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제14장 방국의 경계(境界)/ 3. 대운의 출생(出生)에 대한 의혹

작성일
2017-04-04 07:21
조회
2086
[164] 제14장 방국(方局)의 경계(境界)


3. 대운의 출생(出生)에 대한 의혹

=======================


우창과 자원의 독촉(督促)을 받은 고월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런데, 내가 조심스러운 것은 내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란 점이라네. 이점은 잘 판단하기 바라네.”

“그야 여부가 있는가. 잘 듣고 이치에 맞는지를 판단할 테니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렇다면 편안하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겠네.”

“아이고~! 속 터져요. 뭘 그리 망설이세요?”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1천 명의 학자가 모두 믿고 있는 것을 내가 아니라고 한다는 것은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가 아닌가.”

“안다네. 알았으니 전혀 개의치 말고 생각한 바를 들려주시게.”

“우선 대운의 출처(出處)가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네.”

자원이 그 말을 받아서 되물었다.

“출처라면? 월주(月柱)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맞아. 월주로부터 대운의 간지가 나오게 되어 있잖은가?”

“그야 이미 말씀하신 그대로죠. 그게 왜 문제란 거죠?”

“대운의 간지는 월주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 같아서 말이지.”

“그림자라고요? 그렇담 실체(實體)가 없단 뜻인가요?”

“당연하지. 명명백백(明明白白)한 것은 월주(月柱)인데 그 월주를 중심에 놓고 그림자를 추적하는 것이 대운의 간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네.”

“왜 그렇게 생각하신 거죠?”

“사주란 연월일시의 네 기둥에 해당하는 간지의 조합(組合)이잖은가?”

“맞아요.”

“대운의 간지를 놓고서 10년의 길흉을 논하는데 그 간지의 존재부터 이렇게 의심스러우니 어찌 대입할 마음이 생기겠느냔 말이지.”

“하긴 그러네요. 왜 그런 이론을 내세웠을까요? 설마 고인들도 그것이 허상(虛像)인 줄을 몰랐을까요?”

“고인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답을 찾아보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 아닐까 싶다네.”

“그럼에도 오랜 세월을 두고 살아남은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아마도 혹은 맞는 것도 같고 또 혹은 안 맞는 것도 같지만 안 맞는 이유를 대운에서 찾지 않고 신살(神殺)에서 찾으려고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네.”

“신살이요?”

“신살을 들이대면, 대운이 맞지 않는 이유, 그러니까 좋다고 암시가 나왔는데 좋지 않은 이유를 100가지는 찾을 수가 있단 말이네.”

“정말 그렇다면 이것은 명학의 암흑지대(暗黑地帶)라고 해야 하겠네요.”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무심하게도 많은 세월을 흘러온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네.”

“무엇보다도 모두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이론 중에서도 운에 대해서는 가장 핵심인 대운의 간지가 허상이라는 것은 놀라운 말씀이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아직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논하기는 너무 성급하지. 좀 더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늦지 않을 테니까.”

“하긴요. 이미 오랜 시간을 심사숙고(深思熟考)하셨을 임싸부의 마음을 자원이 성급하게 다그쳤네요. 죄송해요.”

“죄송할 것이 뭐 있나. 하하~!”

“대운을 논하는데 간지가 허구라면 더 생각할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쑥 말씀드리게 되었어요. 호호~!”

“간지(干支)는 순행(順行)일까? 역행(逆行)도 할까?”

“그게 무슨 뜻이죠?”

“음남양녀(陰男陽女)는 대운의 간지가 역행(逆行)으로 흐른다고 하는 공식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잔 말이네.”

“아, 그 역행이요. 갑자 다음엔 을축인데 갑자 다음에 계해가 되는 것이잖아요?”

“맞아.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부터 의심이 들거든.”

“어머~! 정말이네요. 그냥 무심코 ‘그런가보다’ 했지만 막상 콕 짚어 주시니까 이상해 보여요.”

“순행(順行)을 그림자라고 한다면 역행은 환영(幻影)이라고 할까?”

“그러니까 그림자는 실체를 반영(反影)하는 것이라고 보잔 말씀이죠?”

“당연하지. 환영은 전혀 근거도 없는 허깨비에 불과하단 것이고.”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겠어요. 어쩜, 임싸부님 멋져요~!”

“자원이 알아주니 힘이 나는군. 하하~!”

“근데 왜 그런 말이 생겼을까요? 자원은 그게 더 궁금해요.”

“앞의 간지총론(干支總論) 장에서 ‘음양순역지설(陰陽順逆之說)’이라는 구절을 본 기억이 나는가?”

“아, 기억나요. ‘낙서유행지용(洛書流行之用)’으로 나가는 것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사실 그 대목에서 대운의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는데 성급한 것 같아서 참았었다네.”

“그 법은 다 믿지 말라고 경도 스승님님이 말씀하셨잖아요?”

“물론이지. 그 ‘믿지 말라’는 의미 속에 대운에 대한 의혹을 품고 있으셨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봤었던 것이라네.”

“아하~!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겠네요. 그 대목을 공부할 적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대운의 순역(順逆)을 알고 나서 설명을 들으니까 그 느낌이 확~! 다가오는걸요.”

“순역(順逆)은 구궁수(九宮數)에서는 당연한 이치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간지로 도입한다는 것은 무리(無理)라고 보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구궁수(九宮數)가 역행하는 것은 타당할 수도 있단 말씀이세요?”

“물론 그것에 대해서도 깊이 궁리를 해 보면 어떤 문제점이 나올지는 나도 모르지만 지금은 논외로 하겠네.”

“하긴, 너무 많은 것을 걸고넘어지면 한 걸음도 진행할 수가 없을 거예요. 우선은 대운의 문제부터 이해하고 가야죠.”

“내 말이 바로 그 뜻이라네. 하하~!”

“구궁수(九宮數)는 역행(逆行)을 하건 말건 간지(干支)의 역행은 불가(不可)하다는 뜻이네요?”

“말하자면, 그런 뜻이지.”

“동의해요. 간지는 연주도 순행하고, 월주도 순행하고, 일주도 순행하고, 시주도 순행하는데 대운만 역행한다는 것도 생각해 보니 참 이상하네요.”

“아, 물론 그렇거나 말거나 대운의 상황이 실제로 맞아떨어지기만 한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네.”

“만약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운의 작용이 실제로 정확하게 드러난다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죠?”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아직 우리가 밝혀 내지는 못했지만, 간지가 역행해야 할 어떤 이유가 있다는 것의 증명이 될 수 있으니까 우선은 적용을 시키면서 다음의 연구에 맡겨야 하겠지.”

“일리가 있네요. 그렇게 되면 그냥 믿어야 할까요?”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의 증명이므로 그에 대한 이치를 찾아내는 것이 후학의 몫이라고 해야겠군.”

“임싸부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치적으로도 그렇겠네요. 그런데 작용은 하는데 원리를 모르는 것이 있을까요?”

“당연히 그런 것도 수두룩하지.”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죠?”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영혼(靈魂)의 확증(確證)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수도 있겠네.”

“예?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물론 나도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은 믿지만, 실제로 그 존재를 아무도 반발(反撥)할 수가 없는 실증(實證)을 할 방법은 없단 말이네.”

“그래도 다들 믿고 있지 않나요?”

“그건 아니지. 믿는 사람은 믿고, 안 믿는 사람은 안 믿는 것일 뿐이지.

“아, 그런가요? 당연히 영혼은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안 믿는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물론 저마다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기는 하지.”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그것을 보여 줄 방법이 있을까?”

“글쎄요.”

“그렇다면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관점으로 존재를 부정하면 어떨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왜?”

“이미 오랜 옛날부터 그렇게 믿어 왔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그러한 현상이 실존(實存)하는 것이라는 존재(存在)를 보여주고 누구라도 명백하게 그것을 믿을 수가 있도록 증명을 할 수는 없지?”

“맞아요. 그건 어려운 일이네요. 왜냐면 영혼은 실체가 없기 때문이죠.”

“간지와 사주는 실체가 있을까?”

“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가령 오늘의 일진이 병오(丙午)라면 그것이 왜 을사(乙巳)도 아니고, 정미(丁未)도 아닌 병오인지를 증명할 방법이 있을까?”

“그렇게 논하기로 든다면 최초에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가 언제였는지부터 규명(糾明)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이지. 그러한 일이 가능할까?”

“아마도 불가능하겠죠?”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믿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근원(根源)은 알 수가 없지만 실제로 태어난 연월일시의 간지를 조합하여 풀이를 하면 거의 부합(附合)한다는 것으로 인해서 믿게 되는 것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근원은 확실하게 밝힐 수가 없지만 실제로 작용하는 것을 보고 미뤄서 그것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당연하죠. 세상에 모든 것의 근원이 다 밝혀진 것이 얼마나 되겠어요?”

“영혼의 존재를 믿는 것이나, 사주의 존재를 믿는 것은 같은 의미라고 봐도 되겠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믿고,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 믿겠죠.”

“그렇다면 각자 알아서 생각하면 그뿐이란 말인가?”

“아니죠. 믿고 말고를 떠나서 이러한 작용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믿지 않는 사람들이 비난하면?”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그냥 아는 사람만 아는 일이라고 봐야죠.”

“그러니까 자원은 믿겠다는 뜻이로군?”

“그렇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것이 바로 원류는 몰라도 믿을만하다고 보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대운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요?”

“무슨 생각을 해 봤지?”

“제 생각에는 대운도 앞의 영혼 문제와 마찬가지로 증명은 할 수가 없지만 오랜 시간을 있는 것으로 알고 사용해 왔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는 결과적으로 그러한 현상이 드러나느냐는 것으로 기준을 삼아야 하겠지?”

“맞아요. 증명이 되지 않으면 허구라고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대운의 적용이 맞기도 하고 맞지 않기도 하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하나씩 제거하다가 보면 대운을 사용할 이치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예전에 어느 열성적인 학자는 역운(逆運)을 제외하고 모두 순행(順行)으로만 적용을 시켜 보기도 했다네.”

“어머~! 그런 학자도 계셨군요. 놀라워요~!”

“자, 생각해 봐. 그 선배는 왜 이러한 시도(試圖)를 하셨을까?”

“아마도 그 학자도 대운의 현상이 5할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셨던가 봐요.”

“그랬을 것으로 짐작을 하네. 이로 미뤄 봐도 학자들이 암암리에 의혹을 갖고 있었다고 봐도 되겠지?”

“그렇겠어요. 이제 임싸부의 뜻을 받들어서 대운에 대해서는 관심 갖지 않을래요.”

“나중에 심심해서 못 견딜 정도가 되면, 잠시 뭔가 싶어서 뒤적여 봐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네.”

“그렇다면 운(運)에서 대운은 제외하고 세운(歲運)만 보면 되는 건가요?”

“이미 고인들도 대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그냥 당년(當年)의 연운만으로 대입해서 판단한 것을 신수(身數)라고 했었네.”

“아, 그렇다면 더 이상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겠어요.”

“그렇게 단정을 해도 될까?”

“이미 결론이 났네요. 첫째로 논리가 부족하고, 둘째로 작용이 미미(微微)하다면 그것은 이미 생명력을 잃은 것이라고 봐도 되겠어요. 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하다면 그것은 5할이라고 하겠는데, 5할은 없는 것이나 같잖아요.”

“아니, 그래도 절반은 맞는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절반이 맞는다는 것은 이미 설득력이 없죠.”

“그건 무엇을 근거로 하는 말인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절반은 맞을 거니까요.”

“그런가?”

“당연하죠. 앞에 길을 가는 사람이 두 갈래 길을 만났을 적에 그것을 보고 점치는 사람이 말한다고 봐요.”

“어떻게?”

“뭘 어떻게요. ‘저 사람은 왼쪽 길로 갈 것이다’라고요.”

“그러면 결과는 5할인 거예요. 물론 1년 동안 1백만 명이 그 길로 지나가는데 계속 그렇게만 말을 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왼쪽 길로 갈 것이다’라고 하는 거죠.”

“오호~! 그래서?”

“뭘 그래서예요. 5할은 나오겠죠? 평균으로 봤을 적에 절반은 왼쪽으로 갈 것이니까요. 그래놓고서 「왼쪽론」이라고 포장을 그럴싸하게 해 놓으면 절반은 맞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놀라운 예언서(豫言書)라고 감탄하겠죠?”

“명쾌(明快)하군~!”

“이건 너무나 당연한 확률(確率)인 거예요. 호호~!”

“그렇게 정리를 하니까 더 말을 할 필요가 없군. 대운이 맞는 것 같은 사람은 놀랍다고 하고, 절대로 소홀히 취급하면 안 된다고 할 테니까.”

“그렇다면 이렇게 대운에 대한 문제는 덮어버려요. 그냥 다른 이치를 논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단 말이에요. 호호~!”

고월은 우창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우창의 생각은 어떤가?”

“나도 이견(異見)이 있을 턱이 없지. 자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네.”

“역시 깨어있는 학자들은 생각도 간명(簡明)하군. 하하~!”

“그 정도의 판단도 못 한다면 어떻게 학문을 하겠는가? 하하~!”

“그렇다면 행운(行運)이란 것은 세운(歲運)의 간지를 말하는 것으로 정리를 하면 되겠죠? 물론 대운에 대해서는 언제든 공부를 다 해 놓은 다음에 궁리할 일이 없어 심심해서 못 견디겠다는 생각이 들 때에 뒤적여 보는 걸로 해요. 호호~!”

그러자 우창도 호탕하게 말했다.

“나도 동의(同意)하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