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제14장 방국의 경계/ 2. 십년대운(十年大運)

작성일
2017-04-0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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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제14장 방국(方局)의 경계(境界)


2. 십년대운(十年大運)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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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월은 운수(運數)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정리한 다음에 말했다.

“운(運)은 일정한 흐름에 따라서 진행하는 길이라고 한다면, 수(數)는 그 길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네.”

“운수(運數)는 신수(身數)와 같은 말일까?”

“뭐 똑같진 않겠지만 비슷하다고는 할 수가 있겠지.”

“그 차이는 뭐라고 하면 적당할까?”

“운수는 바뀔 수가 없는 큰 흐름이라고 한다면 신수(身數)는 그중에서 한 해에 자신에게 다가올 길흉(吉凶)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군.”

“아, 그래서 보통 일년신수(一年身數)라고 말을 하는 것인가?”

“그렇다네. 물론 1년의 운수라고 해서 크게 틀렸다고는 하지 않으니까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네.”

“그렇다면 운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그러자 자원이 갑자기 말했다.

“그야 당연히 대운(大運)이 있죠.”

그 말에 고월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흔히들 사주를 풀이하는 과정에서 대운이라는 것을 말하는데 자원도 그 이야기를 들었던가 보군.”

“맞아요. 대운은 십년대운(十年大運)이라고도 하잖아요.”

모처럼 아는 이야기가 나와서인지 신나게 말했다. 그것을 듣고 고월이 진지하게 설명했다.

“명학(命學)에서 운(運)에 대한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네.”

“어떤 의미에서인가?”

“가령 명(命), 즉 사주팔자를 밭이라고 비유한다면, 운(運)은 천기(天氣)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건 무슨 뜻인가?”

“비가 내리거나, 햇살이 따사롭거나, 혹은 눈이 내리거나, 또 때로는 극심하게 가뭄이 이어지는 것들을 모두 운이라고 비유할 수가 있다네.”

“그렇다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하는 의미가 아닌가?”

“당연하다네. 그러다 보니까, 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등장하여 공부하는 사람들 간에서도 이론(異論)이 분분(紛紛)하다네.”

“그럴 만도 하겠군. 그럼에도 비중이 큰 것과 작은 것이 있지 않을까?”

“지금 자원이 말한 대운이라는 것에 대해서부터 분석을 해 볼까?”

“옙~! 그게 뭔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해요.”

자원이 재빨리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면서 빙그레 웃은 고월이 천천히 설명했다.

“우선 명학에서 거의 모든 학자들이 거론하고 있는 대운(大運)이라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 보겠네. 대운은 간지(干支)와 10년 단위의 나이로 나타낸다네.”

“대운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니 천천히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게.”

우창은 당장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탁을 했다.

“염려 말게. 하하~!”

“고맙네. 어련하시겠는가만 그래도 혼란스러울까 염려가 되었다네. 하하~!”

“간지와 숫자로 나타낸다고 했으니 우선 간지가 어디로 좇아서 나오는 것인지를 설명해 드리겠네.”

“열심히 들어보도록 할 테니 어서 설명해 주시게.”

“대운의 간지는 월주(月柱)에서 나오게 되네.”

“월주?”

“그렇다네. 가령 자원의 사주를 놓고서 예로 삼고 설명을 해 볼까?”

“예, 좋아요. 어서 어떻게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호호~!”

고월은 자원이 사주를 적었다.

 

壬 甲 辛 庚


申 午 巳 子


 

이렇게 적어놓고서는 설명을 이어 갔다.

“자, 월주(月柱)는 무엇인가?”

“제 사주의 월주(月柱)는 신사(辛巳)예요.”

“신사월이기 때문에 신사로부터 대운의 간지가 출발하는 거라네.”

“어떻게요?”

“우선 출발하기 전에 순행(順行)할 것인지, 아니면 역행(逆行)을 할 것인지를 가려야 한다네.”

“그건 어떻게 가리는 것인가요?”

“남녀로 구분하여 연간(年干)의 글자를 적용한다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는걸요.”

“방법은 간단하다네. 연간(年干)이 갑병무경임(甲丙戊庚壬)이면 양간(陽干)이 되고, 을정기신계(乙丁己辛癸)면 음간(陰干)이 되는 것은 알지?”

“그야 당연하죠.”

“그렇다면 음간은 음(陰), 양간(陽干)은 양(陽)이라고 하면 된다네. 그렇다면 자원은 어떻게 되는가?”

“전 연주(年柱)가 경자(庚子)이니까 연간(年干)은 경(庚)이 되어서 양(陽)이네요.”

“정확히 말을 한 것이네. 다음은 남녀를 구분하면 되겠지?”

“그야 물론 아리따운 여인입죠. 호호~!”

“그렇게 되면 양(陽)과 여(女)를 합해서 양녀(陽女)라고 이름을 붙이게 된다네.”

“아, 그것은 참 간단하네요. 그럼 남자의 사주라면 양남(陽男)이라고 하면 된다는 것이잖아요?”

“맞아. 잘 이해하셨네.”

“그것을 어디에 적용시키는 건가요?”

“그것을 월주에 적용시킨다네.”

“어떻게요?”

“양남(陽男)과 음녀(陰女)는 월주(月柱)로부터 대운의 간지가 순행(順行)하게 된다네.”

“그럼 저는요?”

 

“음남(陰男)과 양녀(陽女)는 역행하게 되지.”

“역행이란 무슨 의미죠?”

“육갑(六甲)은 잘 외우고 있는 건가?”

“그야 물론이죠.”

“그렇다면 거꾸로도 외웠나?”

“아뇨~!”

“물론 외울 필요는 없지만 외워두면 가끔은 쓸 곳이 생긴다네.”

“역행(逆行)이란 말을 보니 지금이 그것을 써야 할 모양이군요.”

“맞아. 신사(辛巳)로부터 거꾸로 적어나가면 된다네.”

“그럼 신사의 앞은 경진(庚辰)이고, 그 앞은 기묘(己卯), 또 앞은 무인(戊寅)이 되는 건가요?”

“그렇다네.”

고월은 그렇게 답을 하면서 자원의 사주 아래에 그대로 적었다.

 

壬 甲 辛 庚


申 午 巳 子


乙 丙 丁 戊 己 庚


亥 子 丑 寅 卯 辰


 

“자, 이렇게 해서 대운의 간지가 나오는 공식(公式)을 이해하셨겠지?”

“알겠어요. 경진, 기묘, 무인, 정축, 병자, 을해로 진행이 된다는 말씀이잖아요?”

“맞았네.”

“그렇다면 남자의 경우라면 순행(順行)이 된단 말씀이죠?”

“남자라면 대운의 간지가 순행하게 되므로 신사로부터 출발해서 임오(壬午), 계미(癸未), 갑신(甲申), 을유(乙酉), 병술(丙戌), 정해(丁亥)로 진행이 된다는 것을 알겠지?”

“그건 어렵지 않네요. 대운이라기에 무슨 대단히 어려운 공식이 있는 줄만 알았지 뭐예요. 호호~!”

“뭐든 알고 보면 간단한 거라네. 문제는 그것이 이치에 타당하냐는 것이라고나 할까?”

“왜요? 이치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여하튼 그 문제는 잠시 후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어떻게 대운이 구성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순서이니까 말이지.”

“맞아요. 간지가 나온 다음에는 나이를 붙인다고 하셨죠?”

“아, 그 이야기를 해 달란 말이군.”

“그래야 완전한 십년대운이 되는 것이잖아요.”

“이것은 또 절기(節氣)와 연결이 되어있다네.”

“절기라면 24절기 말씀이죠?”

“그중에서 월건(月建)의 기준(基準)을 따라서 들어오는 절기를 사용하니까 12절기를 사용한다고 보면 되겠네.”

“그렇다면 저의 대운은 몇 살이 되는 거예요?”

“입하(立夏)가 지나고 그다음 날에 태어나셨군.”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너무 급히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가야지. 하하~!”

“참, 자원이 너무 서둘렀네요. 천천히 설명해 주세요. 호호~!”

“십년대운이라고 하는 것은 최대의 숫자가 10년이라는 이야기인 것을 이해할 수가 있겠지?”

“그렇겠네요. 11년 대운이나 13년 대운이란 말은 못 들어 봤으니까요.”

“월건(月建)의 숫자는 얼마나 되지?”

“한 달은 30일이거나 29일이니까 평균 30일로 잡으면 될까요?”

“그렇게 되면 며칠을 1년으로 삼으면 30을 10년으로 만들 수가 있을까?”

“숫자로만 말한다면, 3일을 1년으로 삼으면 될까요?”

“맞아. 그렇게 되면 30일은 10년이 되겠지?”

“틀림없군요. 그렇다면 3일은 1년이 되니까 2일은 어떻게 되죠?”

“1년이 12개월이면 3일은 12개월이란 말과 같지 않을까?”

“맞아요. 그럼 2일은 8개월이고 1일은 4개월이란 말이네요?”

“물론 그렇게 따질 필요는 없다네.”

“정확한 것이 좋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정확한 숫자를 찾아낸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 2일은 1년으로 하고, 1일은 버리는 방법을 쓰지.”

“그렇다면 일사이입(一捨二入)이로군요.”

“맞아. 그런데 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네.”

“그건 또 뭐예요?”

“양남음녀(陽男陰女)는 미래의 절입까지 날짜를 계산하고, 반대로 음남양녀(陰男陽女)는 과거의 절기까지의 날짜 수를 세어야 한다는 거지.”

“아하, 그렇게 해서 3으로 나누면 되는 거로군요. 맞나요?”

“정확한 이야기네.”

“그럼 나이를 찾는 방법도 나온 거잖아요?”

“맞아, 그럼 자원의 대운에 대한 숫자는 얼마가 되지?”

“저는 양녀니까 과거의 절기로 날짜를 따져야 하는 거죠?”

“그렇지.”

“그럼 입하를 지나고 하루가 되었으니까 1운도 아니란 말이에요?”

“그런 셈이지. 그런데 0운은 곤란하니까 편의상 2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냥 1운이라고 하는 거라네.”

“편의상이라고 하면 실제상으로는 어떻게 되죠?”

“입하가 전날 해시(亥時)이고, 태어난 날이 다음 날 신시(申時)이니까 정확히 본다면 아직 12시진(時辰:24시간)이 되지 못한 셈이지 않은가?”

“맞아요. 8시진이 되는걸요.”

“그렇다면 개월로 따진다면 1년이 아니라 8개월 운이라고 해야 하겠지?”

“에구~! 그게 뭐예요?”

“뭐긴 자원의 대운은 1대운이라고 하지만 정확히는 태어난 달로부터 8개월이 지나면 첫 번째 대운이 시작된다고 하는 거라네.”

“그럼 편의상 1대운이라고 한단 말이죠?”

“그렇다네. 간단하지?”

“간단한 게 뭐예요? 뭐가 그리 복잡해요?”

“원래의 공식이 그렇게 생긴 것을 난들 어쩌겠나. 하하하~!”

“이유야 어떻든 간에. 저의 대운은 그럼 1세부터 적용이 된단 말이죠. 사주에는 어떻게 표시하는지 보여주세요.

 

壬甲辛庚


申午巳子


51 41 31 21 11 01


乙 丙 丁 戊 己 庚


亥 子 丑 寅 卯 辰


 

고월은 이렇게 사주와 함께 대운의 간지와 숫자를 썼다.

“자, 잘 보시게, 대운의 표시를 이렇게 하고는 1세부터 경진(庚辰)대운이라고 하고, 10년 후인 11세부터는 기묘(己卯)대운이라고 하는 거라네.”

“아하~! 그렇게 해서 십년대운이 된 것이로군요. 이제 뭔가 조금 이해가 될 것 같아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공식은 아니라네.”

“그런데 이것을 보고서 어떻게 길흉(吉凶)을 구분하는지도 알고 싶어요. 가르쳐 주세요.”

“아, 물론 가르쳐 주고 싶네만, 아직은 때가 덜 되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네. 하하~!”

“그때가 언제예요?”

“적천수를 다 공부하고 난 다음~!”

“에구~! 그렇담 아직도 멀었네요? 도대체 언제나 그것을 알아보게 될까요?

“근데 중요한 것은 그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오늘 공부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아닐까?”

“맞아요. 어쩌면 진싸부가 하신 말씀을 그대로 임싸부가 하신답니까?”

“그래? 가르치는 마음은 다 같은가 보군. 하하~!”

“이건 여쭤봐도 되겠죠?”

“뭘?”

“십년대운을 알면 모든 일의 승패(勝敗)를 알 수가 있겠죠?”

“그야 실제로 그렇게 작용만 한다면 가능하겠지.”

“옙? 그 말씀의 의미가 뭔가요?”

“사실 난 그 이치가 매우 의심스럽거든.”

“뭐라고요? 아니, 임싸부가 의심스러운 것을 왜 사람들은 배우고 익혀서 활용하는 것일까요?”

“옛날 선현들이 개발하고 궁리한 것이 대부분 놀라운 지혜의 집적(集積)이지만 또 가끔은 시행착오(試行錯誤)인 것도 있지 않을까 싶네.”

“그렇다면 대운 이야기도 시행착오란 말씀이신가요?”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을 궁리해 봐도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가급적 거론(擧論)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네.”

“그렇담 어서 그 이유를 말씀해 주셔야죠~!”

“괜히 이야기 꺼냈다가 또 대운에 대해서 선입견(先入見)이라도 생길까 봐서 나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하는 것이라네.”

“우리가 남이에요?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자 우창도 궁금하여 고월의 답을 재촉했다.

“고월의 깊은 마음은 이미 우리 서로 다 통하고 있는 것이니까 전혀 염려하지 말고 생각한 그대로를 소상(昭詳)하게 들려줬으면 좋겠군.”

“그렇다면 그냥 참고만 하시란 말을 앞장세워서 조금 언급(言及)해 볼까?”

“아, 물론이지. 어서 궁리한 보따리를 풀어놔 보시게.”

“와~! 저도 다른 이론들보다 임싸부의 사유가 가득한 경험의 지혜가 더 좋단 말이에요. 어서 말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