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제12장 풍수지리(風水地理) / 4. 장풍득수(藏風得水)

작성일
2017-03-23 10:53
조회
1971
[152] 제12장 풍수지리(風水地理)

4. 장풍득수(藏風得水)

=======================


그러자 고월이 얼른 말을 받았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참으로 세상은 넓고 학문은 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우창도 당연하다는 듯이 답을 했다.

“동감입니다. 어서 또 소중한 말씀을 들려주시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마음이 놓인다는 듯이 취현은 경순을 향해서 말했다.

“역시 총명한 젊은이들이라서 받아들이는 것도 남다릅니다.”

“모두가 인연이 있는 까닭이라네.”

이야기가 일단락되는 것을 느낀 우창이 비로소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취현 선생님께서는 언제 반도봉으로 올라오셨습니까?”

“아, 전에 운산 선생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바로 올라왔네.”

“이번에는 문이 열려 있었던 가 봅니다. 하하~!”

“산의 주인께서 허락을 해 주셨네.”

그러면서 경순에게 포권을 했다. 경순은 잔잔히 미소를 머금고 눈인사로 답했다.

“그런데 취현선생이 공부하신 것은 역학(易學)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런데 또 풍수지리까지 공부하시려고 경순형님을 찾으셨나 봅니다.”

“풍수지리가 다 뭔가. 천문까지 빼앗아 가려고 벼르고 있다네. 껄껄껄~!”

“예? 천문까지요?”

“그렇다네, 모르고 살았다면 속이라도 편했을 테지만 실수로 학문에 첫발을 들인 이후로 어찌나 머리가 복잡해지는지 후회가 막급이라네. 껄껄껄~!”

“그럼 내팽개치면 되시지 않습니까?”

“그러기에는 이미 늦었단 말이네.”

“참 안타깝게 되셨습니다. 하하~!”

“어쩌겠는가. 이왕지사(已往之事) 이렇게 되었으니 가는 데까지 가보기나 하자고 나섰다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우창도 어서 역학에 대한 심오한 이치를 배워보고 싶습니다만 아직은 너무 어려서 열심히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에 반드시 귀한 가르침을 고대하겠습니다.”

그러자 취현이 답했다.

“역학이든 풍수든 뿌리는 다 같은 것이라고 봐서 신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도구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라네. 그러니 풍수공부가 재미있다면 또한 그 학문을 통해서도 신의 마음에 접근할 수가 있을 것으로 보네.”

이렇게 말을 하면서 경순을 바라봤다. 자신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고서 경순이 화답했다.

“당연하지~!”

“그렇다면 오늘은 땅의 이치에 대해서 조금만 배움을 얻고자 합니다. 가르침을 주신다면 귀를 씻고 열심히 듣겠습니다. 형님.”

“처음 풍수에 입문하는 학인을 이해서 쉬운 이야기라도 좀 설명해 드릴까?”

“기대하겠습니다.”

“풍수는 지학(地學)의 분야라고 하는 것은 알지?”

“그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풍수지리의 뿌리는 곤륜산(崑崙山)에서 출발한다네.”

“산맥의 흐름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렇지. 항상 모든 이치는 출발점에서 논하게 되니까.”

“그렇게 해서 이 노산까지도 산맥이 이어온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그냥 이야기일 뿐이라네.”

“그렇다면 곤륜산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단 말이로군요.”

“그래도 된다고 보는 것이라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이고 앉아있는 자리일 뿐이지.”

“아하~! 맞습니다. 이해가 됩니다.”

“산세(山勢)도 있고, 수세(水勢)도 있고, 기세(氣勢)도 있다네.”

“점점 흥미가 동합니다. 세력(勢力)을 설명해 주시려는 거지요?”

“그렇다네. 산세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

질문을 받은 우창이 잠시 생각하다가 답을 했다.

“산세를 보면 높고 가파른 것에는 기세가 강하게 보이고, 얕고 평평한 것에서는 기세도 느슨하게 느껴집니다.”

“노산은 어떤가?”

“노산도 기세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기세가 강한 지형에서는 흐르는 기운도 강하다네.”

“그렇게 느껴집니다.”

“사람도 이러한 것에 견딜 수가 있는 자라야 둥지를 틀고 살 수가 있는 것이라고 하겠지.”

“그렇다면 형님이 머무는 반도봉은 더욱 험준한 곳인 것으로 봐서 형님도 기세가 강하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일리가 있다네. 이러한 기세에 눌리면 부담스럽고 두려움도 생겨서 얼른 하산하고 싶어진다네.”

“일리가 있습니다.”

“만약에 풍수학의 초보자가 이러한 산세의 이름을 뭐라고 부르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그야 모르지요. 풍수를 통한 사람이 답을 할 일이라고 여겨집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네. 그냥 느끼는 대로 말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서야 혹세무민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혹세무민은 무슨. 난 그렇게 보였다고 하면 그만이지.”

“그래도 형님께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그러지. 내게 묻는다면, 이 터는 ‘호구출효형(虎口出哮形)’이라고 하겠네.”

“그렇다면, ‘호랑이 입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는 형세’라는 뜻이 되네요. 과연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러나 풍수의 책에는 이러한 이름은 없다네.”

“그야 형님정도의 고수라면 얼마든지 이름을 만들어도 된다고 봅니다.”

“물론 아우도 느낌이 가는 대로 이름을 붙이면 된다네.”

“아, 그래서 옥녀가 머리를 빗는다고도 하고, 거문고를 켠다고도 하는 것이로군요.”

“그렇다네. 그러니까 이름은 이름일 뿐이란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이름은 중요하지 않을까요?”

“중요하긴 뭘 중요해. 붙이면 그게 이름이 되는 거지.”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붙일 수는 없잖습니까?”

“어디 우창아우가 붙여보시게.”

“제가 붙인다면 ‘암하고불형(岩下古佛形)’이라고 하겠습니다.”

“그건 무슨 뜻인가?”

“간단합니다. ‘반도봉 아래에 옛 부처가 자리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왜 그런 이름을 생각했지?”

“그야 형님이 도인이시니까요.”

“말도 안 되는 것이니 객관성이 없어서 무효네.”

“그것 보십시오. 아무렇게나 지어서 될 일이 아니란 말이 맞지요?”

“어허~! 이거 한 대 맞았군. 내가 졌네~! 하하하~!”

“그러니까 이름은 아무렇게나 짓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객관성을 갖고 짓는다면 아무렇게나 지어도 된다고 보는 것이네.”

“객관성이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하겠네요.”

“당연하지. 여하튼 이름은 이렇게 해서 발상(發想)이 말을 만들고, 그 말이 전해지면서 굳어지게 된 것이라네.”

“그렇다면, 산세가 날카로운 곳은 기운도 날카롭다고 하겠습니다.”

“옳지~! 산세가 완만하면, 기운도 그렇게 느껴지겠지?”

“아~! 이것이 풍수학입니까?”

“그렇다네. 보고 느낀 것을 적어놓은 것이 풍수학이라고 해도 그만이지.”

“그렇게만 된다면 누가 풍수학이 어렵다고 하겠습니까?”

“물론 여기에 점점 사사로움이 끼어들고, 쉬운 것을 어렵게 만드는 기기묘묘한 잡설들이 끼어들어서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 버렸지.”

“그것은 오히려 학문이 혼란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연하지. 그래서 다시 원형을 찾아서 공부하면서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된다네.”

“그런 것이었군요.”

“참으로 진실한 학문은 매우 단순한 것이라네. 어린아이의 생각과도 같은 것이지.”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복잡할수록 가짜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라네.”

“산천을 바라보더라도 단순하게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물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까?”

“예? 물은 왜 생각해야 하죠?”

“풍수(風水)라는 뜻이 뭔지는 아는가?”

“듣기로는 장풍득수(藏風得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네. 바람을 막는 것으로는 무엇으로 막는 것이 좋을까?”

“바위나 산의 언덕으로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무는 바람을 막는데 적당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람을 막기 위해서 언덕을 잘 봐야 한다는 것이라네.”

“바람은 여름 바람이 기세가 강할까? 아니면 겨울바람이 더 강할까?”

“바람이라면 칼바람이 가장 강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겨울에 불어오는 북서풍(北西風)이 되겠습니다.”

“북서풍을 막으려면 북서쪽에 높은 산이나 언덕이 있으면 좋겠지?”

“당연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백호(右白虎)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라는 뜻이라네.”

“오, 우백호라고 하시니 좌청룡(左靑龍)도 들어 본 것 같습니다.”

“옳지, 백호는 우뚝하고 높아야 하거든. 그래야 바람을 막아주지.”

“아니, 하얀 호랑이와는 무관한 것입니까?”

“그것은 상징이지.”

“왜 하필이면 백호입니까?”

“방위에서 나온 색이라네. 오방색이지.”

“아, 북에서 남을 바라보고 있다면, 서방은 백색이고, 오른쪽은 서쪽이 되므로 백색을 사용하게 된 것인가요?”

“당연하지. 알고 보면 다 거기에서 거기로 뱅뱅뱅 돌고 있다네. 하하하~!”

“참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백호는 웅크리고 있나? 아니면 뛰어다니나?”

“서방은 금이니까 금은 무겁고 강하게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겠군. 그래서 서북의 냉풍을 막아주라는 의미로 백호라고 한 것을 알겠지?”

“명료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물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장풍(藏風)을 이해하셨으면 득수(得水)도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네.”

“물을 얻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좀 생소합니다.”

“흐름에는 맥(脈)이 있다네.”

“아, 혈맥(穴脈)과 같은 것인가요?”

“그렇다네. 기맥(氣脈)도 있고, 수맥(水脈)도 있고, 지맥(地脈)도 있지.”

“정말 생각할 것이 많기도 합니다.”

“맥(脈)은 원래 인체의 맥을 말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확대해서 자연에서도 그대로 통용이 된다네.”

“재미있습니다. 땅이 기운이 흘러가는 것을 지맥(地脈)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그렇다면 수맥(水脈)은 무엇입니까? 느낌으로 봐서는 물이 흘러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같은데 말이지요.”

“당연하지. 강물이 흘러가는 것도 수맥이지.”

“그래서 산수(山水)인가요?”

“왜 아니겠는가.”

“아하~! 풍수 공부도 알고 보면 쉽고도 재미있겠습니다. 형님.”

“원래 모든 공부는 쉽고도 재미있는 것이라네. 하하하~!”

“참, 물을 얻는다는 것은 명당에는 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원래 사람이 살아가는데도 물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렇지요.”

“사람이나 고인이나 이치는 하나라네.”

“그런 이치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산소에는 물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말이지요.”

“사람이 사는 안방에는 물이 들어오면 될까?”

“안 되지요. 그렇다면 물이 근처에 있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기운이 서려있는 지점(地點)을 혈처(穴處)라고 한다네. 물론 그 주변은 명당(明堂)이라고 하지.”

“그러니까 명당의 중심에 혈처가 있다는 말인가 봅니다.”

“맞아. 그리고 그 명당 밖으로는 수맥(水脈)이 감돌아야 한다는 것이지.”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수맥이 감싸고 있어야 지맥의 기운이 뭉쳐서 맺히게 되거든.”

“그렇지 않으면 흘러가게 되나요?”

“그렇지, 물은 흘러야 하고 땅은 자리를 잡고 안정되어야 하니까.”

“이야~! 그야말로 자연이 이치가 풍수학이었군요. 놀랍습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네. 그야말로 음양의 이치가 아닌가?”

“과연 음양의 이치는 쓰이지 않는 곳이 없나 봅니다.”

모두 흥미로운 풍수와 자연의 이치에 대해서 몰입하느라고 밖에서 내리고 있는 빗소리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