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제12장 풍수지리/ 8. 선인 길지(吉地) 악인 흉지(凶地)

작성일
2017-03-2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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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
[156] 제12장 풍수지리(風水地理)

8. 선인길지(善人吉地) 악인흉지(惡人凶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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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쓱 둘러보곤 경순이 다시 고월에게 물었다.

“왜 그럴까?”

“만약에 그것이 통한다면 생전에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할 것이 아니라,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부자(富者)가 된 다음에 돈을 많이 주고 최고의 풍수가를 불러서 묏자리를 잡고 들어가면 끝나는 것이 아닐까요?”

“오호~! 그렇게 해서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리면 되겠군? 하하하~!”

“이에 대해서 혼란스럽습니다.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합니까?”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복인길지(福人吉地)’라는 말은 의미가 없겠군. 그렇겠지?”

“맞습니다. ‘유전길지(有錢吉地)’로 바꿔야지요.”

“그렇다면 ‘무전흉지(無錢凶地)’가 되고?”

“과연 그렇게 된다면 참 씁쓸하겠습니다.”

“그러나 선악(善惡)을 단죄(斷罪)하는 천지신명이 계신다면 그러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

“당연하지요. 이미 천지신명이 있다고 말씀하셨으니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을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당연히 말이 안 된다는 답이 정답이지 않겠는가?”

“아니, 그것이 실제로 그렇게 되느냐는 것입니다. 윤리적(倫理的)으로나 도덕적(道德的)으로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떻겠느냐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렇다면 천지신명이 자연의 이치를 어떻게 적용시키는지에 대해서 이해를 하면 답은 저절로 나오는 것일까?”

“그렇게 되면 또 생각을 해 볼 수가 있겠습니다.”

“자, 현실적인 관점으로 살펴볼까?”

“이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돈이 많은 악인이 있네. 그는 하늘의 이치는 믿지 않지만 부모의 시신을 좋은 땅에 묻으면 더욱 큰 부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네.”

“당연히 있을 수가 있는 일이라고 보겠습니다.”

“그래서 1만 냥의 거금을 내어서 최고의 명당을 잡아주는 최고의 풍수가를 찾았지.”

“당연히 풍수가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겠습니다.”

“저마다 비기(秘技)를 한 가지씩은 간직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던 것은 당연하지.”

“그 많은 고수들 중에서 최고의 풍수를 어떻게 찾습니까?”

“그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네. 일단 자원자가 나서면 그를 데리고 어느 산소로 간다네. 그렇게 되면 비로소 풍수가의 능력 시험이 시작되는 것이지.”

“아, 그러니까 그 산소의 내력을 줄줄이 읊어야 하겠군요.”

“당연하지. 감히 악랄(惡辣)한 부자의 돈을 날로 먹을 수는 없으니까.”

“과연 용의주도(用意周到)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하하~!”

“그렇게 현장에서 확인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한 해석을 한 사람을 선택하였다네.”

“그 말씀을 들으니까 풍수학의 작용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로소 자신의 부친이 있는 산소에 데리고 갔더니 그가 또 줄줄이 말을 하지 않았겠나.”

“그랬겠습니다. 가족사를 모두 줄줄이 설명했겠지요.”

“여기까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해도 될 것이네. 물론 천지신명이 개입을 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지.”

“그런 식으로 논한다면 앞으로도 없지 싶습니다.”

“과연 그럴까?”

“하는 것으로 봐서 이미 9할은 성공을 한 것 같은데요?”

“그건 아직 모르네. 마지막으로 관 뚜껑을 덮고 봉분을 덮어야 확실한 것이라네.”

“아, 그렇다면 아직도 반전(反轉)이 남았다는 뜻이겠네요. 기대가 됩니다.”

“비로소 그 부자는 풍수가를 믿고서 땅을 찾아 달라고 했다네.”

“물론 최고의 길지를 찾았겠습니다.”

“당연하지. 묘를 쓰는 데는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아는가?”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형세(形勢)를 봐서 위치를 판단하고 나경을 놓고서 좌향(坐向)을 잡아서 길일 길시에 하관(下棺)하면 되는 것인 줄 압니다.”

“이 선택받은 풍수는 당연히 그렇게 했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땅을 파면 좋은 기운이 나오는 자리에서는 비석비토(非石非土)가 나오게 되어 있거든.”

“그렇다면 그러한 것도 확인을 시켰겠습니다.”

“오색토(五色土)가 나오고, 비석비토가 나오고 생기(生氣)가 서려있다는 혈토(穴土)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은 부자는 그 자리에 부친의 유골을 이장했다네.”

“모든 것이 완벽했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3년이 되지 않아서 막대한 뇌물을 주고 벼슬까지 해서 떵떵거리게 되었다네.”

“그렇다면 반전은 없었겠군요. 역시 돈이 최고라는 뜻인가요?”

“그로부터 다시 몇 년이 지났네. 그런데 갑자기 나라에서 수사대를 파견해서 뇌물을 받은 죄를 다스려서 참형(斬刑)에 처하고 삼족을 멸하게 되었다네. 이렇게 걷잡을 수가 없는 돌풍을 피할 방법도 없었다네.”

“예? 그것은 또 무엇입니까? 풍수의 길지도 소용없다는 뜻입니까?”

“앞에서 이야기를 했던, ‘오시하관 사시발복’의 경우와 비교해서 어떤가?”

“결코 그러한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재물과 노력과 검증을 통해서 확실하게 시행을 했으니까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일이 생겼을까?”

“그것이야말로 불가사의(不可思議)입니다. 풍수학의 존립을 부정할 수도 없고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요?”

“이러한 정황에서 가장 당황한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아무래도 직접 그 일에 간여한 풍수가의 입장이 아닐까요?”

“그렇겠지?”

“당연하지요. 일생을 먹고 살아도 될 만큼의 대가를 받고서 행사한 일의 주인공들이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면 스스로 난감했겠습니다.”

“그날부터 이 풍수가는 식음을 전폐하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기 시작했다네.”

“그런데 천지신명의 해결책으로 보면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까?”

“물론이지. 그러나 학자는 그렇게 웃어넘길 수가 없는 자존심이란 것이 있단 말이네.”

“지은 죄가 많아서 신의 벌을 받았다고 해도 되기는 할 것 같습니다만, 또한 자신을 설득시킬 방법이 필요했다고 보겠습니다.”

“학자라면 절대로 그냥 넘길 수가 없었지. 더구나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시행했던 일이니 풍수가들은 그 의혹을 이 풍수가에게 해결하라는 무언의 압력인들 적었겠는가?”

“예, 이해가 됩니다. 그랬겠습니다. 그래서 해결책은 찾았습니까?”

“자, 해결책은 또 다른 이야기니까 차차 풀어보기로 하고, 일단 좋은 땅을 찾아서 묘를 쓴다고 해도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겠지?”

“물론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신의 뜻도 존재할 수가 있다는 것도 포함해서 생각해도 되겠습니다.”

“왜 이러한 일이 생겼을까?”

“우선, 그 풍수가의 착각이 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지금 막대한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니 그것도 쉽진 않을 것이네만 여하튼 전혀 없다고 단정을 할 수는 없겠지.”

“착각으로 흉지를 길지로 보고 행사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능하지. 땅속의 일은 알 수가 없으니까.”

“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으면 들려주시지요.”

“어느 초절정(超絶頂)의 풍수가는 남의 묘를 잡아주다가 터가 너무 좋아서 탐심이 생기자, 의뢰자에게 나쁜 터라고 말을 하고는 몰래 그 자리에 자신의 부친을 모신 경우도 있었다네.”

“그 사람은 땅의 이치만 알고 하늘의 이치는 몰랐던가 봅니다.”

“오호~! 그러한 통찰력을 갖고 있으셨나? 대단하이, 하하~!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하~!”

“그렇게 해서 아홉 번이나 부친의 유골을 이장했다네. 그렇게 해 놓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 해에는 문득 그 주변을 지나다가 생각이 나서 묘소를 찾아봤다네.”

“그랬겠습니다.”

“그런데 가시덤불이 가득한 곳에서 겨우 찾아낸 묘의 터는 청룡이 주리를 틀고 있는 명당으로 봤는데, 죽은 뱀이 누워있는 터였더라지 뭔가.”

“아하, 그러니까 착각을 했더란 이야기군요.”

“그렇다네. 탐욕이 앞서면 이렇게 천지자연이 단죄(斷罪)를 한다네.”

“참으로 두려운 하늘의 뜻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악행을 저지른 그 부자도 당연히 자신의 뜻대로 잘한다고 했지만 풍수가의 착각이나 알 수가 없는 어떤 원리의 힘에 의해서 그 죄보(罪報)를 받았다고 하면 될 것이네.”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그 풍수가는 인정하지 못하겠지만요.”

“그렇다네. 그 풍수는 그날부터 다시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해서 강호를 유람하면서 풍수가들을 만나서 가르침을 청했다네.”

“열정이 상당한 분이었군요.”

“어디에 사는 누군가에게 풍수비결이 있다고 하면 기어이 천금을 아끼지 않고 그 책을 구해서 연구하기도 했다는군.”

“그렇다면 그분은 분명히 해답을 얻어냈지 싶습니다.”

“그 해답은 어땠을 것 같나?”

“문외한이 생각하기에는 결국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게 노력을 한 다음에 한 권의 기서(奇書)를 얻게 되었다네. 그 책은 『강요비본(姜垚秘本)』이라는 이름의 책이었다네.”

“앞의 것은 저자의 이름인 것 같습니다. 풍수 책이라고 하는 느낌의 제목은 안 보입니다만, 예사롭지 않은 책이었던가 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풍수학의 새로운 경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네. 그리고 자신의 썼던 그 산소의 좌향을 이 책의 내용에 적용시켜 봤더니 놀랍게도 해답이 거기에 명확(明確)하게 나와 있었다네.”

“예? 어떤 이야기였기에 그렇습니까? 참으로 놀랐겠습니다.”

“책을 보니, ‘일운(一運)의 임좌병향(壬坐丙向)이면 패가절손(敗家絶孫)하리라’고 하는 글귀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네.”

“무슨 뜻인지는 못 알아듣겠습니다만, 풍수학에도 여러 유파가 있는가 봅니다.”

“그렇다네. 처음으로 그러한 글을 접하고는 자신이 행사한 산소들을 찾아서 확인해 본 결과, 모두 틀림이 없더라는 거네.”

“그렇다면 이전의 풍수학에서도 놀라운 실력을 발휘했는데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의혹이 있었다는 말인가 봅니다.”

“그야 일일이 알 수가 없네만 이렇게 해서 전혀 새로운 풍수학을 접하게 되어서 그 책을 바탕으로 책까지 남겼다네.”

“아, 형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지어낸 이야기인 줄로 알았는데 실화(實話)였습니까?”

“당연하지. 이렇게 소중한 시간에 어찌 헛된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긴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관심이 생깁니다. 그 풍수가의 이름도 전해진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는 『심씨현공학(沈氏玄空學)』이라는 책을 저술했는데 이름은 심죽잉(沈竹礽)이라네. 그 후로 「현공풍수학(玄空風水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강호를 주름잡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네.”

“풍수학의 종류가 얼마나 되기에. 전혀 다른 논리를 갖고 있는 풍수학을 그렇게 늦게 발견했단 말입니까?”

“세상은 넓고 기인(奇人)과 기서(奇書)는 언제나 어느 구석에 앉아서 인연이 있는 사람을 기다린다네. 지금 그대들이 공부하고 있는 적천수(滴天髓)도 당연히 그중에 하나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그렇다면 다시 새로운 의문이 생깁니다.”

“뭔가?”

“만약에 그 악한 부자가 현공풍수학을 만난 이후의 심죽잉(沈竹礽)에게 의뢰해서 부친의 묘를 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물론 알 수는 없네만 그때는 인연이 닿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네.”

“그건 왜입니까?”

“잊었는가? 하늘의 뜻이 있다는 것을.”

“아, 이론에 취하다 보면 천지신명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더욱 주의해서 명심하겠습니다.”

“그래서 무슨 풍수학을 사용하건 간에 상관없이 생전에 선행(善行)하면 사후에도 좋은 땅에 머물게 되고, 악행(惡行)을 일삼으면 죽어서도 바늘 하나 꽂을 자리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네.”

“육신은 흉지로 돌아가고 정신은 지옥을 누비게 될까요?”

“물론 그렇다고도 하네만 육신조차도 지옥의 고통을 겪는다고 할 수가 있다네.”

“예?”

“아니, 왜? 믿기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땅이야 흙으로 되어있으니 무슨 지옥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라네. 시신을 파보면, 물속에 잠겨서 냉기(冷氣)로 인해 하나도 썩지 않은 시신도 있고, 땅의 화기(火氣)를 받아서 시커멓게 그을린 시신도 있음을 보았다네.”

“과연 그렇다면 한빙지옥(寒氷地獄)과 화염지옥(火焰地獄)이 먼 염라국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살아생전에 좋은 일이나 많이 하고 살다가 떠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네. 하하~!”

“정말 오늘 너무 소중한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왜 공부해야 하고, 왜 선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럼 되었네. 저물기 전에 가 보셔야지?”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그럼 또 다음이 찾아뵙겠습니다. 내내 편안하시고 즐거우시기 바랍니다.”

“고맙네. 조심해서 내려가시게 들.”

“취현선생님도 많은 성취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이만 하산하겠습니다.”

“오늘 모처럼 흥겨운 시간이었네. 또 보세. 껄껄껄~!”

우창과 자원도 작별을 하고는 땅거미가 내리는 산길을 지나서 저마다의 처소에 돌아갔다. 이렇게 하루의 해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