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제11장 간지의 변화 / 11. 십성(十星)에 깃든 의미(意味)

작성일
2017-03-1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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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제11장 간지(干支)의 변화(變化)

11. 십성(十星)에 깃든 의미(意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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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고월이 어떤 말을 해 줄 것인지 잔뜩 기대하면서 귀를 기울였다. 고월도 잠시 생각을 하더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와 같은 오행부터 설명하지. 자원이 어디 답을 해 봐.”

“그러죠. 말씀하세요.”

“비견(比肩)은?”

“비견은 나와 같은 오행에서 음양이 같은 거예요.”

“옳지. 일간이 갑(甲)이라면?”

“아(我)가 갑일 경우에는 같은 갑(甲)이나 인(寅)을 만나면 해당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디에 있더라도 갑인(甲寅)을 만나면 무조건 십성으로는 비견에 해당한다고 알아두면 된다는 이야기야.”

“알겠어요. 너무 쉬워요. 같은 간지니까요. 호호~!”

“그렇다면 뜻은 어떤 것으로 생각될까?”

“비견(比肩)은 견준다는 것과 어깨라는 뜻이니까, ‘어깨를 견준다.’는 뜻이네요. 그런데 어깨를 왜 견주죠?”

“나와 같은 친구나 동무라는 뜻이야.”

“아, 어깨동무란 말이군요.”

“맞아. 그러한 의미로 보면 되지.”

“죽마고우(竹馬故友)라고 해도 되겠어요.”

“그래도 되지. 그래서 상징(象徵)으로 사용하는 용어로는, 친구(親舊), 형제(兄弟), 자매(姉妹)와 같은 의미로 부여한다네.”

“우와~! 인간관계가 나오네요? 그렇담 어떤 친구를 만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 아녜요?”

“그것도 가능하겠지.”

“궁금해요. 저는 어떤 암시가 있을까요?”

“아직 대입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네. 서두르지 말게나. 하하~!”

“알겠습니다~!”

“다음은 겁재(劫財)에 대한 설명을 하겠네.”

“아, 근데 왜 살(殺)은 없죠?”

“살이라니? 그건 갑자기 무슨 말인가?”

“아니, 애초에 살인(殺印)에 대한 글 때문에 십성을 설명하시게 된 거잖아요?”

“기억력은 참 좋군. 편관(偏官)을 설명할 적에 이야기하려고 하네. 조금만 참으시게 하하~!”

“아, 제가 너무 서둘렀나 봐요. 호호~!”

“다음으로 겁재(劫財)는 무슨 뜻일까?”

“겁(劫)은 겁탈(劫奪)하는 것이고, 재(財)는 재물(財物)이잖아요? 그렇다면 재물을 겁탈한다는 뜻이란 말이에요? 이건 또 무슨 의미예요?”

“우선 인간적으로 이성(異性)의 형제(兄弟)가 된다네.”

“아, 말이 되는걸요. 오빠들은 여동생이 뭘 먹으면 못 빼앗아 먹어서 안달이잖아요.”

“오호~! 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단 말이지.”

우창이 생각나는 것이 있었는지 말을 꺼냈다.

“아, 참 재미있는 이름일세. 무슨 뜻인가 했는데 그런 의미가 되겠군. 그렇다면 세상에서 동업자(同業者)와도 같다고 할 수가 있겠는걸?”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

“예전에 화산의 입구에서 검을 만드는 대장간에서 일했던 적이 있었다네. 그런데 검을 사러 오는 검객들이 조금이라도 좋은 것과 가격이 낮은 것을 찾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모습이 떠올랐네.”

“그래서 동업자가 떠올랐단 말이지?”

“우리 대장간에 있는 검을 사게 되면 옆의 대장간에서는 자신의 돈을 빼앗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거든. 문득 겁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그 장면이 떠올라서 말이네.”

“맞아. 그런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지. 물론 심리적인 해석은 또 뒤로 미루고 우선 기본적인 의미에 대해서만 이해를 하는 걸로 하세.”

“사실은 고월이 기본적인 이치라고 하지만 내게는 그것조차도 버거운 핵심의 이치라고 해야 할 것이네. 만만치가 않아서 말이지.”

“그런가? 하하하~!”

“저도요~!”

“그래서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도 맘대로 안 되는가 보군. 내가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그러니 운명이라고 생각들 하시게. 하하~!”

“운명치고는 참 행복한 운명이지 뭔가. 그런 걱정은 말고 열심히 설명만 해 주시게나 최대한 노력하여 따라가겠네.”

“겁재란 의미는 이렇게 내 재물을 겁탈당하는 의미도 되고, 또 반대로 남의 재물을 겁탈하는 의미도 된다네. 이것은 상대적(相對的)인 음양의 이치라고 보면 될 것이네.”

“아하~! 그러니까 빼앗겨 본 사람이 빼앗을 줄도 안다는 뜻인가요?”

“그것참 오묘한 말씀이로군. 맞아. 하하~!”

우창도 한마디 거들었다.

“빼앗는다는 것이 결국은 살아가는 생존(生存)의 이치가 아닐까?”

“약육강식(弱肉强食)은 생존(生存)의 이치랄 수밖에. 하하~!”

“이름이 참 흥미롭군. 겁재라…….”

“그런가? 사주에 겁재가 있으면 남의 것을 빼앗거나 빼앗긴다는 암시도 된다네.”

“오호~! 수도(修道)를 하는 사람에게는 안 좋은 성분이겠는걸. 하하~!”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수도인도 남의 것을 빼앗아야만 살아갈 수가 있다는 것도 또한 자연의 이치가 아니겠나?”

“물과 나물을 먹고 산다면 남의 것을 빼앗을 이치는 없을 것 같은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

“고사리나 도라지는 누구의 것인가?”

“그야 저절로 산에서 자라는 것이니 주인이 없잖은가. 그러니 빼앗을 것도 없지.”

“물론 사람에게 빼앗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에서 빼앗는다는 생각도 해 볼 수가 있지 않을까?”

“아~!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군.”

“그래서 생존이라는 것은 내 것이 아닌, 남의 무엇인가를 빼앗는 것의 연속이라고 해야 할 것이네. 그래서 삶은 인연의 연속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오늘 또 고월에게 한 수 단단히 배우는걸. 소중한 가르침에 감사드리네. 사람에게만 생각했지 자연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미처 살피지 못했음을 알겠군.”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네만, 지금 우창과 자원은 내 지식을 빼앗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네. 하하~!”

“어? 그게 또 그렇게 되는가?”

“맞네요. 우린 임싸부에게는 도적이에요. 호호호~!”

“이치가 그렇단 말이지. 다만 즐거워서 주고받으니 이치는 겁재라고 하더라도 마음으로는 나눔이라고 해야 하겠지.”

“오호. 그러니까 즐거워서 주고받으면 나눔이 되고, 나누기 싫은데 주고받으면 약탈(掠奪)이나 도적(盜賊)이 되는 것이로군.”

“그렇게 보면 되겠지. 몰래 가져가면 또 어떨까?”

“그것은 도둑이니 또한 약탈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겠네.”

“속담에 ‘책을 훔쳐 가는 것은 도둑이 아니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도둑이 아닐 까닭이 있나. 다 같은 도둑이지.”

 

“다만, 지식을 가져가는 것이기에 물욕(物慾)과는 다르다는 관점으로 너그럽게 봐준 것이라고 보면 되겠지.”

“아, 그만큼 고인들은 지식에 대해서는 관대(寬大)했다는 뜻인가?”

“그렇다네. 그래서 모르는 것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지 않은가.”

“그건 그래. 우리가 이렇게 고월에게 찰싹 달라붙어있는 것을 보면 말이네. 하하~!”

“그렇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말이지. 하하~!”

자원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는지 고월에게 독촉을 한다.

“어서 다음의 이야기도 풀어주세요. 많이 궁금해요~!”

“그럴까? 다음은 상관(傷官)에 대한 설명이네.”

“관을 상하게 한다면, 관가(官家)를 손상(損傷)한단 말인가요? 화적떼들인가 봐요.”

“아, 그렇게도 해석이 가능하군. 그건 생각을 해보지 않았네.”

“그럼 어떻게 설명하시는지 들어봐야죠.”

“상관은 자신의 재능(才能)을 뽐내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그것과는 이름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걸요.”

“그렇지?”

“그럼요. 그 의미와 이름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여요.”

“여기에서 고인들의 생각을 볼 수가 있지.”

“설명해 주세요.”

“고인들은 우쭐대고 나대는 것을 경계(警戒)했던 것이라네.”

“아니, 왜요?”

“그러다가는 칼을 맞을 수도 있으니까.”

“우쭐대면서 나대면 칼을 맞나요? 칭찬을 듣는 것이 아니고요?”

“그러니까 옛사람들의 생각이라고 하지 않았나. 덕은 감추는 것에서 우러나와야 하는데 스스로 능력이 뛰어나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은 체면을 손상한다는 것으로 생각했었던 거라고 봐.”

“아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내면으로 감추는 미덕(美德)이 없단 말이죠?”

“맞았어. 그래서 상관은 모양이 빠지는 것으로 봐서 이름이 그렇게 생겼다고 보면 되겠네.”

“그렇지만 우쭐대는 것과 타고난 재능이 빼어난 것은 다르잖아요? 가령 뛰어난 능력이 있는 사람은 우쭐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관(官)은 관청(官廳)이고 보수적(保守的)이니까 변화(變化)나 혁신(革新)을 싫어한다고 봐야지. 그런데 스스로 잘났다고 떠벌리고 다니면 잡아다가 감옥에 가두게 될는지도 모르지.”

“아, 위험인물이라는 말이로군요. 선동(煽動)하여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게 된다면 그것은 백성을 통제하는 관청의 입장에서는 여간 머리가 아픈 일이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사주에 그러한 성분이 있는 사람은 국가의 제왕들은 꺼리겠는걸요.”

“당연하지. 그래서 왕은 항상 명학(命學)을 공부한 사람을 곁에 두고서 사람을 채용할 적에 미리 사주를 살펴보는 것이라네.”

“그런 일도 있나요?”

“당연하지. 사람 하나가 자기의 목을 겨눌 수도 있는데 함부로 왕실에 가까이 둘 수가 있겠는가?”

“누가 감히 그러겠어요?”

“상관(傷官)이 그러지. 하하~!”

“참, 높은 자리에 있는 왕은 불쌍해 보여요.”

“그래서 지은 죄가 많은 사람이 궁궐에 태어나고, 그중에서도 가장 죄가 큰 사람이 왕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하하~!”

“에구~! 행여라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누가 들을까 겁나요.”

이렇게 말하면서 자원이 문밖을 살피는 시늉을 한다. 그것을 보고 두 사람은 재미있어했다.

“하하하~! 자원의 모습이 참 재미있군.”

“말을 잘못했다가 잡혀 간 사람도 봤단 말이에요.”

“당연하지. 그것을 설화(舌禍)라고 하지.”

“아, 맞다~! 설화. 구설(口舌)의 재앙(災殃)~!”

“그래서 생각은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라는 고인의 가르침이 전해지는 것이겠지.”

“알겠어요. 상관이 있는 사람은 조심해야 하겠어요. 그런데 저도 팔자에 상관이 있나요?”

“당연하지. 하하~!”

“갑(甲)에게 상관(傷官)은 정오(丁午)잖아요. 갑오(甲午)이니까 이게 상관이로군요.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떻게 그래도 공부를 하면서도 우릴 즐겁게 해 주고 있잖은가.”

“예? 무슨 말씀이세요?”

“톡톡 던지는 말이 흥을 돋워주는 말이야. 재치(才致)가 있다는 것이라네.”

“재치가 무슨 상관이에요. 위험한 것이 상관이라고 하셨잖아요?”

“뭐든 지나치면 위험한 것이고 적당하면 재치도 되고 재미도 되는 거야. 그러니까 자원의 상관은 지금 그렇게 작용하고 있다고 보면 되네.”

“그럼 얼마나 다행이겠어요. 근데 저는 그런 것은 모르겠어요.”

“원래 본인은 모르는 거야. 주변이 먼저 알아보는 것이지.”

“그럼 상관도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 거예요?”

“당연하지. 윤활유(潤滑油)가 되기도 하지.”

“그러니까 어떻게 작용하느냐는 것이 중요하단 말씀이네요.”

“맞아. 모든 세상의 이치는 그렇게 음양의 작용이 있단 말이지.”

“알겠어요. 귀중한 가르침을 주셨네요. 순간적으로 관청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는 것을 상상하고 모골이 송연했단 말이에요. 후유~!”

“아무리 좋은 것도 독이 있고, 또 반면에 아무리 독한 것도 쓸모가 있는 법이거든.”

“알겠어요. 자연의 이치를 이해한다는 것이 뭔지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자원은 ‘중요한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모르는가?”

“아, 그러네요. 말은 할 나름이로군요. 또 하나 깨달았어요.”

“뭘?”

“아름답고 예쁘고 지혜로운 말만 해야겠다는 걸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게. 하하~!”

우창은 자원의 말하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마음에 뭉클한 감정이 느껴졌다. 하나씩 깨달아가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싸부는 상관이 없으시죠?”

“어? 그런가?”

갑자기 물어보는 자원으로 인해서 얼떨떨해진 우창이 자신의 사주를 다시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