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 7. 내성(內性)이 소융(消融)한 정화(丁火)

작성일
2017-02-1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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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7. 내성(內性)이 소융(消融)한 정화(丁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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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경도 스승님의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걸.”

우창의 감탄에 고월도 동의했다.

“말인둥~! 이렇게 같이 보물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즐기다니.”

“두 싸부님, 다음 구절이 더 궁금해졌어요. 어서 풀이를 해 주셔 봐요~!”

이제는 조은령이 더 달아올라서 다음 구절에 관심 갖는 것을 보면서 미소를 짓던 우창이 다음 구절을 읽었다.

 

화유중 내성소융(丁火柔中 內性昭融)

포을이효 합임이충(抱乙而孝 合壬而忠)

왕이불렬 쇠이불궁(旺而不烈 衰而不窮)

여유적모 가추가동(如有嫡母 可秋可冬)

 

정화(丁火)는 유연(柔軟)하고 중심이 있으며

내성적(內省的)인 성향(性向)이 뚜렷하고 밝다.

 

을목(乙木)을 감싸서 효도(孝道)하고

임수(壬水)와 결합(結合)하여 충성(忠誠)한다.

 

왕성(旺盛)해도 치열(熾烈)하지 않고

쇠약(衰弱)해도 궁색(窮塞)하지 않다.

 

을목(乙木)과 함께 있다면

가을과 겨울도 모두 문제없다.

 

고월이 우창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 물었다.

“정(丁)은 중심(中心)이 유연(柔軟)하다는 뜻인가?”

“그렇게 봐도 되겠네. 다만 불꽃을 생각해 보면 특별히 중심뿐만이 아니라 전체가 다 흔들리면서 타는 것을 보면 중심만 유연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하겠는걸.”

“아마도 유연하다는 말로만 보면 되겠네. ‘유연한 중에도’라고 하면 될 것 같은걸.”

“유(柔)는 ‘을목수유’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라고 봐서 음화(陰火)라는 것을 강조하는 정도로만 봐도 되겠어.”

“다음 구절은 어떻게 해석하지?”

“다음은 ‘내성소융’이라. ‘내면(內面)의 성품(性品)이 밝고 융화(融和)한다’는 뜻이로군. 이것은 병(丙)의 외향(外向)과 상대적(相對的)인 의미로 보면 되겠네.”

“그러니까 화(火)의 음양(陰陽)에 대한 차이점(差異點)을 설명한 것이었단 말이로군.”

고월이 소융의 두 글자를 짚으면서 말을 이었다.

“정(丁)의 바탕은 ‘안에 있는 본성이 뚜렷하고 융화한다는 것’으로 봐서 소융의 두 글자에 핵심이 있는 것으로 보이네.”

그 말에 우창도 고개를 끄덕였다.

“병(丙)을 지혜로 봤다면 정(丁)은 그 지혜가 속에 녹아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도 되겠어.”

그러자, 조은령이 다시 나섰다.

“아마도 음에서 양이 나온다는 기본을 대입한다면, 정(丁)의 내성소융에서 병(丙)의 맹렬한 지혜가 쏟아져 나온다고 봐도 되겠는걸요.”

“오, 그것도 살펴볼 만한 내용인걸. 아주 좋아~!”

우창의 동의에 고월이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오행에서 화의 역할은 지혜를 관장(管掌)하는 것으로 봐도 무리가 없겠네.”

“내성소융이라는 말은 참으로 매력적인걸. 어두운 밤길에 등불을 켜서 들고 가는 그림이 떠올랐는데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을 의지하여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는 의미도 되지 않겠나?”

“아하~! 그래서 정(丁)을 등화(燈火)라고도 하고 촛불이라고도 하는 것이 아닐까요?”

“맞아~!”

우창이 맞장구를 치자 고월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촛불이니 등불이니 하는 명칭이 본질은 아닐 텐데 강호의 술사들은 그것을 정화의 본질로 보기도 한다는 것이 안타깝군.”

“맞는 말이네. ‘정(丁)은 촛불’이라고 고정(固定)시켜버린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이 굳어버리니까 더 이상 넓은 생각을 하는데 장애물이 될 뿐이라는 이야기야.”

“우리라도 제대로 알고 있으면 되지 뭐. 어차피 모두 다를 가르칠 수는 없으니까 저마다 그렇게 알고 살다가 가는 거라고 봐. 하하~!”

“그러니까,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 누리는 것이란 말인가?”

“당연하지~! 다음 구절로 넘어가 볼까?”

“그러지.”

“다음은 ‘포을이효’로군. ‘을(乙)을 감싸고 효도(孝道)한다’는 말인가?”

“을(乙)을 감싼다는 것은 을(乙)이 몸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지켜주는 체온(體溫)과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오, 그것참 기발한 생각인걸~!”

“말이 된단 것이지?”

“되고 말고지. 어떤 생각이라도 다 가능하니까. 하하~!”

“효도(孝道)한다는 것은 을(乙)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신(辛)이기 때문에 화극금(火剋金)으로 극한다는 의미일 테지?”

“일리는 있지만 유독 정(丁)에게 효도(孝道)를 운운하는 것은 아무래도 또 다른 뜻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무슨 말이지?”

“생각해 보게. 을(乙)은 기(己)를 극해서 계(癸)를 보호할 것이고, 병(丙)은 경(庚)을 극해서 갑(甲)을 보호할 것이란 말이지. 그런데 유독 정(丁)에게만 효도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거야.”

“오호~! 듣고 보니 과연 그렇군. 그렇다면 정(丁)과 을(乙)의 사이에 신(辛)의 작용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게는 걸.”

“신(辛)은 흑체(黑體)라고 했으니까 여기에서부터 풀어볼까? 흑체이지만 어리석음의 탐욕일 수도 있겠지.”

조은령이 다시 자기 의견을 말했다.

“앗~! 알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조은령을 바라봤다. 또 무슨 기발(奇拔)한 이야기를 하려나 싶은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몸의 이야기가 나오면 아무래도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단 말이에요. 안다는 것이 이렇게도 서로 소통을 할 암시를 갖고 있는 것인가 봐요.”

“그래서? 뜸 들이지 말고 얼른 이야기를 해 봐.”

아무래도 성급한 고월이 재촉한다.

“임싸부는 왜 그렇게도 성격이 급하세요?”

“아, 내가 병(丙)이잖아. 하하~!”

“그럼 령아는 뭐죠?”

“그야 사주를 찾아보면 알 일이겠지.”

“그러셨구나. 호호~!”

“령아가 알았다는 것이 뭐지?”

“원래 몸은 올바른 정신이 다스려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겠지. 그래서?”

“신(辛)은 탐욕이고 욕망이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지 할 수가 있는 존재란 말이에요.”

“옳지~!”

고월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추임새를 넣어주니 조은령도 신이 나서 더욱 열변을 토한다.

“생각해 보세요. 원래 몸은 밤에 잠을 자야하는 것인데, 탐욕에 사로잡혀서 물욕을 채우려고 허둥대느라고 잠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맞아~!”

이번에는 우창이 장단을 맞췄다. 가끔은 조은령의 기발한 생각이 기특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성소융한 정(丁)이 신(辛)의 탐욕을 눌러서 을에게 편안한 밤이 되도록 해 준다면 이것이야말로 효도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호~! 그런 멋진 생각을 어떻게 할 수가 있지?”

우창이 동의하자, 고월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을 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되어서였다.

“유독 정(丁)이 효도할 수가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니까 딱 이 장면이 떠올랐지 뭐예요. 그런데 두 싸부님들이 동의를 해 주시니 저도 제가 기특해요. 호호호~!”

이렇게 너스레를 떨면서 자신의 머리가 기특하다는 듯이 쓸어주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본 두 사람도 같이 웃었다.

“하하~! 암, 쓰다듬어줘도 될 머리야.”

“그렇고말고~! 하하~!”

“그럼 다음 구절을 설명해 주세요.”

우창은 조은령의 말에 다음 구절을 읽으면서 풀이를 했다.

“다음은, ‘합임이충’네. ‘임(壬)과 합(合)하여 충신(忠臣)이 된다’는 뜻이로군. 그렇다면 임(壬)이 임금이란 의미가 되는 건가?”

“그렇겠지.”

“합에 대해서는 황제내경에 나온 것이라고, 령아가 알려줬으니 이해가 되겠지만 왜 충신이 된다는 것인지는 고월이 도와주셔야 하겠는걸.”

“아마도, 정임(丁壬)이 합하면, 화목(化木)하여 목극토(木剋土)를 한다는 의미로 쓴 것일 수도 있겠지.”

“정임이 합하면 목이 된단 말인가?”

“그런 뜻이 아니고서야 임(壬)을 보호할 방법이 무엇이겠는지를 알 방법이 안 떠올라서 말이네.”

“그렇다면 경도 스승님은 합화(合化)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셨다는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군.”

“두 싸부~! 자꾸 나서는 것이 좀 경망스럽기는 하지만, 이것도 앞의 을(乙)과 마찬가지로 신(辛)을 극하는 의미로 볼 수는 없을까요?”

“어떻게?”

“임(壬)은 궁리하는 성분이라고 했는데, 궁리가 탐욕스러운 방향으로 진행이 된다면 결국은 흑도(黑道)의 고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신(神)의 뜻을 저버리게 되면 망치게 될 수가 있잖아요?”

그 말을 듣고 고월이 손뼉을 쳤다.

“아니, 왜 나는 그 생각을 못 했지? 기가 막힌 궁리네. 그래서?”

“임싸부~! 령아가 아무래도 도를 통했나 봐요. 어쩌면 이야기를 듣는 순간에 이러한 판단이 마구 샘솟는 것일까요? 호호호~!”

“그렇다면 탐욕을 다스리는 것으로는 내재되어 있는 지혜가 최선(最善)이란 이야기가 되는걸.”

“맞는 말이네. 고월의 이야기와 령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결론은 탐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정(丁)의 존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이겠어.”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다시 고월이 생각의 실마리를 풀어보기 위해서 살짝 비틀어서 말했다.

“아, 근데, 임(壬)과 합(合)한다는 의미는 괜한 것으로 봐야 할까? 합해서 목(木)이 된다고 할 것이라면 무(戊)를 견제한 것이지만, 단순히 궁리의 방향에서 올바르지 못한 궁리로 가는 것을 막는다면 정임합의 의미는 필요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하겠단 말이지.”

“경도 스승님의 의사는 어땠는지 헤아릴 길이 없지만 어쩌면 그 당시의 관점에서는 화목(化木)하여 무(戊)가 임(壬)을 극하는 것에 대한 방지만을 생각했을 수도 있겠네. 그러나 적어도 이러한 글귀로 인연하여 신(辛)에 대한 부작용을 막을 수가 있다는 것도 알았으니 그만하면 만족스럽군.”

“어서 다음 구절을 봐요.”

“다음에는, ‘왕이불렬’이라네, 언뜻 느껴지는 의미로는 ‘왕성(旺盛)하더라도, 맹렬(猛烈)하지는 않다.’는 정도로 해석이 되겠는걸. 이것은 음화(陰火)라서 그렇다고 이해하면 될까?”

“음화도 음화이지만, 앞의 구절인 ‘내성소융’과 같이 보면 땅속에 있는 불덩어리로 생각을 해 보는 것은 또 어떨까?”

“땅속의 불덩어리?”

“그렇다네. 그렇게 지하에서 불덩어리가 이글거리다가 기운이 넘치면 화산(火山)이 되어서 폭발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땅이 쪼개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겠다는 것이네.”

“아, 그러고 보니 고월은 이미 이에 대해서 생각을 해 둔 것이 있었군.”

“예전에는 그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해서 무슨 뜻인지에 대한 고민했었는데, 령아의 상화(相火)와 군화(君火)의 이야기를 여기에 집어넣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네.”

“아니, 그럼 령아가 임싸부의 궁리에도 도움을 드렸단 말이죠? 호호~!”

“당연하지. 령아의 말로는 몸의 따뜻한 기운을 군화라고 했는데, 그것을 확대하면 땅속에서 움직이는 불덩어리도 해당이 되겠단 생각을 했지.”

“역시 고월은 시야(視野)가 넓군. 난 그 생각까지는 못 했는데. 하하~!”

“물론 괜히 쓸데없는 망상일 수도 있지. 왜냐면 몸의 체온(體溫)도 심장이 잠시라도 멈추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으니까 왕이불렬이라는 말이 해당한다고 봐도 되겠어.”

“한여름의 폭염(暴炎)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태워 죽이지는 않는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가 있겠는걸.”

“그것은 아마도 토양이 과다한 열을 흡수해서 조절하는 까닭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땅속의 열을 군화라고 봐도 되겠단 말이지 않은가?”

우창이 이렇게 묻자 고월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심장이 벌떡이면서 쉬지 않고 뛰듯이 이 땅도 쉬지 않고 뛴다는 생각을 해 보잔 말이지. 이것이야말로 원취저물(遠取諸物)의 이치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 멋진 생각이로군. 맞아, 멀리 땅에서 인간의 본보기를 찾는단 말이지? 놀라워~!”

“그렇다면 땅도 뜨겁지만 넘치지 않는다고 해도 되겠단 말이지?”

“안될 이유가 없으니까, 그다음의 구절은 ‘쇠약(衰弱)해도 궁색(窮塞)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아무리 바깥의 날이 추워도 땅속의 열기는 식어지지 않는다는 말로 연결이 되겠는걸. 그러니 어찌 멋지다고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

고월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두 사람을 쳐다봤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