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제12장 풍수지리 7. 신(信)과 불신(不信)의 영역(領域)

작성일
2017-03-2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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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
[155] 제12장 풍수지리(風水地理)

7. 신(信)과 불신(不信)의 영역(領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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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를 봐서 도읍(都邑)이 될 자리인지, 촌락(村落)이 될 자리인지를 보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고 할 것이네.”

“아, 그렇다면 단순히 조상을 좋은 곳에 장사를 지내고 그 덕으로 자손이 잘 되기만 바라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말씀이시네요.”

“그것은 개인용(個人用)이라고 할 수가 있겠군.”

“개인용이요. 멋진 말씀이시네요. 그럼 국가용은 어떤 것이죠?”

“나라에서는 왕궁(王宮)을 세워서 백성을 다스릴만한 자리를 찾아야 하고, 그렇게 해서 천 년의 수도(首都)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풍수가가 해야 할 일이지. 이런 풍수를 국풍(國風)이라고 한다네.”

“국풍이란 말씀은 나라의 일을 보는 풍수가란 뜻이로군요.”

“그렇지. 한 마을에서 행사하는 풍수는 촌풍(村風)이라고 해도 되겠네. 하하~!”

“정말 풍수의 세계도 흥미진진(興味津津)하네요.”

“공부란 무엇을 하더라도 기대 이상의 재미있는 결실을 맺어준다네.”

“그렇다면 함곡관(函谷關)과 같은 요새를 활용하는 것도 풍수의 영역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이를 말인가. 마을 가에 연못을 만들거나, 수로를 만들어서 물길을 이용하는 것들도 모두 풍수의 영역인 것을.”

“그러고 보니 학문마다 존재하고 활용되어야 할 영역이 있겠네요.”

“당연하지. 그래서 명학은 개인을 위해서 존재하고, 풍수는 나라를 위해서 존재하지.”

“그렇다면 그 두 가지 학문은 반드시 섭렵(涉獵)을 해야 하겠어요.”

“왜? 젊디젊은 사람들이 모든 학문을 두루 연마해야지.”

“그래도 지금은 하나만 하는 것도 벅찬걸요.”

“어느 수준까지 가게 되면 하나로 만나는 순간도 있으니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된다네.”

이야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던 우창이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겨서 경순에게 물었다.

“그런데, 형님께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오, 뭔가?”

“과연 좋은 자리에 부모를 장사 지내면 자손이 복을 받는 것입니까?”

“그렇다고 본다네.”

“그 이치는 어디에서 근거(根據)하는 것입니까?”

“이치라면……. 아, 이런 이야기를 해 볼까?”

“고대하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어서 듣고자 합니다.”

“동기감응설(同氣感應說)이 있다네.”

“어떤 이야기인지요?”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네.”

“아, 재미있는 고사(故事)로군요.”

“하루는 대궐의 처마에 달린 풍경이 바람도 없는데 ‘뎅~ 뎅~ 뎅~!하고 울렸다네.”

“괴이한 일입니다.”

“왕도 그것이 하도 이상해서 무슨 조짐인지 알아보라는 명을 내렸다는군.”

“그랬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신하들이 왕의 분부를 듣고 백방으로 궁리를 하고 조사를 한 결과 놀라운 결과를 알아냈다고 왕에게 보고했다네.”

“이유가 무엇이었답니까?”

“그 동종(銅鐘)을 만든 원래의 광산에서 지진이 일어나서 무너졌더라는 것이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이기는. 그렇게 자신의 출생지인 구리광산이 무너지게 되자 그 영향을 받은 추녀의 구리종도 그것의 영향을 받아서 울렸다는 것이지.”

“신기한 일입니다.”

“왕이 이와 같은 원리를 묻자. 풍수를 주관하는 대신이 답했다는군.”

“동기감응을 말했겠습니다. 그렇지요?”

“맞았네. 그래서 동기감응의 이치가 허황되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되어서 풍수학이 크게 흥행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랬을 법도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고월이 경순에게 반문(反問)을 했다.

“저는 형님의 말씀에 의혹(疑惑)이 생깁니다.”

“아니, 그건 무슨 말인가? 어디 고월의 생각부터 들어봐야 하겠는걸.”

“우제(愚弟)의 짧은 생각으로는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싶은 의구심(疑懼心)이 들어서 여쭙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믿기가 어렵단 뜻인가?”

“형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해 보게나.”

“어느 왕의 이야기입니다. 풍수에 대해서 용하다고 소문이 나서 온 나라 사람들이 그를 찾아서 조상의 산소를 이장(移葬)하느라고 나라가 시끌시끌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오호~! 그래서?”

“왕이 보니 부질없는 짓으로 혹세무민을 하고 있는 사기꾼이라고 판단을 하고서는 그 풍수를 데려오라고 해서는 앞에 앉히고서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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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풍수라는 재주로 선량한 백성을 어지럽혔으니 그 죄를 알렸다.”

“아니 옵니다. 폐하. 그것은 혹세무민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입니다.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어디에서 헛된 소리로 짐(朕)까지 기만(欺瞞)하려 드느냐~!”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모두 명명백백한 진실이옵니다.”

“그래도 망발(妄發)을 일삼는구나. 그렇다면 무슨 이치로 인해서 그렇게 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인지 말을 해 보거라.”

“부친을 장사 지내게 되면 동기감응(同氣感應)으로 인해서 좋은 기운이 자손에게 복을 가져다주게 됩니다.”

“그게 무슨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냐~!”

“결코, 소리가 아니 옵니다. 폐하.”

“그렇다면 일단 편안하게 쉬도록 하여라~!”

그리하여 그 풍수는 궁궐의 한방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로부터 7일이 지난 후.

왕이 다시 풍수를 불러서 앞에 꿇어 앉혔다.

“어떻게 잘 지냈느냐?”

“예, 페하의 넓은 덕으로 편안히 잘 머물렀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다시 묻겠다. 과연 잘 쉬었느냐?”

“그러믄입쇼. 너무나 편안했습니다.”

“여봐라 가서 그놈을 데려오너라.”

“예이~!”

잠시 후에 피투성이가 되어서 끌려온 사람은 그 풍수의 부친이었다. 왕은 동기감응이라는 말을 듣고서 과연 그 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부친을 잡아다가 고문을 했던 것이다.

자신의 부친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끌려 나오는 것을 본 아들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 아버님 이게 어찌 된 일이십니까? 무슨 죄를 범하셨기에 이렇게 고초(苦楚)를 겪으셨습니까?”

그 꼴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왕이 말했다.

“동기감응(同氣感應)에 대한 실험(實驗)을 했느니라.”

“예? 동기감응의 실험이라니요?”

“네놈이 말하기를 같은 기운이 자손에게 전달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예, 그렇사옵니다.”

“조상의 묘터가 나쁘면 시신이 불편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고통이 자손에게 전달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폐하.”

“그래서 과연 네가 한 말이 타당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너의 아비를 잡아다가 혹독한 고통을 줬느니라.”

“아, 그러셨습니까?”

“그런데 너는 전혀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밥만 잘 먹고 지냈다고 하니 과연 너의 말이 진실한 것인지 아닌지가 규명(糾明) 된 것 같지 않으냐?”

“폐하…….”

“이제부터는 절대로 묘터가 나빠서 어떻다는 말은 하지 말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거라. 알겠느냐?”

“예, 폐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비를 데리고 귀가하여 지관노릇은 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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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마친 고월이 경순을 보면서 말했다.

“형님께서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도 동기감응에 대한 것은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 왕도 진리를 탐구하는 마음이 강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네.”

“그러니까 말입니다. 과연 묘지의 작용에 의해서 자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치가 타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 믿어도 될지 의문이 남습니다.”

“고월의 말도 일리가 있네. 그렇다면 풍수학의 의미는 뭘까?”

“그야말로 장풍득수에서 끝이 나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바람을 피하고 물을 얻은 자리에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살아갈 정도면 된다는 말씀이지요.”

“아, 그러니까 조상의 유골에서 좋은 기운이 나오느니 하는 말은 모두 망령된 말이라는 의미인가?”

“아직은 그러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유는 왕과 풍수의 이야기로 인해서인가?”

“그렇지 않더라도 타당한 논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만, 실제로 그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흐음.”

“형님, 죄송합니다만 형님을 난처하게 해 드리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알지, 나도 그에 대해 답변할 수가 없다면 괜한 학문을 갖고서 취현에게 허언을 한 셈이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네.”

“참으로 훌륭하신 학자의 자세를 배웁니다.”

“마음에도 없으면서 괜한 이야기는 할 것 없다네. 하하~!”

“실제로 풍수의 이론에 맞춰서 나쁜 암시의 묘지 자손에게는 흉하고, 좋은 암시의 묘소에 조상을 묻은 자손은 흥하는 것을 보셨습니까?”

“그렇다네.”

“백이면 백이 모두 그렇게 부합이 되었습니까?”

“그렇게 단정을 할 수는 없지만, 내가 확인하기로는 힘들게 살아가는 자손의 부모 묘를 살펴보면 대부분은 좋지 않은 자리에 있는 것을 목도(目睹)했다네.”

“적어도 8할 정도만 그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작용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당연하지.”

“그래도 의심이 가는 것은 있습니다.”

“그렇겠지. 어디 이야기를 해 보게. 기탄(忌憚)없이 이야기를 나눠봐야 새로운 혜안(慧眼)을 얻게 되지 않겠는가?”

“역대의 왕조(王朝)는 자신의 조상을 최고의 풍수가인 국풍(國風)에게 의뢰하여 최상의 방법으로 자리를 찾아서 묘를 썼을 것이 아닙니까?”

“그렇겠지.”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왕조는 생멸(生滅)을 반복하고 있습니까? 이것이 과연 풍수의 영향으로 인해서 그렇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마도 풍수로 인해서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네.”

“그렇다면 무슨 영향으로 보면 좋겠습니까?”

“아마도, 개인의 운명이 간여할 것이고, 풍수도 일부 간여할 것이고, 올바른 행위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네.”

“지당(至當)하신 말씀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것이던 하나만으로 판단을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 군요.”

“그렇게 봐야 하지 않을까?”

“형님께서 생각하시기에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이 큰 것은 무엇일까요?”

“저마다 다를 수는 있음을 전제로 한다면 아마도 개인적인 명학의 작용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네. 왜냐면 왕조는 도도히 흘러가는데 바뀌는 것은 사람이란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학자들은 모두 명학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풍수에 대해서도 매달리는 것일까요?”

“그것에 대해서도 또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팔자는 타고난 것이니 고칠 수가 없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좋은 암시라면 물론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쩌겠는가? 그냥 살아가는 것보다 고통을 덜 받거나, 나아가서 행복할 수가 있는 길을 찾지 않겠는가?”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삶의 질을 높일 수가 있는 방법 중에는 무엇이 있겠는지를 찾는 것도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니겠나?”

“아하, 맞습니다. 타고난 팔자는 고칠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풍수에 기대를 걸고 신분(身分)의 상승(上昇)을 꿈꾸는 사람은 풍수에 관심 갖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네.”

“그렇다면 천지신명은 그것을 허락할까요?”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괜한 노력이 아니겠느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노력을 하여 좋은 땅을 찾는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될 수는 있을 것이며, 그렇게라도 해서 그 자리에 묘를 썼다고 해서 모두 복을 받게 될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역시 사려(思慮)가 깊은 고월다운 생각이로군.”

“쌓은 공덕은 없이 터만 좋은 경우의 인과관계(因果關係)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만약에 죄업을 많이 지은 사람이 좋은 자리에 들어간다면 그것은 인과(因果)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우창과 자원도 이 이야기의 결말이 매우 궁금해서 귀를 세우고 몰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