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제11장 간지의 변화 / 9. 간지(干支)의 혼연일체(渾然一體)

작성일
2017-03-14 11:18
조회
4417
[143] 제11장 간지(干支)의 변화(變化)

9. 간지(干支)의 혼연일체(渾然一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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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공감하는 표정을 보면서 고월도 흐뭇했다. 사주를 통해서 사람의 심리까지도 이해한다는 것의 즐거움으로 인해서였다.

“자, 그럼 다음 구절도 살펴볼까?”

“알았네. 다음 구절도 읽어보세.”

 

天全一氣 不可使地德莫之載(천전일기 불가사지덕막지재)


地全三物 不可使天道莫之容(지전삼물 불가사천도막지용)


 

천간(天干)이 모두 한 가지의 기운(氣運)이라도

지지(地支)에서 음덕(陰德)으로 감싸주지 않으면 안 된다.

지지(地支)에 삼물(三物)이 온전(溫全)하더라도

천간(天干)에서 용납(容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창이 원문을 읽고서 풀이하면서 고월에게 확인했다.

“원문에 ‘천전일기’라고 하는 것은 바로 사주에 대한 형상을 말하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왜 아니겠나. 연월일시가 모두 한 가지 오행으로 되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로군. 4갑을(甲乙), 4병정(丙丁), 4무기(戊己), 4경신(庚辛), 4임계(壬癸)가 모두 이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기로군.”

“한 가지의 오행으로 되어있으면 뭐가 어떻단 말인가? 뒷구절로 봐서는 그것만으로는 좋은 의미로 해석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인 듯도 싶네만.”

“옛날에 그런 말이 있었던 모양이네. ‘천전일기격(天全一氣格)’이라는 말이 있다고 생각해 보시게.”

“오, 이름만 봐서는 좋은 암시가 된다는 뜻이잖은가?”

“그러니까 지금 경도 스승님이 ‘천전일기가 좋다고 하지만’이라고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라네.”

“오호, 딴지라. 시비를 건다는 뜻이지?”

“맞아. 즉 뒤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지.”

“뒤쪽은 ‘불가사지덕막지용’을 말하는 것이겠고.”

“그렇지. 어디 우창이 해석을 해 보시려나?”

“음, ‘불가(不可)하다’는 말은 소용없다는 뜻으로 보이네.”

“맞아. 다음은?”

“왜냐하면, ‘지지(地支)가 음덕(陰德)으로 실어주지 않는다면’이라고 했네.”

“그렇다면 천복지재와 같은 말이 아닌가?”

“천복지재에 대해서 이해를 못했을까봐 부연(敷衍)해서 설명(說明)하셨군. 참 친절하기도 하신 경도 스승님일세. 하하~!”

“그러한 의미도 되지만, ‘심지어(甚至於)’라는 의미로 이해를 하면 더 정확하리라고 보네. 그러니까 ‘하물며’가 되는 거지.”

“오호~!”

“이해가 되셨지?”

“지덕(地德)은 천간의 마음을 수용해야만 덕이 되는 것이겠지. 그 말은 지재(地載)와 같은 말이잖은가?”

“그렇지.”

“그렇다면 다음 구절은 날로 먹어도 되겠는걸. 하하~!”

“어디 날로 드셔보게나. 하하~!”

“내용인즉, ‘지지에 삼물(三物)이 모두 갖춰져 있다고 한들, 천도(天道)가 용납(容納)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라고 해석을 할 수가 있겠네.”

“제대로 이해를 하셨군. 맞았네.”

“그런데 삼물이라는 것은 뭐가 세 물건이란 말이지?”

“여기에는 설이 두 가지라네. 하나는 삼합(三合)을 말한다고도 하고, 또 하나는 방합(方合)을 말한다고도 하는데 어느 것이라도 모두 의미가 없다고 봐서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네.”

“왜 그런가?”

“아마도, 경도 스승님의 의도는 간단하다고 보네. 지지의 구조가 아무리 좋은 이름으로 붙여준다고 하더라도 천간에서 수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냔 말이니까.”

“아, 그러니까 그러한 문제는 사소하단 이야기로군. 핵심은 지지의 좋은 기운이라도 천간이 받아 줬을 적에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의미란 말이지?”

“그렇다고 보네.”

“그러니까 천간이 아무리 좋은 이름을 갖고, 지지도 아무리 좋은 배합을 이뤘다고 하더라도 천복지재가 되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이로군.”

“그렇게 해석하면 정확하다고 하겠네. 그런데 말짱 도루묵은 무슨 말인가?”

“헛된 일이라는 뜻의 속어(俗語)라네. 하하~!”

“그만큼 천복지재를 이룬 사주는 좋은 사주가 된다는 역설(逆說)이기도 하단 말이지 않은가?”

“그렇다네. 그런 사주가 좋은 사주라는 기준이 서게 된다면, 이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천복은 되는데 지재는 못 되었거나, 이와 반대의 경우라고 한다면 절반의 좋은 사주라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은 글자에서 보이지 않는 행간(行間)의 이치라고 보면 되겠군.”

“정확하게 이해가 되었네. 또 다음은 뭔지 어디 읽어보시게.”

 

陽乘陽位陽氣昌 最要行程安頓(양승양위양기창 최요행정안돈)


陰乘陰位陰氣盛 還須道路光亨(음승음위음기성 환수도로광형)


 

양기(陽氣)의 천간(天干)이 양지(陽支)를 타고

양기(陽氣)가 창성(昌盛)한 상황이라고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음기(陰氣)의 운을 만나야 한다.

 

음간(陰干)이 음지(陰支)를 타고 음기(陰氣)가 왕성(旺盛)하면

도리어 행운(行運)에서는 양기(陽氣)의 운을 만나야 한다.

“이번 내용은 좀 어려워 보이는걸. 고월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군.”

“그래? 그렇다면 내가 풀어볼 테니 우창은 잘 들어보시게.”

“기대하는 바이네.”

“첫 구절은 ‘양의 간지로 인해서 양기(陽氣)가 번창(繁昌)한다’는 뜻이로군.”

“이번에는 음양이야기인가?”

“그런 모양이네. 앞의 이야기는 오행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이것은 음양을 설명하는 이야기임이 분명하네.”

“흐름을 살펴보면, 경도 스승님은 항상 음양과 오행을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은가?”

“아마도 그게 맞을 것이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뒤에 나오겠는걸.”

“맞아, 다음 구절은 행정(行程)에서는 안돈(安頓)을 해야 한다는군.”

“여기에서 안돈은 음적(陰的)인 이야기를 의미하겠지?”

“당연하다고 봐야지. 양강(陽强)한 사주라면 음유(陰柔)한 운을 만나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네. 다만 이것은 추상적(抽象的)인 개념이라고 봐서 이치만 수용하고 실제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네.”

“그건 무슨 말인가?”

“사실, 명학은 음양의 논리보다 오행의 논리가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이러한 대입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능히 알 수가 있는 것이라고 보는 거지.”

“그렇다면 경도 스승님도 역학(易學)의 인연으로 인해서 음양에 대한 대입을 약간은 확대해석한 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우창도 내용의 흐름에 따라서 글을 쓴 경도 스승님의 성향이 조금은 느껴질 것 같아서 말했는데, 고월도 동조를 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네. 그러니까 우리와 같은 총명한 후학은 선생의 글을 쓸 상황을 고려하면서 내용에 따라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수정(修整)할 것은 수정하면 된다고 보네.”

“맞는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네.”

“그렇다면 양승이니 음승이니 하는 말은 그냥 참고용으로만 생각하면 된단 말이로군. 그런가?”

“내 생각은 그러니까 또한 잘 생각해 보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의미가 보인다면 수용하면 된다고 보네.”

“이해가 잘 되었네. 그렇다면 다음 구절로 넘어가도 되겠네.”

“다음은 뭐지?”

우창은 다시 다음 구절을 읽었다.

 

地生天者 天衰怕沖(지생천자 천쇠파충)


天合地者 地旺喜靜(천합지자 지왕희정)


 

지지(地支)에서 천간(天干)을 생조(生助)하면

천간(天干)이 쇠약(衰弱)하거나 충(沖)됨이 두렵다.

 

천간(天干)이 지지(地支)와 합이 되었으면

지지(地支)가 왕성(旺盛)하고 안정(安靜)됨이 기쁘다.

 

“이번엔 사언절구(四言節句)로군. 천간편에서의 일목요연한 문장에 비해서 지지편이나 간지총론은 생각이 나는 대로 써놓은 것을 모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우창의 말에 고월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 우창도 그렇게 생각했는가? 내 생각과 같군. 하하~!”

그러자 자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두 싸부님들의 말씀은 잘 알아듣다가도 가끔은 혼란스러워요.”

“뭐가?”

“지금 하신 말씀들도 그래요. 경도 스승님의 말씀에서 문장을 그렇게 쓴 마음까지 헤아린다는 것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아, 그야 세월이 흐르면 알게 되느니~!”

“쳇, 그래서 약이 오른단 말이에요. 저도 다 알아듣고 같이 즐기고 싶은데 말이죠.”

“억지로 되는 것이 있고, 억지로 안 되는 것이 있으니까. 하하~!”

“진싸부는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저는 억지로라도 그렇게 하고 싶거든요.”

“억지로 되는 것은 오빠에게 떼쓰는 것이고, 억지로 안 되는 것은 학문이거든. 그러니까 공부에 대해서는 노력을 하는 수밖에. 하하~!”

“알아요. 안다고요. 그냥 투정을 부려 본 거예요. 그런데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공부한다면 재미가 두 배는 될 것 같아요.”

“머지않아서 자원도 그렇게 될 거니까 열심히 궁리하잔 말이지.”

“알았어요. 그런데, 이 구절은 어떻게 봐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걸요.”

이렇게 말하면서 고월을 바라보는 자원에게 고월이 설명을 시작했다.

“어디? 아, 글을 살펴볼까? ‘지생천자’라고 되어있군. 이 말은 ‘지지에서 천간을 생하고 있는 것’이란 뜻이겠는데, 다음의 구절은 ‘천쇠파충’이라면, ‘천간이 쇠약한 경우에는 지지에서 충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연결이 되어있군.”

고월의 풀이를 듣고서 우창이 말했다.

“이것은 의미심장(意味深長)한걸.”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어디 들어보세.”

“역시 간지에 대해서 관찰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지 않은가?”

“그렇지.”

“천간에서 외로울 경우에는 지지에서 생조(生助)해주기를 바라는 경우를 말하는 것 같군.”

“예를 들면?”

“가령 병인(丙寅)과 병신(丙申)을 비교할 수가 있겠지. 병신(丙申)은 지생천을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맞아. 일간이 병(丙)일 경우에 허약하다면 신(申)은 그 병(丙)을 더욱 약하게만 할 테니까.”

“이것은 지생천이 될 수가 없으니 해당이 없단 말이지 않은가?”

“맞아.”

“그런데, 병인(丙寅)의 경우에는 약한 병(丙)이라면 인(寅)의 생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렇게 설명을 해 주시니 제대로 이해가 되었는걸.”

“이해를 잘했단 말이로군.”

“정확하게 이해를 했네. 그래서?”

“이렇게 해서 병(丙)이 인(寅)을 의지하고 있는 상황을 일러서 지생천(地生天)이라고 하면 되겠단 생각이네.”

“그런데?”

“다음 구절이 ‘천쇠파충’이지 않은가”

“그렇지.”

“이러한 설명을 한 것을 보면, ‘천쇠’는 병(丙)이 쇠약(衰弱)한 상황이라고 하겠고, 그런 경우라면 ‘파충’이라고 했단 말이지.”

“옳지. 그래서?”

“이러한 상황에서 인(寅)을 신(申)이 충돌한다면 그 두려움이 얼마나 크겠느냐는 생각이 들더란 말이지.”

“정확한 풀이로군. 더 이해해야 할 것은 없다고 봐도 되겠네.”

“문제는 다음 구절이란 말이네.”

“아, ‘천합지자’를 말하는가?”

“그렇다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네.”

“그렇지. 간(干)이 지(支)와 합하는 것은 간합(干合)의 이치를 논한 것으로 보게 된다면 좀 복잡해지지.”

“이에 대해서는 고월의 설명이 필요하네. 이게 무슨 말인가?”

“간합(干合)에 대한 것은 잊지 않았나?”

“갑기합토(甲己合土), 을경합금(乙庚合金), 병신합수(丙辛合水), 정임합목(丁壬合木), 무계합화(戊癸合火)를 말하는 것이지?”

“그렇지. 잊지 않았군. 그렇다면 이러한 합의 이론이 간(干)이 지(支)와 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가 있겠네.”

“아, 간(干)끼리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간지로도 대입하란 말인가?”

“뭐 어려울 일이 있는가? 지장간(支藏干)은 알고 있지 않은가?”

“그야 알지. 그렇다면 그러한 것도 상당히 많을 텐데?”

“언뜻 생각하면 무척 많을 것 같기도 하지만, 막상 잘 따져보면 딱 네 개의 간지(干支)가 있네.”

“겨우 네 개만 그렇단 말인가?”

“물론 본기(本氣)의 합(合)을 말하는 것이네. 그 나머지는 논외로 한단 이야기지. 작용력이 있다면 이 넷 정도라고 보면 될 것이네.”

“그렇다면, 그것은 뭔가?”

“그것은 정해(丁亥), 무자(戊子), 신사(辛巳), 임오(壬午)라네.”

“정해는 해중임수(亥中壬水)와 합하고, 무자는 자중계수(子中癸水)와 합하고, 신사는 사중병화(巳中丙火)와 합하고, 임오는 오중정화(午中丁火)와 합한다는 뜻인가?”

“그렇다네.”

“아니, 기해(己亥)도 해중갑목(亥中甲木)과 합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갑(甲)은 본기가 아니라서 제외하네.”

“참, 본기라고 했지. 그렇게 본다면 이해가 되었네.”

“그렇다면 ‘천합지자’의 뜻은 어떻게 이해가 될까?”

“고월의 말을 듣고 보니까 이 네 가지의 간지를 말한다고 해야 한다는 것이지 않은가?”

“맞아.”

“그건 말이 안 되는걸.”

우창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