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 15. 고월(古越)이 놀라는 까닭

작성일
2017-02-05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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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15. 고월(古越)이 놀라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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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찻잔을 마주하고 앉은 고월과 우창.

“그래 어디를 잘 다니다가 돌아오셨는가?”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벗을 만나고 왔지.”

“즐거운 나들이가 되셨겠네?”

“그랬지. 그런데 곽성(郭成) 선생 이야기를 들려줘 보게나. 대학자께서 반도봉에 계셨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었군.”

“아, 호는 경순(景純)이라고 하셨네.”

“아, 경순 선생이었군. 그래, 어떻게 인연이 되셨는가?”

우창은 그간의 정황에 대해서 소상하게 이야기를 해 줬다. 냉혈마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줬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반도봉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해 줬다.

“아하, 원래 그렇게 된 것이었군. 행운이네.”

“그 정도로 학식이 높은 분인 줄은 몰랐는걸. 여하튼 대단히 해박(該博)하다는 것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았네만.”

“전에 스승님께서 그런 분이란 것만 말씀하셔서 가까이에 계신 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단 말이네. 하하~!”

“아 그랬었나? 어제는 유심론(唯心論)에 대해서 들었다네.”

“그것도 흥미롭겠는 걸?”

“천간(天干)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는데, 내가 공부는 많지 않았지만, 일찍이 그러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는 의미라네.”

“더욱 흥미가 동하는 걸, 들었던 이야기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 줘야 하네. 나도 그러한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거든.”

“알았네. 그야 여부가 있는가. 하하하~!”

우창은 차를 마시면서, 어제 있었던 일과, 조은령과 같이 찾아간 반도봉에서 경순과 나눴던 이야기를 대략이나마 정리해서 들려줬다. 학문은 공유(共有)하면 효과가 두 배가 된다. 첫째는 자기의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이고, 또 한 사람의 지혜로운 인연을 만들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다음에는 반드시 같이 가서 귀한 가르침을 청하도록 하세.”

“알았네. 우창도 그 말을 들으니 또 가보고 싶군. 하하~!”

“팻말 하나로 불원천리(不遠千里)로 찾아온 냉혈마인을 돌려보낸 것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 술수(術數)의 대가(大家)인지를 알아볼 수 있지 않겠나?”

“듣고 보니 그렇군. 그것도 모르고 신기하다고만 생각했지 뭔가.”

“원래 뭐든지 모르면 신기하고, 알면 신비로운 것이 도학(道學)이지. 하하~!”

우창은 문득 어제 배운 것에 대한 효용(效用)에 대해서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 물론 조은령에게는 농부의 퇴비와 같다고 말을 해 줬지만, 과연 그것이 어떻게 작용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궁금했다.

“마음과 천간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히 놀랍다고 생각하지. 그 속에서 많은 암시가 들어있음을 알겠는걸.”

“그러니까 그 이야기를 해 달란 말이네. 나는 아는 것이 부족해서인지 이해는 되었지만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요령부득(要領不得)이란 말이지.”

“설명을 해 주는 것은 어렵지 않네만.”

“아, 알아듣지 못할까봐 걱정되시는가?”

“그럴 수도 있으니까. 하하~!”

“괜찮아. 노력해 보고 또 이해가 안 되면 다시 물어보면 될 것이 아닌가? 원래 모르는 것을 배우지, 아는 것이야 뭐 하러 배우겠는가 말이지.”

“하긴 그렇군. 그렇다면 이야기를 해 드림세.”

“고대하겠네.”

“내가 생각하기에 경순선생이 하신 말씀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네.”

“그래? 그것도 모르고 이야기만 열심히 들었군.”

“그 하나는 천간(天干)의 본질(本質)에 대한 이야기였네.”

“어떻게 이야기만 대충 듣고서도 그렇게 파악이 척척 되는 건가?”

“모든 길은 자연으로 통해져 있기 때문이지. 하하~!”

“하긴, 언제나 공부를 고월만큼 깊이 깨닫게 될지 참 갈 길이 멀군.”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네. 이미 우창도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있다네.”

“그래서?”

“사실 천간의 본질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해박한 설명을 하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다네. 그래서 충격을 받았다고 해야 하겠군.”

“오~! 그 정도였단 말인가?”

“당연하지~!”

“그 본질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심상(心象)이지 뭐겠는가.”

“심상이라면 마음에 어떤 상징(象徵)이 맺힌다는 말인가?”

“그렇다네.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너무도 쉽게 설명해 주셨다는 것이 나도 놀라울 따름이네.”

“자꾸 뜸만 들이지 말고 어서 이야기를 해 보시게.”

“경(庚)은 자존감(自尊感)이요, 신(辛)은 자존심(自尊心)이란 말이네.”

“어? 그게 아니라, 잠재의식(潛在意識)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우창이 알아듣지 못할까 봐서 쉽게 말을 한 것이라고 보면 되네. 물론 내가 설명한다고 해서 더 나을 것은 없겠지만 조금 더 실무적(實務的)으로 설명을 해 보는 것이라네.”

“맞아~!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라네.”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겠군. 무엇을 자존감(自尊感)이라고 하나?”

“그야 자기를 믿는 마음이라고 할까?”

“자기를 믿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연관이 있는 것인가?”

“전혀 나 이외에는 관계가 없지. 그래서 남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은 다른 말로 자부심(自負心)이라고도 하지.”

“맞아, 이해가 되네. 자부심과 자존심은 같은 의미로군.”

“아니, 같은 의미는 아니네. 자부심에는 자존감의 요소가 있다는 것이지만, 일부의 자존심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지. 여하튼 자존감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란 말이지. 다만 높이가 다를 뿐이라네.”

“아, ‘존(尊)’으로 인해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겠군.”

“그렇지. 지혜가 가득한 사람은 높고, 그것이 부족한 사람은 자존감도 상대적으로 낮지. 그래서 종이나 노비는 자존감이 낮고, 선비와 학자는 높은 것이라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는군.”

“물론 가끔은 망작존대(妄作尊大)도 있기는 하지. 하하~!”

“무슨 뜻인가?”

“아, 착각으로 살고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거네. 하하~!”

“맞아. 그런 사람도 적지 않지. 하하~!”

“그런 자존감 말고, 진실로 자신감에 차 있는 것이 경(庚)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군.”

“그렇다면 남에게 우쭐대는 자존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것은 계(癸)에서 나온다는 말이네.”

“계?”

“그렇지.”

“무슨 이야기인가?”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마음이란 뜻이네. 그야말로 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목적인 사람의 마음이지.”

“그렇다면 남이 봐서는 경(庚)과 계(癸)의 형태를 분간할 수가 없지 않을까?”

“아마도 그렇겠지.”

“그럼 어떻게 구분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야 사주를 보면 알지. 하하~!”

“사주의 여덟 글자를 보면 그러한 것이 진실한 자존감인지 아니면 남을 속이고자 하는 자존감인지를 구분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당연하지.”

“사주만 보고서 그러한 것을 간파(看破)한다니 참으로 놀랍군.”

“뭘, 별것도 아니라네. 공부만 잘하면 말이지. 하하~!”

“신(辛)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석을 해 주려나?”

“자존심(自尊心)이라고 하지 않았나.”

“자존심과 자존감이 다른 것인가?”

“다르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해 주시게.”

“자존심은 상대방에 따라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이라네.”

“오호~! 뭔 말인지 이해가 될 것 같군. 자존감은 스스로 느끼는 기준이 되고, 자존심은 상대에 따라서 정해진단 말이지?”

“그렇다네. 그러니 자존감은 상처를 받더라도 자신에 의해서 받게 되지만 자존심은 항상 만나는 상대방에 의해서 평가를 받게 된다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군. 경순선생의 설명 보다 훨씬 현실적이라서 체감에 전달이 잘 되는걸. 하하~! 자네가 경순선생보다 더 수준이 높은 것 같네.”

“원, 그럴 리가~! 우창이 워낙 깊은 뜻을 담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 설명을 해 주는 바람에 내가 풀이를 할 수가 있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군.”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에서 일의 천간(天干)에 해당하는 뜻이기도 하단 말이야.”

“그래? 그것은 사주의 이야기로군.”

“일간(日干)이라고 하면 되네. 내친김에 위치에 대한 이름을 알아 두려나?”

“그러면 더 좋지.”

“연주(年柱)의 간지는 연간(年干)과 연지(年支)라고 하네.”

“그렇다면 월주(月柱)는 월간(月干)과 월지(月支)라고 하겠군.”

“맞아.”

“일주는 일간(日干)과 일지(日支), 시주는 시간(時干)과 시지(時支)란 말이지? 뭐 간단하지 않은가?”

“그야 자네가 총명해서 간단하지. 하하~!”

“무슨, 그 정도를 갖고서. 하하~!”

“그러니까 일간(日干)의 마음에 대해서 적용을 시킨다는 말이네.”

“일간에 경(庚)이 있으면 자존감(自尊感)이란 말인가?”

“맞아.”

“아니 어제는 그런 말씀이 없으셨는데.”

“그야 난들 알겠나. 하하~!”

“일간이 임(壬)이면 연구를 한다고 대입하나?”

“옳거니 잘 이해하셨네.”

“그렇다면 간단한 대입이 가능하잖은가?”

“어디 대입을 해 보시게.”

그러자, 우창은 어제 공부한 것을 생각하면서 정리해 봤다.

“그럼 내가 생각나는 대로 해 볼 테니 말이 되는지 살펴봐 주시게.”

 

일간이 경(庚)이면, 자존감이 높고,

일간이 신(辛)이면, 자존심이 강하고,

일간이 임(壬)이면, 궁리하기를 좋아하고,

일간이 계(癸)라면, 무리 짓기를 좋아하고,

일간이 갑(甲)이면, 다스리기를 좋아하고,

일간이 을(乙)이면, 이익을 잘 따지고,

일간이 병(丙)이면, 마음에 안 들면 난폭하고,

일간이 정(丁)이면,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일간이 무(戊)이면, 고독한 마음이 되고,

일간이 기(己)이면, 희생하는 마음이 된다.

 

“아주 잘 정리를 하셨군. 그렇게 하면 되었네.”

“이렇게 되면 모두가 마음과 연결이 되어 있는 구조라고 하겠는걸. 과연 경순선생이 해 준 말씀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그 사람의 기본적인 성향(性向)을 알 수가 있단 말이잖아?”

“그렇다네. 경순선생이 활용하는 법을 말씀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어설프게 알고 마구 지껄여 댈까 봐 조심하셨던 것으로 생각이 되네.”

 

그제야 우창은 경순선생이 왜 경계하여 활용에 대한 말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되었다.

 

“아하~!”

 

“생각해 봐. 이러한 것을 알았다고 해서 무조건 사람을 단정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면 또한 오류(誤謬)를 범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지.”

“맞아, 그렇겠군. 얼마나 다양한 경우가 다 있을 텐데, 이것 하나만으로 이러쿵저러쿵한다면 쓸데없는 일로 남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을 테니 말이지.”

“역시 안목이 깊은 분은 말을 하는 것도 조심한단 뜻이로군. 그에 비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하룻강아지라네. 하하~!”

“아니, 왜?”

“우창, 생각해 보시게나. 나는 벌써 이것을 활용하여 써먹을 궁리나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네. 그러니 아직도 멀었다는 이야기지. 하하~!”

“과연~!”

“그러니 일단 이렇게만 알아 놓고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한 다음에 남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옳겠네.”

“맞아~!”

“그나저나 이렇게 대단한 천간의 비밀을 알고 계시는 분이 반도봉에 계셨다니 얼른 만나보고 싶은걸.”

“그럼 이따가 찾아가 뵐까?”

“나야 그렇게만 된다면 감지덕지(感之德之)지. 하하~!”

“뭐 어려운 일이라고, 이미 인연을 만들었으니 당장 실행에 옮기세.”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다시 오후에 경순선생을 찾아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우창은 그 정도로 대단한 학자를 뵈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 다시 천간에 대한 이치를 생각하면서 즐겁게 한나절을 보냈다.

우창이 생각을 해 보니, 고월도 참으로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 수가 있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탁마(琢磨)의 인연을 이어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서 오후가 되기를 기다렸다.

아마도 고월은 자기보다도 상식이 더욱 풍부하여 어쩌면 멋진 질문으로 더욱 의미 있는 이치를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조바심조차도 들었다. 문득 조은령을 데리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봤지만, 오늘은 그냥 두고 두 사람만 찾아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너무 갑작스레 많은 것을 배우는 것도 도리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