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제15장 운명의 그릇/ 2. 영향요계는 이미 허망한 것

작성일
2017-04-0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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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제15장 운명(運命)의 그릇


2. 영향요계는 이미 허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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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마친 우창이 다음 구절을 읽었다.

 

影響遙繫既爲虛 雜氣財官不可拘(영향요계기위허 잡기재관불가구)


 


그림자와 메아리나 바라본다는 것들은


이미 허망(虛妄)한 이론(理論)일 뿐이고


잡기(雜氣)의 재관(財官)도 구애받을 것 없다.


 

“이건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글자대로만 보면 된다네.”

“글자는 보이지. 그림자, 메아리, 바라봄, 얽힘이라니.”

“그다음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 허망(虛妄)한 것이다?”

“그렇다네. 경도 스승님이 위대하게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기존에 전해 내려오던 방법에 대해서 반론(反論)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당연하지.”

“그렇다면 고서(古書)에는 이러한 이름을 갖고있는 격(格)이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맞아, 그러한 이름들이 수두룩하지.”

“어떤 책을 보면 그러한 이야기를 접할 수가 있을까?”

“왜? 살펴보시게?”

“아니, 경도 스승님이 ‘헛소리’라고 했다면 당연히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는 것보다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확인하면 더욱 견고한 정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지.”

“어떻게 생겼는지 호기심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아, 물론 호기심도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하하하~!”

“이해하고 말고, 나도 그렇게 해서 또 많은 시간을 방황했으니 권하지는 않겠지만 말리고 싶지도 않다네. 하하~!”

“아무리 신뢰하는 경도 스승님의 말씀이라도 확인을 하면서 수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이 되네.”

“물론이지. 그러한 기록을 해 놓은 책은 『연해자평(淵海子平)』이라고 하는 것이네.”

“오호~! 이름이 사뭇 그럴싸한걸.”

“왜?”

“자평법으로 된 연못이나 깊은 바다에 풍덩 빠져보라는 말이 아닌가?”

“아, 그렇게 해석하니 또 그렇게도 되는군. 하하~!”

“그런데 이렇게 그럴싸한 제목을 붙인 책은 누가 썼는가?”

“전해지는 말로는 자평(子平) 서거이(徐居易) 선생이 저술한 책을 바탕으로 하여 후학인 서승(徐升)이 다시 정리한 것을 후대에 당금지(唐錦池)가 편찬(編纂)한 것이라고 하네.”

“비교적 내력(來歷)이 소상한 것을 봐서 그만큼 계승발전(繼承發展)을 할 가치가 있었다고 봐도 되지 않겠나?”

“자평명리학(子平命理學)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관심(觀心)을 끌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에 실린 내용들 중에서는 삭제(削除)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경도 스승님이란 말이지 않은가?”

“보는 관점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서 고치게 되기도 한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네.”

“틀림없는 것은 이러한 내용을 처음에 수집(收集)한 사람이 자평 선생이란 것은 확실한가 보군.”

“아마도 그럴 것으로 보네.”

“하긴, 자평명리학(子平命理學)으로 이름이 전해지는 것만 봐도 자평 선생의 공력(功力)은 대단하다고 하겠고, 그 영향력(影響力)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전(流傳)이 되겠군.”

“일간(日干)을 위주(爲主)로 삼아서 사주를 풀이한다는 것의 발견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라고 봐야겠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지금에 다시 거론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네만.”

“왜 아니겠나. 중요한 것은 하나의 사주를 앞에 놓고서 어떻게 풀이를 할 것이냐는 점이겠지.”

“맞아, 옛사람이나, 미래의 사람이나 모두 한결같은 목적은 어떻게 하면 태어난 연월일시를 바탕에 놓고 보다 합리적이고 정확한 해석을 할 수가 있느냐는 점일 뿐이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자원이 한마디 거들었다.

“정말 두 싸부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학문의 연못에 풍덩 빠진 것 같아요. 호호~!”

그 말을 듣고 우창이 말했다.

“어허~! 이거 우리끼리만 이야기했나 보군. 하하~!”

“아니에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워 먹는 알갱이들이 얼마나 짭짤하다고요. 호호~!

“여하튼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영향요계(影響遙繫)’로군.”

우창의 말에 고월이 답을 했다.

“경도 스승님의 말을 믿기로만 한다면, 영향요계는 이미 심판(審判)이 끝났다고 봐도 되겠는데?”

“그렇지, 경도 스승님은 ‘이미 헛된 것’이라고 했으니까 말이지.”

“어떻게 생각하나? 왜 헛된 것인지 좀 더 알아볼 텐가?”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조금 알아보고 확실하게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어찌 보면, 팔격(八格)을 앞에서 언급한 것도 그나마 팔격은 말이라도 된다는 느낌도 있거든.”

“오호~! 그런가? 정말이지 고월의 궁리하는 능력은 존경심이 절로 나네.”

“원, 별말씀을~! 그보다는 영향요계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난다면 아마도 팔격의 의미가 그나마 나은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네.”

“아, ‘그나마’라고 하는 뜻을 알겠네. 고월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렇다면 먼저 그림자 영(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와~! 정말 궁금해요. 운명에 개입하는 그림자라니요. 호호~!”

“그림자 중에서 운치가 있는 것도 있을까?”

“밝은 대낮의 그림자는 운치가 없어요.”

“그럼?”

“휘영청 밝은 달에 비치는 그림자가 운치가 있죠.”

“오호~! 달빛 그림자라.”

“임싸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자 고월도 그 말을 받아서 답을 했다.

“고인도 그렇게 생각하셨던지 『월영도(月影圖)』를 만드셨지.”

“예에? 월령도라는 그림이 있다고요?”

“그렇다니까. 달그림자를 그린 그림이란 뜻이잖아. 운치로 치면 최고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건 어떤 가르침을 담고 있나요?”

“가르침? 하하하~!”

“아니, 왜요? 가르침과는 거리가 있나요?”

“가르침보다는 호기심을 담고 있다고나 할까?”

“내용이 어떻길래요?”

“재미있는 것이 많지.”

“궁금해요. 이야기해 주세요.”

“사실은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문득 대운(大運)이 월영도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나는군.”

“대운은 그림자라는 뜻인가요?”

“맞아, 말하자면 월영도(月影圖)가 아니라 월주영도(月柱影圖)라고 해야 하겠지만 말이네.”

“그래봐야 글자 한 자 차이네요. 뭐.”

“한 자 차이긴 하지만 의미하는 바는 전혀 다르지.”

“그 차이를 설명해 주세요.”

“월영(月影)은 달그림자이고, 내가 말하는 것은 월주영(月柱影)이니 전혀 다른 이야기라네. 하하~!”

“그렇다면 먼저 월주영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세요.”

“어? 앞에서 이미 이야기하지 않았나?”

“언제요?”

자원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면서 우창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어머~! 왜요?”

고월도 같이 웃고서 말을 이었다.

“아니, 이미 월주(月柱)를 중간에 두고 순역(順逆)으로 흐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월령의 그림자라고 할 수가 있지 않겠어?”

“예? 무슨 말씀이신지.”

“생각해 봐. 월주가 서 있으면 달이 순행 쪽에 있으면 그림자는 역행 쪽으로 드리우겠지?”

“당연히 그렇겠죠.”

“그러면 그것을 역행하는 대운이라고 부르는 거라네.”

“아하~! 그 뜻이었군요.”

“이제 이해가 되었는가?”

“물론이죠. 달이 역행 쪽에 떠있으면 그림자는 또 순행 쪽으로 드리우게 된다는 것이잖아요.”

“제대로 이해를 했네. 하하~!”

“정말요? 만인(萬人)이 모두 실체(實體)라고 생각하는 대운을 그림자라고 말씀하셔도 되는 거예요?”

“그야 학자의 생각이니까. 대운이 허상(虛像)이라고 말하면 포도청(捕盜廳)에 잡혀가서 고문이라도 받을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못마땅할 수도 있잖아요.”

“당연히 그렇겠지.”

“임싸부는 그게 두렵지 않으세요?”

“왜 안 두렵겠어? 말은 이렇게 해도 내심은 떨린다네.”

“그냥 편하게 남들이 옳다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셔도 되잖아요?”

“나도 그건 알지. 그리고 이미 선현들께서도 그랬을 것이라는 짐작도 한다네.”

“그런데도 그렇게 위험한 말씀을 하신단 말이에요?”

“원래 내가 좀 무모(無謀)하거든. 하하~!”

“왜 그렇게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시면서도 그것을 감내하면서 바로잡고자 하시는지가 궁금한 거예요.”

“난 이게 옳다고 생각하니까.”

“말씀을 그렇게 한 다음에 나타날 후유증(後遺症)도 생각하신 거겠죠?”

“당연하지.”

“사실, 저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임싸부의 생각에 박수쳐요.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고, 그 판단이 누군가에게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오늘 생각을 말씀하시는 것은 옳다고 봐요.”

“원래 학문은 그렇게 발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저도요.”

“하나의 학문을 놓고서, 어떤 학자는 격찬(激讚)하고, 또 어떤 학자는 격렬(激烈)하게 반론(反論)을 펴겠지.”

“이해되네요. 그리고 모든 분야는 다 그렇겠어요.”

“사실 이러한 학자들로 인해서 학문이 진화(進化)하는 거지.”

“일리가 있어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많은 학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

“예?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누가 그렇게 말을 하면, ‘그런가…….’하기도 하고, ‘에이 설마…….’하기도 하지만 말은 하지 않지.”

“그야말로 ‘중도론자(中道論者)’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물론이지. 그들은 말없이 임상하고 실험하면서 점점 기록이 쌓여가지.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것은 옳았다.’라고 하거나, 혹은 ‘그것은 틀렸다.’라고 말하지.”

“그러니까 시간이 걸리는 것이네요.”

“당연하지. 그로 인해서 점차로 뼈대에 살이 붙게 되는 것이지. 이것이 쌓여서 학문이 되고 기술이 되고 삶의 바탕이 된다고 보네.”

“정말 멋진 말씀이에요. 감동(感動)입니다~!”

“뭘 감동이나. 여하튼 헤아려 주는 벗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지. 하하~!”

“옛? 자원에게도 벗이라고 하셨어요?”

“당연하지 자원도 멋진 벗이라네. 하하~!”

“감동에다가 영광(榮光)이에요. 호호~!”

“함께 토론하고 탁마(琢磨)하니 어찌 멋진 벗이 아니겠나.”

“여하튼요. 대운의 존재는 그런 것으로 정리하면 되는 거죠?”

“아무래도 자원은 월영도(月影圖)가 궁금한 모양이군.”

“맞아요. 호기심을 채워주는 내용이라니까 더 궁금해요.”

“세상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비술(祕術)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것에 모두 관심 가지다가 백두파파(白頭婆婆)가 되어서도 제대로 하나를 깨닫기 어려울 것이네. 하하~!”

“그래도 괜찮아요. 쪼오끔만 관심을 가질래요. 그런데 그 재미있다는 책은 어느 고인께서 쓰신 거예요?”

“전설에 의하면 ‘토정(土亭)’이라는 선생이라는데 오래된 이야기라서 진위(眞僞)는 모르지.”

“토정이라는 호를 보니까, 무척이나 소박한 분이셨나 봐요. 흙으로 정자를 만들고 살았다는 것이잖아요?”

“전설에는 항상 서민(庶民)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꿈꾸면서 자신의 학문을 나눠주고자 애썼다는 말이 있지.”

“과연 진정한 학문을 하는 군자(君子)라고 할 만하겠어요.”

“그런 학자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발명했다는 것도 어쩌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해서 공부하도록 유도(誘導)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르지.”

“말씀만 자꾸 하지 말고 알려 주세요.”

“알았네. 이 월영도의 바탕에는 구궁(九宮)이 그대로 작용되는 것으로 보면 되겠네.”

“구궁은 뭐죠? 집이 아홉이에요?”

이에 대해서는 우창도 미리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던 내용인지라, 잠시 자원에게 구궁도(九宮圖)를 그려놓고 설명을 해 줬다. 원래가 총명한 자원인지라 간단한 설명을 통해서도 구궁도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이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