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제12장 풍수지리/ 5. 여체(女體)와 명당(明堂)

작성일
2017-03-2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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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제12장 풍수지리(風水地理)


5. 여체(女體)와 명당(明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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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이야기에 특히 관심을 보인 사람은 자원이었다. 그녀는 성격이 활발해서인지 산천의 경계(境界)를 누비는 것이 항상 즐거웠던지라 특히 풍수공부에 마음이 동했다. 그래서 우창과 경순의 대화에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우창이 다시 경순에게 물었다.

“물이 땅을 감싸고돈다고 해도 물의 바닥은 또한 흙이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어차피 물밑으로 지맥(地脈)의 기는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역시 생각의 깊이가 있군.”

“항상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네. 그렇다면 물어볼까?”

“우창이 답을 드릴 수가 있을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하하~!”

“인체와 산천은 같은 이치로 논한다네.”

“아, 그렇군요. 맥(脈)이라는 것을 봐서는 이해가 됩니다.”

“인체에는 경혈(經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나?”

“예 매우 기초적인 것만 알고 있습니다.”

“경혈은 피부 가까이에 있을까? 아니면 깊숙한 곳에 있을까?”

그 말을 듣더니 자원이 눈에 빛을 발하면서 나섰다.

“선생님 제가 나서도 될까요? 왜냐면 그러한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아서요. 호호~!”

“오호~! 누구든 무슨 상관인가. 어서 말해 보시게나.”

“경혈의 대부분은 피부에서 1푼(3mm), 혹은 2푼의 사이에 있고, 깊이에 있다고 해도 3푼을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오호, 과연 정확히 알고 있네. 그렇다면 산천의 혈맥은 땅속 깊이에 있을까? 지표에 가까운 곳에 있을까?”

“몸의 이치로 본다면 당연히 지표 가까운 곳에 있다고 봐야 하겠네요.”

“땅의 깊은 지하(地下)에는 무엇이 있을까?”

“자원이 알기로는, 얕은 지하에는 물이 흘러가고 더 깊은 지하에는 불이 흘러 다닌다고 들었어요.”

“그렇다네. 이것은 마치 인체의 깊은 곳에는 심장이 있듯이 땅의 깊은 곳에서는 불덩어리가 돌아다니고 있지.”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바로 이해가 되네요.”

“그러한 곳에는 안정된 기운이 흐른다고 할 수가 있을까?”

“어렵겠네요. 요동을 치는 불덩어리에 기운이 어떻게 안정을 할 수가 있겠나 싶어요.”

“그렇다면 정작 중요한 기운이 흐르는 지맥은 점차로 표면으로 밀려 나오겠지?”

“아하~! 정말 멋진 설명이시네요. 이해가 쏙쏙 되어요.”

“인체의 경혈이 피부의 얕은 부분을 타고 흐르듯이 땅의 지맥(地脈)도 그렇게 지표를 타고 흐른다고 본다네.”

“어머~! 정말 멋져요~!”

자원이 감탄하자 경순도 열심히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창아우가 걱정한 만큼 깊은 강물 바닥으로 지기가 흘러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될까?”

“그렇겠는걸요.”

“물론 깊은 강물도 지맥을 끊는 작용을 하지만 낭떠러지는 어떨까?”

“그것도 마찬가지이겠는걸요. 반드시 물이어야 할 것은 아니라고 하겠어요.”

“다만 낭떠러지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피하는 것일 뿐이라네.”

“이해가 되었어요. 그렇다면 득수(得水)의 의미는 지세(地勢)와 혈맥(穴脈)과 혈처(穴處)의 모습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겠는걸요.”

“어떻게?”

“가령 기가 맺히는 것이 강한데 앞에 물이 얕다면 그 기세에 밀려서 물은 지맥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오호~! 대단한걸. 그렇다면 지맥이 모인 것은 약한데 앞에 거대한 강이 버티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아마도 지맥의 기운이 물에 치여서 위축이 될 것 같아요.”

“그것이 바로 풍수를 이해하는 기준이라네. 그래서 적절한 균형을 최상(最上)으로 보고 있는 음양의 이치는 여기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네.”

“정말 놀라워요~!”

“기(氣)는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흐르겠지?”

“그렇겠죠.”

“그래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네.”

“자연스러운 해석이네요.”

“높은 산이 있으면 그 산을 조산(祖山)이라고 한다네.”

“그렇다면 그다음의 조금 낮은 봉은 아버지 산이라고 하나요?”

“아버지는 나에게 있어서 가장 높은 분이라고 봐서 주산(主山)이라고 하지.”

“왜 갑자기 ‘나’라는 주체가 등장하지요?”

“아, 너무 앞서갔군. 명당(明堂)의 혈처(穴處)를 나라고 하는 것은 사주에서 태어난 일간(日干)을 나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네. 지금 명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알아들으시겠지?”

“물론이죠. 사주에 대한 이론도 그대로 적용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정말 재미있네요.”

“세상이 하나이듯이 모든 이치도 또한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그 속을 관통하는 진리가 있으니까 말이지.”

“그렇다면 혈처에서 제일 높은 산이 주산(主山)이라는 것이지요?”

“그렇지. 만약에 내가 있는 위치에서 아래쪽에 있는 저지대를 아버지라고 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매우 자연스럽지 않을 거예요. 흐름을 탄다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세상에 가만히 있는 것도 있을까?”

“그런 것이 어디 있겠어요. 모든 것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또 앞에서 뒤로 흘러간다고 봐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산맥(山脈)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이치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이라네.”

“눈에 보이는 그대로네요.”

“맞아. 그렇게 이해하면 되네.”

“알겠어요. 장풍(藏風)과 득수(得水)를 이해하고 나니까 자연을 대하면 기의 흐름을 짐작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생기(生氣)가 많이 모인 것은 명당(明堂)이 되고 그 중심부의 핵심(核心)은 혈처(穴處)가 되는 것이라네.”

“그러한 곳은 좋은 기운이 샘물처럼 솟아난다고 보면 될까요?”

“그렇게 봐도 된다네. 지기(地氣)가 퐁퐁 솟구치고 있으니까.”

“그런데 뭉치지 못하면 그냥 흘러서 물로 빠져든단 말씀이죠?”

“오호, 총명하군.”

“고맙습니다. 호호~!”

“그래서 결혈처(結穴處)는 대개 벌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덕의 위에 있게 되는 것이라네.”

“그건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에요. 사람도 언덕 위에서 쉬면 편안하지만, 골짜기에서는 답답하고, 벌판에서는 허전하거든요.”

“언덕 위가 되면 어느 정도의 경사도가 있어서 지맥의 흐름을 끊어준다고 보는 것이지.”

“그것은 인체와 비유하면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인체에서의 언덕이라…….”

경순이 잠시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취하자 자원이 그 뜻을 눈치채고는 먼저 선수를 쳤다.

“땅은 여인과 비유하면 어떨까요?”

그러자, 경순이 반기면서 답했다.

“원래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라고 했으니 그렇게 보는 것은 일리가 있네.”

“여인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음부(陰部)와 유방(乳房)이 혈처(穴處)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당연하지.”

비로소 난처한 표정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온 경순이 답을 했다. 그러자 신명이 난 자원이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음부는 아기를 잉태하게 되면 안정되게 성장하기 위해서 치골(恥骨)이 막아주고 있어요. 아마도 언덕의 역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어요.”

“정확한 비유라고 하겠네.”

“그렇다면 젖가슴과 하문(下門)에서 더 비중이 큰 것은 어딜까요?”

“자원은 어떻게 생각되시는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하문인 것으로 보여요. 왜냐면 하문이 아니면 가슴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죠.”

“그렇다네. 그래서 혈처(穴處)라는 글자에는 동굴과 구멍의 의미가 들어있는 혈(穴)자를 쓰는 것이지. 가슴에 구멍이 있다고 하지는 않으니까.”

“아하~! 그렇게 되는 것이었군요. 그렇다면 지학(地學)은 여인의 몸을 연구하는 것과 매우 닮았다고 해야 하겠어요.”

“그렇게 이해를 해도 무방하지.”

“그러니까 비유를 한다면, 부부가 동침하는 것은 좋은 땅에 묘소를 쓰는 것이고, 그곳에서 아기가 자라는 것은 혈처에서 생기를 받아서 자손이 번창(繁昌)하는 것과 비유를 할 수가 있겠어요.”

“왜 아니겠나. 매우 타당하네.”

“그렇다면 나쁜 기가 모인 곳에 산소를 쓰는 것은 부부가 동침해도 자녀가 잉태되지 않는 것과 비교를 할 수도 있겠네요. 자손이 없는 가정도 있으니까요.”

“상당한 응용력인걸.”

“그런데 왜 산소를 보면 그 뒤쪽에는 좁은 지형이 내려오다가 조금 넓어지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거죠?”

“산세의 형태에서 좁은 곳을 통과하게 되면 기세가 강력해질까? 아니면 느슨해질까?”

“그것은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오히려 넓은 곳을 통과하면 기의 양이 많아질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럴까? 뼈와 살의 개념을 생각해 볼 수가 있겠군.”

“아, 뼈는 가늘지만 강하고, 살은 넓지만 부드러운 것으로 말이죠?”

“무공을 하는 사람이 살만 있고 뼈는 허약하다면 고수가 될 수 있을까?”

“그야 불가능하죠. 뼈에서 강력한 철심(鐵心)이 서려있어야 강력한 힘이 솟구치거든요.”

“그렇다면 넓은 길을 흐르던 물이 좁은 골목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야 강력한 힘을 가지고 힘차게 흐르겠네요.”

“맞아 그래서 그러한 지형을 만나면 그 아래에는 기운이 느슨해지면서 머물기 좋은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지.”

“아하~! 그렇다면요.”

“뭔가 생각이 떠올랐는가?”

“결혼하지 않은 여인의 자태를 볼 적에 허리는 잘록한 모습을 찾는 이유가 혹 이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오호~! 그것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인데 자원낭자가 가르쳐 주는군.”

“그리고 야위면 안 되죠. 아마 풍수에서도 그 부근, 그러니까 여인의 허리에 해당하는 부분을 뭐라고 하나요?”

“과협(過峽)이라고 하지.”

“아, ‘좁은 곳을 지나간다’는 뜻이군요.”

“그렇지.”

“그러니까 좁기는 하지만 통통하거나 둥그렇게 살집이 있어야 좋다고 하겠죠?”

“오호 여체풍수법이로군. 물론 정확한 말이네. 실제로 그렇게 말하지.”

“딱 맞네요. 그렇게 좁은 허리에서 힘을 모아서 아래로 내려가면 하문에 기운이 뭉쳐서 총명한 자식을 생산할 수가 있다는 말인 거죠?”

“당연하네.”

“그리고 여인이 야위어서 피부에 뼈의 흔적이 드러난다면 그것은 현명한 자식을 두기가 어렵다고 봐서 꺼리게 되는 것도 풍수의 이치와 같겠죠?”

“그렇지. 산세의 상부(上部)에 그러한 기암괴석이 있는 것은 흉하게 논하지 않지만, 혈처의 근처에서 그러한 모습은 흉하다고 봐야지.”

“그러니까 암석도 위치에 따라서 길흉을 논하는 것이군요.”

“오히려 혈처의 앞에 해당하는 언덕 쪽에 있는 암석은 또 길하게 본다네.”

“그건 왜죠?”

“기가 흘러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지. 여체로 보면 치골(恥骨)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될 것이네.”

“정말 재미있고도 놀라워요.”

“치골은 태아를 보호하고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이기도 하니까 말이지.”

“태아가 잘 자라려면 자궁(子宮)이 따뜻해야 한다고 하거든요. 명당은 어떻게 적용이 될까요?”

“그것은 지기(地氣)와 서로 통하지. 지기는 따뜻하고 수기(水氣)는 차가우니까. 하체가 차가우면 잉태가 잘되지 않을뿐더러 된다고 하더라도 유산(流産)이 되기 쉽다고 하겠지.”

“맞아요. 틀림없는 말씀이네요. 정말 재미있어요.”

여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식을 잉태하여 낳는 것이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미는 또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하겠지.”

“맞아요. 그리고 여인의 배가 불러지면 둥그렇게 부풀어 오르는데, 묘소의 모습이 그와 같은 것까지 닮은 것이라고 해도 될까요?”

“왜 아니겠는가. 정확하게 살펴본 것이니 여체와 묘소의 관계는 참으로 묘하게도 연결이 되는 것이라네.”

“그러고 보면 이 땅에 태어날 적에는 모체(母體)를 빌려서 태어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갈 적에는 지기의 힘을 받아서 돌아가니까 그 이치는 서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사일여(生死一如)로군.”

“이치는 하나라는 말이 또 공감되네요.”

“그렇다면 혈처(穴處)와 하문을 제외한 주변은 어떻게 살펴볼까?”

“참, 그렇죠. 주변도 살펴봐야 하겠어요.”

“그렇다면 음모(陰毛)도 의미가 있을까요?”

“그야 묘소 주변에 나무를 심어서 바람을 막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말이 안 되는 이치가 없네요.”

“자연과 관찰법으로 얻은 것을 인체에 적용시키면 서로 통하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좌우의 두 다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것도 살펴볼 근거가 있을까요?”

“왜 없겠는가.”

“어서 말씀해 주세요. 그것도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