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제12장 풍수지리/ 9. 지리학(地理學)의 차원(次元)

작성일
2017-03-2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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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제12장 풍수지리(風水地理)

9. 지리학(地理學)의 차원(次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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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을 먹은 우창이 고월의 처소를 찾았다. 아침을 먹고 잠시 쉬면서 풍수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해 봤지만, 역시 적천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몰랐다. 그래서 다시 고월에게 공부하러 간 것이다.

“고월은 일어나셨는가~!”

“아, 우창인가? 어서 들어오시게.”

“마침 우창이 올 것을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네.”

“고맙군.”

“자 이리 앉으시고, 차라도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시자고.”

자리에 앉으면서 우창이 말했다.

“어제 들었던 경순형님의 풍수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하나?”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할 점이 많았던 것 같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이치가 조금 더 명료해진 것 같아서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

“아, 우창도 그러셨군. 역시 경순형님은 참 아는 것이 많아서 언제라도 물으면 해답이 준비되어 있으니 이보다 든든할 수가 없단 말이네.”

“그런데, 저녁에도 곰곰 생각해 봤는데 풍수의 지학은 명학을 먼저 연구한 다음에 활용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동감이네. 우선 오행의 이치를 바탕에 놓고 생극의 이치를 깨달은 다음에 밖으로 다른 이치와 연결하면 만무일실(萬無一失)이지 싶네.”

고월이 밖을 내다봤다. 저만치서 자원이 빨간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여, 자원도 공부하러 오는군.”

“임싸부~! 안녕하셨어요? 기색이 더욱 좋아 보이시네요.”

“자원도 편안하게 지내셨군. 어서 들어오시게.”

“진싸부는 벌써 와 계셨어요? 막내가 꾸물거렸네요. 죄송해요~!”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지 자원은 콧소리를 섞어서 두 사부를 즐겁게 했다. 그것이 싫지 않은 우창과 고월은 자원이 자리를 잡고 앉기를 기다렸다가 차를 권하고는 다시 책을 폈다.

적천수의 다음 대목은, 「형상장(形象章)」이라고 되어있었다. 우창이 들여다보고는 먼저 말을 꺼냈다.

“이번에 배워야 할 것은 ‘형상(形象)’이라는 걸. 형상은 눈에 보이는 사물에나 해당하는 것이 아니던가? 간지(干支)에 무슨 형상이 있단 말인가?”

“그러니까, 「간지총론장(干支總論章)」까지 각각의 개별적인 간지에 대한 의미를 다 설명했다는 말인가 보군. 이제부터는 내용이 상당히 깊어지는걸.”

“근데 형상이라고 하니까 어제 이야기 들은 풍수지리가 생각나요. 너무 재미있었는데 다음에 또 풍수 이야기 들으러 가요.”

자원의 말에 우창도 한마디 거들었다.

“정말 배워야 할 것도 많아. 눈길이 머무는 곳에 보이는 모든 것은 도(道)의 뿌리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단 말이지.”

“그러니 얼마나 즐겁겠어요. 배울 것이 많아서 너무너무 좋아요~!”

고월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형상을 보면, 간지에 무슨 형상을 논하는 것인지 의아할 수도 있을 것이네. 그런데 형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네.”

“눈에 보이는 형상과 보이지 않는 형상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임싸부.”

“육안(肉眼)으로 보이는 것은 형상(形相)이라고 하고, 심안(心眼)으로 보이는 것은 형상(形象)이라고 한다네.”

“형체가 있어서 눈에 보이는 것은 풍수학이고, 형체가 없어서 눈으로는 볼 수가 없는 것이 명리학(命理學)일까요?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어요.”

“맞아. 참 멋진 말을 하셨군.”

“그래요? 저도 말귀를 조금은 알아들은 거죠? 호호호~!”

“풍수학을 풍수지리(風水地理)학이라고 할 경우에는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형상(形象)도 포함한다는 것도 알아 두시게.”

“그렇담 어제 경순선생님께 들은 풍수학은 뭐죠?”

“그것은 초보적인 형상(形相)에 대한 풍수학이라고 할 수가 있네.”

“그렇다면 진짜 풍수학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던 거예요? 어머나~!”

“물론 기본적이라고 해서 깊은 이치를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깊은 이치로 들어가야만 지리학(地理學)이 되는 것이라네. 그것은 마치 간지학(干支學)을 배우는 것은 풍수학(風水學)이라고 할 수가 있고, 형상학(形象學)을 배우는 것은 지리학(地理學)을 배우는 것과 같다고 할 수가 있다네.”

“아, 그래서 풍수지리학(風水地理學)이라고 하는 것인가요?”

“그렇다고 말을 할 수가 있지. 하수(下手)는 풍수학이 전부인 줄을 알고 평생 그렇게 살다가 떠나지만, 고수(高手)는 지리의 이치를 알고 자유자재로 그것을 이용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네.”

“그렇다면 물형(物形)으로 논하는 풍수학은 모두가 하수들의 관점이라는 이야기예요? 그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하수의 경지(境地)라고 하시니 정말 더 깊은 이치가 너무너무 궁금해요.”

“경순형님께서 마지막으로 말씀하신 것이 고수와 하수의 중간에 있는 수준이라고 말을 할 수가 있지.”

“그게 뭐죠?”

“현공풍수(玄空風水)라네.”

“아, 그.... 심... 죽잉이 책을 얻어 보고 알게 되었다는?”

“맞아. 그것을 이기법(理氣法)이라고 하지.”

“자꾸 ‘이(理)’자가 나타나네요. 이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형기풍수(形氣風水)를 하수라고 한다면, 이기풍수(理氣風水)를 고수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그렇다면 고수의 지리학은 어떤 거예요?”

“축지법(縮地法)을 포함하고 있지.”

“축지법이라뇨? 땅을 줄인다는 말인가요?”

“맞아, 넓은 땅을 줄여서 일리(一里)를 한 걸음에 통과하면 소축(小縮)이라고 하고, 십리(十里)를 한 걸음으로 줄여서 통과하면 중축(中縮)이라고 한다네. 그리고 백리(百里)를 한 걸음에 통과하는 이는 대축(大縮)이라고 하지.”

“그런 이야기는 또 어디서 들으셨어요? 참 신기한 것이 너무너무 많아서 행복한 자원이에요.”

“오가면서 듣는 이야기도 또한 공부니까.”

“실제로 그러한 술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당연하지. 지리학을 웬만큼 터득한 사람들은 최소한 소축은 쉽게 실행할 수가 있다네. 그러니 아무리 쫓아도 따를 수가 없는 거야. 그야말로 날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가 있지.”

“산에서 오래 생활하는 사람은 가파른 경사(傾斜)도 쉽게 나는 듯이 오르내리는데 그것도 혹 소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지. 산에 오래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저절로 주어진다고 볼 수가 있을 것이네. 다만 그것은 이치를 터득해서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의 숙련(熟練)된 결과라고 해야 하겠지.”

그러자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우창이 물었다.

“아, 예전에 수호전(水滸傳)을 보니까 신행태보(神行太保) 대종(戴宗)이 나오던데 그 사람이 혹 축지법을 사용한 것인가?”

“맞아. 그는 축지법의 진수(眞髓)를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에게 전수받았다고 전하더군.”

“놀랍군. 그냥 이야기려니 했는데 진짜로 지리학에 능통하게 되면 축지도 가능하다는 말이지?”

“그렇다네. 그러니 이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그야말로 풍수학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아, 그래서 명리학(命理學)이나 지리학(地理學)이 되면 비로소 형상(形象)에 대해서 공부를 하게 된다는 뜻이 이해가 되는군.”

“사실 무공의 고수들이 경신술(輕身術)을 사용하는데, 내공(內功)이 출중하여 1갑자 이상의 고강(高强)한 공력(功力)을 소유한 사람들은 거의 소축(小縮)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네.”

무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원이 얻어들은 것이 있었던지 갑자기 생기를 띠면서 말한다.

“맞아요~!”

자원의 반응에 우창이 관심 갖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자원도 뭔가 들었거나 본 것이 있나 보군.”

“그럼요. 경신술을 연마하면 경공(輕功)을 발휘하여 나무에서 나무로 이동하기도 하고, 절벽에서 절벽으로 건너뛰는 것도 어렵지 않죠.”

“내공의 고수들이 많은 무당파(武當派)에서는 눈 위를 걸어가도 발자국이 남지 않는다고 하더군.”

“맞아요. 그것을 답설무흔(踏雪無痕)이라고 해요. 풀 위를 밟듯이 하고 날아가는 것은 초상비(草上飛)라고 하고, 눈을 밟고 날아가는 것을 설상비(雪上飛)라고도 해요.”

“대단한 내공의 고수들인가 보군. 그들도 모두 축지법을 운용한단 말인가?”

우창이 관심 갖고 물어보자, 자원은 더욱 신이 나서 설명했다.

“아닐 거예요. 지리학을 배운다는 말은 못 들었어요. 그냥 몸이 가볍게 되어서 둥둥 떠오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이용해서 가볍게 통통 튀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거예요.”

“그렇다면 축지법은 그보다 훨씬 뛰어난 지리법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걸. 그런 것을 직접 봤으면 좋겠군.”

“그래서 아마도 모든 분야의 정점에서는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봐요.”

“자원의 말이 일리가 있군.”

자원이 조용히 하자 고월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리학의 수준에 도달하면 지심(地心)과 소통(疏通)을 하게 되고, 명리학(命理學)의 수준에 도달하면 인심(人心)과 소통을 하게 된다네.”

“오호, 그것참 멋진 말인걸. 그게 가능하단 말씀이지?”

“그렇다네. 우창은 사람의 마음과 소통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땅의 마음과 소통하는 것이 좋은가?”

“물론 지금의 생각으로야 사람의 마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싶지만 나중에는 땅의 마음과도 소통하고 싶다네.”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네. 지금 현재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네.”

“그렇다면 우선은 적천수를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맞아. 일보(一步) 또 일보, 쉼 없이 전진하는 것이 결국은 정상(頂上)에 도달할 것임은 틀림이 없다네.”

“그런데, 땅의 마음과 소통이 되면 금은보화가 묻혀 있는 곳을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왜? 갑자기 부자라도 되고 싶은 건가?”

“전에 어디선가 그런 말도 들었던 것 같아서 말이네.”

“그래? 무슨 말을 들었기에 그러는가?”

“그러니까 영안(靈眼)을 얻게 되면 눈을 지그시 감고 땅속을 들여다본다는 거지. 그것을 지관(地觀)이라고 한다더군.”

“그런 술법이 있단 말은 금시초문(今始初聞)인걸.”

그러자 자원이 한마디 거들었다.

“저도 들었던 말이 있어요. 땅속의 산소에 물이 들어있거나, 구렁이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서 말하니까, 실제로 확인을 위해서 파보고 나서야 말이 조금도 어긋남이 없었다고 해요. 아마도 땅속이 손바닥을 보듯이 훤하게 보이는 경지가 있나 봐요.”

자원의 말에 동조하면서 우창이 말했다.

“근데 지리학을 배우면 가능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그러한 경지가 있다는 것은 사실인가 보더군.”

“그것은 어떻게 얻는다던가?”

고월이 물어보자 우창이 기억을 더듬어서 설명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듣기로는 명상을 통해서 천안통(天眼通)을 얻는 것이라고 하더군.”

“천안통이라?”

“그렇게 해서 땅속을 들여다보면 어디에 무엇이 묻혀있는지를 훤히 볼 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

“천안통은 불가(佛家)의 아라한(阿羅漢)이 사용하는 육신통(六神通) 중의 하나인 것으로 아는데?”

“그런가?”

자원이 얼른 물었다.

“임싸부, 육신통은 뭐죠?”

“아, 육신통은 천안통(天眼通)을 얻어서 육안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을 다 보게 되는 능력을 말하는데 특히 불타의 제자 중에 한 분인 아나율(阿那律) 존자(尊者)가 눈의 시력을 잃고서 얻은 능력으로 유명하지.”

“그렇게 되면 장님이 되어도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아니지, 안 보이는 것은 같은데 대신 눈으로 볼 수가 없는 세계를 본다는 것이니까 좀 다른 이야기라네.”

“신기해요. 또 다른 신통은 뭐예요?”

“천이통(天耳通)이라고 해서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가 없는 곳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는 거지.”

“아, 그것은 대단히 좋겠는걸요. 신기해요. 또 뭐가 있어요?”

“타심통(他心通)이 있지.”

“그것은 남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다는 거예요?”

“맞아.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는 능력인 것이지.”

“아하~! 그건 정말 재미있겠는걸요. 호호호~!”

“왜 그렇게 좋아하지?”

“그야 당연하죠. 사내들이 저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있잖아요. 호호~!”

“그럼 이제부터 머리 아픈 명학은 집어치우고 타심통 수행이나 하는 것은 어때?”

“에구~! 말이 그렇다는 것이죠. 다음은 뭐예요?”

“다음은 숙명통(宿命通)이라고 하는 것이라네.”

“그건 또 뭐죠? 과거의 인연을 알아내는 건가요?”

“맞아.”

“그렇다면 명학은 필요가 없겠는걸요. 그것만 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말한다면 지학도 필요 없지, 천안통만 하면 되니까. 하하하~!”

“정말이네요. 재미있는걸요. 또 뭐가 있죠?”

“신족통(神足通)이라는 것도 있어.”

“그건 또 뭐예요?”

“날아다니는 거지.”

“그렇다면 축지법이잖아요? 이게 다 뭐예요. 여태 이야기했던 것이 모두 다 들어있으니 말이에요.”

“듣고 보니 그렇군.”

“마지막으로 하나는 뭐죠?”

“누진통(漏盡通)이라고 하지.”

“그건 또 뭐죠?”

“모든 번뇌(煩惱)를 다 끊어서 평온(平穩)한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이니 가장 어렵고도 심오한 경지라고 할 수가 있지.”

“에구, 그건 별로 탐이 나지 않는걸요. 임싸부나 가지세요. 호호~!”

“아니, 이렇게 소중한 경지를 남에게나 줘버리다니 그 가치를 모르면 어쩔 수가 없는 것인가 보군.”

“그런가요? 여하튼 육신통은 그런 것이로군요. 재미있어요. 그것을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예요?”

“수행하면 되지.”

“그게 문제네요. 이렇게 공부하는 것으로 우선은 일과를 삼아야 하겠어요. 그러다가 한마음이 일어나면 그것도 해 볼래요.”

두 사람은 자원의 말을 듣고 함께 웃었다.

“하하하~! 그것참 재미있겠는걸.”

“그러게 말이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