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제6장 간지의 세계/ 23. 인신사해(寅申巳亥)의 본질(本質)
작성일
2017-02-2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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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23. 인신사해(寅申巳亥)의 본질(本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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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월이 설명하기 위해서 잠시 생각하는 틈에 자원은 물을 끓여서 차를 만들어서 한 잔씩 따랐다.
“자, 목마르실 테니 차부터 한 잔씩 드세요.”
자원이 타 주는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다가 고월이 입을 열었다.
“사실, 이 개념은 다소 복잡한 면이 있어서 생각을 잠시 정리했다네.”
“얼마든지 길게 설명해도 괜찮으니 천천히 이야기 해주시게.”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다시 오행(五行)의 설명으로 되돌아가야 하네.”
“오행이야 이미 공부를 했으니 어려울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긴 하겠군. 하하~!”
“그래서 어떻게 된 것인가?”
“어떻게 되긴. 오행에서 화(火)의 의미를 설명하겠네.”
“오, 화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잔 말이로군.”
“그렇다네. 지지(地支)의 순서(順序)를 일단 알아둬야만 하는데 그것은 알고 있겠지?”
“그야 알고 있지.”
“그렇다면, 화의 일생을 설명해도 되겠군.”
“여부가 있겠나. 어서 말을 해 줘보게. 자꾸 뜸을 들이니까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하군.”
“자, 그럼 잘 들어보시게. ‘화(火)의 생사(生死)’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뜸 아닌 뜸을 들인다네. 하하~!”
“알았으니 어서 이야기나 해 보시게.”
“화의 생사는 다른 말로 하면 ‘화의 일생(一生)’이라고 할 수도 있네.”
“오호 그것참 재미있군. 오행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이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네.”
“세상의 삼라만상은 모두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네.”
“오호~! 그렇게 볼 수가 있겠구나.”
“오행의 생사, 즉 오행을 놓고 일생을 논할 적에는 지지(地支)의 흐름으로 읽는 것이라네.”
“아, 그래서 지지의 순서를 말씀하신 거였군.”
“그렇지. 우선 시작은 인(寅)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지.”
“인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인(寅)이 화(火)를 낳는 것이라는 이야기지.”
“오호~! 그래서 임신부라는 말이 나온 것인가 보군?”
“맞아, 인(寅)에서 출생(出生)하게 되고, 묘(卯)에서 성장(成長)하고, 진(辰)을 거쳐서 사(巳)에서 기운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네. 그리고 오(午)에서 절정(絶頂)을 맞이하게 되지. 그다음에는 점차로 쇠약해져서 미(未)에서 불꽃이 시들게 되고, 신(申)에서 많이 허약한 상황이 되어서 유(酉)에서 완전히 기운이 빠지게 되어서 술(戌)을 만나면 휴식(休息)을 위해서 고(庫)에 들어간다고 한다네. 이러한 상황을 죽는다는 말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입고(入庫)라는 말을 채용(採用)하는 것이 좋다고 보네.”
“가만, 그러니까 화(火)의 일생은 인(寅)에서 시작하며 오(午)에서 절정에 도달했다가 술(戌)에서 끝난다는 말이 아닌가?”
“맞아, 그 말이라네.”
“뭔가 멋진 말인 것으로 보이는걸.”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오행의 생사(生死)나 일생(一生)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헛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할 것이네.”
“그렇긴 하네. 오행이 오행으로 존재하면 되는 것을 무슨 일생의 개념을 도입해서 설명해야 할 존재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아마도, 이야기를 만들자니까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장간(藏干)에 대한 이해만 잘 되어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임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되겠어. 그렇겠지?”
고월의 말을 듣고 있던 우창이 생각을 말했다.
“그러니까 장간의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행의 생사(生死)라는 이상한 말이 나왔는데, 어쩌면 생사라는 말보다 왕쇠(旺衰)라는 말로 대체(代替)한다면 납득하기에 더 쉬울 수도 있겠는걸.”
“오행의 왕쇠?”
“그렇지 않은가. 가령 계절의 개념을 넣어서 오행을 이해하게 되면 타당성이 없다고도 못하겠기에 해 본 생각이라네.”
“그렇다면 어디 우창의 의견을 들어보겠네.”
“화(火)가 인월(寅月)에서 생기(生氣)를 받는단 말도 일리가 있지 않은가? 이것은 태양의 성쇠(盛衰)와도 연결해서 생각할 수가 있다고 하겠네.”
“아, 태양의 성쇠를 기준으로 계절의 관점에서 보자는 말이로군. 그것도 재미있네.”
“이렇게 본다면 가장 왕성한 오월(午月)을 정점으로 해서 점점 쇠해져서 술월(戌月)이 되면 화의 삶은 끝이 난다고 할 수도 있고, 극히 쇠약해진다고 할 수도 있겠단 말이지.”
“그러한 설명은 내가 한 이야기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가 있겠군. 아주 좋은 이야기네. 그렇다면 다른 계절은 어떻게 보면 될지는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되겠군.”
“당연하지, 그렇다면 화(火)의 반대편에 있는 수(水)의 왕쇠(旺衰)를 생각해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것은 어떻게 논하는지 설명을 해 줘보시게.”
“그럴까? 수의 일생은 신자진(申子辰)으로 압축해서 논한다네. 이것은 화의 일생을 인오술(寅午戌)의 세 글자로 압축해서 표현하는 것과 같다네.”
“오호~! 그렇다면 신월(申月)에서 시작해서 자월(子月)에서 왕성했다가 진월(辰月)에서 쇠하여 죽는다는 말이지?”
“물론 죽는다는 개념보다는 입고(入庫)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겠지.”
가만히 듣고 있던 자원이 말했다.
“아니, 태어나면 죽는 것이 자연의 이치잖아요? 왜 자꾸 죽는다는 것이 아니라 고에 들어간다고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고월이 자원의 말을 듣고는 웃었다.
“하하~! 그렇구나. 그걸 생각지 못했네. 당연히 그 이유를 설명해야지. 하하~!”
“죄송해요. 너무 밑천이 딸려서 사부님들을 괴롭혀 드리네요. 호호~!”
“자원에게 물어보지. 인간은 한 번 살고 죽으면 끝일까?”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생사(生死)라고 하니까요.”
“만약에 다음에 다시 어딘가에 태어난다면?”
“아, 그건 불교에서 하는 말이잖아요? 윤회(輪回)라고 하는 거죠?”
“맞아. 윤회를 대입한다면 죽는다고 하는 것보다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 더 실제 상황에 근접하지 않을까?”
“임싸부는 진실로 죽은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말을 믿으세요?”
“그건 죽어봐야 알겠지만 정황으로 봐서 그렇게 되지 않겠나 싶긴 하지.”
“무슨 정황인데요?”
“첫째로 사주의 정황상 그렇게 생각이 되네.”
“설명해 주세요. 자원도 그렇게 믿고 싶거든요.”
“만약에 그 사람의 팔자가 우연히 그날 그 시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매우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아,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팔자는 전생에서 온 것이라고 해야 억울하지 않나요?”
“적어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해야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란 말이지. 자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 해봤는데 지금 듣고 보니까 과연 그렇겠어요. 동의가 되네요. 그리고 둘째는요?”
“둘째로 인과법(因果法)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거지.”
“인과법이라뇨? 인과응보를 말하는 거잖아요?”
“물론이지. 인과도 없이 태어난 인연만으로 그렇게 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수용하기가 참으로 어렵단 말이야.”
“앞의 이야기와 일맥상통(一脈相通)은 하지만 분명히 그 의미는 구별이 되네요. 그렇다면 세 번째도 있어요?”
“셋째로 아기가 서너 살이 되면 가끔은 자기의 전생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것은 다시 태어난다는 이치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네.”
“그 아이가 과연 전생을 기억한 것이 맞을까요?”
“물론 논리적으로 생각해 봤을 적에 그 현상을 이해할 것은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
“단순히 전해지는 설화(說話)는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 그러나 책을 보면, 단순히 설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기록된 내용이 명백하거든.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나는 거듭해서 태어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지. 물론 이렇게 우리 셋이서 무릎을 맞대고 학문을 토론하는 것조차도 이미 전생의 어느 풍경에서 인연을 맺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포함한다네. 하하~!”
“와~! 정말 감동이에요. 자원도 그러한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고 막연한 생각은 했지만 죽음과 다시 태어남의 차이를 듣고 보니까 다시 생각해야 하겠어요.”
“그래서 생지(生支)가 있으면 당연히 사지(死支)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사지가 아니라 고지(庫支)라고 하는 것을 알고는 소름이 돋았었다네. 하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던 우창이 끼어들었다.
“나도 전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자연이 춘하추동으로 순환하는 것을 보거나,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이나, 태양이 떴다가 지고 다시 떠오르는 것을 생각해 봐도 다시 태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
“진싸부의 말씀은 더욱 현상적이네요. 이제 생지와 사지에 대한 생각은 버려도 되겠어요. 고지란 창고라는 이야기니까 잠시 보관하는 의미로 보면 된다는 것이죠?”
“맞아. 질문을 잘 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 고맙구나. 하하~!”
고월이 자원의 질문을 해결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어서 다음 이야기로 이어가려는데 우창이 정리하고 넘어간다.
“아, 그래서 수고(水庫)가 되는 것이란 말이지? 오행의 생사에 대한 이치이든, 왕쇠에 대한 이치이든, 계절로 보면 없다고 할 일이 아니라 계절에 따른 왕쇠로 보고 이해하면 되겠네.”
“봄에 왕성한 계절은 목(木)이라네. 그럼 어떻게 생왕고(生旺庫)를 논하면 되겠는가?”
“해월(亥月)에서 생하고, 묘월(卯月)에서 왕성(旺盛)했다가 미월(未月)에서 입고(入庫)하면 된다고 하겠네. 그럼 해묘미(亥卯未)로 요약을 할 수가 있겠지 싶네.”
“맞았어. 내친김에 금의 왕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게.”
“금은 사월(巳月)에서 생하고, 유월(酉月)에서 왕하고, 축월(丑月)에서 입고하니 이것은 사유축(巳酉丑)으로 표시할 수가 있겠는걸.”
“맞았어. 제대로 이해를 하셨네.”
“오호~! 오행의 생사란 말은 공감이 되지 않았는데, 왕쇠로 보니까 그대로 부합이 되는걸. 그러니까 계절과 오행에 대한 의미로 정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로군.”
“역시 총명(聰明)한 우창이로군. 그런데 자원은 이해가 되셨을까?”
미간을 찌푸리면서 생각에 잠긴 자원을 바라보면서 고월이 말했다. 그러자 자원이 겨우 이해가 된다는 듯이 답을 했다.
“사실 얼른 생각하면 모르겠는데, 진싸부의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져요. 그래서 일단 무슨 말씀인지는 이해가 되었어요. 또 차차로 설명해 주시면 문제없이 정리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임싸부~!”
“고맙긴, 중간에 너무 머리가 아파서 도망이라도 가버릴까 걱정하는 거라네. 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절대로 그냥 도망가지는 않을 거니까요. 호호~!”
우창이 계속해서 지지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 고월을 다그쳤다.
“자, 그렇다면 지지(地支)의 모든 역할이 드러난 셈이군. 그렇지?”
“그렇다네. 생지(生支)에 해당하는 인신사해(寅申巳亥)와, 왕지(旺支)에 해당하는 자오묘유(子午卯酉), 그리고 고지(庫支)에 해당하는 진술축미(辰戌丑未)라는 역할이 주어졌단 말이야.”
“그렇지. 참 재미있는 지지(地支)의 사연일세. 사실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네.”
“원래 지지(地支)는 복잡하단 말이네. 그래서 천간의 명료함에 비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을 잘 정리하지 않으면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네.”
우창은 지지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가 이해되었다. 천간이 분산되어서 섞여 들어서 그렇지 크게 복잡한 것이라고 보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것까지 정리하고 나자 어느 정도 명료해졌다.
“그렇다면 인(寅)은 갑(甲)이 병(丙)을 생한다고 보면 되는 건가?”
“그렇지.”
“또 신(申)은 임(壬)이 병(丙)을 생한 것으로 보고, 사(巳)는 병(丙)이 경(庚)을 생한 것으로 보고, 해(亥)는 임(壬)이 갑(甲)을 생한 것이 맞지 않은가?”
“그렇다네. 잘 정리했네.”
“한데, 좀 이상한 것이 있어 보이는 걸?”
“그게 뭔가?”
“다른 생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사(巳)가 좀 이상해서 말이네. 병(丙)이 경(庚)을 생한 이치에 대해서 납득할 방법이 있을까? 아니라면 나머지를 모아 놓은 듯한 것으로 자투리의 집합체라고 하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내용이 궁금하네.”
“아, 그것 말인가? 참 예리한 우창이로군. 하하~!”
“오호~! 말하는 투로 봐서 이미 이에 대한 이치를 알고 있다는 뜻이란 말이지?”
“그러한 것도 모르고 어찌 기초 공부를 했다고 하겠냔 말이네. 당연히 약간의 이유를 알고 있다네. 하하~!”
“그래야지. 혹시라도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면 어쩌나 싶었다네. 하하~!”
“원, 그런 걱정을 다 했단 말인가? 그야말로 걱정도 팔자격이라고나 해야 하겠군. 하하~!”
“여하튼 어서 설명을 해 주시게. 그게 궁금할 따름이라네.”
“자, 잘 들으시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다시 재구성(再構成)할 뿐이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네.”
“알았으니 어서 설명을 부탁하네.”
“어머니가 아기를 잉태하면 보통은 몸가짐을 소중히 관리하고 조심조심해서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행여 아기에게 해로울까 봐서 오리고기를 안 먹는다거나, 이상하게 생긴 것은 보지도 않으려고 한다고 들었네.”
그러자 자원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 진싸부, 몸을 보양하려면 얼마나 좋은 오리고기인데 그것을 임신부가 먹지 않는다니 무슨 말이에요?”
자원이 묻는 말에 우창이 웃으면서 답했다.
“그것은 오리를 먹었다가 아기의 손가락에 물갈퀴가 달려서 나올까 봐 그렇다는 거야. 하하~!”
“예? 그게 말이 되나요?”
“그것만이 아니야.”
“또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요?”
“토끼고기도 안 먹지.”
“그건 왜요? 겁쟁이로 태어나게 될까 봐서요?”
“아니, 구순구개열(口脣口蓋裂)로 태어날까 봐서지.”
“그게 뭐죠?”
“보통 언청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윗입술이 토끼처럼 갈라 질까봐 걱정하는 거지.”
“아니,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엄마가 임신했을 적에 토끼고기를 먹어서 그렇단 말인가요?”
“원, 그럴 리가. 하하~!”
“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면 께름칙하겠는데요?”
“그래서 나쁜 것은 피한다는 거야. 엄마의 정성이지.”
“아하~!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는 방편이었군요. 알았어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고월도 한마디 거들었다.
“자원을 보니 결혼해서 아기를 갖게 되면 고사리도 먹지 않을 것 같군.”
“그건 왜요?”
“손가락이 오그라지면 어쩌나 싶은 걱정을 해서이지.”
“그럼 안 되죠~! 호호호~!”
고월이 다시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모든 어머니가 다 그렇게 아기만을 위해서 열 달을 보낼 수는 없을 것이네.”
“아마도 그렇겠지.”
“바로 그러한 환경에 처한 어머니가 사(巳)라네.”
“그건 좀 불공평하지 않은가?”
“아니, 왜?”
“일관성(一貫性)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사(巳)에서 병(丙)이 낳아야 할 것은 무(戊)가 되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하하하~!”
“아니, 왜 웃는가?”
“기가 막혀서 말일세. 하하하~!”
“웃지만 말고 설명을 해 주시게.”
“아니, 이미 우리는 무기토(戊己土)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를 한 것으로 아는데 벌써 잊어버렸나 싶어서 말일세. 하하~!”
“아, 그 말~!”
“그렇잖은가?”
“맞아, 무(戊)는 땅을 지키고 기(己)는 만물을 보호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무기토(戊己土)는 무엇을 낳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란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문득 토(土)도 하나의 오행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서 그만 그 의미를 잠시 망각했군. 이제야 이해했네.”
“그렇더라도 사(巳)의 병(丙)이 낳은 경(庚)에 대해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는가?”
“아직 뭔가 설명이 미진(未盡)한 것 같군.”
“그럴 것이네. 천간을 공부하면서 경(庚)을 뭐라고 이해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
“경은 고체(固體)이고, 주체(主體)라고 기억되는데?”
“주체는 자아(自我)라는 말로 대신할 수도 있겠나?”
“당연하지.”
“그러니까 병(丙)이 낳는 것은 신체적인 의미의 자식이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의 자식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된다네.”
“오호~! 그런가? 그런 생각은 미처 못 했는걸.”
“네 명의 어머니가 낳은 자식 중에 하나는 정신적인 단련을 받으면서 성장했다는 말이 된다는 것도 가능할까?”
“그렇겠는걸.”
“그래서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의 비율이 2~3할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도 타당성이 있을까?”
“말이 안 된다고는 못하겠네.”
“어려서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면서 성장한 사람에 비해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그 점에 대해서는 완전히 동의하네.”
“무슨 근거로 동의한단 말인가?”
“그야, 자식이 귀할수록 고생시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잘 알고 있군.”
고월은 자기의 설명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23. 인신사해(寅申巳亥)의 본질(本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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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월이 설명하기 위해서 잠시 생각하는 틈에 자원은 물을 끓여서 차를 만들어서 한 잔씩 따랐다.
“자, 목마르실 테니 차부터 한 잔씩 드세요.”
자원이 타 주는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다가 고월이 입을 열었다.
“사실, 이 개념은 다소 복잡한 면이 있어서 생각을 잠시 정리했다네.”
“얼마든지 길게 설명해도 괜찮으니 천천히 이야기 해주시게.”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다시 오행(五行)의 설명으로 되돌아가야 하네.”
“오행이야 이미 공부를 했으니 어려울 것도 없지 않은가?”
“그렇긴 하겠군. 하하~!”
“그래서 어떻게 된 것인가?”
“어떻게 되긴. 오행에서 화(火)의 의미를 설명하겠네.”
“오, 화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잔 말이로군.”
“그렇다네. 지지(地支)의 순서(順序)를 일단 알아둬야만 하는데 그것은 알고 있겠지?”
“그야 알고 있지.”
“그렇다면, 화의 일생을 설명해도 되겠군.”
“여부가 있겠나. 어서 말을 해 줘보게. 자꾸 뜸을 들이니까 또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하군.”
“자, 그럼 잘 들어보시게. ‘화(火)의 생사(生死)’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뜸 아닌 뜸을 들인다네. 하하~!”
“알았으니 어서 이야기나 해 보시게.”
“화의 생사는 다른 말로 하면 ‘화의 일생(一生)’이라고 할 수도 있네.”
“오호 그것참 재미있군. 오행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생이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네.”
“세상의 삼라만상은 모두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네.”
“오호~! 그렇게 볼 수가 있겠구나.”
“오행의 생사, 즉 오행을 놓고 일생을 논할 적에는 지지(地支)의 흐름으로 읽는 것이라네.”
“아, 그래서 지지의 순서를 말씀하신 거였군.”
“그렇지. 우선 시작은 인(寅)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지.”
“인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인(寅)이 화(火)를 낳는 것이라는 이야기지.”
“오호~! 그래서 임신부라는 말이 나온 것인가 보군?”
“맞아, 인(寅)에서 출생(出生)하게 되고, 묘(卯)에서 성장(成長)하고, 진(辰)을 거쳐서 사(巳)에서 기운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네. 그리고 오(午)에서 절정(絶頂)을 맞이하게 되지. 그다음에는 점차로 쇠약해져서 미(未)에서 불꽃이 시들게 되고, 신(申)에서 많이 허약한 상황이 되어서 유(酉)에서 완전히 기운이 빠지게 되어서 술(戌)을 만나면 휴식(休息)을 위해서 고(庫)에 들어간다고 한다네. 이러한 상황을 죽는다는 말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입고(入庫)라는 말을 채용(採用)하는 것이 좋다고 보네.”
“가만, 그러니까 화(火)의 일생은 인(寅)에서 시작하며 오(午)에서 절정에 도달했다가 술(戌)에서 끝난다는 말이 아닌가?”
“맞아, 그 말이라네.”
“뭔가 멋진 말인 것으로 보이는걸.”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오행의 생사(生死)나 일생(一生)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헛된 이야기로 들리기도 할 것이네.”
“그렇긴 하네. 오행이 오행으로 존재하면 되는 것을 무슨 일생의 개념을 도입해서 설명해야 할 존재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아마도, 이야기를 만들자니까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장간(藏干)에 대한 이해만 잘 되어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것임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면 되겠어. 그렇겠지?”
고월의 말을 듣고 있던 우창이 생각을 말했다.
“그러니까 장간의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행의 생사(生死)라는 이상한 말이 나왔는데, 어쩌면 생사라는 말보다 왕쇠(旺衰)라는 말로 대체(代替)한다면 납득하기에 더 쉬울 수도 있겠는걸.”
“오행의 왕쇠?”
“그렇지 않은가. 가령 계절의 개념을 넣어서 오행을 이해하게 되면 타당성이 없다고도 못하겠기에 해 본 생각이라네.”
“그렇다면 어디 우창의 의견을 들어보겠네.”
“화(火)가 인월(寅月)에서 생기(生氣)를 받는단 말도 일리가 있지 않은가? 이것은 태양의 성쇠(盛衰)와도 연결해서 생각할 수가 있다고 하겠네.”
“아, 태양의 성쇠를 기준으로 계절의 관점에서 보자는 말이로군. 그것도 재미있네.”
“이렇게 본다면 가장 왕성한 오월(午月)을 정점으로 해서 점점 쇠해져서 술월(戌月)이 되면 화의 삶은 끝이 난다고 할 수도 있고, 극히 쇠약해진다고 할 수도 있겠단 말이지.”
“그러한 설명은 내가 한 이야기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가 있겠군. 아주 좋은 이야기네. 그렇다면 다른 계절은 어떻게 보면 될지는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되겠군.”
“당연하지, 그렇다면 화(火)의 반대편에 있는 수(水)의 왕쇠(旺衰)를 생각해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것은 어떻게 논하는지 설명을 해 줘보시게.”
“그럴까? 수의 일생은 신자진(申子辰)으로 압축해서 논한다네. 이것은 화의 일생을 인오술(寅午戌)의 세 글자로 압축해서 표현하는 것과 같다네.”
“오호~! 그렇다면 신월(申月)에서 시작해서 자월(子月)에서 왕성했다가 진월(辰月)에서 쇠하여 죽는다는 말이지?”
“물론 죽는다는 개념보다는 입고(入庫)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겠지.”
가만히 듣고 있던 자원이 말했다.
“아니, 태어나면 죽는 것이 자연의 이치잖아요? 왜 자꾸 죽는다는 것이 아니라 고에 들어간다고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고월이 자원의 말을 듣고는 웃었다.
“하하~! 그렇구나. 그걸 생각지 못했네. 당연히 그 이유를 설명해야지. 하하~!”
“죄송해요. 너무 밑천이 딸려서 사부님들을 괴롭혀 드리네요. 호호~!”
“자원에게 물어보지. 인간은 한 번 살고 죽으면 끝일까?”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생사(生死)라고 하니까요.”
“만약에 다음에 다시 어딘가에 태어난다면?”
“아, 그건 불교에서 하는 말이잖아요? 윤회(輪回)라고 하는 거죠?”
“맞아. 윤회를 대입한다면 죽는다고 하는 것보다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 더 실제 상황에 근접하지 않을까?”
“임싸부는 진실로 죽은 다음에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말을 믿으세요?”
“그건 죽어봐야 알겠지만 정황으로 봐서 그렇게 되지 않겠나 싶긴 하지.”
“무슨 정황인데요?”
“첫째로 사주의 정황상 그렇게 생각이 되네.”
“설명해 주세요. 자원도 그렇게 믿고 싶거든요.”
“만약에 그 사람의 팔자가 우연히 그날 그 시간에 태어났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매우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아,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팔자는 전생에서 온 것이라고 해야 억울하지 않나요?”
“적어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해야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란 말이지. 자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 해봤는데 지금 듣고 보니까 과연 그렇겠어요. 동의가 되네요. 그리고 둘째는요?”
“둘째로 인과법(因果法)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거지.”
“인과법이라뇨? 인과응보를 말하는 거잖아요?”
“물론이지. 인과도 없이 태어난 인연만으로 그렇게 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수용하기가 참으로 어렵단 말이야.”
“앞의 이야기와 일맥상통(一脈相通)은 하지만 분명히 그 의미는 구별이 되네요. 그렇다면 세 번째도 있어요?”
“셋째로 아기가 서너 살이 되면 가끔은 자기의 전생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것은 다시 태어난다는 이치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네.”
“그 아이가 과연 전생을 기억한 것이 맞을까요?”
“물론 논리적으로 생각해 봤을 적에 그 현상을 이해할 것은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
“단순히 전해지는 설화(說話)는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지. 그러나 책을 보면, 단순히 설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기록된 내용이 명백하거든.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나는 거듭해서 태어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지. 물론 이렇게 우리 셋이서 무릎을 맞대고 학문을 토론하는 것조차도 이미 전생의 어느 풍경에서 인연을 맺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포함한다네. 하하~!”
“와~! 정말 감동이에요. 자원도 그러한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고 막연한 생각은 했지만 죽음과 다시 태어남의 차이를 듣고 보니까 다시 생각해야 하겠어요.”
“그래서 생지(生支)가 있으면 당연히 사지(死支)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사지가 아니라 고지(庫支)라고 하는 것을 알고는 소름이 돋았었다네. 하하~!”
두 사람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던 우창이 끼어들었다.
“나도 전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자연이 춘하추동으로 순환하는 것을 보거나,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이나, 태양이 떴다가 지고 다시 떠오르는 것을 생각해 봐도 다시 태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
“진싸부의 말씀은 더욱 현상적이네요. 이제 생지와 사지에 대한 생각은 버려도 되겠어요. 고지란 창고라는 이야기니까 잠시 보관하는 의미로 보면 된다는 것이죠?”
“맞아. 질문을 잘 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 고맙구나. 하하~!”
고월이 자원의 질문을 해결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어서 다음 이야기로 이어가려는데 우창이 정리하고 넘어간다.
“아, 그래서 수고(水庫)가 되는 것이란 말이지? 오행의 생사에 대한 이치이든, 왕쇠에 대한 이치이든, 계절로 보면 없다고 할 일이 아니라 계절에 따른 왕쇠로 보고 이해하면 되겠네.”
“봄에 왕성한 계절은 목(木)이라네. 그럼 어떻게 생왕고(生旺庫)를 논하면 되겠는가?”
“해월(亥月)에서 생하고, 묘월(卯月)에서 왕성(旺盛)했다가 미월(未月)에서 입고(入庫)하면 된다고 하겠네. 그럼 해묘미(亥卯未)로 요약을 할 수가 있겠지 싶네.”
“맞았어. 내친김에 금의 왕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시게.”
“금은 사월(巳月)에서 생하고, 유월(酉月)에서 왕하고, 축월(丑月)에서 입고하니 이것은 사유축(巳酉丑)으로 표시할 수가 있겠는걸.”
“맞았어. 제대로 이해를 하셨네.”
“오호~! 오행의 생사란 말은 공감이 되지 않았는데, 왕쇠로 보니까 그대로 부합이 되는걸. 그러니까 계절과 오행에 대한 의미로 정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이로군.”
“역시 총명(聰明)한 우창이로군. 그런데 자원은 이해가 되셨을까?”
미간을 찌푸리면서 생각에 잠긴 자원을 바라보면서 고월이 말했다. 그러자 자원이 겨우 이해가 된다는 듯이 답을 했다.
“사실 얼른 생각하면 모르겠는데, 진싸부의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져요. 그래서 일단 무슨 말씀인지는 이해가 되었어요. 또 차차로 설명해 주시면 문제없이 정리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고마워요. 임싸부~!”
“고맙긴, 중간에 너무 머리가 아파서 도망이라도 가버릴까 걱정하는 거라네. 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절대로 그냥 도망가지는 않을 거니까요. 호호~!”
우창이 계속해서 지지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 고월을 다그쳤다.
“자, 그렇다면 지지(地支)의 모든 역할이 드러난 셈이군. 그렇지?”
“그렇다네. 생지(生支)에 해당하는 인신사해(寅申巳亥)와, 왕지(旺支)에 해당하는 자오묘유(子午卯酉), 그리고 고지(庫支)에 해당하는 진술축미(辰戌丑未)라는 역할이 주어졌단 말이야.”
“그렇지. 참 재미있는 지지(地支)의 사연일세. 사실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네.”
“원래 지지(地支)는 복잡하단 말이네. 그래서 천간의 명료함에 비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을 잘 정리하지 않으면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네.”
우창은 지지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가 이해되었다. 천간이 분산되어서 섞여 들어서 그렇지 크게 복잡한 것이라고 보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것까지 정리하고 나자 어느 정도 명료해졌다.
“그렇다면 인(寅)은 갑(甲)이 병(丙)을 생한다고 보면 되는 건가?”
“그렇지.”
“또 신(申)은 임(壬)이 병(丙)을 생한 것으로 보고, 사(巳)는 병(丙)이 경(庚)을 생한 것으로 보고, 해(亥)는 임(壬)이 갑(甲)을 생한 것이 맞지 않은가?”
“그렇다네. 잘 정리했네.”
“한데, 좀 이상한 것이 있어 보이는 걸?”
“그게 뭔가?”
“다른 생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사(巳)가 좀 이상해서 말이네. 병(丙)이 경(庚)을 생한 이치에 대해서 납득할 방법이 있을까? 아니라면 나머지를 모아 놓은 듯한 것으로 자투리의 집합체라고 하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내용이 궁금하네.”
“아, 그것 말인가? 참 예리한 우창이로군. 하하~!”
“오호~! 말하는 투로 봐서 이미 이에 대한 이치를 알고 있다는 뜻이란 말이지?”
“그러한 것도 모르고 어찌 기초 공부를 했다고 하겠냔 말이네. 당연히 약간의 이유를 알고 있다네. 하하~!”
“그래야지. 혹시라도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면 어쩌나 싶었다네. 하하~!”
“원, 그런 걱정을 다 했단 말인가? 그야말로 걱정도 팔자격이라고나 해야 하겠군. 하하~!”
“여하튼 어서 설명을 해 주시게. 그게 궁금할 따름이라네.”
“자, 잘 들으시게.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다시 재구성(再構成)할 뿐이라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네.”
“알았으니 어서 설명을 부탁하네.”
“어머니가 아기를 잉태하면 보통은 몸가짐을 소중히 관리하고 조심조심해서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행여 아기에게 해로울까 봐서 오리고기를 안 먹는다거나, 이상하게 생긴 것은 보지도 않으려고 한다고 들었네.”
그러자 자원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 진싸부, 몸을 보양하려면 얼마나 좋은 오리고기인데 그것을 임신부가 먹지 않는다니 무슨 말이에요?”
자원이 묻는 말에 우창이 웃으면서 답했다.
“그것은 오리를 먹었다가 아기의 손가락에 물갈퀴가 달려서 나올까 봐 그렇다는 거야. 하하~!”
“예? 그게 말이 되나요?”
“그것만이 아니야.”
“또 먹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요?”
“토끼고기도 안 먹지.”
“그건 왜요? 겁쟁이로 태어나게 될까 봐서요?”
“아니, 구순구개열(口脣口蓋裂)로 태어날까 봐서지.”
“그게 뭐죠?”
“보통 언청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윗입술이 토끼처럼 갈라 질까봐 걱정하는 거지.”
“아니,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엄마가 임신했을 적에 토끼고기를 먹어서 그렇단 말인가요?”
“원, 그럴 리가. 하하~!”
“그래도 그런 말을 들으면 께름칙하겠는데요?”
“그래서 나쁜 것은 피한다는 거야. 엄마의 정성이지.”
“아하~!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는 방편이었군요. 알았어요. 호호호~!”
자원의 말에 고월도 한마디 거들었다.
“자원을 보니 결혼해서 아기를 갖게 되면 고사리도 먹지 않을 것 같군.”
“그건 왜요?”
“손가락이 오그라지면 어쩌나 싶은 걱정을 해서이지.”
“그럼 안 되죠~! 호호호~!”
고월이 다시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모든 어머니가 다 그렇게 아기만을 위해서 열 달을 보낼 수는 없을 것이네.”
“아마도 그렇겠지.”
“바로 그러한 환경에 처한 어머니가 사(巳)라네.”
“그건 좀 불공평하지 않은가?”
“아니, 왜?”
“일관성(一貫性)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사(巳)에서 병(丙)이 낳아야 할 것은 무(戊)가 되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네.”
“하하하~!”
“아니, 왜 웃는가?”
“기가 막혀서 말일세. 하하하~!”
“웃지만 말고 설명을 해 주시게.”
“아니, 이미 우리는 무기토(戊己土)의 본질에 대해서 이해를 한 것으로 아는데 벌써 잊어버렸나 싶어서 말일세. 하하~!”
“아, 그 말~!”
“그렇잖은가?”
“맞아, 무(戊)는 땅을 지키고 기(己)는 만물을 보호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무기토(戊己土)는 무엇을 낳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란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문득 토(土)도 하나의 오행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겨서 그만 그 의미를 잠시 망각했군. 이제야 이해했네.”
“그렇더라도 사(巳)의 병(丙)이 낳은 경(庚)에 대해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는가?”
“아직 뭔가 설명이 미진(未盡)한 것 같군.”
“그럴 것이네. 천간을 공부하면서 경(庚)을 뭐라고 이해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
“경은 고체(固體)이고, 주체(主體)라고 기억되는데?”
“주체는 자아(自我)라는 말로 대신할 수도 있겠나?”
“당연하지.”
“그러니까 병(丙)이 낳는 것은 신체적인 의미의 자식이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의 자식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된다네.”
“오호~! 그런가? 그런 생각은 미처 못 했는걸.”
“네 명의 어머니가 낳은 자식 중에 하나는 정신적인 단련을 받으면서 성장했다는 말이 된다는 것도 가능할까?”
“그렇겠는걸.”
“그래서 세상을 다스리는 사람의 비율이 2~3할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도 타당성이 있을까?”
“말이 안 된다고는 못하겠네.”
“어려서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면서 성장한 사람에 비해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그 점에 대해서는 완전히 동의하네.”
“무슨 근거로 동의한단 말인가?”
“그야, 자식이 귀할수록 고생시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잘 알고 있군.”
고월은 자기의 설명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다행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