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 1. 사주(四柱)의 해석법(解釋法)

작성일
2017-02-06 06:0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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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1. 사주(四柱)의 해석법(解釋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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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처소로 돌아오니 이미 고월이 준비를 하고 와서 우창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는 보따리를 들고 있어서 뭔가 살폈다.

“아, 이것이 뭔가 궁금하신가?”

“뭘, 준비하신 건가?”

“약간의 선물이라네. 차를 한 통 준비했지.”

“아, 난 왜 그런 생각도 하지 못했을까?”

“생각을 하나마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하하~!”

“그렇기도 하군. 잘 생각하셨네.”

“그럼 어서 길을 재촉하세나.”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반도봉에 올랐다. 암자는 여전히 고요에 잠긴 채로 두 사람을 반겨 맞았다.

“형님, 우창입니다~!”

그 소리에 얼른 문이 열리면서 경순이 반겨 맞는다.

“여~! 어서 오시게. 오늘은 벗과 동행하셨나~!”

“예, 미리 허락도 받지 않고 같이 토론하던 친구 임원보(林元甫)와 동행했습니다.”

“경순선생님을 처음 뵙습니다. 뵙고 싶었는데 영광입니다.”

격식이 있는 인사를 하면서 포권을 했다.

“번거롭게 인사는 뭘. 어서 들어가시게나.”

주인이 권하는 자리에 앉자마자 고월은 갖고 온 선물을 옆에 놓았다.

“아니, 뭘 갖고 오신 건가?”

“그냥 손이 부끄러워서 차를 챙겼습니다. 변변치 않습니다.”

“고맙게 받겠네.”

“우창에게도 형님이 되셨으니, 고월에게도 형님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익히고 배우겠습니다.”

“아호가 고월이시군, 같이 공부하는 인연이니 그러도록 하세. 고월은 어느 문하에서 수학하셨나?”

“지금은 운산 선생을 모시고 있습니다만, 천성이 우둔하여 애써 가르쳐 주시건만 항상 진전이 없습니다.”

“오, 그런가?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인연이 되셨으니 많은 성취가 있으시기 바라네.”

“고맙습니다. 더욱 분발하여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 고적(孤寂)한 반도봉 나들이를 다 하셨는가?”

“우창의 말을 듣고 너무 탐나는 가르침을 내리신 것이 부러워서 오늘 다시 뵈러 가자고 독촉을 했습니다.”

“그래? 고마운 일이네. 배움을 즐겨 하는 벗이 모여서 담론(談論)을 하는 것이야 얼마나 좋겠는가. 하하하~!”

경순이 내어놓는 차를 마시면서 안부와 인사를 나눈 다음에 성격이 급한 고월이 말문을 열었다.

“형님께서 익히셨다는 「심리추명(心理推命)」은 참으로 기서(奇書)인 것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지? 고월아우도 학문의 가치를 볼 줄 아는군. 공부가 참으로 많이 되셨다는 걸 반증(反證)하는 것이겠지.”

“추명(推命)을 할 적에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일간(日干).”

“그다음에는 요?”

“일지(日支).”

“또 그다음에는 요?”

“월지(月支).”

“연주는 언제 봅니까?”

“맨 나중에 보지.”

“확실히 보는 방법이 특출(特出)하십니다.”

“그런가? 그야 저마다 연구하는 방법이 있으니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죄송합니다만, 저의 추명을 좀 부탁드려도 좋겠습니까?”

“그러지 뭐 어려운 일이라고. 어떻게 되나?”

고월은 자신의 사주를 적었다.

 

壬 丙 戊 癸

辰 午 午 巳

 

“오호~! 병오(丙午)신가? 대단하시군. 하하~!”

“못된 망아지가 엉덩이에 뿔이 난다고, 성질만 못돼먹었습니다. 하하~!”

“부모형제(父母兄弟)는 모두 부운(浮雲)이로고…….”

“그래서 명산대천(名山大川)으로 떠도는가 싶습니다.”

“처의 인연도 곱다고는 못하겠군.”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로지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는 학문의 연구로군.”

“그렇겠습니까?”

“노산에는 참으로 잘 오셨네.”

“아무래도 산중팔자(山中八字)지요? 하하~!”

“물욕(物慾)은 애초에 없으니 갈등할 것도 없지?”

“맞습니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려니 합니다.”

“광명정대(光明正大)한 심성(心性)을 갖고 있으니 어디에 간들 존경을 받을 스승이로군.”

“그것이 유일한 꿈입니다.”

“슬기로운 제자(弟子)를 만나게 될 인연이 참으로 아름답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가능하다마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하는 명(命)을 타고났으니 큰 공명을 후세에 남기겠군.”

“너무 후한 덕담(德談)이십니다. 고맙습니다.”

“다른 선생에게 추명을 하게 되면 벼슬길로 나가보라고 권유도 할 수가 있겠는걸.”

“맞습니다. 어려서 부친께서 그 말을 듣고 벼슬을 하도록 강요를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인연에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

“왜 그렇습니까?”

“그것은 허상(虛像)이기 때문이라네.”

“오호~! 과연 정확하십니다.”

“그래? 너무 후한 복채(卜債)를 주시는걸. 하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우창은 신기하기도 하고, 육친(肉親)이 모두 무덕(無德)하다는 말에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운명은 또 어떻게 추명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솟아올랐다. 그러나 감히 봐 달라는 말도 못 하고 이야기만 열심히 들었다. 고월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용(用)은 무(戊)에 있습니까? 아니면 임(壬)에 있습니까?”

“보통은 임(壬)에 있다고 하겠지?”

“그렇습니다. 거의 모두가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무(戊)에 있다고 보겠네.”

“그럼 식신격(食神格)입니까?”

“그렇지.”

“파격(破格)이군요.”

“왜?”

“무계합(戊癸合)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관계치 않습니까? 무계합화(戊癸合火)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허언(虛言)~!”

“그렇습니까?”

“임은 조후(調候)가 아닙니까?”

“무의미(無意味)한 말이네.”

“왜 그렇습니까?”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하화(夏火)인 까닭에요.”

“하하하~!”

“아닌가 보군요? 어떤 이치인지 궁금합니다.”

“왕희순세(旺喜順勢)라네~!”

우창이 문득 대화에 끼어들었다.

“형님, 왕희순세가 무슨 뜻인지 설명을 좀 해 주시고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 안 되겠나. 왕성한 기운은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간단한 말인데 처음 들어본 것이라서 그렇겠지?”

“아, 그 뜻이었습니까? 알아들었습니다.”

잠시 기다렸던 고월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하~! 그래서 편관(偏官)보다 식신(食神)에 머무는 거로군요.”

“당연하지~!”

“그럼 공부가 밥그릇입니까?”

“정답이네.”

“재물(財物)의 인연은....?”

“그걸 뭐 하러 묻나.”

“그렇지요? 하하~!”

“연구가 깊으시군. 과연 살아있는 식신(食神)일세.”

“결실도 없는 공부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 말 말게. 이미 결실이 상당하지 않은가?”

“무재(無財)라서 말이지요.”

“어찌 유재(有財)라고 해서 결실만 되겠는가.”

“노력이 중요하단 말씀이시지요?”

“당연~!”

“사주가 많이 탁하지요?”

“순청(純淸)이라네.”

“위로의 말씀은 고맙습니다.”

“왜 탁한가?”

“식신제살(食神制殺)이라서요.”

“아무런 관계가 없다네.”

“왜 그렇습니까?”

“서로 거리낄 것이 없는 까닭이지.”

“무토(戊土)가 임수(壬水)를 잡지 않습니까?”

“불가능(不可能)~!”

“왜 그렇습니까?”

“간격(間隔)~!”

“오호~! 정말 기가 막힌 해석이십니다.”

“공감되시나?”

“그래도 진토(辰土)도 있습니다.”

“고근(庫根)~!”

“이제야 여쭙고 싶었던 것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겠지?”

“그렇겠습니다. 의혹의 구름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다행이네. 하하하~!”

우창은 무슨 말인지 들어도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부를 할 것이 참으로 많겠다는 생각만 간절할 뿐이었다. 그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이 고월이 말했다.

“참, 우창은 아직 이러한 이야기에는 동참하기가 이르지?”

“그러게나 말이지. 전혀 못 알아들어서 그냥 몽롱~하기만 한걸.”

“당연하겠지만 머지않아서 자연스럽게 귀에 쏙쏙 들어갈 것이네.”

“오늘은 더욱더 고월의 공부가 부럽기만 하네.”

“알고 보면 몇 푼이 되지 않는 것이라네. 별것 아니네.”

“원, 그럴 리가 있는가. 결코 하루아침에 얻어질 공부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고 보겠네.”

그렇게 말을 하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고월이 다시 경순에게 질문을 했다.

“참, 한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뭔가?”

“저의 타고난 적성은 명학(命學)입니까? 역학(易學)입니까?”

“명학~!”

“예,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말을 듣고서 우창이 놀라서 물었다.

“아니, 형님, 학문의 길도 사주에 나온다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숙명(宿命)이라면 사주에 나오겠지? 하하~!”

“정말 신기합니다.”

그 표정을 보면서 경순이 말했다.

“왜, 우창도 좀 알아보고 싶은가?”

“그런데 아무리 말씀을 해 주신다고 해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다음 기회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경순이 일어나서는 서가(書架)에서 책을 한 권 뽑아서 고월에게 넘겨준다. 무슨 책인가 싶어서 궁금하던 차에. 고월이 말했다.

“우창은 생일이 언제인가?”

“아, 생일 말인가? 4월 5일 신시라고 들었네.”

“보자……. 오, 여기 있군.”

고월이 우창의 사주를 찾아서 적자, 경순이 물었다.

“어떻게 나왔는가?”

“계사(癸巳), 정사(丁巳), 무진(戊辰), 경신(庚申)으로 나왔습니다. 형님.”

 

庚 戊 丁 癸

申 辰 巳 巳

 

그러면서 적은 것을 경순의 앞으로 내밀었다.

고월이 적어놓은 우창의 사주를 넌지시 바라보던 경순이 우창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 천생 학자(學者)의 길로 가야 할 숙명이로군.”

경순의 첫 평가에 고월도 한마디 거들었다.

“놀랍습니다. 이렇게 잘생긴 사주를 타고난 사람도 산으로 찾아 들어오는군요.”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시는가? 산에 사는 것이야말로 신선놀음이 아니던가? 하하~!”

경순이 유쾌하게 웃었다. 두 사람도 같이 따라 웃었다. 물론 우창은 영문도 모른 채로 그냥 따라 웃었던 것이지만. 계속해서 고월과 경순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형님, 이 사주는 식신격(食神格)입니까? 아니면 편인격(偏印格)입니까?”

“식신격(食神格)~!”

“왜 편인격으로 보지 않으시는지요?”

“쓸모가 없지 않은가.”

“아, 용신이라야 하는 것이군요.”

“당연하지.”

“술사(術士)도 가능하겠는데요?”

“기신(忌神)~!”

“그럼, 결과가 좋지 않다고 봐야 하겠군요.”

“그렇지.”

“그래서 오직 연구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맞아~!”

“제자 복이 태산이겠습니다.”

“그래서 나도 부럽군. 하하~!”

“재물인연은 아쉽군요.”

“그렇지, 글 장사나 해야지. 하하~!”

“처와 자녀의 인연은 좋지 않습니까?”

“암, 좋고말고.”

“공부만 하면 모두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지요?”

“여부가 있겠나.”

“잘 알겠습니다.”

“우창, 무슨 말인가 싶으면서도 대충 이야기는 듣겠지?”

경순은 우창에게 말을 건넸다. 궁금한 마음을 이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었다.

“들리는 것도 있고, 안 들리는 것도 있습니다. 형님.”

“차차로 공부하면서 풀어보면 될 것이니 서둘 필요는 없네. 여하튼 두 사람의 인연은 좋다고 보겠으니 열심히 정진하시게.”

“평생 할 공부인 줄로 생각하고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고월이 질문을 했다.

“신살(神殺)은 논하지 않으십니까?”

“그걸 왜 논하나?”

“공망(空亡)은 어떻습니까?”

“또한 불용(不用)~!”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오행(五行)의 생극(生剋)~!”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解決)됩니까?”

“간지의 오행 외에 또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네.”

“그러시군요. 간결해서 정리가 팍팍 됩니다.”

“원래 세상의 이치는 그렇게 간결한 것이라네.”

“그런데 강호(江湖)의 술사(術士)들은 왜 그리도 복잡하게 대입하고 해석하며 말이 많은 것입니까?”

“나도 처음엔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적용했다네. 그러다가 하충 선생의 비결을 얻어서 익히고 난 다음에는 전혀 그러한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지.”

“신살 등을 사용하지 않는 아쉬움은 없습니까?”

“아쉽다면 또 사용하면 될 일이 아닌가? 그런데 그 후로 단 한 번도 사용을 해 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네. 그래서 신살도 모두 잊어버렸네. 하하~!”

“저도 그렇게 정리를 하고 싶습니다.”

“참, 지금은 무슨 책을 보는가?”

“요즘 읽고 있는 것은 적천수(滴天髓)입니다.”

“아, 그래 참 좋은 책이지. 열심히 궁리하시게나. 반드시 큰 깨달음이 있을 것이네.”

“고맙습니다. 그럼 오늘 배운 가르침을 소중히 간직하고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왜? 벌써 가시려고?”

“또 가서 공부해야 하겠습니다. 보중(保重)하시기 바랍니다.”

“그래, 멀리 안 나가네~!”

“안녕히 계십시오.”

“우창도 잘 가시고 다음에 또 놀러 오시게.”

“예, 그러겠습니다. 형님.”

이렇게 경순을 작별하고 두 사람은 나는 듯이 상청궁으로 돌아왔다. 우창은 자신의 사주풀이를 듣기는 했지만, 고월의 처소로 가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봐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고월과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