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 6. 병화(丙火)의 지혜(智慧)
작성일
2017-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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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6. 병화(丙火)의 지혜(智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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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병화(丙火)에 대한 적천수의 설명에서 빛과 지혜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될 것인지를 생각하다보니 뭔가 머릿속에 번쩍~!하는 광채(光彩)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고월의 판단이 참 멋지군. 지혜의 빛이 병(丙)이고 그 빛은 어리석은 주인공을 깨닫게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빛이 밝아도 참으로 어리석은 탐욕의 인간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생각조차도 해 보게 되는걸.”
“그래서 맹렬하다는 것이 아니겠느냔 말이지.”
“지혜와 맹렬함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지혜는 번갯불 같고 백천일월(百千日月)이 동시에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이보다 더 맹렬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래서 경도 스승님도 지혜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까, 병화에 대해서 우대권(優待券)을 제공한 것이 아닐까?”
“아, 일리가 있겠는걸. 지혜를 존중했다는 걸로 이해를 한다면 말이지.”
우창도 병화맹렬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고서는 다음 구절로 눈을 돌렸다. 고월이 재촉했다.
“우창, 다음엔 뭐라고 되어있지?”
“다음은 ‘토중성자’라고 했네. ‘토(土)가 많으니 자애로움을 이루게 된다.’고 해석을 하면 될까?”
“안 될 것은 없겠는데, 의미하는 바가 궁금하군. 토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화생토(火生土)에 대한 것으로 봐야 하겠는데, 토가 많으면 토다화회(土多火晦)의 현상을 염려했단 말인가?”
“당연하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겠지? 그런데 이것은 오행의 관점으로 본다면 다소 불합리한 면이 있는걸.”
“그건 또 무슨 뜻인가?”
“즉, 오행의 다섯 중에 하나와 같은 작용으로 말하는 오분지일(五分之一)로 보지 말라는 경계의 뜻이 내비친단 말이네.”
“오~! 우창의 통찰력(統察力)이 예리한 걸~!”
“그렇다면, 동의하시는 가?”
“당연하지. 말이 되니까. 하하~!”
“그렇다면 토를 토양으로 보고 병은 태양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어떻게?”
“땅이 아무리 넓어도 태양의 힘은 덜하거나 넘치지 않고 그대로 모두가 만족할 만큼의 햇살을 쪼여준단 말이지.”
“듣고 보니까 과연 그렇겠네. 그게 맞겠는걸.”
“아마도, 사람들은 병(丙)을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한 글자로만 보지 말고 병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관찰하라는 의미란 말이지.”
가만히 듣고 있는 조은령이 끼어들었다.
“진싸부~! 정말 멋진 말씀을 하시니 오늘따라 더욱 늠름해 보이시는걸요. 호호~!”
“격려(激勵)를 해 주시니 고맙네. 하하~!”
“그렇다면 다음 구절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살펴보자고.”
“다음은 ‘수창현절’이로군. 풀이를 해 보면, ‘물이 미쳐서 날뛰어도 절개를 나타낸다.’는 뜻이네.”
“아, 맞는 말이었군. 우창의 말이 맞아.”
“그래? 고월은 뭘 생각하셨기에?”
“토양이 아무리 넓어도 빛을 아끼지 않고, 눈보라가 아무리 몰아쳐도 굴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이런 경우의 병(丙)은 이 땅에서 보는 좁은 의미의 화(火)가 아니라 우주적인 관점에서 논하는 태양이라는 말이란 거지.”
“하긴,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해석에는 오해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겠군.”
“병(丙)을 빛으로 본 하충 선생의 통찰력으로 인해서 우리가 적천수에 담아놓은 경도 스승님의 의도를 제대로 찾아 낼 수 있는 것 같네.”
조은령이 다시 말을 했다.
“두 싸부~! 원래 태양의 화(火)를 상화(相火)라고도 해요.”
“상화(相火)?”
고월이 처음 듣는다는 듯이 반문을 했다. 그것을 본 조은령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예, 상화는 군화(君火)에 대응하는 의미거든요.”
우창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미 반도봉에서 언뜻 들었지만 고월을 위해서 짐짓 처음 듣는 듯이 말했다.
“군화? 군화라면 군주(君主)와 재상(宰相)의 관계에 속하는 화(火)라는 뜻인가?”
“정말, 진싸부의 두뇌 회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와요~! 호호~!”
“그런데 태양이 상화면 군화는 무엇이지?”
“진싸부, 태양은 일 년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이 여름이잖아요.”
“당연하지.”
“더구나 삼복(三伏)의 폭염(暴炎)을 특히 상화라고 하거든요.”
“아, 그것도 의학서에 나오는 이야기인가?”
“오운육기(五運六氣)에서 논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삼복더위는 상화라고 한다면 군화는 무엇이지?”
“인체의 화(火)를 말하죠.”
“아, 체온 말인가?”
“당연하죠.”
“그래? 허공의 태양에 비한다면 작기만 한 신체의 체온이 군왕에 해당하는 화(火)라는 의미는 아닐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이세요?”
“왜? 내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당연하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호호~!”
“무슨 뜻이지? 쉽게 설명을 해 줘봐.”
“이것은 경(庚)을 자아(自我)로 보는 것과 같은 맥락(脈絡)이라는 것을 요즘 공부를 통해서 이해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외우기만 했거든요.”
“오호~! 그러니까 령아의 말은, 자신의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므로 제왕(帝王)이나 군왕(群王)이라고 할 만하다는 이야기로군. 그런가?”
“맞아요. 하늘의 태양이 마무리 뜨겁다고 해도 내 몸의 심장에서 내뿜는 열이 식어버린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바위나 초목과 같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맞아~! 그렇게 설명을 해주니까 비로소 이해가 되는군. 고마워~!”
“아니, 진싸부~!”
“왜?”
“두 분은 이야기해도 고맙다고 하지 않으시면서 령아가 한마디 거들면 고맙다고 그러시네요.”
“아, 그야 고마우니까 그러지.”
“왜 고맙다고 생각을 하시냔 말이에요. 그냥 같이 공부하는 벗이라고 생각을 해 주심 안 돼요?”
“어? 그런가? 하하하~! 미안하게 되었군. 알았네! 알았어~!”
그러자 고월도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에 대해서는 반성을 해야 하겠는걸. 알았어. 하하~!”
“알았죠? 이젠 저도 연구회(硏究會)의 일원으로 끼워주시는 거예요~!”
“당연하지. 하하~!
화제를 전환할 겸해서 조은령이 말했다.
“그런데 가장 더운 계절의 여름을 왜 삼복(三伏)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뭐가 세 번 엎드린단 말이죠?”
“그러게. 고월? 그건 무슨 뜻인가?”
“그것은 역서(曆書)를 보면 알 수가 있다네.”
“설명을 좀 해 줘보게. 나도 의미는 잘 몰랐는걸. 막상 령아로 인해서 그게 무슨 뜻이었나 싶군.”
“간단한 이야기라네. 하지(夏至)는 알지?”
고월의 말을 조은령이 말을 받았다.
“그야 하루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날이잖아요?”
“물론이네. 하지로부터 세 번째로 돌아오는 경(庚)일이 초복(初伏)이 된다네.”
“옙~? 여기에서도 경(庚)이 나오나요?”
“고인들이 우연히 되는대로 만든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네. 하하~!”
“그래서요? 중복(中伏)은 또 그다음의 경(庚)일인가요?”
“정답~! 하하~!”
“알고 보니 참 쉽네요. 그럼 다시 그다음 경이 말복(末伏)이 되겠군요. 맞죠?”
“그런 조건이 붙어 있다네.”
“참 그냥 넘어가는 것이 없네요. 제대로 한 건을 하는가 보다 했는데요. 호호~!”
“말복은 입추(立秋)를 보고 결정한다네.”
“입추는 신월(申月)이라는 의미잖아요?”
“그렇지. 입추가 지나고 나서 첫 번째로 들어오는 경일을 말복으로 정했다네.”
“그렇다면 초복과 중복의 사이는 10일 만에 돌아오지만 중복에서 말복 사이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단 말인가요?”
“맞아~! 그래서 입추가 길어지면 늦더위가 심하다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20일 만에 삼복이 끝나게 되어있다네.”
“알고 보니 재미있네요. 그런데 ‘엎드린다’는 것은 경(庚)을 말한 것일까요? 글자로 봐서는 인(亻)변에 개견(犬)이 있는 걸로 봐서 복날에는 개를 잡아서 먹으면서 더위를 이겼다는 말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게 해석을 해도 되겠지.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개를 의미하는 술일(戌日)을 복날로 삼지 않고, 경일(庚日)을 복으로 삼았는지를 알고 보면 수준이 낮은 일반인들의 지레짐작으로 봐도 되겠지?”
“일리가 있네요. 개를 먹었다는 의미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느라고 그랬을 수도 있겠어요. 호호~!”
“경(庚)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병(丙)인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히 간지(干支)의 이치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은 명백(明白)하겠지?”
“맞아요~! 그게 더 좋겠어요. 령아도 앞으로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우창도 고월의 해박함에 대해서 박수쳤다.
“오호~!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귀한 가르침을 들었네. 하하~!”
“자, 그렇다면 다음 구절을 살펴볼까?”
“그러지. ‘호마견향’은 ‘호랑이, 말, 개의 고향’이라네. 이것은 물론 지지(地支)의 동물 속성(屬性)을 말한 것이겠지?”
“이제 그러한 것도 저절로 보이는 모양이군. 하하~!”
“당연하지~! 배웠으면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하~!”
“맞았네. 다음은?”
“다음 ‘갑래성멸’은 ‘갑(甲)이 오면 소멸(燒滅)하게 되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로 보이는데? 어떤가?”
“그 말이로군. 인오술(寅午戌)은 화국(火局)이라고 하는 설이 있다네. 지지(地支)의 삼합(三合)을 말하는 것이라네.”
“지지에도 합이 있단 말인가?”
“아마도 인오(寅午)가 만나면 목생화(木生火)가 되고 술토(戌土)도 조열(燥熱)한 토양이다 보니까 서로 만나면 갑목을 불태운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무난할 듯싶군.”
“이것도 간합(干合)처럼 서로 만나면 다른 오행으로 변한다고 하는 이론인가?”
“맞아. 이론의 구조는 비슷하네.”
“실상(實相)은 어떤가?”
“무슨 실상 말인가?”
“무슨 실상이냐니? 말이 되는지를 묻는 것이지 뭐긴 뭐겠나?”
“아, 그건 생각할 나름이라고 보네. 적어도 경도 스승님은 그렇게 생각을 하셨다고 보는 정도로 넘어가도 되겠지.”
“아, 그래? 그렇다면 고월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들려줘야지~!”
“내 소견으로는 삼합론(三合論)은 풍수학(風水學)에서 들어온 이론이라고 보는 관점이기는 하네. 그렇지만 다들 그렇다고 하는데 혼자서 아니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어서 그냥 내버려 두고 논하지 않는 것뿐이라네.”
“그러니까 말이네. 그게 중요하단 거지. 내가 이러한 글을 보면서 어떻게 삼합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일은 사소한 것이 아니란 말이지.”
“이에 대해서 하충 선생은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으니 다음에 경순형님을 만나거든 한 번 여쭤보도록 하세.”
“알았네. 그런데 풍수에서는 그런 말을 사용한다는 건가?”
“당연하지. 그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네.”
“그렇다면, 공간적인 관점으로는 삼합도 유효하나 시간적인 관점에서는 크게 비중이 없다고 보면 어떨까?”
“어디 우창의 이야기를 들어보세나.”
“갑자년 다음에는 을축년이 되고, 을축년 다음에는 병인년이 되지 않는가?”
“당연하지.”
“병인, 정묘, 무진, 기사를 지나면 비로소 경오가 들어오는데. 어떻게 이들이 합을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네.”
“그런데, 합은 월, 일, 시와 같이 보고 논하는 것이기는 하네. 그러니까 서로 다른 흐름이지만 그것이 같은 공간의 사주에서 만나게 된다면 인오술의 세 글자를 화국(火局)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냔 이야기지.”
“여하튼 그러한 논리가 있다는 것만 알아두는 것으로는 별문제가 안 생기겠지?”
“여부가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된다네.”
“이렇게 되고 보니 병화에 대한 형상(形象)과 역할(役割)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걸.”
“이제 겨우 갑을병에 대해서 이해를 했으니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네. 천천히 정진해 보세.”
조은령도 한마디 했다.
“정말 명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 줄을 미처 몰랐네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사람을 척 보면 술술술~ 풀이를 할 수가 있는 수준이 되도록 하고 싶어요. 열심히 가르쳐 주세요. 두 분 싸부님들~! 호호호~!”
“물론이지. 서로 같이 배우는 공부인 걸~!”
고월의 말에 조은령은 웃으면서 포권으로 답했다.
6. 병화(丙火)의 지혜(智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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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병화(丙火)에 대한 적천수의 설명에서 빛과 지혜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될 것인지를 생각하다보니 뭔가 머릿속에 번쩍~!하는 광채(光彩)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고월의 판단이 참 멋지군. 지혜의 빛이 병(丙)이고 그 빛은 어리석은 주인공을 깨닫게 한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빛이 밝아도 참으로 어리석은 탐욕의 인간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생각조차도 해 보게 되는걸.”
“그래서 맹렬하다는 것이 아니겠느냔 말이지.”
“지혜와 맹렬함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지혜는 번갯불 같고 백천일월(百千日月)이 동시에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은 것이니 이보다 더 맹렬할 수도 없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그래서 경도 스승님도 지혜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까, 병화에 대해서 우대권(優待券)을 제공한 것이 아닐까?”
“아, 일리가 있겠는걸. 지혜를 존중했다는 걸로 이해를 한다면 말이지.”
우창도 병화맹렬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고서는 다음 구절로 눈을 돌렸다. 고월이 재촉했다.
“우창, 다음엔 뭐라고 되어있지?”
“다음은 ‘토중성자’라고 했네. ‘토(土)가 많으니 자애로움을 이루게 된다.’고 해석을 하면 될까?”
“안 될 것은 없겠는데, 의미하는 바가 궁금하군. 토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화생토(火生土)에 대한 것으로 봐야 하겠는데, 토가 많으면 토다화회(土多火晦)의 현상을 염려했단 말인가?”
“당연하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겠지? 그런데 이것은 오행의 관점으로 본다면 다소 불합리한 면이 있는걸.”
“그건 또 무슨 뜻인가?”
“즉, 오행의 다섯 중에 하나와 같은 작용으로 말하는 오분지일(五分之一)로 보지 말라는 경계의 뜻이 내비친단 말이네.”
“오~! 우창의 통찰력(統察力)이 예리한 걸~!”
“그렇다면, 동의하시는 가?”
“당연하지. 말이 되니까. 하하~!”
“그렇다면 토를 토양으로 보고 병은 태양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어떻게?”
“땅이 아무리 넓어도 태양의 힘은 덜하거나 넘치지 않고 그대로 모두가 만족할 만큼의 햇살을 쪼여준단 말이지.”
“듣고 보니까 과연 그렇겠네. 그게 맞겠는걸.”
“아마도, 사람들은 병(丙)을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한 글자로만 보지 말고 병은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으로 관찰하라는 의미란 말이지.”
가만히 듣고 있는 조은령이 끼어들었다.
“진싸부~! 정말 멋진 말씀을 하시니 오늘따라 더욱 늠름해 보이시는걸요. 호호~!”
“격려(激勵)를 해 주시니 고맙네. 하하~!”
“그렇다면 다음 구절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살펴보자고.”
“다음은 ‘수창현절’이로군. 풀이를 해 보면, ‘물이 미쳐서 날뛰어도 절개를 나타낸다.’는 뜻이네.”
“아, 맞는 말이었군. 우창의 말이 맞아.”
“그래? 고월은 뭘 생각하셨기에?”
“토양이 아무리 넓어도 빛을 아끼지 않고, 눈보라가 아무리 몰아쳐도 굴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이런 경우의 병(丙)은 이 땅에서 보는 좁은 의미의 화(火)가 아니라 우주적인 관점에서 논하는 태양이라는 말이란 거지.”
“하긴,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해석에는 오해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겠군.”
“병(丙)을 빛으로 본 하충 선생의 통찰력으로 인해서 우리가 적천수에 담아놓은 경도 스승님의 의도를 제대로 찾아 낼 수 있는 것 같네.”
조은령이 다시 말을 했다.
“두 싸부~! 원래 태양의 화(火)를 상화(相火)라고도 해요.”
“상화(相火)?”
고월이 처음 듣는다는 듯이 반문을 했다. 그것을 본 조은령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예, 상화는 군화(君火)에 대응하는 의미거든요.”
우창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미 반도봉에서 언뜻 들었지만 고월을 위해서 짐짓 처음 듣는 듯이 말했다.
“군화? 군화라면 군주(君主)와 재상(宰相)의 관계에 속하는 화(火)라는 뜻인가?”
“정말, 진싸부의 두뇌 회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와요~! 호호~!”
“그런데 태양이 상화면 군화는 무엇이지?”
“진싸부, 태양은 일 년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이 여름이잖아요.”
“당연하지.”
“더구나 삼복(三伏)의 폭염(暴炎)을 특히 상화라고 하거든요.”
“아, 그것도 의학서에 나오는 이야기인가?”
“오운육기(五運六氣)에서 논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삼복더위는 상화라고 한다면 군화는 무엇이지?”
“인체의 화(火)를 말하죠.”
“아, 체온 말인가?”
“당연하죠.”
“그래? 허공의 태양에 비한다면 작기만 한 신체의 체온이 군왕에 해당하는 화(火)라는 의미는 아닐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이세요?”
“왜? 내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당연하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호호~!”
“무슨 뜻이지? 쉽게 설명을 해 줘봐.”
“이것은 경(庚)을 자아(自我)로 보는 것과 같은 맥락(脈絡)이라는 것을 요즘 공부를 통해서 이해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외우기만 했거든요.”
“오호~! 그러니까 령아의 말은, 자신의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므로 제왕(帝王)이나 군왕(群王)이라고 할 만하다는 이야기로군. 그런가?”
“맞아요. 하늘의 태양이 마무리 뜨겁다고 해도 내 몸의 심장에서 내뿜는 열이 식어버린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바위나 초목과 같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맞아~! 그렇게 설명을 해주니까 비로소 이해가 되는군. 고마워~!”
“아니, 진싸부~!”
“왜?”
“두 분은 이야기해도 고맙다고 하지 않으시면서 령아가 한마디 거들면 고맙다고 그러시네요.”
“아, 그야 고마우니까 그러지.”
“왜 고맙다고 생각을 하시냔 말이에요. 그냥 같이 공부하는 벗이라고 생각을 해 주심 안 돼요?”
“어? 그런가? 하하하~! 미안하게 되었군. 알았네! 알았어~!”
그러자 고월도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에 대해서는 반성을 해야 하겠는걸. 알았어. 하하~!”
“알았죠? 이젠 저도 연구회(硏究會)의 일원으로 끼워주시는 거예요~!”
“당연하지. 하하~!
화제를 전환할 겸해서 조은령이 말했다.
“그런데 가장 더운 계절의 여름을 왜 삼복(三伏)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뭐가 세 번 엎드린단 말이죠?”
“그러게. 고월? 그건 무슨 뜻인가?”
“그것은 역서(曆書)를 보면 알 수가 있다네.”
“설명을 좀 해 줘보게. 나도 의미는 잘 몰랐는걸. 막상 령아로 인해서 그게 무슨 뜻이었나 싶군.”
“간단한 이야기라네. 하지(夏至)는 알지?”
고월의 말을 조은령이 말을 받았다.
“그야 하루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날이잖아요?”
“물론이네. 하지로부터 세 번째로 돌아오는 경(庚)일이 초복(初伏)이 된다네.”
“옙~? 여기에서도 경(庚)이 나오나요?”
“고인들이 우연히 되는대로 만든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네. 하하~!”
“그래서요? 중복(中伏)은 또 그다음의 경(庚)일인가요?”
“정답~! 하하~!”
“알고 보니 참 쉽네요. 그럼 다시 그다음 경이 말복(末伏)이 되겠군요. 맞죠?”
“그런 조건이 붙어 있다네.”
“참 그냥 넘어가는 것이 없네요. 제대로 한 건을 하는가 보다 했는데요. 호호~!”
“말복은 입추(立秋)를 보고 결정한다네.”
“입추는 신월(申月)이라는 의미잖아요?”
“그렇지. 입추가 지나고 나서 첫 번째로 들어오는 경일을 말복으로 정했다네.”
“그렇다면 초복과 중복의 사이는 10일 만에 돌아오지만 중복에서 말복 사이는 더 길어질 수도 있단 말인가요?”
“맞아~! 그래서 입추가 길어지면 늦더위가 심하다고 하고, 그렇지 않으면 20일 만에 삼복이 끝나게 되어있다네.”
“알고 보니 재미있네요. 그런데 ‘엎드린다’는 것은 경(庚)을 말한 것일까요? 글자로 봐서는 인(亻)변에 개견(犬)이 있는 걸로 봐서 복날에는 개를 잡아서 먹으면서 더위를 이겼다는 말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게 해석을 해도 되겠지.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개를 의미하는 술일(戌日)을 복날로 삼지 않고, 경일(庚日)을 복으로 삼았는지를 알고 보면 수준이 낮은 일반인들의 지레짐작으로 봐도 되겠지?”
“일리가 있네요. 개를 먹었다는 의미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느라고 그랬을 수도 있겠어요. 호호~!”
“경(庚)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병(丙)인 것을 보면 이것은 분명히 간지(干支)의 이치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은 명백(明白)하겠지?”
“맞아요~! 그게 더 좋겠어요. 령아도 앞으로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우창도 고월의 해박함에 대해서 박수쳤다.
“오호~!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귀한 가르침을 들었네. 하하~!”
“자, 그렇다면 다음 구절을 살펴볼까?”
“그러지. ‘호마견향’은 ‘호랑이, 말, 개의 고향’이라네. 이것은 물론 지지(地支)의 동물 속성(屬性)을 말한 것이겠지?”
“이제 그러한 것도 저절로 보이는 모양이군. 하하~!”
“당연하지~! 배웠으면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하~!”
“맞았네. 다음은?”
“다음 ‘갑래성멸’은 ‘갑(甲)이 오면 소멸(燒滅)하게 되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로 보이는데? 어떤가?”
“그 말이로군. 인오술(寅午戌)은 화국(火局)이라고 하는 설이 있다네. 지지(地支)의 삼합(三合)을 말하는 것이라네.”
“지지에도 합이 있단 말인가?”
“아마도 인오(寅午)가 만나면 목생화(木生火)가 되고 술토(戌土)도 조열(燥熱)한 토양이다 보니까 서로 만나면 갑목을 불태운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무난할 듯싶군.”
“이것도 간합(干合)처럼 서로 만나면 다른 오행으로 변한다고 하는 이론인가?”
“맞아. 이론의 구조는 비슷하네.”
“실상(實相)은 어떤가?”
“무슨 실상 말인가?”
“무슨 실상이냐니? 말이 되는지를 묻는 것이지 뭐긴 뭐겠나?”
“아, 그건 생각할 나름이라고 보네. 적어도 경도 스승님은 그렇게 생각을 하셨다고 보는 정도로 넘어가도 되겠지.”
“아, 그래? 그렇다면 고월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들려줘야지~!”
“내 소견으로는 삼합론(三合論)은 풍수학(風水學)에서 들어온 이론이라고 보는 관점이기는 하네. 그렇지만 다들 그렇다고 하는데 혼자서 아니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어서 그냥 내버려 두고 논하지 않는 것뿐이라네.”
“그러니까 말이네. 그게 중요하단 거지. 내가 이러한 글을 보면서 어떻게 삼합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일은 사소한 것이 아니란 말이지.”
“이에 대해서 하충 선생은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모르겠으니 다음에 경순형님을 만나거든 한 번 여쭤보도록 하세.”
“알았네. 그런데 풍수에서는 그런 말을 사용한다는 건가?”
“당연하지. 그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네.”
“그렇다면, 공간적인 관점으로는 삼합도 유효하나 시간적인 관점에서는 크게 비중이 없다고 보면 어떨까?”
“어디 우창의 이야기를 들어보세나.”
“갑자년 다음에는 을축년이 되고, 을축년 다음에는 병인년이 되지 않는가?”
“당연하지.”
“병인, 정묘, 무진, 기사를 지나면 비로소 경오가 들어오는데. 어떻게 이들이 합을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네.”
“그런데, 합은 월, 일, 시와 같이 보고 논하는 것이기는 하네. 그러니까 서로 다른 흐름이지만 그것이 같은 공간의 사주에서 만나게 된다면 인오술의 세 글자를 화국(火局)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냔 이야기지.”
“여하튼 그러한 논리가 있다는 것만 알아두는 것으로는 별문제가 안 생기겠지?”
“여부가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된다네.”
“이렇게 되고 보니 병화에 대한 형상(形象)과 역할(役割)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걸.”
“이제 겨우 갑을병에 대해서 이해를 했으니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네. 천천히 정진해 보세.”
조은령도 한마디 했다.
“정말 명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 줄을 미처 몰랐네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사람을 척 보면 술술술~ 풀이를 할 수가 있는 수준이 되도록 하고 싶어요. 열심히 가르쳐 주세요. 두 분 싸부님들~! 호호호~!”
“물론이지. 서로 같이 배우는 공부인 걸~!”
고월의 말에 조은령은 웃으면서 포권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