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 제13장 형상론(形象論)/ 1. 성상(成象)과 성형(成形)

작성일
2017-03-2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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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제13장 형상론(形象論)

1. 성상(成象)과 성형(成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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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바탕 웃음을 웃고 나서야 다시 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형상(形象)」장(章)의 이야기는 앞에서 살펴본 「간지총론(干支總論)」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우창이 읽어보겠노라고 말했다.

“자, 우선 먼저 읽어보도록 하겠네.”

 

10. 形象:兩氣合而成象 象不可破也(양기합이성상 상불가파야)

 

    형체(形體)와 상징(象徵)


    두 기운(氣運)이 결합(結合)하여 상(象)이 이뤄지면


    형상(形象)이 파괴(破壞)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그러니까, ‘두 기운이 합하여 형상이 이뤄진다’는 말인가?”

우창의 질문에 고월이 의견을 말했다.

“내 생각에는 양기(兩氣)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의 오행(五行)으로 이뤄진 사주에 대한 말이 아닌가 싶네. 그러니까 모두 다 모이면 오기(五氣)가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이기(二氣)가 되니까 그것을 양기라고 하는 것이지.”

“이기(二氣)와 양기(兩氣)는 같은 말이지 않은가?”

“당연하지. 다만 습관적으로 고인들은 두 개는 두 양(兩)자를 써서 양개(兩個)라고 했으니까 경도 스승님도 그렇게 기록한 것으로 보면 되겠네.”

“그러니까 두 가지의 오행이 모였다는 말이니까, 이것은 목화(木火), 화토(火土), 토금(土金), 금수(金水), 수목(水木)의 경우를 말하는 것인가?”

“어찌 그것뿐이겠는가. 목토(木土), 토수(土水), 수화(水火), 화금(火金), 금목(金木)도 포함되었겠지.”

“아, 그러니까 두 기운이란 어떤 오행이든지 두 가지로 이뤄진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로군. 이해가 되었네.”

“그렇게 두 기운이 모였다면 균형을 이뤄야 하고, 균형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봐서 ‘성상(成象)’이라는 말을 썼겠지.”

“성상이 무슨 말이지?”

“두 오행의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만 성상이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을 성상(成象)이라고 하겠는가 말이지.”

“그렇다면 예를 들어서 사주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까?

“물론 가능하지. 이 사주를 보게.”

그렇게 말한 고월이 사주를 적었다.

 

辛 戊 辛 戊


酉 戌 酉 戌


 

“오오~! 이렇게 생긴 사주의 조합도 가능하단 말인가? 무술년, 신유월, 무술일, 신유시라니 참으로 기묘한 간지의 배합이로군.”

“고서에 나온 자료이니 참고로 살펴보는 것이라네, 이것은 오행의 배치가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게.”

그러자 자원이 관심을 보이면서 끼어들었다.

“어머, 네 개의 토와 네 개의 금이에요. 참 신기하네요.”

“이렇게 생긴 것을 양기성상(兩氣成象)이라고 하지. 또 다른 경우도 있으니 살펴보세.”

 

己 癸 己 癸


未 亥 未 亥


 

사주를 들여다보던 자원이 다시 신기해하면서 말했다.

“어머~! 이것은 또 사토(四土)와 사수(四水)가 모여 있네요.”

“이러한 경우를 두고 경도 스승님이 양상(兩象)이라고 말씀하신 거라네.”

“단지 여덟 글자에 불과한 조합에서도 이렇게 생긴 형태가 나올 수가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군.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 설명을 어떻게 하셨는지 다음 구절을 풀이해 주시게.”

우창의 질문에 고월이 다시 설명을 보탰다.

“다음은 ‘상불가파야(象不可破也)’가 아닌가, ‘형상(形象)을 파괴(破壞)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는 뜻이겠지.”

“그렇겠군.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어느 한 쪽을 공격하게 된다면 균형이 무너지고 혼란이 발생한다는 뜻일까?”

“그러니까 긴장감(緊張感)을 유지한 채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파괴한다면 당연히 균형은 무너지고 삶에서는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해야 하겠지. 그래서 양기(兩氣)로 모여서 이뤄진 사주의 경우 특수하다고 봐서 각별한 주의를 강조한 것이 아닐까 싶군.”

“그럴 만도 하겠네. 유념해서 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하겠네. 그렇다면 이러한 사주를 타고난 삶은 행복하다고 하긴 어렵지 않을까?”

고월은 우창의 이야기에 반문했다.

“그건 왜?”

“그야 당연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삶은 여유롭고 순탄한 것이 좋을 텐데, 흑백(黑白)이 대립(對立)하건, 모자(母子)만 단둘이서 살고 있다고 하건, 그러한 것이 둥글둥글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되긴 어렵지 않겠느냔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오호~! 편중(偏重)의 허물을 범했단 말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네. 저잣거리에 구경 가도 그렇지 않은가?”

“뭔 말씀이지?”

“대장간에서는 땡그렁 땡땡~! 하는 쇳소리가 나고, 어물전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풍기고, 그 한쪽에서는 광대의 각설이 타령이 구성진 것이 재미있지. 옷만 파는 곳과, 밥만 파는 곳은 구경할 것도 없으니 말이네.”

“멋진 이야기로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뭘 말인가?”

“이러한 팔자를 타고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이냔 말이네. 이왕 태어나기를 옷만 파는 가게들로만 된 곳에서 살아야 할 운명인데 그것을 피하고 싶을까? 아니 피한다는 생각이라도 할까?”

“유유상종(類類相從)이겠군. 스스로 생긴 대로 그렇게 모여서 살아갈 것이라는 뜻이지?”

“그렇다네. 팔자도 생긴 대로, 얼굴도 생긴 대로, 인품도 생긴 대로 그렇게 서로 모여서 세상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니까. 하하하~!”

우창은 괜한 생각을 했다고 언질을 주는 고월을 향해서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괜한 오지랖만 넓어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서 살아갈 테니 치우친 삶이 되면 어쩔 것인지를 걱정하고 있었군. 하하~!”

“그렇다면 상(象)을 깨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된 것인가?”

“의미를 알았으니 이해도 했다고 보겠네. 아참, 자원은 어떤가?”

우창이 말하면서 자원을 바라보자, 눈동자가 흐트러진 것이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아서 물었다. 그러자 자원이 말했다.

“자원에겐 좀 어려운 이야기이긴 해요. 갑자기 뭔가 앞이 콱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낭떠러지를 만난 것과 같기도 해요, 여하튼 다섯 가지의 오행 중에서 단지 두 가지만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될 것인지도 걱정이 되고요.”

“그럴 만도 하지. 공부하는 과정은 파도와 같아서 파도가 몰아쳐 들어올 적에는 무섭고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도 파도가 밀려가면 또 편안하고 즐거운 것처럼, 공부도 때론 목마를 적에 물을 떠먹듯이 쉽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딱딱한 호두를 깨어 먹어야 하듯이 낑낑대야 할 순간도 있으니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네.”

“그리고 상(象)을 파(破)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것은 글자에 대한 이야기인 거죠?”

“엉? 무슨 뜻으로 묻는 것인지 다시 이야기해보시게.”

자원의 말에 대해서 고월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지 다시 물었다.

“가령 앞에서 말씀하신 첫 번째 사주 말이에요.”

“그래, 무술(戊戌)의 일주(日柱) 말이지?”

“일간(日干)에서 금(金)이 보이니까 토생금(土生金)이 되는 거죠?”

“그렇지.”

“만약에 상(象)을 파하지 말라고 한다면, 목(木)이 토(土)를 공격하거나, 화(火)가 금(金)을 공격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인가요?”

“맞아. 균형을 무너뜨리지 말라는 말이니까.”

“그런데, 목이 일간(日干)을 공격한다면 금은 놀고 있을까요? 어떻게든 토를 보호하려고 할 텐데 상(象)을 어떻게 깨트릴 수가 있죠?”

“오호~! 일리가 있는걸.”

“그리고 또요.”

“그래 말씀해 보시게.”

“화(火)가 들어와서 금(金)을 공격한다고 봐요.”

“그래.”

“그렇게 되면 토(土)는 손을 놓고 그냥 바라보기만 하고 있을까요?”

“당연히 어떻게든 금을 보호하려고 하겠지.”

“그렇게 되면 어떻게 파괴(破壞)를 할 수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그걸 생각하느라고 아까부터 표정이 진지하셨구나. 하하~!”

“왜냐하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죠.”

“그럴 만도 하군. 일리가 있어.”

“예? 답을 청한 건데 일리가 있다고 하시면 어떻게 해요?”

“답은 뭘. 경도 스승님이 잘못하셨네. 하하하~!”

“제 말씀은 그 뜻이 아니라요.”

“알아들었어. 그렇다면 두 번째의 사주는 어떻게 해결할까?”

“계해(癸亥)일주 말이죠?”

“그렇다네.”

“수(水)를 파괴하려면 목(木)이 들어오거나, 토(土)가 들어와야 하나요?”

“그렇겠지.”

“토가 들어오면 균형이 무너지겠는걸요.”

“그래? 목이 들어오면?”

“목이 들어오면 수생목(水生木)으로 기세가 등등한 목이 목극토(木剋土)로 공격을 하면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아흐~! 이건 머리가 아픈걸요.”

“아흐가 뭐야? 하하~!”

“안 풀린단 말이죠. 상생(相生)으로 구성이 된 양상(兩象)은 해결이 되는데 상극(相剋)으로 된 양상은 그렇지가 못하다고 해야 할까요?”

“오호~! 그건 말이 되는걸.”

“그렇다면 경도 스승님님의 의도(意圖)는 틀림없이 상극(相剋)의 양상(兩象)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봐요.”

“정말 후생가외(後生可畏)라더니 그 말이 꼭 맞는군.”

“어머~! 그렇담 조금 기특한 생각을 한 거예요?”

“기특하고 말고, 과연 책에 있는 글을 다 믿지 말고 그 속의 뜻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자원이 일깨워줬잖은가?”

“그렇다면 뭔가 약간이나마 자릿값은 한 셈인 거네요? 호호~!”

“다시 보니까, 원문에서 두어 글자가 빠졌었군.”

“예? 어떻게요?”

“그러니까, ‘양기합이성상’의 앞에다가 ‘극제(剋制)’를 넣었더라면 일단 상생으로 된 양상은 그 혐의(嫌疑)를 벗어날 수가 있었는데 말이지.”

“아, 그런가요? 정말이네요~! 역시 임싸부는 대단해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자원이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였다.

“자, 양상(兩象)에 대해서는 이해가 된 것 같으니 다음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게나.”

우창이 다음 구절을 천천히 읽었다.

 

    五氣聚而成形 形不可害也(오기취이성형 형불가해야)

 

    다섯 기운(氣運)이 모여서 이뤄진 형체(形體)라면

    형상(形狀)이 피해(被害)를 당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오기(五氣)인 것을 보면 오행(五行)의 기운(氣運)을 말하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지?”

원문의 글을 읽고서 우창이 고월에게 묻는 말이었다. 고월이 이에 대해서 의견을 말했다.

“그렇겠네. 앞에서는 이행(二行)을 말하고, 여기에선 오행(五行)을 말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군. 순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봐도 되겠고.”

“순서라니? 오행 종류의 개수(個數)에 대한 순서 말인가?”

“그렇지, 다음의 구절에는 일행(一行)도 나오는 것을 보면, 경도 스승님은 계획적으로 글을 짜임새에 맞춰서 적었다기보다는 생각이 나는 대로 흐름을 따른 것으로 봐도 되겠네.”

“아, 그런가? 뭐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자, 문제는 취(聚)라는 글자가 들어있다는 것이로군.”

“그러니까 말이네. 이게 무슨 뜻일까?”

우창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표정을 보고서 고월이 말했다.

“글자가 모일 취(聚)인 것을 보면 다섯 가지 기운이 모여 있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이기는 한데, 양상(兩象)은 합(合)이라고 하고, 오기(五氣)는 취(聚)라고 한 것을 보면 뭔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군.”

“더구나 양상은 상(象)이라고 하고, 오기는 형(形)이라고 한 것도 주목(注目)해야 하지 않을까?”

“아, 그러한 차이점도 놓치지 않으셨나? 과연 눈빛이 매섭군.”

“그냥 보이는 것을 어쩌겠어. 성상(成象)과 성형(性形)은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단 말이거든. 하하~!”

“그렇겠네. 원래 이 항목(項目)이 형상(形象)에 대한 이야기였으니까 같이 생각을 해 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자원이 입을 열었다.

“두 싸부의 말씀을 듣다가 문득 생각한 건데요.”

“오, 뭐지?”

우창이 다음 말을 채근(採根)했다.

“상(象)은 안 보이는 것을 상징적(象徵的)으로 의미하는 것이고, 형(形)은 보이는 것을 형상적(形相的)으로 말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어떨까요?”

“오호~! 그건 좀 멋진데~!”

우창이 동조(同調)를 하자, 흥이 오른 자원이 생각한 것을 쏟아냈다.

“형(形)은 상(象)의 물질화(物質化)이고, 상은 형의 정신화(精神化)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것부터 해결을 봐야 하겠단 말이에요.”

“난 동의일세~! 하하~!”

가만히 듣고 있던 고월이 불쑥 나서서 동의했다. 그러자 자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요. 형세(形勢)가 강력하면 기운이 모여서 성상(成象)이 된단 말이에요. 그래서 양기는 성상이라고 한 걸로 이해를 해 봤어요.”

“오호~! 그리고?”

“당연히 형세가 무력하면 기운이 흩어지게 되므로 성상은 어렵다고 봐요. 그렇게 되면 성형(成形)에 머무르게 되겠죠?”

“기가 막힌 추리력(推理力)이로군. 감탄했네~!”

자원의 설명을 듣고서는 고월이 동의를 했다. 자원은 더욱 신명이 나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감탄까지 할 것은 없죠. 괜히 어리숙한 제자가 모처럼 말이 되는 소릴 하니까 띄워주시는 것 다 알아요. 그래도 기분이 좋은 것은 왜죠? 호호호~!”

“그게 어딘데~! 어서 다음 구절을 풀어 보셔봐.”

“다음 구절은 불가파(不可破)와 불가해(不可害)예요.”

“아, 그것도 같이 붙여놓으니 대비(對比)가 되는걸.”

“상이 손상되는 것은 피해도 극심하고, 형이 손상되는 것은 피해도 비교적 적다고 본 것으로 이해를 했어요.”

“일리가 있는 것을 넘어서 타당해 보이는걸. 우창은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다 뭔가.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네.”

“진싸부 너무 그러시지 마세요~!”

우창이,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자원의 생각을 바탕으로 정리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오기(五氣)는 분산(分散)이 되는 맛도 있어서 집중성이 떨어지므로 상(象)은 되지 못하고 형(形)으로 머물러 있는데 그것을 손상하는 작용이 일어나면 그 형(形)에 해롭다는 정도로 이해를 하면 되겠는걸.”

“그렇겠네. 이 구절의 의미는 앞에서 본 것과 비교하면서 정리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니 이렇게 이해하고 넘어가세.”

“그러니깐요. 결국은 생하는 이치를 거스르지 말라는 것이죠?”

“아, 핵심(核心)을 제대로 짚었군. 자원이 오늘은 탄력(彈力)을 받는 구나. 기대가 되는걸.”

“에구~! 그렇지도 않아요. 어쩌다가 모처럼 감이 잡혔을 뿐이에요. 부담 주지 마시고 어서 다음 구절을 가르쳐 줘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