 짐작(斟酌)만 하고 있어.”
“알겠어요. 그러한 의미로 부르는 역경이 있었다는 것만 알아도 상식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겠네요.”
“전하는 말로는, 연산(連山)은 8만 글자로 되어 있고, 귀장(歸藏)은 4천3백 글자로 되어 있다고 하니까 원래의 경은 규모가 자못 상당하다고 봐도 되겠어.”
“그렇다면 주역은 몇 글자인데요?”
“주역은 714글자이지.”
“옛? 그렇게 적어졌어요?”
“맞아, 연산에 비해서 귀장이 20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다시 주역은 귀장에 비해서 6분의 1로 줄어든 거라고 볼 수 있겠어.”
“어떻게 더 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줄어든 이유는 뭘까요?”
“글쎄~! 그 이유가 뭘까?”
“아마도 정리하고, 또 정리하면서 점점 진수(眞髓)만 남게 되어서일까요?”
“우와~! 정말 놀라운 추론(推論)이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떤 것은 적은 것에서 점점 많아지는 것이 있고, 또 어떤 것은 많은 것에서 점점 적어지는 것이 있어.”
“놀랍습니다. 음양의 이치라고 할까요?”
“아니.”
“예? 아니라고요? 그럼요?”
“춘하추동(春夏秋冬)~!”
“아니, 계절의 이치란 말입니까?”
“맞아. 점점 확장(擴張)될 적에는 춘하(春夏)의 시기라고 할 수가 있고, 점점 수축(收縮)되는 것은 추동(秋冬)의 이치라고 할 수가 있겠어.”
“오호~!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세상의 이치는 춘하(春夏)를 거쳐서 확장하고, 추동을 거쳐서 수장(收藏)한다는 말씀이잖아요?”
“아마도.”
“공자님은 왜 그렇게도 자신의 학문을 펼쳐보려고 애썼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귀향(歸鄕)해서 말년을 보내게 되셨을까요? 우창은 그게 늘 궁금했어요.”
“그야, 겨울에 꽃을 보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싶어.”
“아니, 그건 또 왜요?”
“만사(萬事)는 때가 있는데 공자는 마음이 급하셨던가 봐.”
“그렇다면 왜 그런 사람을 성인(聖人)이라고 할까요?”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닐걸.”
“그게 아니라면요?”
“혹자는 성인이라고 하고, 또 혹자는 상갓집의 개라고도 하잖아.”
“누가 감히 공자님을 상갓집의 개라고 해요?”
“그야, 동생이 가만히 생각해 보렴.”
“저는 모르죠. 어서 말씀해 주세요. 누님~!”
“공자가 제자들과 열국하면서 보낸 시간이 14년이야. 그 긴 시간을 떠돌면서 뭘 했다고 생각해?”
“그야, 어디에서든 자신의 깨달은 이치로 세상을 다스리고자 할 곳을 찾아다닌 것이잖아요?”
“공자가 주유(周遊)한 이야기를 쓴 사람은 누구일까?”
“그야 공자님의 제자들이겠지요.”
“제자들이 기록할 적에, ‘우리 사부님은 거렁뱅이나 다름이 없었다.’라고 쓸 수가 있을까?”
“아마도 그렇게 쓰긴 어렵겠지요.”
“그래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서 천하에서 크게 쓰일 곳을 찾아서 열국(列國)했다고 기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걸요.”
“그나마도 자공(子貢)이 아니었으면 굶어 죽었을 수도 있고, 자로(子路)가 아니었더라면 목숨을 보전하기도 어려웠을 거야. 그나마 막판에는 염구(冉求)의 보살핌으로 밥이라도 따뜻하게 얻어먹을 수가 있었잖아.”
“아니, 그나저나 누님은 이 산속에서 어떻게 그리도 소상하게 잘 알고 계신 거예요? 그것도 상(尙) 형님이 가르쳐 주신 건가요?”
“그런 셈이야. 주역과 공자는 따로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
“아,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셨나 보네요. 오늘 좁은 안목을 활짝 열어서 세상의 이야기로 잔치를 하는 것 같아요. 누님 덕분에요~!”
“뭘 그러셔~! 서로 탁마하면서 동행하는 것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공자는 시절(時節)을 모르고 허둥댄 가을의 불나비였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아니, 동생.”
“예 누님.”
“공자님에서 공자로 호칭이 바뀐 거야?”
“당연하죠. 누님이 공자라고 하는데 저만 공자님이라고 하면 제 수준이 더 낮아 보이잖아요. 하하하~!”
“참 재미있는 말도 할 줄 아시네. 여하튼 세상의 이치는 확장(擴張)과 수축(收縮)의 반복이고, 학문의 세계도 예외가 아니라고 봐.”
“감탄, 또 감탄입니다. 오늘 어쩐 일로 발길이 몽유원으로 향하는 바람에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귀인(貴人)을 만나서 진귀(珍貴)한 가르침을 받네요. 그래서 꿈인가 생시인가 싶습니다.”
“귀장역(歸藏易)은 안 물어보나?”
“맞다~! 귀장역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누님.”
“귀장은 무슨 뜻일까?”
“‘돌아가서 저장한다.’는 뜻이 뭔지 모르겠어요. 이건 연산과는 느낌이 다른걸요.”
“사람이 죽으면 어디에 감추지?”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으니 그야 땅이잖아요?”
“그래서 곤곤(坤坤)으로 중심이 된 것을 귀장이라고 한다네.”
“그렇다면 중지곤(重地坤䷁)을 말하는 건가요?”
“맞아, 그것으로 인해서 땅으로 돌아가서 감춘다고 귀장이라고 했다나봐.”
“누님~!”
“왜, 동생?”
“오행에 대해서 공부를 조금 했거든요.”
“아, 오행~! 나도 오행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앞으로 알려 줄 거지?”
“오늘 이야기를 들어봐서는 과연 이 우창이 누님께 알려 드릴 것이 있기나 할 것인지 심히 의문스럽단 말이지요.”
“무슨 말이야. 당연히 학생의 마음으로 배우려고 작심하고 있는데.”
“참, 제가 궁금한 것은요.”
“그래. 뭐가 궁금했던 거야?”
“연산도 토(土)이고, 귀장도 토(土)잖아요?”
“아, 산(山)과 지(地)가 모두 토인 것을 말하는구나.”
“맞습니다. 결국 토(土)가 만법의 근원이라는 것인가요?”
“왜 아니겠어. 토(土)는 도(道)이고, 도는 자연이니 토를 떠나서 존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과연 그렇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왜 연산과 귀장을 두고 다시 주역이 필요했던 것일까요?”
“그야 성현(聖賢)의 생각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지. 다만 생각해 보면 세월 따라 변화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에 의해서 이름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 봤어.”
“아, 그렇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시대에 적합한 것으로 주역(周易)을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야.”
“맞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타당하다고 생각이 되어서요.”
“그렇다면 연산과 귀장에 대한 이해는 그만하면 되었을까?”
“그럼요~! 너무나 충분합니다.”
1. 세 가지 역경(易經)
우창도 차를 마시고는 상인화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맑은 음성의 듣기 좋은 어감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설명을 했다. 듣는 사람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배려하면서 하는 이야기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역학(易學)은 주역(周易)이라고도 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건 알죠.”
“역학자(易學者)는 역경(易經)을 연구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알 수가 없는 일에 부딪쳤을 적에 지혜를 모아서 답을 찾는 과정은 역학(易學)의 길이라고 하겠네.”
“당연히 그렇게 말을 해도 되겠어요. 누님.”
“그러다가, 도저히 답을 알 수가 없을 적에 점괘(占卦)를 얻어서 난관(難關)이나 의문점(疑問點)을 해결하는 것은 역술(易術)이라고 보면 거의 틀림없을 거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왜 이름이 역경이라고도 하고, 주역이라고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원래의 이름은 역경인데 다른 역과 혼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주역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지.”
“다른 역이라니? 그럼 역학은 하나가 아니란 건가요?”
“맞아, 역학은 세 가지가 있어.”
“예전에 태산에서 공부할 적에 간단하게 들었던 것도 같은데 관심을 두지 않아서 모두 잊어버렸어요. 다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아, 기초적인 상식은 이미 있었구나. 다행이다.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약간이라도 알고 있으면 설명하기가 훨씬 부드러우니까.”
“그래도 그냥 완전히 모른다고 생각하고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하하~!”
“알았어, 역의 종류가 세 가지가 있어서 삼역(三易)이라고도 하지.”
“이름을 봐서는 세 가지가 있다는 말이겠군요?”
“연산역(連山易)과 귀장역(歸藏易)이 그것이란다.”
“연산역과 귀장역? 그것을 다 배워야 하는 거예요?”
“아니, 그냥 그런 것이 있다는 것만 알아두면 될 거야. 나도 실은 나머지 두 역은 잘 몰라. 그래서 보통 주역을 그냥 역경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도 그게 뭔지는 알아야 할 것 같은걸요.”
“그건 어렵지 않아. 연산역(連山易)은 하(夏)나라에서 사용하던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어.”
“아하~! 그건 들어봤어요. 내 짐작으로라면 귀장역(歸藏易)은 은(殷)나라에서 사용하던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어때요?”
“어머~! 동생이 여간 총명하지 않은데. 맞아.”
“그 정도야 눈치로 때려잡을 수가 있잖아요. 하은주(夏殷周)에서 주는 주역이고 하는 연산역이면 당연히 귀장역은 은나라일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하하~!”
“원래 눈치도 실력이라고 하잖아.”
“그렇다면 이름에 대한 뜻은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으시죠?”
“그 정도야 뭐 어렵겠어. 뭐부터 해 줄까?”
“순서대로 한다면 연산역(連山易)부터 이야기를 들어야 하겠네요. 하나라의 역을 왜 연산이라고 했는지 궁금하네요.”
“그렇다면 동생에게 물어볼까?”
“예? 뭐를 물으시겠다고요?”
“동생이 생각하기에 연산(連山)은 무슨 뜻으로 생각이 되는가를 말이야.”
“그냥 호락호락하게 가르쳐 주시지 않는 걸 보니 누님도 천생(天生) 훈장(訓長)님이십니다. 하하~!”
“그런가? 나도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가르치는 것밖에 몰라.”
“상병화 형님도 아마 가르치는 전문일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누님의 방법을 보니까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그럴 거야. 어서 대답해~!”
“참, 왜 연산이겠느냐고 하셨지요.”
“과히 어렵진 않을 것 같네.”
“오호라~! 알았어요. 산이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어머~! 역시 천성적으로 타고난 학자시네.”
그러면서 상인화는 박수를 짝짝짝 쳤다.
“그런데, 글자의 뜻만 알았지 왜 산이 연결되어 있는지는 모르고 있으니 알아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어서 누님께서 설명해 주셔야지요.”
“팔괘(八卦)에서 산(山)을 나타내는 것이 뭔지는 알까?”
“그야 간괘(艮卦☶)를 말씀하는 것이겠지요?”
“오호~! 팔괘는 알고 있단 거구나.”
“당연하죠. 그건 기본 중에서도 상기본이잖아요. 하하~!”
“그런가? 그래도 자기 공부 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도 많이 있어서 모를 수도 있거든.”
“그야말로 이름만 알아요.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요.”
“간(艮)이 겹쳐서 있으면 간간(艮艮)이 되겠지?”
“그렇겠네요.”
“이런, ‘그렇겠네요.’가 뭐야~! ‘아하~!’하는 소리가 나와야지. 참 내.”
“어? 답을 주신 건가요? 그렇게 소리 소문도 없이 답을 주시면 우둔한 우창이 어떻게 알아들어요?”
“그런가? 그렇담 이 인화가 동생을 너무 과대평가(過大評價)했단 말이네.”
“그럼요. 전 매우 어린 소년이란 말이에요. 하하~!”
“알았어. 그렇게 알고 있을게. 그렇게 간이 겹쳐 있으면 산이 겹쳐 있는 것이랑 같지 않겠어?”
“옛? 아하~! 그 말씀이었구나. 이제 알아들었어요. 산이 연달아 있다는 것은 간(艮)이 겹쳐 있어서 간간(艮艮)이 되는 바람에 그걸 연산이라고 했다는 것이죠?”
“잘 알아들으셨어. 그게 맞는 뜻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연산역도 팔괘를 쓰는 것은 같다는 것이네요?”
“맞아, 역(易)은 다 같은데 배치를 하는 법을 따라서 이름이 달라진 것이라고 하면 되겠지.”
“정말 재미있네요. 그러니까 산이 겹친다는 것은 중심(中心)에 중산간(重山艮䷳)이 있다는 거잖아요. 마치 주역(周易)에서 선천은 천지(天地)를 중심으로 삼고, 후천은 수화(水火)로 중심으로 삼는 것처럼 말이죠.”
“와우~! 동생의 추리력(推理力)은 오라버니보다 한 수 위인 걸~!”
“지금 누님께서 칭찬하신 거지요? 희망이 생깁니다. 하하~!”
“맞아, 산이 연달아 있다는 말로 이름을 지은 것도 재미있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을 하는 것인지는 알 필요가 없겠지요?”
“그야말로 고대(古代)의 역경(易經)이라고 전설(傳說) 속에서 전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지. 그러니 연구도 없어서 편린(片鱗)을 보면서 짐작(斟酌)만 하고 있어.”
“알겠어요. 그러한 의미로 부르는 역경이 있었다는 것만 알아도 상식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겠네요.”
“전하는 말로는, 연산(連山)은 8만 글자로 되어 있고, 귀장(歸藏)은 4천3백 글자로 되어 있다고 하니까 원래의 경은 규모가 자못 상당하다고 봐도 되겠어.”
“그렇다면 주역은 몇 글자인데요?”
“주역은 714글자이지.”
“옛? 그렇게 적어졌어요?”
“맞아, 연산에 비해서 귀장이 20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다시 주역은 귀장에 비해서 6분의 1로 줄어든 거라고 볼 수 있겠어.”
“어떻게 더 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줄어든 이유는 뭘까요?”
“글쎄~! 그 이유가 뭘까?”
“아마도 정리하고, 또 정리하면서 점점 진수(眞髓)만 남게 되어서일까요?”
“우와~! 정말 놀라운 추론(推論)이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떤 것은 적은 것에서 점점 많아지는 것이 있고, 또 어떤 것은 많은 것에서 점점 적어지는 것이 있어.”
“놀랍습니다. 음양의 이치라고 할까요?”
“아니.”
“예? 아니라고요? 그럼요?”
“춘하추동(春夏秋冬)~!”
“아니, 계절의 이치란 말입니까?”
“맞아. 점점 확장(擴張)될 적에는 춘하(春夏)의 시기라고 할 수가 있고, 점점 수축(收縮)되는 것은 추동(秋冬)의 이치라고 할 수가 있겠어.”
“오호~!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세상의 이치는 춘하(春夏)를 거쳐서 확장하고, 추동을 거쳐서 수장(收藏)한다는 말씀이잖아요?”
“아마도.”
“공자님은 왜 그렇게도 자신의 학문을 펼쳐보려고 애썼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귀향(歸鄕)해서 말년을 보내게 되셨을까요? 우창은 그게 늘 궁금했어요.”
“그야, 겨울에 꽃을 보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싶어.”
“아니, 그건 또 왜요?”
“만사(萬事)는 때가 있는데 공자는 마음이 급하셨던가 봐.”
“그렇다면 왜 그런 사람을 성인(聖人)이라고 할까요?”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닐걸.”
“그게 아니라면요?”
“혹자는 성인이라고 하고, 또 혹자는 상갓집의 개라고도 하잖아.”
“누가 감히 공자님을 상갓집의 개라고 해요?”
“그야, 동생이 가만히 생각해 보렴.”
“저는 모르죠. 어서 말씀해 주세요. 누님~!”
“공자가 제자들과 열국하면서 보낸 시간이 14년이야. 그 긴 시간을 떠돌면서 뭘 했다고 생각해?”
“그야, 어디에서든 자신의 깨달은 이치로 세상을 다스리고자 할 곳을 찾아다닌 것이잖아요?”
“공자가 주유(周遊)한 이야기를 쓴 사람은 누구일까?”
“그야 공자님의 제자들이겠지요.”
“제자들이 기록할 적에, ‘우리 사부님은 거렁뱅이나 다름이 없었다.’라고 쓸 수가 있을까?”
“아마도 그렇게 쓰긴 어렵겠지요.”
“그래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면서 천하에서 크게 쓰일 곳을 찾아서 열국(列國)했다고 기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걸요.”
“그나마도 자공(子貢)이 아니었으면 굶어 죽었을 수도 있고, 자로(子路)가 아니었더라면 목숨을 보전하기도 어려웠을 거야. 그나마 막판에는 염구(冉求)의 보살핌으로 밥이라도 따뜻하게 얻어먹을 수가 있었잖아.”
“아니, 그나저나 누님은 이 산속에서 어떻게 그리도 소상하게 잘 알고 계신 거예요? 그것도 상(尙) 형님이 가르쳐 주신 건가요?”
“그런 셈이야. 주역과 공자는 따로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
“아,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되셨나 보네요. 오늘 좁은 안목을 활짝 열어서 세상의 이야기로 잔치를 하는 것 같아요. 누님 덕분에요~!”
“뭘 그러셔~! 서로 탁마하면서 동행하는 것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공자는 시절(時節)을 모르고 허둥댄 가을의 불나비였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아니, 동생.”
“예 누님.”
“공자님에서 공자로 호칭이 바뀐 거야?”
“당연하죠. 누님이 공자라고 하는데 저만 공자님이라고 하면 제 수준이 더 낮아 보이잖아요. 하하하~!”
“참 재미있는 말도 할 줄 아시네. 여하튼 세상의 이치는 확장(擴張)과 수축(收縮)의 반복이고, 학문의 세계도 예외가 아니라고 봐.”
“감탄, 또 감탄입니다. 오늘 어쩐 일로 발길이 몽유원으로 향하는 바람에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귀인(貴人)을 만나서 진귀(珍貴)한 가르침을 받네요. 그래서 꿈인가 생시인가 싶습니다.”
“귀장역(歸藏易)은 안 물어보나?”
“맞다~! 귀장역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누님.”
“귀장은 무슨 뜻일까?”
“‘돌아가서 저장한다.’는 뜻이 뭔지 모르겠어요. 이건 연산과는 느낌이 다른걸요.”
“사람이 죽으면 어디에 감추지?”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으니 그야 땅이잖아요?”
“그래서 곤곤(坤坤)으로 중심이 된 것을 귀장이라고 한다네.”
“그렇다면 중지곤(重地坤䷁)을 말하는 건가요?”
“맞아, 그것으로 인해서 땅으로 돌아가서 감춘다고 귀장이라고 했다나봐.”
“누님~!”
“왜, 동생?”
“오행에 대해서 공부를 조금 했거든요.”
“아, 오행~! 나도 오행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는데, 앞으로 알려 줄 거지?”
“오늘 이야기를 들어봐서는 과연 이 우창이 누님께 알려 드릴 것이 있기나 할 것인지 심히 의문스럽단 말이지요.”
“무슨 말이야. 당연히 학생의 마음으로 배우려고 작심하고 있는데.”
“참, 제가 궁금한 것은요.”
“그래. 뭐가 궁금했던 거야?”
“연산도 토(土)이고, 귀장도 토(土)잖아요?”
“아, 산(山)과 지(地)가 모두 토인 것을 말하는구나.”
“맞습니다. 결국 토(土)가 만법의 근원이라는 것인가요?”
“왜 아니겠어. 토(土)는 도(道)이고, 도는 자연이니 토를 떠나서 존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누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과연 그렇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왜 연산과 귀장을 두고 다시 주역이 필요했던 것일까요?”
“그야 성현(聖賢)의 생각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지. 다만 생각해 보면 세월 따라 변화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에 의해서 이름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 봤어.”
“아, 그렇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시대에 적합한 것으로 주역(周易)을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야.”
“맞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타당하다고 생각이 되어서요.”
“그렇다면 연산과 귀장에 대한 이해는 그만하면 되었을까?”
“그럼요~! 너무나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