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제10장 간지의 세계/ 13. 경금(庚金)과 수화관계(水火關係)

작성일
2017-02-1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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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13. 경금(庚金)과 수화관계(水火關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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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상청궁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밥을 먹을 시간이었다. 오늘 공부한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서 저녁을 먹은 다음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헤어졌다.

우창은 처소에서 오늘 들은 토(土)의 내용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잊어버리고는 안타까워한 경험을 숱하게 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기록해 놓은 것만 남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새롭게 알게 된 서승 선생의 가르침과 경도 스승님의 가르침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 잘 정리를 해야 했다. 같은 상황을 설명하는데도 그 목적에 따라서 이렇게도 차이가 나는 진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저녁을 먹고는 가볍게 뜰을 거닐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원래 심한 운동은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운동이라고 해야 겨우 산책 정도로 만족하는 우창이었다. 그 사이에 조은령과 고월이 찾아와서는 공부하자고 한다. 참으로 호학(好學)하는 벗이 있어서 좋았다.

“벌써 준비들 하고 오셨는가? 참 부지런도 하시네. 하하~!”

“준비랄 게 뭐 있겠어? 흐르는 것은 시간이고, 남는 것은 공부이니 부지런히 할밖에. 하하~!”

“령아도요~! 공부가 이렇게도 오묘하고 재미있고 즐거운 것인지를 왜 진즉에 몰랐던가 싶어요. 오늘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되었어요. 호호~!”

“자, 들어가시지. 찻물은 아까부터 끓고 있다네. 차를 마시면서 진리를 탐구(探究)해 봐야지. 하하~!”

다들 자리에 앉아서는 저마다 잔을 하나씩 차지하고 찻물을 가득 따랐다. 향기로운 녹차의 향이 방을 가득 채웠다.

문득 조은령이 생각난 듯이 말했다.

“임(壬)에 을(乙)이 합(合)을 하니 향기로운 공기가 되었어요. 호호~!”

고월이 그 말을 받는다.

“임을(壬乙) 합이라……. 말이 되네. 하하하~!”

우창이 다시 적천수를 펼쳤다.

“자, 이제 어렵기로 소문이 난 무기토(戊己土)에 대해서도 공부를 마쳤으니 경금(庚金)에 대해서 접근을 해 볼까?”

“그러세. 우선 우창이 좀 읽어보셔.”

우창이 낭랑한 음성으로 경금의 구절을 읊었다.

 

경금대살 강건위최(庚金帶殺 剛健爲最)

득수이청 득화이예(得水而淸 得火而銳)

토윤즉생 토건즉취(土潤則生 土乾則脆)

능영갑형 수어을매(能贏甲兄 輸於乙妹)

 

경금(庚金)은 살기(殺氣)를 띠며

강건(剛健)하기가 으뜸이 된다.

 

수(水)를 얻으면 맑아지고

화(火)를 얻으면 예리(銳利)해진다.

 

토(土)가 윤택(潤澤)하면 생성(生成)하나

토가 건조(乾燥)하면 부스러진다.

 

갑(甲)은 능히 이기지만

을(乙)에게는 정(情)을 준다.

 

“글귀를 보면 상당히 강한 느낌이 드는걸.”

다 읽고 난 우창이 느낌을 말했다. 그러자 고월이 그 말에 답을 했다.

“사실 경(庚)은 참으로 독특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네. 경순형님의 말씀을 듣지 않았을 적에는 난해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이제 웬만한 문제는 풀어낼 수가 있을 것 같네.”

“그렇다면 어디 풀이를 부탁해 볼까?”

“자, ‘경금대살’은 ‘경(庚)은 살기(殺氣)를 띈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살기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가 이해하기로는 경(庚)은 자아(自我)라고 보면 될 텐데 자아가 왜 살기를 포함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인걸.”

“우창은 혹, 기문둔갑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천간(天干)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나?”

“그야 둔갑(遁甲)인 것을 보면 갑(甲)이 아닐까?”

“그렇다면 경(庚)과 갑(甲)이 어떤 관계인지도 알 수가 있겠지?”

“양대양(陽對陽)으로 금극목(金剋木)이 아닌가?”

“그러니 기문둔갑을 연구한 학자의 눈에는 경(庚)이 무엇으로 보이겠는가?”

“아마도 악마(惡魔)로 보이지 싶은걸. 하하~!”

“그래서 ‘대살(帶殺)’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보게 되네.”

“아, 그런 관점이라면 능히 짐작을 하고도 남지. 그렇다면 경도 스승님도 기문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갖췄다고 봐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하충 선생의 심리추명의 기준으로 본다면 어떨까?”

고월은 경(庚)에 대한 두 가지의 관점을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모양이다. 그 말에 우창이 답을 했다.

“하충 선생의 관점(觀點)은 무색투명(無色透明)의 자아(自我)라고 했으니 그대로 대입하면 살기를 띠고 있다는 것은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네.”

“나도 그렇게 생각되네. 이에 대해서는 경도 스승님이 의문의 1패를 하신 셈이네. 하하~!”

“재미있는 말인 걸 하하~!”

“다음 구절을 살펴볼까?”

“그러지. ‘강건위최’라고 했으니 강건(强健)하기가 으뜸이 된다는 말이로군. 이에 대해서는 하충 선생도 동의하지 싶네.”

“맞아, 자존감(自尊感)이라고 했으니 이보다 더 강건한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해야 할 테니까 말이지.”

“그런데, 병(丙)을 오양(五陽)의 으뜸이라고 한 것과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가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 말에 고월이 의견을 말했다.

“언뜻 생각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큰 차이가 있지.”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까?”

“병(丙)은 맹렬(猛烈)이라고 했고, 경(庚)은 강건(强健)이라고 했으니 이 차이점에 대해서만 이해를 한다면 해답은 간단히 나올 것으로 생각이 되네.”

“어떤 차이점으로 이해를 하면 될까?”

“맹렬은 사납다고 할 수가 있겠고, 강건은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이 느껴진단 말이지. 마치 「삼국연의」에서 장비(張飛)는 맹렬한 것의 표본이라고 한다면, 어떤 경우라도 끈기로 버티는 관운장(關雲長)은 강건한 것의 표본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군.”

“아, 그렇게 설명을 해 주니까 바로 느낌이 팍~! 오는군. 멋진 비유인걸.”

“이해가 되셨다니 다행이군. 그럼 다음 구절을 봐야지. 하하~!”

“그럴까? 다음은 ‘득수이청’이라고 했네. ‘물을 얻으면 맑아진다.’는 뜻인걸. 이것은 금생수(金生水)의 이야기로 보이는데, 맑아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고월이 여기에 대해 설명했다.

“내 생각에, 맑아진다는 것은 자아인 경(庚)이 사유(思惟)를 통해서 지식(知識)을 쌓음으로 해서 머릿속이 맑아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군.”

“그러니까 생각하는 것이 맑아서 투명해진다는 의미로 이해를 할 수가 있겠는걸.”

그러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조은령이 나섰다.

“두 싸부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생각하는 사람은 정신이 맑아진다는 것이 떠오르네요. 생각하지 않으면 우둔(愚鈍)해지고 생각을 많이 하면 명철(明哲)해지는 것과도 서로 통한다고 봐도 되겠어요.”

자원의 의견을 들으면서 우창이 다음 구절로 넘어갔다. 왜냐면 앞뒤의 구절이 서로 연결이 되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다음 구절과 같이 이해를 해 보면 좋겠네. ‘득화이예’라고 했으니, 불을 얻으면 날카로워진다는 의미인 것은 틀림이 없을 것 같군.”

고월은, 우창이 읽은 대목에 대해서 설명했다.

“재미있는 말이지 않은가? 금생수(金生水)가 되면 맑아진다는 것은 머릿속이 논리적으로 명료(明瞭)해 진다는 것이고, 화극금(火剋金)이 되면 단련(鍛鍊)을 받은 주체가 바짝 긴장을 해서 예민(銳敏)해 진다는 의미이니 경(庚)의 입장에서 생극에 관련된 것을 단 두 마디로 정리를 해 버렸단 말이야.”

“그러니까 생극이 모두 긍정적(肯定的)인 작용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중요한 관점인걸.”

다시 고월이 경순이 설명했던 오행전도론을 떠올리면서 언급했다.

“이것은 경순형님이 말씀하신, ‘금왕견화 방성기명(金旺見火 方成器皿)’과도 맞춰 볼 만한 이야기인걸.”

“그렇지, 바로 그 말에 대한 요약이라고 봐서 틀림이 없겠군. 그렇다면 득수이청도 ‘강금득수 방좌기봉(強金得水 方挫其鋒)’의 의미와 서로 통한다고 생각이 되는데 어떤가?”

우창의 이 말에 고월도 동조를 했다. 고월의 말을 듣고 다음 구절을 읊는 우창이었다.

“다음은, 토와 연관된 이야기로군, ‘토윤즉생 토건즉취’라는 글귀는 토생금(土生金)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이네.”

“그렇게 보이는걸.”

“토가 수분(水分)을 머금고 있어서 윤택하면 토생금이 되지만, 토가 바짝 말라서 건조하다면 이때는 토생금이 아니라 오히려 토극금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지?”

우창이 고월에게 묻자, 잠시 생각하던 고월이 말했다.

“이러한 관점은 오행전도론에서도 보이지 않던 부분이 아닌가?”

“아마도, ‘토건즉취’라는 부분과, ‘토생금(土生金)이나, 토다금매(土多金埋)이다.’의 부분과는 어느 정도 연관이 있어 보이는걸. 다만 차이가 나는 것이라면 토가 많은 것만이 아니라 조열(燥熱)한 토라는 조건이 추가되는 것으로 보면 되지 싶네.”

“그렇지, ‘토다금매’는 토가 많으면 토생금이 아니라 금이 오히려 흙 속에 묻힌다는 의미가 되니까 결국은 토극금의 의미로 해석해도 된다는 이야기로군.”

이에 동조하면서 우창이 말했다.

“그렇다면, 토생금의 올바른 작용에는 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 싶네. 물론 화기를 머금은 토는 생금(生金)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도 포함이 되는 셈이지.”

“이제야 적천수의 내용이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하는군. 여하튼 우창도 참 대단해~! 하하~!”

“괜한 소리는 하지 말고. 마지막 구절까지 살펴보도록 하지. ‘능영갑형 수어을매’라고 했는데 이것도 고월의 도움을 의지해야 하겠네.”

“이것은 달리 해석을 할 필요도 없겠는걸. 맨 처음에 나온 ‘대살(帶殺)’에 대한 의미를 여기에서 실토(實吐)하고 있으니 말이야. 하하~!”

“그러니까 능히 갑(甲)을 이긴다는 의미를 말하는 것이겠지?”

“맞아. 그런데 형(兄)이라고 한 것은 아마도 갑이 순서에서 앞에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군.”

“오호~! 그것도 일리가 있군. 그런데 마지막 구절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지?”

“아, ‘수어을매’말이지? 이것은 을(乙)과 합을 한다는 이미 아닐까? 을경합(乙庚合)을 말하는 것이라네.”

“또 간합(干合)이 나오는 것인가? 합을 하면 정(情)이 통한다고 말하는 의미로 보면 되겠지?”

“당연하지.”

고월의 답에 우창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매(妹)라고 했지? 갑이 앞에 있어서 형이라고 했다면 을도 앞에 있으니 누님[자(姉)]이라고 해야 할 텐데, 여동생[매(妹)]이라고 한 것은 혹 무슨 뜻이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성차별(性差別)을 한 것이 아닌가 싶군. 하하하~!”

“엉? 무슨 뜻이지?”

“을경합이 되니까 을(乙)은 경의 여인으로 대입하여 경의 아래에 놓고, 갑은 같은 양이라서 그냥 형이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하하~!”

“아마 경도 스승님도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 너무 깊이 생각하다가 보면 가끔은 구멍이 생기기도 하는 법이니까. 하하~!”

우창도 이렇게 말하면서 같이 웃었다. 그리고 다시 곰곰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경(庚)에 대해서는 경도 스승님의 견해보다 오히려 경순형님의 견해가 더 깊어 보인다는 말이야.”

“그래서 후생가외(後生可畏)라고 하지 않았나. 열심히 정진하는 후학을 무슨 수로 당하느냔 말이지. 아마도 다음에는 우리가 연구한 것이 또 경순형님의 견해보다 더 깊을지 누가 알겠는가. 하하~!”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조은령도 한마디 거들었다.

“당연하죠~! 두 싸부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보면 이미 과거의 학자들보다 더 영롱한 보석처럼 아름다움이 느껴져요. 오늘도 이렇게 알찬 공부로 가득 채울 수가 있어서 너무너무 행복한 령아랍니다. 호호~!”

우창과 고월도 조은령의 말에 기분이 좋았던지 같이 웃었다. 그렇게 서로의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는 각자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