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 10.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의 차이
작성일
2017-01-31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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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10.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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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이야기하느라고 목이 마르겠다는 생각이 든 우창이 바람도 쏘일 겸. 밖에서 찻물을 끓였다. 앉아서 이야기를 듣느라고 힘이 들었던 몸을 위해서 가볍게 풀어주면서 서성였다. 잠시 후. 물이 끓자 차를 우려서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경순에게도 권하고 자신도 한 잔 마셨다.
“고맙네.”
“녹차(綠茶)는 언제 마셔도 상쾌한 것이 좋습니다.”
“근데 찻물도 오행으로 논할 수가 있을까?”
“아, 형님께서 문제를 내신 거네요? 음…….”
조은령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 뭘 생각해요 싸부~!”
“어? 령아는 벌써 답을 찾았단 말이야?”
“물은 수, 찻잎은 목, 그러니까 수목(水木)이에요~!”
자신이 만만한 듯이 외쳤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두 사람은 빙그레 웃었다. 그 표정에서 조은령은 뭔가 말을 잘못한 것인가 싶어서 의아했다.
“왜요? 제 말이 틀렸나요?”
“아니네. 다만 뜨거운 차라는 것이 조금 아쉽구먼~! 하하~!”
“아, 맞다~! 다시 할게요. 차는 수목화예요~!”
“거기에 또 추가할 것은 없을까?”
“아니, 또 뭐가 더 있어야 해요?”
“찻잔은 금이 되고, 적당한 차의 균형을 이룬 농도는 토라고 하면 어떨까?”
“어쩜~! 차 한 잔에도 오행이 다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네요. 역시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어요. 그리고 너무 재미있는 공부예요. 호호~!”
“조 낭자와 같이 젊어서 이치를 궁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를 거네. 열심히 정진하여 큰 깨달음이 있으시기를~!”
“알았어요. 어서 목을 설명해 주세요.”
“형님. 갑을목(甲乙木)은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될까요?”
“갑(甲)은 동물(動物)이고 을(乙)은 식물(植物)이라고 본다네.”
“목(木)에서 동물이 나오나요?”
“그렇다네. 하충 선생은 갑을 동물이라고 했더군. 어떻게 동물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겠어?”
“동물이라면, 소, 말, 양과 같은 것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들이 목이라고 하는 것과 연결을 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렇지?”
“목과 동물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죠?”
“그래서 하충 선생이 대단하다는 것이지 괜히 그러겠는가.”
“왜 동물이라고 합니까?”
“동물의 뜻이 무엇이지?”
“그야 식물에 상대되는 것으로 동물이 아니겠습니까?”
“당연하지. 그런데 동물에 대한 개념을 잘 잡아야 한다네. 이것은 마치 물과 액체의 차이점과 같다고 보면 되겠지.”
“아, 그렇겠습니다. 짐승이라고 하지 않고 동물이라고 한 것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암시로군요. 그렇지요?”
“눈치는 빠른 아우로군. 하하~!”
“아, 그렇다면 움직이는 물체라는 뜻에서 찾아야 할까요?”
“옳지 잘하고 계시네.”
“물체라면 찻잔도 물체잖아요? 이것에 대해서 갑으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요?”
“당연하지~!”
“어떻게요?”
경순은 찻잔을 들었다.
“찻잔을 이렇게 들면 동물이잖은가?”
“그건 좀 억지 같습니다.”
“오호~! 그래?”
“예. 아무래도 납득이 좀 안 가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을 해 보자고, 고양이가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면 이것은 동물일까?”
“당연하잖습니까?”
“움직이지 않는데도?”
“예?”
“동물은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떤 물체든 간에 움직이지 않으면 동물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의미로군요.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아, 이제야 알겠습니다. 움직이는 물질이 동물이군요. 그야말로 이름에 다 들어있는 것을 선입견(先入見)으로 뛰어다니는 동물에 대해서만 갇혀서 얼른 이해를 못 했습니다.”
“하하하~! 제대로 이해를 하셨네.”
“참, 임(壬)을 말씀하시면서 갑(甲)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바람 말인가?”
“그렇습니다. 임과 갑이 만나면 바람이 된다고 하셨는데, 천간이 서로 만남에 의해서 일어나는 변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야 천간에 대해서 모두 다 이해하고 난 다음에 궁리해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성급합니다. 그러면 될 것을 말이지요. 하하~!”
“을(乙)은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될까?”
“식물은 가만히 있는 물체라고 보면 되겠지요?”
“그렇다네.”
“갈대는 식물이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바람이 불면 동물이 될 것이고.”
“아,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는 물체는 식물이고, 움직이는 것은 동물이라고 정리를 하면 되겠습니다.”
“잘 이해하셨네. 다시 말하면, 가만히 있는 것은 을이 되고 움직이는 것은 을에 갑이 추가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네.”
“말씀으로 봐서는 갑과 을은 분리될 수가 없다는 것인가요?”
“원래 음양은 불가불리(不可不離)라네.”
“그렇다면 같이 움직이는 존재들이로군요.”
“금도 그렇고, 수도 그렇듯이 목도 마찬가지라네.”
“듣고 보니 일관성(一貫性)이 있습니다.”
“진리란 항상 그렇게 일관성이 있는 것이라네. 하하~!”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오행에서 생각한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목은 나무와 같다는 비유는 간 곳이 없고, 모든 만물은 을(乙)이라는 새로운 개념(槪念)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니 말이지요.”
“그럴 수도 있겠네.”
“돌, 찻잔, 화로, 칼, 수레, 부채까지 모두가 을에 해당된단 말씀이잖습니까? 오행에서는 생각도 하지 못한 이야기라서 약간 어안이 벙벙하기는 합니다.”
“여기에서도 음양으로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네. 원래 음(陰)에서 동(動)하면 양(陽)이 되는 것이니까, 찻잔이 존재하고 나서야 그것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라네.”
“아, 맞습니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음양에 대한 혼란은 없겠습니다. 정확히 이해가 되네요.”
“다행이네.”
“그런데, 물은 액체의 물체이지만, 을(乙)은 아닌 것이지요?”
“당연하지.”
“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정된 것은 물체이고, 그릇에 따라 변하는 것은 액체인 까닭이네.”
“몸은 어떨까요?”
“몸은 을이지.”
“이런 것이 얼른 적응이 안 되네요. 하하~!”
“왜? 사람은 동물인데 왜 식물이라고 이해를 해야 하는가 싶어서?”
“예. 맞습니다. 하하~!”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네. 사람이 병석(病席)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으면 뭐라고 하는가?”
“식물인간(植物人間)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사람에게도 식물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에 동의할 수가 있겠는가?”
“역시,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람에게도 식물이라는 말을 쓸 수가 있었다는 생각은 못 했지 뭡니까? 하하~!”
“그럼 이해가 되었단 말이지?”
“맞습니다. 동물과 식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데 참으로 귀한 가르침입니다.”
“지혜로운 고인들의 가르침을 먹고 우리가 살아간다네. 하하하~!”
“저도 언젠가 하찮은 깨달음이라도 학문에 반딧불이만큼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부가 있겠는가. 당연하지.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네.”
“참, 목(木)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어린 도(十)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어린 도와 갑을(甲乙)의 관계를 연결 지어서 생각해 볼 방법은 있을까요?”
“뭐가 어렵겠는가?”
“그렇다면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될까요?”
“어린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되겠군. 어린아이는 물체로 본다면 그 몸은 을이 분명하겠지?”
“예, 틀림없습니다. 하하~!”
“그리고 아이들이 바위나 책상처럼 가만히 있을 수가 있는 존재일까?”
“그것도 불가능하겠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맞아, 그래서 항상 움직이게 되지. 잠을 자는 순간에도 늘 움직이고 있을 것도 상상이 되지 않는가?”
“그렇겠습니다. 아마도 계속 움직이면서 그렇게 성장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움직임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 수가 있을 것이네.”
“기왕이면 오늘 바로 말씀해 주시지요?”
“내가 말을 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아우나 조 낭자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면 이것은 선생의 책임이라네. 하하하~!”
“알겠습니다. 순간적으로 욕심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취소하겠습니다. 하하~!”
가만히 듣고 있던 조은령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을이 갑을 만나면 움직이는 물체가 되고, 계가 갑을 만나면 흐르는 물이거나 살아있는 물이 될 것 같아요.”
“오늘 제대로 잘 이해하는 걸.”
“그런데, 계와 을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액체가 물체와 같이 있을 경우에, 사물이 물보다 가벼우면 물에 뜰 것이고, 물보다 무거우면 가라앉겠지? 그 외에 다른 변화는 상황에 따른다고 보면 될 것이네.”
“아하, 음대음(陰對陰)은 변화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도 될까요, 형님?”
“그런 경우가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상황에 따른다고 이해를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네.”
조은령이 재미있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금(金), 수(水), 목(木)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는데, 뭔가 대단한 자연의 비밀을 훔쳐본 것 같지 뭐예요. 나머지에 대해서도 모두 다 이해를 하게 된다면 변화에 대해서 조금은 더 폭을 넓힐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맞아, 아는 만큼 지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에 기하급수(幾何級數)로 지혜가 생긴다는 것이지.”
“그러니깐요~! 공부를 일단 시작하고 나면 게을리 할 도리가 없겠는걸요. 너무 신기해서 말이죠.”
“하하~! 조 낭자가 학문의 인연이 있었던가 보네. 열심히 정진하시게.”
“꼭 그렇게 해서 선생님의 경지까지 맛을 보고 싶어요.”
“암, 결국은 그렇게 되고 말 것이네. 노력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보증함세. 하하~!”
“그런데 갑은 큰 나무이고, 을은 풀과 같은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겠죠?”
“그것도 생각해 본다고 해서 나쁠 이유는 없지.”
“그럼 설명해 주세요. 그것에 대해서도 어떤 이치가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왜 갑을 큰 나무라고 했을까?”
“글쎄요……?”
망설이는 조은령을 본 경순이 우창을 바라봤다.
“아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태까지 형님이 말씀하신 것을 감안한다면. 끝없이 자란다는 것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을의 화초(花草)에 대한 비유는?”
“화초는 한 해만 살다가 죽어버리잖습니까? 그래서 영원히 딱 그만큼만 자라서 결실을 하기 때문에 식물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아이쿠~! 둘러 붙이는 것이 여간 아니시군. 하하하~!”
“말이 되기는 하는 것인가요?”
“당연하지~!”
우창의 말을 듣고서야 조은령이 손뼉을 쳤다.
“와~! 짝짝짝~! 그렇게 대입하면 되는 것이었네요. 듣고 보면 참으로 쉬운데 왜 생각이 나지 않을까요?”
“그게 내공(內功)이라는 것이지. 원래 무공을 연마하는 사람도 몸에 익으면 자동으로 행공(行功)이 되어서 실력이 발휘되지만, 모르는 사람은 흉내만 낼 뿐 실제로 공력(功力)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네.”
경순은 무예의 공부가 있는 조은령을 배려하여 무공을 비유하여 설명해 주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래서 우창은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울러서 경순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도 생각해 보니 믿음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었다.
10.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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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이야기하느라고 목이 마르겠다는 생각이 든 우창이 바람도 쏘일 겸. 밖에서 찻물을 끓였다. 앉아서 이야기를 듣느라고 힘이 들었던 몸을 위해서 가볍게 풀어주면서 서성였다. 잠시 후. 물이 끓자 차를 우려서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경순에게도 권하고 자신도 한 잔 마셨다.
“고맙네.”
“녹차(綠茶)는 언제 마셔도 상쾌한 것이 좋습니다.”
“근데 찻물도 오행으로 논할 수가 있을까?”
“아, 형님께서 문제를 내신 거네요? 음…….”
조은령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 뭘 생각해요 싸부~!”
“어? 령아는 벌써 답을 찾았단 말이야?”
“물은 수, 찻잎은 목, 그러니까 수목(水木)이에요~!”
자신이 만만한 듯이 외쳤다. 그 이야기를 듣고서 두 사람은 빙그레 웃었다. 그 표정에서 조은령은 뭔가 말을 잘못한 것인가 싶어서 의아했다.
“왜요? 제 말이 틀렸나요?”
“아니네. 다만 뜨거운 차라는 것이 조금 아쉽구먼~! 하하~!”
“아, 맞다~! 다시 할게요. 차는 수목화예요~!”
“거기에 또 추가할 것은 없을까?”
“아니, 또 뭐가 더 있어야 해요?”
“찻잔은 금이 되고, 적당한 차의 균형을 이룬 농도는 토라고 하면 어떨까?”
“어쩜~! 차 한 잔에도 오행이 다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네요. 역시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어요. 그리고 너무 재미있는 공부예요. 호호~!”
“조 낭자와 같이 젊어서 이치를 궁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를 거네. 열심히 정진하여 큰 깨달음이 있으시기를~!”
“알았어요. 어서 목을 설명해 주세요.”
“형님. 갑을목(甲乙木)은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될까요?”
“갑(甲)은 동물(動物)이고 을(乙)은 식물(植物)이라고 본다네.”
“목(木)에서 동물이 나오나요?”
“그렇다네. 하충 선생은 갑을 동물이라고 했더군. 어떻게 동물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겠어?”
“동물이라면, 소, 말, 양과 같은 것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이들이 목이라고 하는 것과 연결을 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렇지?”
“목과 동물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죠?”
“그래서 하충 선생이 대단하다는 것이지 괜히 그러겠는가.”
“왜 동물이라고 합니까?”
“동물의 뜻이 무엇이지?”
“그야 식물에 상대되는 것으로 동물이 아니겠습니까?”
“당연하지. 그런데 동물에 대한 개념을 잘 잡아야 한다네. 이것은 마치 물과 액체의 차이점과 같다고 보면 되겠지.”
“아, 그렇겠습니다. 짐승이라고 하지 않고 동물이라고 한 것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암시로군요. 그렇지요?”
“눈치는 빠른 아우로군. 하하~!”
“아, 그렇다면 움직이는 물체라는 뜻에서 찾아야 할까요?”
“옳지 잘하고 계시네.”
“물체라면 찻잔도 물체잖아요? 이것에 대해서 갑으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요?”
“당연하지~!”
“어떻게요?”
경순은 찻잔을 들었다.
“찻잔을 이렇게 들면 동물이잖은가?”
“그건 좀 억지 같습니다.”
“오호~! 그래?”
“예. 아무래도 납득이 좀 안 가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을 해 보자고, 고양이가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면 이것은 동물일까?”
“당연하잖습니까?”
“움직이지 않는데도?”
“예?”
“동물은 움직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떤 물체든 간에 움직이지 않으면 동물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의미로군요.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아, 이제야 알겠습니다. 움직이는 물질이 동물이군요. 그야말로 이름에 다 들어있는 것을 선입견(先入見)으로 뛰어다니는 동물에 대해서만 갇혀서 얼른 이해를 못 했습니다.”
“하하하~! 제대로 이해를 하셨네.”
“참, 임(壬)을 말씀하시면서 갑(甲)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바람 말인가?”
“그렇습니다. 임과 갑이 만나면 바람이 된다고 하셨는데, 천간이 서로 만남에 의해서 일어나는 변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야 천간에 대해서 모두 다 이해하고 난 다음에 궁리해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성급합니다. 그러면 될 것을 말이지요. 하하~!”
“을(乙)은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될까?”
“식물은 가만히 있는 물체라고 보면 되겠지요?”
“그렇다네.”
“갈대는 식물이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바람이 불면 동물이 될 것이고.”
“아,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는 물체는 식물이고, 움직이는 것은 동물이라고 정리를 하면 되겠습니다.”
“잘 이해하셨네. 다시 말하면, 가만히 있는 것은 을이 되고 움직이는 것은 을에 갑이 추가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네.”
“말씀으로 봐서는 갑과 을은 분리될 수가 없다는 것인가요?”
“원래 음양은 불가불리(不可不離)라네.”
“그렇다면 같이 움직이는 존재들이로군요.”
“금도 그렇고, 수도 그렇듯이 목도 마찬가지라네.”
“듣고 보니 일관성(一貫性)이 있습니다.”
“진리란 항상 그렇게 일관성이 있는 것이라네. 하하~!”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오행에서 생각한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목은 나무와 같다는 비유는 간 곳이 없고, 모든 만물은 을(乙)이라는 새로운 개념(槪念)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니 말이지요.”
“그럴 수도 있겠네.”
“돌, 찻잔, 화로, 칼, 수레, 부채까지 모두가 을에 해당된단 말씀이잖습니까? 오행에서는 생각도 하지 못한 이야기라서 약간 어안이 벙벙하기는 합니다.”
“여기에서도 음양으로 생각해 볼 수가 있을 것이네. 원래 음(陰)에서 동(動)하면 양(陽)이 되는 것이니까, 찻잔이 존재하고 나서야 그것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라네.”
“아, 맞습니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으면 음양에 대한 혼란은 없겠습니다. 정확히 이해가 되네요.”
“다행이네.”
“그런데, 물은 액체의 물체이지만, 을(乙)은 아닌 것이지요?”
“당연하지.”
“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고정된 것은 물체이고, 그릇에 따라 변하는 것은 액체인 까닭이네.”
“몸은 어떨까요?”
“몸은 을이지.”
“이런 것이 얼른 적응이 안 되네요. 하하~!”
“왜? 사람은 동물인데 왜 식물이라고 이해를 해야 하는가 싶어서?”
“예. 맞습니다. 하하~!”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네. 사람이 병석(病席)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으면 뭐라고 하는가?”
“식물인간(植物人間)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사람에게도 식물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에 동의할 수가 있겠는가?”
“역시,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람에게도 식물이라는 말을 쓸 수가 있었다는 생각은 못 했지 뭡니까? 하하~!”
“그럼 이해가 되었단 말이지?”
“맞습니다. 동물과 식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데 참으로 귀한 가르침입니다.”
“지혜로운 고인들의 가르침을 먹고 우리가 살아간다네. 하하하~!”
“저도 언젠가 하찮은 깨달음이라도 학문에 반딧불이만큼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부가 있겠는가. 당연하지.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네.”
“참, 목(木)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어린 도(十)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어린 도와 갑을(甲乙)의 관계를 연결 지어서 생각해 볼 방법은 있을까요?”
“뭐가 어렵겠는가?”
“그렇다면 가르침을 청하겠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될까요?”
“어린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되겠군. 어린아이는 물체로 본다면 그 몸은 을이 분명하겠지?”
“예, 틀림없습니다. 하하~!”
“그리고 아이들이 바위나 책상처럼 가만히 있을 수가 있는 존재일까?”
“그것도 불가능하겠습니다. 어떻게 아이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맞아, 그래서 항상 움직이게 되지. 잠을 자는 순간에도 늘 움직이고 있을 것도 상상이 되지 않는가?”
“그렇겠습니다. 아마도 계속 움직이면서 그렇게 성장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움직임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 수가 있을 것이네.”
“기왕이면 오늘 바로 말씀해 주시지요?”
“내가 말을 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아우나 조 낭자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면 이것은 선생의 책임이라네. 하하하~!”
“알겠습니다. 순간적으로 욕심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취소하겠습니다. 하하~!”
가만히 듣고 있던 조은령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을이 갑을 만나면 움직이는 물체가 되고, 계가 갑을 만나면 흐르는 물이거나 살아있는 물이 될 것 같아요.”
“오늘 제대로 잘 이해하는 걸.”
“그런데, 계와 을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액체가 물체와 같이 있을 경우에, 사물이 물보다 가벼우면 물에 뜰 것이고, 물보다 무거우면 가라앉겠지? 그 외에 다른 변화는 상황에 따른다고 보면 될 것이네.”
“아하, 음대음(陰對陰)은 변화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도 될까요, 형님?”
“그런 경우가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상황에 따른다고 이해를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네.”
조은령이 재미있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금(金), 수(水), 목(木)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는데, 뭔가 대단한 자연의 비밀을 훔쳐본 것 같지 뭐예요. 나머지에 대해서도 모두 다 이해를 하게 된다면 변화에 대해서 조금은 더 폭을 넓힐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맞아, 아는 만큼 지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에 기하급수(幾何級數)로 지혜가 생긴다는 것이지.”
“그러니깐요~! 공부를 일단 시작하고 나면 게을리 할 도리가 없겠는걸요. 너무 신기해서 말이죠.”
“하하~! 조 낭자가 학문의 인연이 있었던가 보네. 열심히 정진하시게.”
“꼭 그렇게 해서 선생님의 경지까지 맛을 보고 싶어요.”
“암, 결국은 그렇게 되고 말 것이네. 노력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보증함세. 하하~!”
“그런데 갑은 큰 나무이고, 을은 풀과 같은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겠죠?”
“그것도 생각해 본다고 해서 나쁠 이유는 없지.”
“그럼 설명해 주세요. 그것에 대해서도 어떤 이치가 있는지 궁금하거든요.”
“왜 갑을 큰 나무라고 했을까?”
“글쎄요……?”
망설이는 조은령을 본 경순이 우창을 바라봤다.
“아우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태까지 형님이 말씀하신 것을 감안한다면. 끝없이 자란다는 것에서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을의 화초(花草)에 대한 비유는?”
“화초는 한 해만 살다가 죽어버리잖습니까? 그래서 영원히 딱 그만큼만 자라서 결실을 하기 때문에 식물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아이쿠~! 둘러 붙이는 것이 여간 아니시군. 하하하~!”
“말이 되기는 하는 것인가요?”
“당연하지~!”
우창의 말을 듣고서야 조은령이 손뼉을 쳤다.
“와~! 짝짝짝~! 그렇게 대입하면 되는 것이었네요. 듣고 보면 참으로 쉬운데 왜 생각이 나지 않을까요?”
“그게 내공(內功)이라는 것이지. 원래 무공을 연마하는 사람도 몸에 익으면 자동으로 행공(行功)이 되어서 실력이 발휘되지만, 모르는 사람은 흉내만 낼 뿐 실제로 공력(功力)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네.”
경순은 무예의 공부가 있는 조은령을 배려하여 무공을 비유하여 설명해 주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래서 우창은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울러서 경순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도 생각해 보니 믿음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