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제10장 간지의 세계/ 24. 생지(生支), 왕지(旺支), 고지(庫支)

작성일
2017-03-0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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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24. 생지(生支), 왕지(旺支), 고지(庫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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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월은 우창이 무슨 말인지를 알아들은 것으로 보여서 오히려 설명하기가 수월했다. 우창이 확인하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사중병화(巳中丙火)는 어머니라도 매우 강한 어머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겠는걸.”

“물론 다른 어머니라고 해서 그렇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네. 다만 특별히 강인(强忍)한 어머니라고 해야 하겠지.”

“그런데 병(丙)의 특징이 혹독(酷毒)하다고 한 면도 있지 않은가?”

“오호~! 그것이 기억났는가?”

“당연하지, 난폭할 수도 있는 병(丙)이 아니었느냔 말이지.”

“그렇군. 그렇다면 병(丙)을 어머니로 만나게 된 경(庚)은 불행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우선은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세월이 흐른 다음이라면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은걸.”

“그렇다네. 이것이 바로 강인하게 키우고자 하는 병(丙)의 뜻이란 말이네. 그렇게 성장한 자식은 더욱 강하게 세파(世波)를 헤쳐 나갈 것이 분명하다고 하겠지.”

“그렇다면 인신사해는 자신의 역할은 결국 자식을 키우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오호~! 그러한 생각도 하셨는가?”

“생각하다가 보니까 생지(生支)는 자식을 키우는 역할을 타고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

“자식을 낳는 것을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네.”

“어떻게 말인가?”

“자식의 몸을 낳는 것과 정신을 낳는 것이지.”

“아니, 그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이미 낳은 것은 몸과 정신이 포함된 자식일 텐데 그것을 구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정신을 낳는다는 것은 비유일 뿐이지. 즉 어떤 개념으로 생각하느냐는 점은 또 별개의 문제이거든.”

“그래? 여하튼 고월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궁금하네.”

“토생금(土生金)과 화생금(火生金)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까?”

“음, 뭔가 있을 것 같은걸.”

“인신해(寅申亥)는 몸에 비중을 둔다면, 사(巳)는 정신에 비중을 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라네.”

“보통은 토생금이고, 이것은 경(庚)을 무기토(戊己土)가 생한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물론 대기(大氣)와 토양(土壤)이 생존하게 해 준다고 해도 되겠지만 너무 거창하게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그건 이해하기가 쉽겠네. 그런데 화생금은?”

“이것은 계절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간단하겠지?”

“그야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잖은가?”

“맞아, 그런데 정신적으로 들어가 봐도 여전히 유효하단 말이네.”

“느낌은 오네.”

“시련(試鍊)이 없이 성공을 이룰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보네.”

그러자 듣고만 있던 자원이 나섰다.

“맞아요~! 무공을 연마할 적에는 얼마나 몸을 고통스럽게 하는지요.”

“오호~! 그런 것으로 생각을 해 볼 수도 있겠군.”

“내공을 기르거나 외공을 쌓거나 모두 몸을 괴롭히는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봐야 할 정도예요.”

“아, 정신만이 아니라 몸도 그렇단 건가?”

“당연하죠. 근육을 기르고 근골을 단단하게 하는 일은 연일 끊임없는 고통의 연속인걸요. 그렇게 한 다음에 얻어지는 것이 강인한 몸이 되는 것이랍니다.”

“그렇군. 자원의 경험을 통해서 정신만이 아니라 몸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고쳐야 하겠네. 하하~!”

“그러니까 정신은 말을 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왜?”

“정신적인 성장과 발전은 고난(苦難)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몸은 비록 나이가 들어서 쇠약해지고 있는 60대가 되지만, 비로소 정신세계는 그때부터 빛이 나는 것이잖아요.”

“어? 자원이 그런 말도 할 줄 안단 말이야?”

우창이 놀랍다는 듯이 자원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전에, 98세가 되신 도사를 모신 적이 있었어요.”

“그랬군.”

“일생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냈던 시절이 언제냐고 제가 물었어요. 아마도 기대한 답은 20대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면서 말이죠.”

“그러게. 내 생각도 그렇게 답이 나올 것 같은걸.”

“그런데 놀랍게도 그 도사는 60년을 넘긴 다음에서야 삶의 재미가 있었다고 하셨어요.”

“오호~! 그게 말이 되나?”

“그러니깐요. 그 말을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죠.”

“나도 동의하네. 20대나 30대의 활기 넘치는 때와 60대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이 되는데 말이지. 그래서?”

우창이 동의하면서 다음 말을 재촉했다.

“놀랍게도 젊어서 한다는 행위들은 당시로는 행복인 듯했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참다운 행복이었다고 못 하겠더라는 말씀이셨어요.”

“아직은 젊은 우리가 생각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나 보군. 그건 더 살아봐야 알겠는걸.”

“그런데, 저도 처음에는 그 말을 어떻게 믿어야 할까 싶었는데, 그 도사의 일상을 보면서 과연 사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으로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자신이 얻은 것은,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던 고통 속에서 깨달은 자신의 주체였다는 거예요.”

“그건 일리가 있겠는걸.”

“신체적인 기쁨보다 정신적으로 천신만고(千辛萬苦)를 겪은 다음에 얻은 깨달음의 기쁨은 비교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서, 저는 오히려 젊었다는 것이 부끄러웠답니다. 호호~!”

“과연, 여름의 열정(熱情)보다는 가을의 완숙(完熟)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네.”

우창이 동조하자, 고월도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 토지의 신(神)도 가을이 되어서야 생령(生靈)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결실을 보여주지 않는가 말이지.”

“아, 신금(辛金)에 대한 이야기로군.”

“가을이 되기 전에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감도 가을의 서늘한 바람을 맞으면서 달콤한 홍시로 변하는 것을 보지 못했는가? 하하~!”

“맞네. 과연 시련(試鍊)이란, 정신세계에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해야 하겠군.”

“그러니 오늘의 고통은 단순히 고통이기만 한 것은 아니란 말이기도 하겠네.”

고월이 문득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사실, 나도 가끔 부유한 가정에서 그냥 자랐더라면, 이와 같은 학문의 절절한 기쁨을 누릴 수가 있었겠느냐는 생각을 한다네.”

“그렇군. 사(巳)에 있는 경(庚)의 마음은 아마도 어머니를 원망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서야 그 고마움을 알게 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맞아, 마치 군대(軍隊)에 들어가서 고된 훈련을 받을 적에는 도망을 가고 싶어지겠지만, 그것을 다 견딘 다음에 늠름하게 성장을 한 자신을 바라보면서 대견해 하는 것과 같겠지.”

“이제야 사중경금(巳中庚金)의 화생금(火生金)에 대한 이치를 명료(明瞭)하게 이해가 되었네.”

“어찌 보면 지금 우리도 도가니에서 열심히 금을 녹이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그건 왜?”

“공부가 즐겁기도 하지만 항상 궁리하느라고 얼마나 힘든지도 생각해 보란 말이네. 하하~!”

고월과 우창이 서로 마주 보면서 한바탕 웃었다. 그러자 자원이 말했다.

“그런데, 자원은 공부할수록 고통스럽지가 않고 재미있으니 어쩌죠?”

“엉? 그건 화생금의 위반이 아닌가? 하하하~!”

“하하하~! 그러게나 말이지. 그럼 안 되지. 하하하~!”

“지금은 두 싸부가 떠먹여 주는 것만 받아먹어서 그럴 거예요. 호호!”

“오호~!”

“언젠가는 두 싸부들도 없어지고 홀로 궁리하게 된다면 비로소 학문탐구의 가시밭길이 펼쳐지겠죠? 그러니까 싸부가 두 분이나 있을 적에 열심히 공부해야죠. 호호~!”

고월도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참으로 현명한 자원일세. 하하~!”

우창은 아직도 고(庫)에 대한 생각이 석연치 않았다. 그래서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것을 보고 고월이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고 보고 다음 구절을 살펴봐도 될까?”

“아니, 아직 조금 더 이해를 해 보세.”

“뭔가 미진(未盡)한 것이 있으신가?”

“고(庫)에 대한 의미가 조금 명료(明瞭)하지 않은 것 같아서 설명을 듣고 싶은 까닭이라네.”

“미진한 것이 있으면 풀어야지. 뭔지 말해 보시게.”

“가령 진(辰)을 수고(水庫)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네.”

“왜 하필이면 진(辰)을 수고라고 하는지가 궁금하단 말이네.”

“아하~! 그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서 그렇군. 진(辰)에는 계을무(癸乙戊)가 있단 말이네. 그리고 그 비율은 계는 3, 을은 2, 무는 5가 된다는 이야기지. 나머지도 이와 같으니까 이해하는 데는 어렵지 않을 것이네. 그렇지?”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로군. 잘 이해가 되었네. 그런데 왜 하나가 아니라 세 천간이 들어있는지가 궁금하네.”

“아, 생지에는 하나가 들어있었단 말이지?”

“맞아, 진(辰)의 무(戊)는, 인(寅)의 갑(甲)과 같은 의미로 보면 될 것 같은데 맞는가?”

“맞아.”

“그렇다면 계(癸)와 을(乙)은 어디에서 나타나게 되었을까?”

“계(癸)는 수고(水庫)가 된 원인이라네.”

“계수(癸水)라서 인가?”

“수(水)의 일생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네.”

“수의 일생은 신(申)으로 시작해서 자(子)를 정점으로 찍은 다음에 쇠약해져서 진(辰)에서 입고(入庫)한다는 이야기잖은가?”

“그렇지.”

자원도 궁금한 것이 생각났는지 손을 번쩍 들었다.

“아, 자원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가?”

“옙~!”

“뭔지 말해 보시게.”

“신(申)이 낳은 것은 임(壬)이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입고(入庫)한 것은 계(癸)잖아요?”

“맞아.”

“태어날 때의 천간(天干)과 고에 들어갈 때의 천간이 왜 다르죠?”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우창이 손뼉을 쳤다.

“오호~! 오늘 자원이 한 건 하는걸. 나도 그게 궁금하네.”

이렇게 두 사람의 질문을 받은 고월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정말 못 말리는 학생들이로고. 하하~!”

“임싸부의 표정을 봐서는 그에 대한 해답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다행히 그에 대한 궁리를 해 봤던 적이 있었다네.”

“어쩐지, 그럼 그렇죠~! 어서 설명해주세요~!”

“나도 처음에는 그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

“그러셨군요. 나의 궁금증은 다른 사람의 궁금증이기도 하네요. 호호~!”

“곰곰 생각해 보니까, 어린아이의 몸과 노인의 몸이 떠오르잖아.”

“예? 그건 무슨 말씀이죠?”

“어린아이는 몸이 유연하여 기(氣)가 넘친다면, 노인의 몸은 기운이 쇠하여 딱딱한 고목처럼 변해간다는 것을 생각했던 거지.”

“아, 이해가 될 것 같아요. 태어날 적에는 기체와 같은 정신이 저장을 할 적에는 액체와 같이 응축되어서 위축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는 말씀이죠?”

“말귀도 참 잘 알아듣는 자원일세. 하하~!”

“이 모두가 두 싸부님 덕분이죠. 호호~!”

고월이 다시 말했다.

“고지(庫支)라는 것에는 창고(倉庫)라는 개념(槪念)을 포함시키면 된다네. 다행히도 단지 넷뿐이라서 그것만 잘 정리한다면 지지(地支)에 대한 공부는 다 마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겠군.”

그 말을 듣고 우창이 물었다.

“진중계수(辰中癸水)는 그렇다고 치고, 을(乙)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에 대한 것도 해답이 있는 것인가?”

“당연하지.”

“그것에 대해서조차도 이해가 되었으면 하네.”

“진중을목(辰中乙木), 술중신금(戌中辛金), 축중계수(丑中癸水), 미중정화(未中丁火)는 창고(倉庫)에서 잠시 쉬고 있는 상태라고 이해를 하고 있네.”

“좀 쉽게 설명해 줘야 하겠는걸.”

“진중을목을 예로 설명할 테니 나머지는 미뤄서 짐작하게.”

“부탁하네.”

“진중을목은 목의 일생에서 아직 마무리할 일이 남았다는 뜻을 그 안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

“아니, 수(水)의 일생에 왜 목의 일생이 개입(介入)하고 있다는 건가?”

“그것이 물고 물리는 자연의 이치이고 단절에서 다시 이어지는 자연의 이치라고 본다네.”

“오묘하군.”

“하하~! 오묘하단 말은 참 어렵다는 뜻이겠거니?”

“맞아, 그렇다면 진중을목은 그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월령(月令)으로 생각해 볼까?”

“그야 무엇이든 상관이 있겠는가? 나를 설득시켜주기만 하면 되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네. 예를 들면 진중계수는 3개월 휴가라고 한다면, 진중을목은 1개월 휴가라고 할 수가 있지.”

“휴가를 한 달이나 보낸단 말인가? 그것은 무엇을 위해서인가?”

“당연히 다음 계절의 행사(行事)를 위해서이지.”

“다음 계절이라면 진월(辰月)의 다음에 들어오는 계절을 말하는 건가?”

“물론이네.”

“사오미(巳午未)의 여름을 말하는 것이로군.”

“화기(火氣)가 잘 퍼져서 세상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는 목생화(木生火)가 필요하단 말이네.”

“엉? 그렇게 심오한 뜻이 있었나?”

“난들 아는가? 궁리하다가 보니까 여기까지 들어가 본 것이라네.”

“역시~! 고월을 만난 것은 하늘의 도우심이로군.”

“뭘 그렇게까지. 하하하~!”

“이제야 서로 얽혀있는 지장간(支藏干)의 이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선명해지는 느낌이 있군. 나머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될 것 같네.”

“대략 느낌이 왔거든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냥 비율만 외워놓고 넘어가도 된다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냥 쉽게 생각하기에는 진(辰)에는 계을무(癸乙戊)가 3, 2, 5의 비율로 되어있다고만 알고 있으면 된단 말이지 않은가?”

“맞았어. 그렇게만 정리하면 된다는 이야기야.”

“그렇다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네.”

“결과는 같은 말이니까 그렇게 정리를 해 놓으시게. 하하~!”

“알았네. 그래도 정리를 한다면, 생지(生支)에 해당하는 것은 인신사해(寅申巳亥)가 있다고 정리하면 되는 거지?

“틀림없지~!”

“또 왕지(旺支)라고도 하고 패지(覇支)라고도 하고, 또 패지(敗支)라고도 하는 것은 자오묘유(子午卯酉)가 있다는 것이잖은가?”

“그것도 또한 마찬가지야.”

“마지막으로 지금 정리한 고지(庫支)는 진술축미(辰戌丑未)가 있다는 것이니까 이렇게만 알아두면 기본적인 구조에 대해서는 정리가 끝난 것이지?”

“맞아~!”

“이제 천간(天干)에 비해서 지지가 복잡하다는 말도 알겠고, 지지에 대한 구조도 어느 정도의 특색을 알게 된 것 같군.”

“그렇다면 다음 구절로 들어가 봐도 되겠나?”

“암, 여부가 있는가. 다음 구절을 살펴보도록 하겠네.”

우창은 다시 책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