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 제15장 운명의 그릇/ 1. 여덟 가지의 기준(基準)

작성일
2017-04-06 07:2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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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제15장 운명(運命)의 그릇


1. 여덟 가지의 기준(基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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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다음 구절을 보면서 말했다.

“다음으로 연구를 할 내용은 「팔격장(八格章)」인걸. 이름으로 봐서는 여덟 가지의 규격(規格)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공부할 순서인가?”

“사실 이름도 간단하고, 내용도 단순해 보이지만 실은 오랜 세월을 누적(累積)된 의미가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네.”

“오호~! 기대가 되는걸. 어떻게 설명을 해 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

“우선 경도 스승님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시작하세.”

고월의 말에 우창이 글을 읽었다.

 

12. 八格(12장 팔격)

財官印綬分偏正 兼論食傷八格定(재관인수분편정 겸론식상팔격정)

 

여덟 가지 종류(種類)의 규격(規格)

재성(財星), 관살(官殺), 인성(印星)은 정편(正偏)으로 나눠서 여섯이 되고

겸하여 식신(食神)과 상관(傷官)을 거론(擧論)하여 팔격(八格)이 된다.

 

“앞의 구절은 오히려 쉬워 보이는데?”

“어디 나름대로 풀이를 해 보시게.”

“재(財)는 정재(正財)와 편재(偏財)를 말하는 것이니까 격(格)이라는 글자를 붙인다면, 정재격(正財格)과 편재격(偏財格)이 되겠네.”

“맞는 말이로군. 다음은?”

“관(官)은 정관(正官)과 편관(偏官)을 말하는 것이니, 또한 정관격(正官格)과 편관격(偏官格)을 말하는 것이겠지?”

“정확하게 이해를 하셨네.”

“다음은 인(印)이라고 했으니, 이것은 정인격(正印格)과 편인격(偏印格)을 두고 말하는 것이겠고.”

“그렇다네.”

“겸해서 식신격(食神格)과 상관격(傷官格)을 논하여 팔격(八格)이 정해진다는 의미로군.”

“전혀 흠잡을 곳이 없군. 잘 이해했네.”

“그런데…….”

“왜? 뭐가 이상한가?”

“아니, 원래 십성(十星)이니 십격(十格)이라야 하지 않은가?”

“아, 비견격(比肩格)과 겁재격(劫財格)이 빠졌다는 이야기로군.”

“맞아. 뭔가 이상하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설왕설래(說往說來)하지.”

“무슨 사유(事由)라도 있는건가?”

“일간(日干)과 같은 오행(五行)을 격(格)으로 삼을 수가 있느냐는 이야기로 인해서라네.”

“그러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특수격(特殊格)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것이라네.”

“특수격? 그럼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러한 경우를 외격(外格)이라고도 하지.”

“외격? ‘틀의 바깥’이란 말인가?”

“그렇다네.”

“그렇다면 앞의 팔격(八格)은 내격(內格)이란 말인가?”

“그렇지.”

“일간과 오행이 같으면 좀 특별하게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가 보군. 체(體)와 용(用)의 오행이 같으면 별개의 구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그랬던 모양이네. 그런데 왜 ‘격(格)’이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그것은 일종(一種)의 규격(規格)이라고 봐야지.”

“규격이라고 하는 것은?”

“일정한 틀을 만들어 놓고서 그 안에 부합되는 것을 분류하는 기능성이 있는 대입법(代入法)이지.”

“기능성이라면 효율(效率)을 높이기 위해서 만든 것이란 의미인가?”

“그렇다네.”

“기능성이야 참 좋지. 그렇다면 어떤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것인지 설명을 들어야 하겠네.”

“간단하네.”

“참, 그런데 맨 먼저 재(財)가 나오는 것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

“이유라면?”

“재성(財星)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혹 재관인(財官印)이라고 했는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어서 하는 말이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관인재(官印財)라고 하거나, 인관재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서 해본 생각이라네.”

“그러니까 우창이 못마땅한 것은 재성(財星)이 맨 앞에 나온 것인가?”

“그렇다네. 옛 학자들도 설마하니 재물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었을까 싶은 생각이 문들 들었네.”

“아, 그 생각이었군. 뭐 그랬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고월도 공감이 되시는가 보군.”

“문득 우창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사주를 적어놓고 추명(推命)을 할 적에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재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렇다면 그냥 우연히 된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정해진 순서일 수도 있단 말이로군.”

“최대한 긍정적(肯定的)으로 생각해 본다면 말이네.”

“그렇다면, 재물이 가장 우선(于先)하고, 다음은 벼슬이고, 마지막으로 학문이라는 뜻인가?”

“지금의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군.”

“여하튼 우창의 궁리하는 능력은 인정해야 하겠군. 하하~!”

“예나 지금이나 재물이 있으면 권력도 누릴 수가 있으니 최우선이라고 할 수가 있겠단 생각이 드네. 공부는 그러한 것을 위한 목적의 도구에 불과하니 우선이 될 수가 없다고 보겠네.”

“그렇다면 식상을 뒤로 넣은 것은 왜라고 생각하나?”

“이도 저도 안 되면 밥이라도 벌어먹고 살아가라고 공상(工商)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공상이라니?”

“공(工)은 만드는 것이니 식신(食神)의 영역이고, 상(商)은 거래하는 것이니 상관(傷官)의 영역이 아니겠나?”

“그렇군. 몸을 팔아서 먹고사는 것은 귀하게 보지 않았으니까.”

“물론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면 이러한 것도 달라질 수가 있겠지만 지금의 세상에서는 이와 같은 순서가 일리가 있어 보이네.”

“그냥 글만 읽었지 그렇게 쓰인 순서까지는 생각지 못했는데 우창에게는 못 당하겠군.”

“경도 스승님이 생각하기에도 1순위는 재성(財星), 2순위는 관성(官星), 3순위는 인성(印星) 그리고 마지막으로 4순위는 식상(食傷)이라는 이야기였군.”

“아마도 그런 뜻이었을 것으로 미뤄서 짐작해도 되지 싶네.”

“이치로 사람들의 마음에 부합한다고 보면 수긍이 되는군. 이해가 되었으니 구조에 대해서 설명을 듣겠네.”

“우선 월지(月支)에 정재(正財)가 있으면 정재격(正財格)이고, 편재(偏財)가 있으면 편재격(偏財格)이라고 하지.”

그 말을 듣던 자원이 나서서 말했다.

“아하~! 그건 너무너무 쉽네요.”

“어디 쉽거든 자원이 설명해 봐.”

“월지에 있는 지지(地支)를 일간에 대비해서 해당하는 십성의 명칭으로 격의 이름을 지었다는 말이잖아요?”

“틀림없는 말이로군.”

“또, 월지가 비견(比肩)이나 겁재(劫財)가 되면 그것은 제외(除外)한다는 말이죠?”

“그렇다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그야말로 땅을 짚고 헤엄치는 셈이네요. 호호~!”

“이렇게 분류하는 것도 나중에 나온 방법이고 처음에는 대단히 복잡했었지.”

“아무래도 어떤 이론이 자리를 잡기까지에는 시행착오(施行錯誤)가 있었겠죠. 그 복잡한 것에 대해서는 몰라도 되겠죠?”

“글쎄 우창이 그냥 넘어가자고 한다면야, 하하~!”

“아무래도 짚어 봐야 할 이야기들이 있긴 한가 보네요.”

“어쩌면 자평법(子平法)의 역사기행(歷史紀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역사라는 말이 나오자. 우창이 반색을 하고 묻는다.

“모든 학문은 그 학문이 있기까지 걸어온 길이 있다고 하겠으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군.”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까. 하하~!”

“우선, 최신판(最新版)에 대해서부터 설명 듣고서 천천히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하도록 하세.”

“암. 그래야겠지. 하하~!”

“월지(月支)가 정재(正財)면 정재격(正財格)이라고 한단 말이지?”

“당연하지.”

고월이 이렇게 답을 하면서 사주를 하나 적었다.

 

丙 丁 壬 己


午 未 申 丑


 

“자, 이 사주를 보시게. 월지가 뭔가?”

“내가 극하는데 음양이 다르다면 정재(正財)로군.”

“기축(己丑)년 임신(壬申)월에 태어난 정화(丁火)이니 월지의 정재로 인해서 정재격이 되었다고 하면 되겠네.”

“이미 말한 그대로이군.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한단 말인가?”

“알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를 하겠네만 해석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네.”

“답은 간단하게 나왔는데 해석은 간단하지 않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실은 내 생각에는 팔격(八格)의 의미가 고려(考慮)를 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라네.”

“아니? 최신판이라고 하지 않았나?”

“물론 최신판은 경도 스승님의 관점이라고 해야 하겠지.”

“문제가 드러났단 말인가?”

“사실 간단한 것일수록 의혹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나기 마련이잖은가?”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네만.”

“명서(命書)에는 18내격(內格)도 있다네.”

“분류(分類)는 학자들마다 다르다는 의미로군.”

“그렇다네. 그래서 팔격(八格)이라고는 했으나 이것조차도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은 생각이지.”

“그렇다면 고월의 이야기를 들어야지. 어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시게.”

“팔격(八格)이든 십팔격(十八格)이든 중요한 것은 풀이를 쉽고 정확하게 하자는 것이 목적이지 않을까?”

“당연한 생각이라고 보네.”

“그런데 이러한 규격화(規格化)로 인해서 오히려 풀이에 혼선(混線)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야 버리거나 뜯어고쳐야 하겠지.”

“버리지도 못하고 뜯어고치지도 못한다면?”

“그럼 창고에 깊숙하게 처박아 두면 되지. 하하~!”

“과연 우창의 생각은 호탕해서 좋군.”

“어? 내가 지금 맞는 말을 했단 뜻인가?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던진 건데?”

“정확한 말을 한 것이네. 내 생각도 그와 같단 말이네. 하하~!”

“편리하게 풀이하기 위해 만든 틀이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단 말이로군.”

“물론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편리할 수도 있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히려 그러한 공식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는 말이지.”

“역시~!”

“어? 뭐가?”

“고월은 역시 깨어있는 학자라는 말이네. 구태의연(舊態依然)하지 않고 과감하게 고칠 것은 고치고, 또 버릴 것은 버리는 과단성(果斷性)이 필요하다고 할 텐데 그것을 갖추고 있단 말이네.”

“물론 이것이 어줍지 않은 풋내기 학자의 만용(蠻勇)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그것은 후세(後世)의 학자들이 판단을 해 줄 것이니 지금 우려(憂慮)할 것은 아니라고 봐.”

“하긴, 어느 학문이든 그것을 궁리하고 정리하여 책으로 기록을 했다는 것은 당시로써는 최선이었다는 생각도 해 보네.”

“당연하지 않은가. 더구나 우리는 지금 파릇파릇한 신출내기들이 아닌가 말이네. 자유로운 사유(思惟)를 방해받을 필요가 없다고 보네.”

“그렇다면 우창도 일단 이렇게 보는 견해도 있다는 것으로만 해 두고 넘어가도 되겠는가?”

“물론이네. 아마 경도 스승님도 우리가 자기 뒤만 쫓는 추종자가 되는 것을 원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되네.”

“후학(後學)은 당연히 선학(先學)의 깨침을 갈고닦아서 더욱 빛나게 해야 글 값을 하는 것이 아니겠나? 하하~!”

“일단 팔격이니 팔정격이니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넘기고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기도 하다네.”

“알았네. 자원과 나는 오로지 고월의 생각을 존중하고 믿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봐서 고월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도 전혀 개의치 않으니 다음 대목으로 넘어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