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제10장 간지의 세계 / 28. 지지의 구조에 대한 통찰(洞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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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5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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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28. 지지의 구조에 대한 통찰(洞察)
고월과 자원은 우창이 적천수를 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운(運)에서 충(沖)하거나 합(合)하는 것은
더욱 기뻐하게 된다.
내가 충(沖)하거나 상대가 충(沖)하거나
모두 충(沖)이 일어나게 된다.
왕성(旺盛)한 자가 충(沖)을 가하면
쇠약(衰弱)한 자는 뿌리가 뽑히고
쇠약(衰弱) 지지(地支)가 왕성(旺盛)한 글자를 충하면
이번에는 왕(旺)한 자가 발동(發動)한다.
“이번에는 지지(地支)의 이야기를 모두 다 살펴봐도 되겠네.”
우창이 다 읽자. 잠시 생각에 잠긴 고월이 입을 열었다.
“그렇겠네. 사실 중요한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했다고 봐도 되겠으니까 상황에 대한 이해만 조금 더 하면 되겠군.”
“암충(暗沖)이니 암회(暗會)니 하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이지?”
“여기에 대해서는 해석하는 학자들의 견해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통일을 보는 이론으로는 운에서 들어와서 충이 되거나 합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본다네.”
“아, 운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언급한 거로군.”
“그렇다네. 사주를 원국(原局)이라고 하고, 원국이 운을 만나서 변화가 생긴다고 할 수가 있지.”
“운이란 매년의 간지를 말하는 것인가?”
“당연하다네. 그래서 한 해가 새로 시작되면 운수(運數)를 본다고도 하고 신수(身數)를 본다고도 하는 것은 그해의 간지(干支)를 사주에 대입해서 풀이하고자 하는 것이라네.”
“이해가 되는군. 다음은, ‘상대가 나를 충하는 것도 모두 충이 일어난다.’는 말이로군.”
“그러니까 내가 저를 충 하거나, 혹은 저가 나를 충 하거나 모두 충이 된다는 말이네.”
“여기에서 아충(我沖)의 아는 무엇이고 저는 무엇을 말하나?”
“여기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네.”
“그래? 의미를 설명해 주시게.”
“원국(原局)은 내가 되고 운(運)은 상대(相對)가 되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원국의 간지는 박힌 돌이 되고, 태세(太歲)의 간지는 굴러온 돌이 되는 건가요?”
“그것참 적절한 비유로군. 하하~!”
“고마워요. 임싸부~!”
자원도 한마디 하였다. 우창이 다시 또 하나의 피아(彼我)에 대해 물었다.
“그렇다면 또 하나는 뭔가?”
“또 다른 것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오행을 내 편으로 놓고, 그것을 해코지하는 오행을 상대의 편으로 놓고 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네.”
“오호~! 그것은 매력적(魅力的)인 말인걸.”
“아마도 경도 스승님의 의도가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지?”
“그렇게도 보이는걸.”
“여하튼 경도 스승님은 충에 대해서는 고려를 해 보라는 의미로 말한다고 보면 되겠지?”
“맞아. 대표적인 작용으로 충을 거론한다고 보면 되겠네.”
“이해가 되는 군. 다음은, ‘왕성(旺盛)한 자가 쇠약(衰弱)한 자를 충돌(衝突)하면 쇠약한 자는 뽑혀버린다’고 했잖은가?”
“이것은 아마도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이긴다는 뜻으로 보면 되겠네.”
“누가 왕하고 누가 쇠하지?”
“가령 인신충(寅申沖)이 있다면 신(申)은 왕한 자가 되고, 인(寅)은 쇠한 자가 된다고도 할 수가 있지.”
“그렇다면 자오충(子午冲)이 있을 적에는 자(子)는 왕한 자가 되고, 오(午)는 쇠한 자가 된다는 것도 같은 이야기인가?”
“그렇다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왕쇠(旺衰)의 상황이 복잡할 수도 있다는 것만 열어두면 되겠네.”
“비록 왕쇠를 갖고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생극(生剋)에 대한 이치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당연하지. 그렇게 보면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네.”
“다음 구절도 앞의 구절과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걸. ‘쇠약한 신이 왕성한 신을 충을 한다면 왕성한 신은 활발(活發)해진다.’는 뜻이 아닌가?”
“제대로 풀이를 하셨네. 그러니까 경도 스승님이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을 잘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네.”
“설명해 주시게.”
“종전에는 강호의 술사들이 충이 되면 모두가 다 파괴되는 것이라고 대입을 해서 설명하곤 했던 모양이네. 그래서 그것을 잘 살피지 않고 일괄적(一括的)으로 논하는 것은 이치적으로 봐도 옳지 않다는 것을 피력(披瀝)하는 것이라네.”
그러자 자원이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는지 한마디 했다.
“저도 전에 듣기에 충이 되면 양패구상(兩敗俱傷)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인신충(寅申沖)이 되면 인(寅)과 충(沖)이 모두 망가지는 결과가 된다는 이야기란 말이죠.”
“맞아. 대부분의 술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그 말에 우창이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과연 경도 스승님은 치밀한 학자라고밖에 할 말이 없군.”
“그렇지? 오로지 생극제화(生剋制化)의 이치를 바탕으로 삼고 그것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지 않은가.”
“맞네. 이러한 가르침은 분명한 깨달음이 따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야 하겠네.”
“자원도 그렇게 생각해요. 오늘은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려요.”
“그런데, 천간에서는 하나의 글자마다 시를 하나씩 붙였던 경도 스승님이 지지에서는 그냥 몰아서 설명하는 의도는 뭘까?”
“그것이야말로 틀에 매이지 않은 관점이라고 하겠네.”
“왜 그렇게 하셨는지 고월은 생각해 보셨는가?”
“당연하지.”
“왜 그러셨다고 생각되나?”
“그 이유는 천간을 잘 알게 되면 지지는 덤으로 해결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네.”
“그건 무슨 말이지?”
“가령, 갑(甲)과 병(丙)을 이해했다면 인(寅)은 그대로 적용만 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아, 그러니까 임(壬)과 경(庚)을 이해했다면, 신(申)에 대해서는 그대로 참작하면 된다는 뜻이로군.”
“그렇다네. 얼마나 실질적인 관점인가?”
“대단하군.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치를 깨달아 가면서 느낀 것을 그대로 적었다고 봐야 하겠는걸.”
“지지는 천간의 본질들이 서로의 관계로 인해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봤기 때문에 별도로 논할 것이 없다고 보면 된다는 이야기지. 다른 명서(命書)에서는 오히려 천간에 대해서는 간략히 하고 지지에 대한 설명이 구구절절(句句節節)한 것과 비교한다면 특이한 방법이기도 하지.”
“참으로 독특하지만 타당한 설명법이라고 하겠네.”
“지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도 기초(基礎)라고 해야 하겠군.”
“하긴, 천간과 지지는 서로 결합이 된 다음에서야 비로소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라고 해야 하겠지?”
자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제 겨우 기초 공부를 한 것이로군요.”
“맞아, 기초라기에는 상당히 심오한 기초가 되겠지. 하하~!”
고월이 그렇게 자원의 말에 답을 하자 우창이 말했다.
“우문(愚問)을 하나 던지네.”
“무슨 말로 골탕을 먹이려고 그러시는지 긴장이 되는걸. 하하~!”
“간(干)과 지(支)를 음양으로 본다면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오, 음양 말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여기에 대해서는 자원의 이야기부터 들어볼까? 자원은 어떻게 음양을 대입시키겠나?”
고월이 화살을 자원에게 돌리자 자원은 일순 당황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야 천양지음(天陽地陰)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러니까 간은 양이고 지는 음이란 말이지?”
“맞아요.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틀림없겠죠?”
고월이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다시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의 의견은 어떤지를 묻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알고 우창도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간은 음이고 지는 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네.”
“당연하겠지. 하하~!”
우창의 말을 듣고서 고월이 웃었다.
“맞는 생각인가?”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네. 다만 이것은 보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니까 자원의 의견도 틀렸다는 것은 아니라네.”
“쳇, 애써서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어서 설명이나 해 줘봐요.”
새침한 표정을 짓는 자원을 바라보면서 우창이 설명했다.
“지(支)는 간(干)을 뿌리로 삼는다는 생각이 들었지.”
“왜요?”
“그야 간이 있어야 지가 존재할 수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하늘은 양이라는 것은 틀렸단 말인가요?”
“하늘이 양이라고 하는 것과는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이 된단 말이지.”
“어떻게요?”
“하늘과 간(干)은 서로 같은 것으로만 볼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이지.”
“그래도 누구나 그렇게 말하는 천간(天干)이잖아요?”
“이름은 이름일 뿐이라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거든. 그래서 이름에 갇히지 말고 자유로운 발상을 하라고 하셨지.”
“이름에는 이름에 걸맞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오호~! 자원의 두뇌도 상당히 순발력이 좋은걸. 하하~!”
“공부가 부족하다고 해서 얕보심 안돼요. 호호~!”
“다시 수정하지. ‘이름에 걸맞은 작용이 있으나 여기에 집착하는 것도 오류를 일으킬 수가 있다.’고 말이야. 하하~!”
“그렇다면 수긍할게요. 그래서요?”
“사실 천간의 열 글자는 형체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암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형체가 아니라고요?”
“생각해 봐. ‘갑은 움직임이다.’라고 말을 한다면, 이것은 형체가 없잖아?”
“그렇기는 하네요. 다만 을은 물체라고 하잖아요? 물체는 형체가 있다는 의미도 되고 말이죠.”
“물론 물체로 이해를 할 수도 있고, 상징성으로 이해를 할 수도 있으나 물체로 이해하기 보다는 상징적으로 물질적인 면이 강하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을에 대한 이해야 가깝지 않을까 싶단 말이네.”
“ 확실히 진싸부는 자원의 생각 위에 있는 것이 분명해요.”
“자원은 이해가 잘 안 된단 뜻이렷다?”
“그래요. 호호~!”
“차차로 또 이해하면 될 거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봐. 고월의 생각을 듣고 싶네.”
“음양(陰陽)이라고 하는 이름을 생각해 본다네.”
“음이 먼저이고 양이 나중이란 뜻인가?”
“이렇게 죽이 맞으니 이야기를 풀어가기가 수월하군. 하하~!”
“죽은 두 분이서만 잘 맞으시는군요. 쳇~!”
“너무 외로워하지 말게 자원. 조금만 지나면 같이 공감할 날이 올 것이네. 하하~!”
고월이 자원을 위로하자 자원도 미소로 답했다.
“간(干)은 간(幹)과도 같은 뜻이라서 큰 줄기이기도 하니까 음이 맞는다는 것으로도 보겠지?”
“당연하지. 그래서 지(支)는 지(枝)도 되어서 동정(動靜)론으로 본다면 간정지동(干靜支動)의 이치에도 부합이 된다고 하겠네.”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자원도 이해가 되었다.
“아하~! 이제 알겠어요. 왜 천간을 음이라고 하는지.”
“오호~! 이해가 되셨는가?”
“역시 두 싸부의 도움으로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는 자원이에요. 거듭 감사해요. 그렇게까지 통찰해야 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맞아, 음양은 정적(靜的)으로도 보고, 동적(動的)으로도 보는 것이 필요하겠는데 마침 자원도 이해가 되었으니 다행이네. 하하~!”
고월이 자원의 총명함을 칭찬했다. 그리고 정리 삼아서 한 마디 곁들였다.
“사실, 음양의 관점은 항상 유동적(流動的)이지. 그래서 고정(固定)시켜서 본다는 것은 이미 죽은 음양관(陰陽觀)이라고 해야 할 것이네.”
“과연 멋진 말이네~!”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동감이에요.”
두 사람이 동조(同調)를 하자 우창도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항상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서 중심을 잡는다면 언제라도 음양에 대한 관점은 상황에 따라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네.”
“옳은 말이야. 음양은 참으로 쉽고도 어려운 것이 분명하군.”
“결국 명학(命學)이든, 역학(易學)이든, 지학(地學)이든, 도학(道學)이든 음양(陰陽)의 변화를 얼마나 자유롭게 관하고, 오행의 이치를 꿰뚫느냐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네.”
“오호~! 그렇게 정리를 해 주신다면 참으로 어떤 학문을 공부하더라도 중심을 잃지 않을 것 같네.”
“심지어 상학(相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니, 고월은 상학에 대해서도 상당한 조예(造詣)가 있으시군.”
“상학에 대해서 온갖 이치가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원만한 모습이 가장 좋은 관상(觀相)이 아니겠냐는 생각은 하고 있다네.”
“참으로 멋진 핵심을 일도양단(一刀兩斷)하는군.”
“맞아요. 공부한다는 것에는 이렇게 동서고금(東西古今)을 꿰뚫는 한 가닥의 이치가 필요하단 말이에요. 의학(醫學)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계속해서 공부하면 더욱 깊은 통찰력을 얻게 되겠지만 이러한 핵심의 이치로부터는 조금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하겠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어요. 두 싸부가 옆에 계실 적에 말이죠.”
“하하하~!”
“하하하~!”
우창과 고월은 자원의 애교가 섞인 말에 마음이 즐거워졌다. 그래서 마주 보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란 말이에요~!”
그러나 우창이 말을 받았다.
“알아. 알고말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가르쳐 달라는 것이잖은가? 하하~!”
“아하, 눈치를 채셨군요. 맞아요.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그러자 고월이 말했다.
“그러면 오늘은 지지 공부를 마쳤으니 여기에서 휴식하고 다음에 또 공부를 이어가도록 하면 어떻겠나?”
“아, 고월도 그렇게 생각하셨나? 나도 너무 많은 공부로 머리가 좀 복잡해졌다네. 며칠 쉬면서 정리하고 다시 날을 잡아서 공부하도록 하세.”
“자원도 두 싸부님의 말씀에 동감이에요. 호호~!”
그렇게 각자 자신의 공부에 정리한 것을 챙겨서는 헤어졌다.
28. 지지의 구조에 대한 통찰(洞察)
고월과 자원은 우창이 적천수를 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암충암회우위희(暗沖暗會尤爲喜)
피충아혜개충기(彼沖我兮皆沖起)
왕자충쇠쇠자발(旺者沖衰衰者拔)
쇠신충왕왕신발(衰神沖旺旺神發)
운(運)에서 충(沖)하거나 합(合)하는 것은
더욱 기뻐하게 된다.
내가 충(沖)하거나 상대가 충(沖)하거나
모두 충(沖)이 일어나게 된다.
왕성(旺盛)한 자가 충(沖)을 가하면
쇠약(衰弱)한 자는 뿌리가 뽑히고
쇠약(衰弱) 지지(地支)가 왕성(旺盛)한 글자를 충하면
이번에는 왕(旺)한 자가 발동(發動)한다.
“이번에는 지지(地支)의 이야기를 모두 다 살펴봐도 되겠네.”
우창이 다 읽자. 잠시 생각에 잠긴 고월이 입을 열었다.
“그렇겠네. 사실 중요한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했다고 봐도 되겠으니까 상황에 대한 이해만 조금 더 하면 되겠군.”
“암충(暗沖)이니 암회(暗會)니 하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이지?”
“여기에 대해서는 해석하는 학자들의 견해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통일을 보는 이론으로는 운에서 들어와서 충이 되거나 합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본다네.”
“아, 운에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언급한 거로군.”
“그렇다네. 사주를 원국(原局)이라고 하고, 원국이 운을 만나서 변화가 생긴다고 할 수가 있지.”
“운이란 매년의 간지를 말하는 것인가?”
“당연하다네. 그래서 한 해가 새로 시작되면 운수(運數)를 본다고도 하고 신수(身數)를 본다고도 하는 것은 그해의 간지(干支)를 사주에 대입해서 풀이하고자 하는 것이라네.”
“이해가 되는군. 다음은, ‘상대가 나를 충하는 것도 모두 충이 일어난다.’는 말이로군.”
“그러니까 내가 저를 충 하거나, 혹은 저가 나를 충 하거나 모두 충이 된다는 말이네.”
“여기에서 아충(我沖)의 아는 무엇이고 저는 무엇을 말하나?”
“여기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네.”
“그래? 의미를 설명해 주시게.”
“원국(原局)은 내가 되고 운(運)은 상대(相對)가 되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원국의 간지는 박힌 돌이 되고, 태세(太歲)의 간지는 굴러온 돌이 되는 건가요?”
“그것참 적절한 비유로군. 하하~!”
“고마워요. 임싸부~!”
자원도 한마디 하였다. 우창이 다시 또 하나의 피아(彼我)에 대해 물었다.
“그렇다면 또 하나는 뭔가?”
“또 다른 것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오행을 내 편으로 놓고, 그것을 해코지하는 오행을 상대의 편으로 놓고 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네.”
“오호~! 그것은 매력적(魅力的)인 말인걸.”
“아마도 경도 스승님의 의도가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지?”
“그렇게도 보이는걸.”
“여하튼 경도 스승님은 충에 대해서는 고려를 해 보라는 의미로 말한다고 보면 되겠지?”
“맞아. 대표적인 작용으로 충을 거론한다고 보면 되겠네.”
“이해가 되는 군. 다음은, ‘왕성(旺盛)한 자가 쇠약(衰弱)한 자를 충돌(衝突)하면 쇠약한 자는 뽑혀버린다’고 했잖은가?”
“이것은 아마도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이긴다는 뜻으로 보면 되겠네.”
“누가 왕하고 누가 쇠하지?”
“가령 인신충(寅申沖)이 있다면 신(申)은 왕한 자가 되고, 인(寅)은 쇠한 자가 된다고도 할 수가 있지.”
“그렇다면 자오충(子午冲)이 있을 적에는 자(子)는 왕한 자가 되고, 오(午)는 쇠한 자가 된다는 것도 같은 이야기인가?”
“그렇다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왕쇠(旺衰)의 상황이 복잡할 수도 있다는 것만 열어두면 되겠네.”
“비록 왕쇠를 갖고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생극(生剋)에 대한 이치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당연하지. 그렇게 보면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네.”
“다음 구절도 앞의 구절과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걸. ‘쇠약한 신이 왕성한 신을 충을 한다면 왕성한 신은 활발(活發)해진다.’는 뜻이 아닌가?”
“제대로 풀이를 하셨네. 그러니까 경도 스승님이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을 잘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네.”
“설명해 주시게.”
“종전에는 강호의 술사들이 충이 되면 모두가 다 파괴되는 것이라고 대입을 해서 설명하곤 했던 모양이네. 그래서 그것을 잘 살피지 않고 일괄적(一括的)으로 논하는 것은 이치적으로 봐도 옳지 않다는 것을 피력(披瀝)하는 것이라네.”
그러자 자원이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는지 한마디 했다.
“저도 전에 듣기에 충이 되면 양패구상(兩敗俱傷)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인신충(寅申沖)이 되면 인(寅)과 충(沖)이 모두 망가지는 결과가 된다는 이야기란 말이죠.”
“맞아. 대부분의 술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그 말에 우창이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과연 경도 스승님은 치밀한 학자라고밖에 할 말이 없군.”
“그렇지? 오로지 생극제화(生剋制化)의 이치를 바탕으로 삼고 그것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지 않은가.”
“맞네. 이러한 가르침은 분명한 깨달음이 따르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야 하겠네.”
“자원도 그렇게 생각해요. 오늘은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려요.”
“그런데, 천간에서는 하나의 글자마다 시를 하나씩 붙였던 경도 스승님이 지지에서는 그냥 몰아서 설명하는 의도는 뭘까?”
“그것이야말로 틀에 매이지 않은 관점이라고 하겠네.”
“왜 그렇게 하셨는지 고월은 생각해 보셨는가?”
“당연하지.”
“왜 그러셨다고 생각되나?”
“그 이유는 천간을 잘 알게 되면 지지는 덤으로 해결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네.”
“그건 무슨 말이지?”
“가령, 갑(甲)과 병(丙)을 이해했다면 인(寅)은 그대로 적용만 시키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아, 그러니까 임(壬)과 경(庚)을 이해했다면, 신(申)에 대해서는 그대로 참작하면 된다는 뜻이로군.”
“그렇다네. 얼마나 실질적인 관점인가?”
“대단하군.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치를 깨달아 가면서 느낀 것을 그대로 적었다고 봐야 하겠는걸.”
“지지는 천간의 본질들이 서로의 관계로 인해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봤기 때문에 별도로 논할 것이 없다고 보면 된다는 이야기지. 다른 명서(命書)에서는 오히려 천간에 대해서는 간략히 하고 지지에 대한 설명이 구구절절(句句節節)한 것과 비교한다면 특이한 방법이기도 하지.”
“참으로 독특하지만 타당한 설명법이라고 하겠네.”
“지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도 기초(基礎)라고 해야 하겠군.”
“하긴, 천간과 지지는 서로 결합이 된 다음에서야 비로소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라고 해야 하겠지?”
자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제 겨우 기초 공부를 한 것이로군요.”
“맞아, 기초라기에는 상당히 심오한 기초가 되겠지. 하하~!”
고월이 그렇게 자원의 말에 답을 하자 우창이 말했다.
“우문(愚問)을 하나 던지네.”
“무슨 말로 골탕을 먹이려고 그러시는지 긴장이 되는걸. 하하~!”
“간(干)과 지(支)를 음양으로 본다면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오, 음양 말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여기에 대해서는 자원의 이야기부터 들어볼까? 자원은 어떻게 음양을 대입시키겠나?”
고월이 화살을 자원에게 돌리자 자원은 일순 당황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야 천양지음(天陽地陰)이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러니까 간은 양이고 지는 음이란 말이지?”
“맞아요.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틀림없겠죠?”
고월이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다시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의 의견은 어떤지를 묻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알고 우창도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간은 음이고 지는 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네.”
“당연하겠지. 하하~!”
우창의 말을 듣고서 고월이 웃었다.
“맞는 생각인가?”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네. 다만 이것은 보기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니까 자원의 의견도 틀렸다는 것은 아니라네.”
“쳇, 애써서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어서 설명이나 해 줘봐요.”
새침한 표정을 짓는 자원을 바라보면서 우창이 설명했다.
“지(支)는 간(干)을 뿌리로 삼는다는 생각이 들었지.”
“왜요?”
“그야 간이 있어야 지가 존재할 수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하늘은 양이라는 것은 틀렸단 말인가요?”
“하늘이 양이라고 하는 것과는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이 된단 말이지.”
“어떻게요?”
“하늘과 간(干)은 서로 같은 것으로만 볼 수도 없다는 이유에서이지.”
“그래도 누구나 그렇게 말하는 천간(天干)이잖아요?”
“이름은 이름일 뿐이라고 스승님께서 말씀하셨거든. 그래서 이름에 갇히지 말고 자유로운 발상을 하라고 하셨지.”
“이름에는 이름에 걸맞은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오호~! 자원의 두뇌도 상당히 순발력이 좋은걸. 하하~!”
“공부가 부족하다고 해서 얕보심 안돼요. 호호~!”
“다시 수정하지. ‘이름에 걸맞은 작용이 있으나 여기에 집착하는 것도 오류를 일으킬 수가 있다.’고 말이야. 하하~!”
“그렇다면 수긍할게요. 그래서요?”
“사실 천간의 열 글자는 형체라고 하기보다는 어떤 암시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형체가 아니라고요?”
“생각해 봐. ‘갑은 움직임이다.’라고 말을 한다면, 이것은 형체가 없잖아?”
“그렇기는 하네요. 다만 을은 물체라고 하잖아요? 물체는 형체가 있다는 의미도 되고 말이죠.”
“물론 물체로 이해를 할 수도 있고, 상징성으로 이해를 할 수도 있으나 물체로 이해하기 보다는 상징적으로 물질적인 면이 강하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을에 대한 이해야 가깝지 않을까 싶단 말이네.”
“ 확실히 진싸부는 자원의 생각 위에 있는 것이 분명해요.”
“자원은 이해가 잘 안 된단 뜻이렷다?”
“그래요. 호호~!”
“차차로 또 이해하면 될 거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봐. 고월의 생각을 듣고 싶네.”
“음양(陰陽)이라고 하는 이름을 생각해 본다네.”
“음이 먼저이고 양이 나중이란 뜻인가?”
“이렇게 죽이 맞으니 이야기를 풀어가기가 수월하군. 하하~!”
“죽은 두 분이서만 잘 맞으시는군요. 쳇~!”
“너무 외로워하지 말게 자원. 조금만 지나면 같이 공감할 날이 올 것이네. 하하~!”
고월이 자원을 위로하자 자원도 미소로 답했다.
“간(干)은 간(幹)과도 같은 뜻이라서 큰 줄기이기도 하니까 음이 맞는다는 것으로도 보겠지?”
“당연하지. 그래서 지(支)는 지(枝)도 되어서 동정(動靜)론으로 본다면 간정지동(干靜支動)의 이치에도 부합이 된다고 하겠네.”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자원도 이해가 되었다.
“아하~! 이제 알겠어요. 왜 천간을 음이라고 하는지.”
“오호~! 이해가 되셨는가?”
“역시 두 싸부의 도움으로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는 자원이에요. 거듭 감사해요. 그렇게까지 통찰해야 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맞아, 음양은 정적(靜的)으로도 보고, 동적(動的)으로도 보는 것이 필요하겠는데 마침 자원도 이해가 되었으니 다행이네. 하하~!”
고월이 자원의 총명함을 칭찬했다. 그리고 정리 삼아서 한 마디 곁들였다.
“사실, 음양의 관점은 항상 유동적(流動的)이지. 그래서 고정(固定)시켜서 본다는 것은 이미 죽은 음양관(陰陽觀)이라고 해야 할 것이네.”
“과연 멋진 말이네~!”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동감이에요.”
두 사람이 동조(同調)를 하자 우창도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항상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서 중심을 잡는다면 언제라도 음양에 대한 관점은 상황에 따라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네.”
“옳은 말이야. 음양은 참으로 쉽고도 어려운 것이 분명하군.”
“결국 명학(命學)이든, 역학(易學)이든, 지학(地學)이든, 도학(道學)이든 음양(陰陽)의 변화를 얼마나 자유롭게 관하고, 오행의 이치를 꿰뚫느냐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보네.”
“오호~! 그렇게 정리를 해 주신다면 참으로 어떤 학문을 공부하더라도 중심을 잃지 않을 것 같네.”
“심지어 상학(相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니, 고월은 상학에 대해서도 상당한 조예(造詣)가 있으시군.”
“상학에 대해서 온갖 이치가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원만한 모습이 가장 좋은 관상(觀相)이 아니겠냐는 생각은 하고 있다네.”
“참으로 멋진 핵심을 일도양단(一刀兩斷)하는군.”
“맞아요. 공부한다는 것에는 이렇게 동서고금(東西古今)을 꿰뚫는 한 가닥의 이치가 필요하단 말이에요. 의학(醫學)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계속해서 공부하면 더욱 깊은 통찰력을 얻게 되겠지만 이러한 핵심의 이치로부터는 조금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하겠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어요. 두 싸부가 옆에 계실 적에 말이죠.”
“하하하~!”
“하하하~!”
우창과 고월은 자원의 애교가 섞인 말에 마음이 즐거워졌다. 그래서 마주 보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란 말이에요~!”
그러나 우창이 말을 받았다.
“알아. 알고말고. 그래서 더욱 열심히 가르쳐 달라는 것이잖은가? 하하~!”
“아하, 눈치를 채셨군요. 맞아요.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
그러자 고월이 말했다.
“그러면 오늘은 지지 공부를 마쳤으니 여기에서 휴식하고 다음에 또 공부를 이어가도록 하면 어떻겠나?”
“아, 고월도 그렇게 생각하셨나? 나도 너무 많은 공부로 머리가 좀 복잡해졌다네. 며칠 쉬면서 정리하고 다시 날을 잡아서 공부하도록 하세.”
“자원도 두 싸부님의 말씀에 동감이에요. 호호~!”
그렇게 각자 자신의 공부에 정리한 것을 챙겨서는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