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 3. 사람을 이해하는 명학(命學)
작성일
2017-02-0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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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3. 사람을 이해하는 명학(命學)
=======================
“맞아. 그런데 놀랍게도 역학을 연구하게 되면 그런 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라네.”
“오, 과연 무과(武科)와 연결이 되어있는 역학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군.”
“알고 보면 그러한 사정이 있는 것이라네.”
“근데, 다 같은 학문을 연구하는데도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는 모르겠는걸?”
“그야 생각을 해 보게. 병사 5천 명을 역학으로 배치를 했는데 잘못되어서 몰살(沒殺)했다면 어쩔 텐가?”
“그야말로 낭패(狼狽)로군.”
“이러한 정황으로 인해서 진검승부라는 말이 나온 것이라네.”
“오호~!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그러니 우창과 같은 온건파(穩健派)는 역학보다 명학이 어울린단 말을 하는 것이라네. 왜냐면 명학은 5천 명, 혹은 10만 명을 전쟁터에 배치하는 것을 논하는 법이 없으니까. 그야말로 평화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도학을 한다는 것이 다 같은 것인 줄만 알았지 뭔가. 오늘 고월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참으로 극과 극이로군.”
“그래서 처음에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서 제대로 된 조언이 필요하단 말이네.”
“이제야 형님에게 간절히 묻던 자네의 모습이 이해가 되네.”
“다행이군. 하하~!”
“그런데 명학은 적중(的中)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단 말인가?”
“누가 아니라고 했는가? 다만 적중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단 말이지.”
“그것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도 들려서.”
“자네는 이론(理論)과 실제(實際)라는 말을 알지?”
“알지. 이론은 이치에 따라서 논하는 것이고, 실제는 이론보다 상황에 부합되는 것을 이르는 말이 아닌가?”
“같은 도학이지만, 역학은 실제에 가깝고, 명학은 이론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네.”
“둘 중에 하나만 잘하면 된단 말인가?”
“물론, 공부를 한다는 것은 두 가지를 모두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공감을 할 만큼은 배워야지. 다만 결국 중심을 잡는 것은 이와 같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온다네.”
“명학은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가 있지만, 역학은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다면 자네는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난 맞추고 말고를 향해서 목숨을 거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걸.”
“맞아~! 그래서 명학이 인연이라는 것이라네. 그렇지만 역학을 배워서 군대를 지휘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정확한 대입은 목숨과 같은 거라네.”
“오호~! 그런 것이었군. 비로소 이해가 되었네. 하하~!”
“다행이군.”
“아하, 예전에 낙안선생이 병법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것을 봐도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던 이유가 그래서였던가 싶은 생각이 이제야 드는걸.”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오로지 명학에 매진(邁進)해 보세나.”
“당연하지. 많이 도와주시게.”
“이를 말인가. 물론 학문이란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이라네. 하하~!
“어쩌면 운산 선생께서도 자네의 이러한 면을 파악하시고는 기문둔갑을 전수하지 않고 적천수를 주셨을 수도 있겠는걸.”
“아, 그랬을 수도 있겠군.”
“참으로 대단한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갖추고 계신 기인들이네 그려~!”
“사실 나름대로 적천수를 100번도 더 읽었다네. 그래도 완전한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심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자네를 보내주셨지 뭔가.”
“내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하하~!”
“이미 통신송(通神頌)에서 자네의 능력이 발휘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군.”
“그랬나? 정말 황소 뒷걸음에 생쥐를 잡은 꼴이지 뭔가. 하하~!”
“사실, 통신송의 구절 하나하나에 몰입해서 풀이하는 것을 보고서는 제대로 공부를 할 인연을 만났다고 생각했다네.”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다행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붕우지은(朋友之恩)이로세.”
“참, 나보다 더 답답한 초보자가 있다네.”
“무슨 말인가?”
“아, 전에 말하지 않았었나. 을목~! 요 앞마당에서 거한을 한숨에 제압했던.”
“을목? 아, 그 여인 말인가? 생각났네. 어떻게 되었나?”
“말도 말게. 어찌어찌하다가 사부노릇을 하고 있다네. 하하~!”
“그래? 좋은 일이잖은가? 원래 공부는 가르치면서 진보(進步)하는 법이거든.”
“이름은 조은령이라네. 내일 같이 공부하는데 끼워줘야 할 것 같아서 미리 말을 하는 것이라네.”
“열심히 공부만 한다면 다다익선(多多益善)이지.”
“아마도 공부 인연이 있는 모양이네.”
“알았네. 같이 가는 길이 더욱 즐겁겠군. 그런데 기초가 부족하다면 이해에 어려움은 없을까 그게 걱정인걸.”
“그래서 내가 사부라지 않은가. 하하~!”
“아, 그럼 되었네. 내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세.”
“알았네. 그럼 쉬시고 내일 보자고.”
우창은 처소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조은령이 와서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고는 졸고 있다가 우창이 들어가자 화들짝 놀라서 눈을 떴다.
“어머, 싸부~! 어딜 다녀오신 거예요?”
“아, 령아가 와서 수고하셨구나. 고마워. 매번~! 하하~!”
“안색이 좋아 보여요. 무슨 일이 있었군요?”
“응, 실은 반도봉 형님께 다녀왔지.”
“혼자서요? 왜요? 같이 가지 않으시구~!”
“일행이 있었어.”
“누군데요?”
“고월이라고, 같이 연구하는 도반(道伴)이네.”
“그렇다면 공부가 상당하시겠네요?”
“당연하지, 내 스승인걸. 하하~!”
“나이는 많으시고요?”
“나와 동갑(同甲)이야.”
“그럼 령아에게도 싸부로 할래요.”
“아마도 그래야 할 거야.”
“예? 무슨 뜻이에요?”
“응, 내일부터 같이 공부하기로 했거든. 그 자리에 령아를 끼워주기로 부탁하고 오는 길이야.”
“그래요? 우와~! 기대가 돼요.”
“쳇, 수준이 안 맞아서 어떻게 따라가느냐고 걱정을 해야 하는 거 아냐?”
“걱정을 왜 해요? 싸부가 다 알려줄 텐데.”
“참 내, 천하태평이로군.”
“근데, 경순선생님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어요?”
“고월과 내 사주를 풀이해 주셨어.”
“어머, 그래요? 아잉~! 령아도 데리고 가셨어야죠~!”
“뭔 문제가 있어? 언제라도 가보면 될 것을. 하하~!”
“그래서 싸부의 사주도 풀이해 주신 거예요?”
“간단하게.”
“어떻다고 하셨어요?”
“열심히 공부나 하라고 하시더군. 하하~!”
“그게 다예요?”
“그럼 뭐가 있겠어?”
“아니, 사주를 봤으면, 결혼은 언제 하겠는지, 자녀는 얼마나 될 것인지, 돈을 많아 벌어서 잘 살 것인지 등등 물어볼 것이 한두 가지예요?”
“아, 령아는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구나.”
“그야 누구나 당연한 것이잖아요?”
“모르지, 난 전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말이지.”
“쳇, 그래요. 도인이 다 되셨네요~!”
“그런 것을 묻는 시간에 하나라도 더 외우고 익혀야지.”
“참, 내일부터 같이 공부한다는 것은 뭐예요?”
“적천수(滴天髓).”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너무 어려워서 걱정이긴 하네요.”
“사부가 있어서 걱정 안 한다며?”
“그야 말이 그렇죠~!”
“걱정하지마. 하다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야. 이미 많이 배웠잖아?”
“싸부가 공부하신다니 령아는 열 배로 열심히 해야죠.”
“그럼 내일까지 뭘 준비해야죠?”
“그러게, 육갑(六甲)이나 외워 볼라는가?”
“어떻게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는 알지?”
“왜 이러세요, 싸부. 적어도 도관의 밥이 5년이라니까요.”
“아, 미안~! 하하~!”
“근데 뭘 외워요?”
“육십갑자(六十甲子).”
“그러죠. 어떻게 하면 되지요?”
“무조건 외우면 돼.”
“뭘요?”
“따라서 해 봐.”
그렇게 말을 하고는 우창도 정확하게 모르는 것을 정리할 겸 해서 차근차근 육갑을 소리 내어 읊었다.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 정묘(丁卯), 무진(戊辰), 기사(己巳), 경오(庚午), 신미(辛未), 임신(壬申), 계유(癸酉)~!”
그러자 조은령도 열심히 따라서 입을 달싹이면서 외운다. 그것을 기다렸다가 다시 또 다음 구절을 읊었다.
“갑술(甲戌), 을해(乙亥), 병자(丙子), 정축(丁丑), 무인(戊寅), 기묘(己卯), 경진(庚辰), 신사(辛巳), 임오(壬午), 계미(癸未)~!”
“싸부~! 천천히 하세요. 그렇게 빨리하면 어떻게 따라 해요.”
“아, 그런가? 내가 마음이 좀 급했나 보네. 천천히 할게.”
“그러셔야죠. 어린 제자를 너무 혹사 시키면 안 되시죠~!”
“갑신(甲申), 을유(乙酉) 병술(丙戌), 정해(丁亥), 무자(戊子)~!”
“그렇게 해 주시니까 딱 좋아요.”
이렇게 말하면서 또 열심히 따라서 외운다.
“기축(己丑), 경인(庚寅), 신묘(辛卯), 임진(壬辰), 계사(癸巳)~!”
“근데, 그게 그거 같아서 헷갈려요.”
“처음엔 누구나 그래, 자꾸 반복해서 외워. 그렇지 않으면 내일 수업에 동참을 할 수가 없으니깐.”
“알겠어요. 너무 무섭게 그러지 마세요. 쫄잖아요. 호호호~!”
“령아가 쫄다니? 지나가는 말이 웃겠군. 하하~!”
“진짜예요~!”
“알았어. 많이 쫄면서 공부해야지. 하하~!”
“다음은요?”
“갑오(甲午), 을미(乙未), 병신(丙申), 정유(丁酉), 무술(戊戌)~!”
또 열심히 따라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이어서 외웠다.
“기해(己亥), 경자(庚子), 신축(辛丑), 임인(壬寅), 계묘(癸卯)~!”
“그것도 벅차요. 천천히 하세요.”
“서둘 것이 없어. 일단 천간과 지지를 맞추면 되는 거니까.”
“그건 알아요.”
“갑진(甲辰), 을사(乙巳), 병오(丙午), 정미(丁未), 무신(戊申), 기유(己酉), 경술(庚戌), 신해(辛亥), 임자(壬子), 계축(癸丑)~!”
“그래도 좀 낫네요. 다음은요?”
“갑인(甲寅), 을묘(乙卯), 병진(丙辰), 정사(丁巳), 무오(戊午), 기미(己未), 경신(庚申), 신유(辛酉), 임술(壬戌), 계해(癸亥)~!”
“다음은요?”
“끝~!”
“그게 다예요?”
“그래 모두 다 해서 60개야. 그래서 육십갑자(六十甲子)이고, 그것을 줄여서 육갑(六甲)이니 이것은 내일까지 열심히 외워서 아침에 만나.”
“잘 알겠어요. 내일 봬요. 싸부~!”
“그래 잘 쉬셔.”
조은령이 돌아간 다음에 우창은 조용히 앉아서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 봤다. 도학을 공부하는데도 문무(文武)로 나뉜다는 것도 놀라운 이야기였고, 사주에서 그러한 것을 읽을 수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소상하게 적어놓지 않으면 또 다음에 잊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먹을 갈아 밤이 깊도록 정리를 했다. 무엇보다도 정리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워야 고월과 더불어 막힘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아직도 기초가 부족해서 이야기를 다 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다시 육갑을 소리 내어 외웠다. 그렇게 100여 차례를 반복하니까 약간이나마 간지가 입에 붙는 것도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나씩 빠트리고 지나가기가 일쑤였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꼼꼼하게 챙기다 보니까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적천수를 배워야 할 참이니 마음도 단단히 먹고 파고들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자리에 누웠다. 문득 책상에 꽃이 한 송이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이야기에 열중하느라고 조은령이 가져다 놓았다는 것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뭔가 하나라도 배워보겠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는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궁리하고 아는 만큼을 전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3. 사람을 이해하는 명학(命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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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그런데 놀랍게도 역학을 연구하게 되면 그런 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라네.”
“오, 과연 무과(武科)와 연결이 되어있는 역학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군.”
“알고 보면 그러한 사정이 있는 것이라네.”
“근데, 다 같은 학문을 연구하는데도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는 모르겠는걸?”
“그야 생각을 해 보게. 병사 5천 명을 역학으로 배치를 했는데 잘못되어서 몰살(沒殺)했다면 어쩔 텐가?”
“그야말로 낭패(狼狽)로군.”
“이러한 정황으로 인해서 진검승부라는 말이 나온 것이라네.”
“오호~!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그러니 우창과 같은 온건파(穩健派)는 역학보다 명학이 어울린단 말을 하는 것이라네. 왜냐면 명학은 5천 명, 혹은 10만 명을 전쟁터에 배치하는 것을 논하는 법이 없으니까. 그야말로 평화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도학을 한다는 것이 다 같은 것인 줄만 알았지 뭔가. 오늘 고월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참으로 극과 극이로군.”
“그래서 처음에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서 제대로 된 조언이 필요하단 말이네.”
“이제야 형님에게 간절히 묻던 자네의 모습이 이해가 되네.”
“다행이군. 하하~!”
“그런데 명학은 적중(的中)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단 말인가?”
“누가 아니라고 했는가? 다만 적중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단 말이지.”
“그것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도 들려서.”
“자네는 이론(理論)과 실제(實際)라는 말을 알지?”
“알지. 이론은 이치에 따라서 논하는 것이고, 실제는 이론보다 상황에 부합되는 것을 이르는 말이 아닌가?”
“같은 도학이지만, 역학은 실제에 가깝고, 명학은 이론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네.”
“둘 중에 하나만 잘하면 된단 말인가?”
“물론, 공부를 한다는 것은 두 가지를 모두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공감을 할 만큼은 배워야지. 다만 결국 중심을 잡는 것은 이와 같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온다네.”
“명학은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가 있지만, 역학은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다면 자네는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난 맞추고 말고를 향해서 목숨을 거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걸.”
“맞아~! 그래서 명학이 인연이라는 것이라네. 그렇지만 역학을 배워서 군대를 지휘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정확한 대입은 목숨과 같은 거라네.”
“오호~! 그런 것이었군. 비로소 이해가 되었네. 하하~!”
“다행이군.”
“아하, 예전에 낙안선생이 병법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것을 봐도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던 이유가 그래서였던가 싶은 생각이 이제야 드는걸.”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오로지 명학에 매진(邁進)해 보세나.”
“당연하지. 많이 도와주시게.”
“이를 말인가. 물론 학문이란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이라네. 하하~!
“어쩌면 운산 선생께서도 자네의 이러한 면을 파악하시고는 기문둔갑을 전수하지 않고 적천수를 주셨을 수도 있겠는걸.”
“아, 그랬을 수도 있겠군.”
“참으로 대단한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갖추고 계신 기인들이네 그려~!”
“사실 나름대로 적천수를 100번도 더 읽었다네. 그래도 완전한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심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자네를 보내주셨지 뭔가.”
“내가 무슨 도움이 된다고. 하하~!”
“이미 통신송(通神頌)에서 자네의 능력이 발휘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군.”
“그랬나? 정말 황소 뒷걸음에 생쥐를 잡은 꼴이지 뭔가. 하하~!”
“사실, 통신송의 구절 하나하나에 몰입해서 풀이하는 것을 보고서는 제대로 공부를 할 인연을 만났다고 생각했다네.”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다행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붕우지은(朋友之恩)이로세.”
“참, 나보다 더 답답한 초보자가 있다네.”
“무슨 말인가?”
“아, 전에 말하지 않았었나. 을목~! 요 앞마당에서 거한을 한숨에 제압했던.”
“을목? 아, 그 여인 말인가? 생각났네. 어떻게 되었나?”
“말도 말게. 어찌어찌하다가 사부노릇을 하고 있다네. 하하~!”
“그래? 좋은 일이잖은가? 원래 공부는 가르치면서 진보(進步)하는 법이거든.”
“이름은 조은령이라네. 내일 같이 공부하는데 끼워줘야 할 것 같아서 미리 말을 하는 것이라네.”
“열심히 공부만 한다면 다다익선(多多益善)이지.”
“아마도 공부 인연이 있는 모양이네.”
“알았네. 같이 가는 길이 더욱 즐겁겠군. 그런데 기초가 부족하다면 이해에 어려움은 없을까 그게 걱정인걸.”
“그래서 내가 사부라지 않은가. 하하~!”
“아, 그럼 되었네. 내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가 보세.”
“알았네. 그럼 쉬시고 내일 보자고.”
우창은 처소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조은령이 와서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고는 졸고 있다가 우창이 들어가자 화들짝 놀라서 눈을 떴다.
“어머, 싸부~! 어딜 다녀오신 거예요?”
“아, 령아가 와서 수고하셨구나. 고마워. 매번~! 하하~!”
“안색이 좋아 보여요. 무슨 일이 있었군요?”
“응, 실은 반도봉 형님께 다녀왔지.”
“혼자서요? 왜요? 같이 가지 않으시구~!”
“일행이 있었어.”
“누군데요?”
“고월이라고, 같이 연구하는 도반(道伴)이네.”
“그렇다면 공부가 상당하시겠네요?”
“당연하지, 내 스승인걸. 하하~!”
“나이는 많으시고요?”
“나와 동갑(同甲)이야.”
“그럼 령아에게도 싸부로 할래요.”
“아마도 그래야 할 거야.”
“예? 무슨 뜻이에요?”
“응, 내일부터 같이 공부하기로 했거든. 그 자리에 령아를 끼워주기로 부탁하고 오는 길이야.”
“그래요? 우와~! 기대가 돼요.”
“쳇, 수준이 안 맞아서 어떻게 따라가느냐고 걱정을 해야 하는 거 아냐?”
“걱정을 왜 해요? 싸부가 다 알려줄 텐데.”
“참 내, 천하태평이로군.”
“근데, 경순선생님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어요?”
“고월과 내 사주를 풀이해 주셨어.”
“어머, 그래요? 아잉~! 령아도 데리고 가셨어야죠~!”
“뭔 문제가 있어? 언제라도 가보면 될 것을. 하하~!”
“그래서 싸부의 사주도 풀이해 주신 거예요?”
“간단하게.”
“어떻다고 하셨어요?”
“열심히 공부나 하라고 하시더군. 하하~!”
“그게 다예요?”
“그럼 뭐가 있겠어?”
“아니, 사주를 봤으면, 결혼은 언제 하겠는지, 자녀는 얼마나 될 것인지, 돈을 많아 벌어서 잘 살 것인지 등등 물어볼 것이 한두 가지예요?”
“아, 령아는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구나.”
“그야 누구나 당연한 것이잖아요?”
“모르지, 난 전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말이지.”
“쳇, 그래요. 도인이 다 되셨네요~!”
“그런 것을 묻는 시간에 하나라도 더 외우고 익혀야지.”
“참, 내일부터 같이 공부한다는 것은 뭐예요?”
“적천수(滴天髓).”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너무 어려워서 걱정이긴 하네요.”
“사부가 있어서 걱정 안 한다며?”
“그야 말이 그렇죠~!”
“걱정하지마. 하다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야. 이미 많이 배웠잖아?”
“싸부가 공부하신다니 령아는 열 배로 열심히 해야죠.”
“그럼 내일까지 뭘 준비해야죠?”
“그러게, 육갑(六甲)이나 외워 볼라는가?”
“어떻게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는 알지?”
“왜 이러세요, 싸부. 적어도 도관의 밥이 5년이라니까요.”
“아, 미안~! 하하~!”
“근데 뭘 외워요?”
“육십갑자(六十甲子).”
“그러죠. 어떻게 하면 되지요?”
“무조건 외우면 돼.”
“뭘요?”
“따라서 해 봐.”
그렇게 말을 하고는 우창도 정확하게 모르는 것을 정리할 겸 해서 차근차근 육갑을 소리 내어 읊었다.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 정묘(丁卯), 무진(戊辰), 기사(己巳), 경오(庚午), 신미(辛未), 임신(壬申), 계유(癸酉)~!”
그러자 조은령도 열심히 따라서 입을 달싹이면서 외운다. 그것을 기다렸다가 다시 또 다음 구절을 읊었다.
“갑술(甲戌), 을해(乙亥), 병자(丙子), 정축(丁丑), 무인(戊寅), 기묘(己卯), 경진(庚辰), 신사(辛巳), 임오(壬午), 계미(癸未)~!”
“싸부~! 천천히 하세요. 그렇게 빨리하면 어떻게 따라 해요.”
“아, 그런가? 내가 마음이 좀 급했나 보네. 천천히 할게.”
“그러셔야죠. 어린 제자를 너무 혹사 시키면 안 되시죠~!”
“갑신(甲申), 을유(乙酉) 병술(丙戌), 정해(丁亥), 무자(戊子)~!”
“그렇게 해 주시니까 딱 좋아요.”
이렇게 말하면서 또 열심히 따라서 외운다.
“기축(己丑), 경인(庚寅), 신묘(辛卯), 임진(壬辰), 계사(癸巳)~!”
“근데, 그게 그거 같아서 헷갈려요.”
“처음엔 누구나 그래, 자꾸 반복해서 외워. 그렇지 않으면 내일 수업에 동참을 할 수가 없으니깐.”
“알겠어요. 너무 무섭게 그러지 마세요. 쫄잖아요. 호호호~!”
“령아가 쫄다니? 지나가는 말이 웃겠군. 하하~!”
“진짜예요~!”
“알았어. 많이 쫄면서 공부해야지. 하하~!”
“다음은요?”
“갑오(甲午), 을미(乙未), 병신(丙申), 정유(丁酉), 무술(戊戌)~!”
또 열심히 따라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이어서 외웠다.
“기해(己亥), 경자(庚子), 신축(辛丑), 임인(壬寅), 계묘(癸卯)~!”
“그것도 벅차요. 천천히 하세요.”
“서둘 것이 없어. 일단 천간과 지지를 맞추면 되는 거니까.”
“그건 알아요.”
“갑진(甲辰), 을사(乙巳), 병오(丙午), 정미(丁未), 무신(戊申), 기유(己酉), 경술(庚戌), 신해(辛亥), 임자(壬子), 계축(癸丑)~!”
“그래도 좀 낫네요. 다음은요?”
“갑인(甲寅), 을묘(乙卯), 병진(丙辰), 정사(丁巳), 무오(戊午), 기미(己未), 경신(庚申), 신유(辛酉), 임술(壬戌), 계해(癸亥)~!”
“다음은요?”
“끝~!”
“그게 다예요?”
“그래 모두 다 해서 60개야. 그래서 육십갑자(六十甲子)이고, 그것을 줄여서 육갑(六甲)이니 이것은 내일까지 열심히 외워서 아침에 만나.”
“잘 알겠어요. 내일 봬요. 싸부~!”
“그래 잘 쉬셔.”
조은령이 돌아간 다음에 우창은 조용히 앉아서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 봤다. 도학을 공부하는데도 문무(文武)로 나뉜다는 것도 놀라운 이야기였고, 사주에서 그러한 것을 읽을 수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소상하게 적어놓지 않으면 또 다음에 잊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먹을 갈아 밤이 깊도록 정리를 했다. 무엇보다도 정리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워야 고월과 더불어 막힘없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아직도 기초가 부족해서 이야기를 다 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마음이 조급했다.
그래서 다시 육갑을 소리 내어 외웠다. 그렇게 100여 차례를 반복하니까 약간이나마 간지가 입에 붙는 것도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나씩 빠트리고 지나가기가 일쑤였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꼼꼼하게 챙기다 보니까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적천수를 배워야 할 참이니 마음도 단단히 먹고 파고들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자리에 누웠다. 문득 책상에 꽃이 한 송이 꽂혀 있는 것이 보였다. 이야기에 열중하느라고 조은령이 가져다 놓았다는 것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뭔가 하나라도 배워보겠다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는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궁리하고 아는 만큼을 전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스르르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