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 9. 기체(氣體)와 액체(液體)의 관계
작성일
2017-01-30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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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9. 기체(氣體)와 액체(液體)의 관계
=======================
우창은 같은 산중에서 이렇게도 깊은 이치를 통찰(洞察)하고 있는 학자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새삼 놀랐다. 앞으로 자주 찾아서 고견을 들어야만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또 궁금한 것을 물었다.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우제가 알고 있었던 오행도 기초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렇게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네. 코끼리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코끼리라네. 금(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뿐 결국의 본질은 금이지 않은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수(水)가 궁금합니다.”
“그럴까? 수를 이야기하란 말이지?”
“형님께서 수의 음양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을 해 주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냥 단순히 호수(湖水)와 우로(雨露)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실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렇지? 보통 양수(陽水)인 임(壬)은 호수라고 말하고, 음수(陰水)인 계(癸)는 빗물이라고 하는 것은 잘 알고 있군.”
“그렇게만 알고 있는 것은 웬만하면 기본이죠. 하하~!”
옆에서 조은령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요. 호호~!”
“그런데 형님은 뭐라고 하실지 궁금해집니다.”
“내가 뭐라고 할지가 궁금하다? 원래 학문은 그렇게 궁금한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도달하는 것이라네.”
“임(壬)은 왜 임입니까?”
“하늘 아래, 땅 위에 가득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라네.”
“그건 호수와는 다른 이야기인데요?”
“당연하지. 호수는 또 하나의 비유가 되겠지만 사실은 그 비유도 조금은 난감하긴 하지. 하하~!”
“호수란 말은 왜 나왔을까요?”
“호수는 해(亥)에서 나왔다고 보이네만 일단 그건 덮어두도록 하세.”
“아, 또 복잡한 사연이 있나 봅니다.”
“뭐든 벌여놓으면 복잡해지고 오그려 붙이면 간단해지는 법이거든. 하하~!”
“하늘 아래와 땅 위라면 허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맞아.”
“허공이 임이라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합니까?”
“기체(氣體)라고 보면 되겠지.”
“그건 바람과 같은 것입니까?”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
“예?”
“가만히 있으면 기체이고 움직이면 바람이라고 하니까.”
“아하~! 뭔가 느낌이 확~ 옵니다.”
“그럼 언제는 기체가 되고 언제는 바람이 됩니까?”
“임(壬)이 독립적으로 있으면 기체이고, 갑(甲)을 만나면 바람이 되지.”
“갑(甲)은 양목(陽木)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네.”
“오호~! 원래 천간의 조화(造化)는 그렇게 이뤄지는 것입니까?”
“왜? 따로따로 작용한다고만 생각했던가 보지?”
“예, 당연히 열 가지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서로 얽히기도 한단 말씀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습니다.”
“기본은 열 가지에 해당하지만, 변화는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다네. 그러니까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천간에서 오묘한 이치를 읽어 낼 수가 있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단독으로 이해하고, 다음에는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가령, 봄날에 훈풍(薰風)이 분다고 했을 적에 어떤 작용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봄이면 따뜻하니까 정(丁)의 작용이 떠오릅니다. 햇살이면 병(丙)도 포함되겠네요. 훈훈한 바람이라면 갑(甲)도 작용을 할까요? 참, 기체가 움직이는 것이니까 임(壬)도 포함이 되겠습니다.”
“오호, 현제가 이미 간법(干法)을 적잖이 터득했는걸. 축하하네. 하하~!”
“생각할수록 오묘합니다. 더 설명해 주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임(壬)이라는 글자를 설명해 볼까?”
“그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임(壬)은 별(丿)과 일(一)의 중간에 십(十)의 구조로 되어 있지?”
“맞습니다.”
“여기에서 별(丿)은 하늘의 끝을 의미한다네.”
“근데 왜 비스듬할까요?”
“아마도 어쩌면 둥근 모양(○)일지도 모르지. 다만 내가 존재하는 이 지점에서 바라봤을 적에는 하늘이 그렇게 비스듬하게 보인다는 뜻일 수도 있어.”
“적어도 하늘의 모양이 일직선(一直線)은 아니란 의미였겠습니다.”
“맞아.”
“보이지도 않는 하늘에서 어떻게 그런 유상을 찾아내었을까요?”
“아마도 고인은 세상의 모든 것은 둥글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
“예? 둥글다고 하는 뜻은 무엇입니까?”
“하늘에 보이는 태양도 둥글고, 달도 둥글고 계란도 둥글고 좁쌀도 둥글다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상상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오호~! 재미있는 발상(發想)입니다.”
“원래, ‘근취저신 원취저물(近取諸身 遠取諸物)’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작은 것을 보고 큰 것을 미뤄서 짐작하는 것이지.”
“역시~!”
“왜?”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생각났습니다. 오밀조밀하게 서로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 자연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오, 그건 참 멋진 생각인걸~!”
“일리가 있을까요?”
“당연하지, 음양-오행-간지-심성-자연이 모두 한 줄에 엮이는 것을 보면 말이지.”
“정말 단순하고도 복잡한 이치에 매료(魅了)됩니다.”
“아우는 이미 태생부터 학자의 체질을 타고나셨군.”
“그렇다면 임(壬)의 아래에 있는 일(一)은 땅을 의미한단 말이지요?”
“그렇지~! 잘 대입하는군.”
“그렇다면 기체는 하늘 아래와 땅 위라는 범위를 설정한단 의미지요?”
“물론 그 하늘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중간에 있는 십(十)은 가득하다는 뜻인가요?”
“맞아~!”
“그건 도(十)와 같은 것이지 않습니까?”
“엇? 그것도 안단 말인가? 이건 예상 밖인데~!”
“형님도 참. 그래도 우제가 음양의 기본은 배웠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하~!”
“음양의 기초에 대해서 이해를 한 것과 도(十)를 알고 있는 것은 좀 다르지 여하튼 현제에게 음양을 지도해 준 사람도 보통은 아닐세.”
“우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
“싸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 령아는 모르던가? 그런 게 있으니 다음에 설명해줄게.”
“조 소저도 공부가 일취월장하시겠네. 훌륭한 사부를 만났으니 열심히 물고 늘어져서 큰 깨침을 얻으시길 바라네. 하하하~!”
“형님의 말씀으로는 기체(氣體)가 땅 위에 가득하여 빈틈이 없다는 의미로 임(壬)을 이해하란 것이지요?”
“맞았네~!”
“그렇다면 계(癸)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계(癸) 말인가? 어떻게 설명할 텐가?”
“보통은 음수(陰水)이니 물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네~!”
“예? 아니 뭔가 멋진 말이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물이란 말씀입니까?”
“뭐 그럼 안 될 일이라도 있는가?”
“그건 아니지만요.”
“다만, 액체(液體)라고 하는 것이 옳겠네.”
“액체나 물이나 같은 말이 아닌가요?
“그럴까?”
“선생님, 액체와 물은 다른 게 맞네요. 기름은 액체이지만 물은 아니니까요. 호호~!”
“아니, 령아도 아는 것을 나는 몰랐네. 이런~!”
“아주 가끔은 그런 것도 있어야죠~! 호호호~!”
“그렇다네. 조 소저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계(癸)는 물도 되고 기름도 되고, 또 다른 액체도 포함한단 뜻이란 말씀이지요?”
“맞아~!”
“단순히 물이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은 것으로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혈액(血液), 수은(水銀), 기름도 모두 계(癸)의 영역이네요.”
“잘 이해했네.”
“임(壬)은 기체(氣體)가 되고, 계(癸)는 액체(液體)가 된단 말씀이지요?”
“틀림없이 잘 이해하셨네.”
“그렇다면 얼음은 어떻게 됩니까? 계가 아닙니까?”
“그야 액체인지를 보면 되겠지?”
“당연히 고체인데 그렇다면 경(庚)이란 이야기가 되나요?”
“뭐, 그래도 안 될 것은 없지만, 일시적으로 물체가 변한 것은 본질을 놓고 생각해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액체의 범주(範疇)로 놓고 봐야 하겠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이 되는걸.”
“기체가 양수(陽水)이고 액체가 음수(陰水)라고 정리하면 될까요?”
“기체에는 수증기(水蒸氣)가 포함되고, 이것이 결집(結集)하면 액체가 되니 기체와 액체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고 보면 되겠네.”
“아, 그렇다면 서로 본질은 같은 것으로도 볼 수가 있겠습니다.”
“당연하지 않은가? 비록 음양으로 나누어져서 작용을 할지라도 그 본질이 오행의 수에 해당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어떻게 말인가?”
“금생수(金生水)의 이치를 연결 시켜 봤습니다.”
“그랬더니?”
“잠재의식이 금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 잠재의식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수(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로군.”
“그렇다면 수(水)는 어떤 의식(意識)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가 있을까요?”
“아, 잠재의식의 금이 수가 되면 어떤 의식이 되었던 이름이 붙으면 좋지 않겠느냔 말이로군.”
“맞아요. 바로 그러한 것이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름을 붙인다면, 표현의식(表現意識)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걸.”
“표현의식이라…….”
“자신의 잠재의식에서 한 단계 밖으로 노출된 것이라면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수(水)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겠지.”
“원래 수는 표현하는 것과는 좀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오행에서의 수가 반드시 그대로 확장되는 것만은 아니라네. 그러니까 유심론(唯心論)으로 관찰을 하게 되면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될 수가 있단 말이지.”
“아, 관점의 문제로군요.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도 잘 모르는 잠재의식이지만 그것이 수(水)의 기운을 받아서 응결되면 밖으로 드러나기 위해서 준비를 한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표현하는 형태가 된다고 보겠네.”
“만약 임(壬)이라면 표현을 양의 형태로 할 것이고, 그것은 또 기체와 같은 자유로움이 있지 싶습니다.”
“타당한 말이네.”
“이것이 타당하다면, 계(癸)는 음의 형태로 표현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것은 액체와 같이 뭉쳐지는 형태로 드러난다고 보면 어떨까요?”
“왜 안 되겠는가? 당연하다네. 잘 생각했어.”
곰곰이 생각하면서 이야기만 듣고 있던 조은령이 나섰다.
“와, 싸부의 궁리에 찬성해요~! 짝짝짝~!”
“령아도 공감이 되었단 말이지? 고마워. 하하~!”
“공기와 같은 표현과 물과 같은 표현이 있을 것 같거든요.”
“어디, 령아의 생각을 들어 볼까?”
“저는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말을 해야 시원하거든요. 이것은 아마도 양적(陽的)인 표현력(表現力)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어요.”
“오, 그거 말이 되는걸. 그리고?”
“반면에 싸부는 말하기 전에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해요. 이것은 음적(陰的)인 표현력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말을 하면서 동의를 구하는 마음으로 경순을 바라다봤다.
“조 낭자의 빈틈없는 논리는 과연 매력적인 명답이네. 하하~!”
“형님. 그렇다면 토론을 하고 궁리를 하는 것이 모두 수의 영역에 대한 음양의 작용이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모두 그렇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 또 다른 오행도 나름대로의 표현에 대한 영역은 있을 테니까 말이지. 적어도 지식(知識)이 수라면 그 지식을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은 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
“여하튼, 표현하려고 하는 생각은 수의 영역이라고 할 수가 있다는 것으로 정리만 하면 되겠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천간에 대한 이해를 모두 한 다음에 다시 정리하면 되지 싶습니다.”
“동의(同意)하네. 하하~!”
“그렇다면 얼른 다른 천간에 대해서도 말씀을 청하고 싶습니다. 탄력을 받은 김에 좀 더 파고 들어가 봐야 되겠습니다.”
“그것이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세~!”
“다음은 수생목(水生木)이니 목에 대해서 말씀을 청하겠습니다.”
“그럴까?”
9. 기체(氣體)와 액체(液體)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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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같은 산중에서 이렇게도 깊은 이치를 통찰(洞察)하고 있는 학자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새삼 놀랐다. 앞으로 자주 찾아서 고견을 들어야만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또 궁금한 것을 물었다.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우제가 알고 있었던 오행도 기초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렇게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네. 코끼리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코끼리라네. 금(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뿐 결국의 본질은 금이지 않은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수(水)가 궁금합니다.”
“그럴까? 수를 이야기하란 말이지?”
“형님께서 수의 음양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을 해 주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그냥 단순히 호수(湖水)와 우로(雨露)라는 말씀은 하지 않으실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렇지? 보통 양수(陽水)인 임(壬)은 호수라고 말하고, 음수(陰水)인 계(癸)는 빗물이라고 하는 것은 잘 알고 있군.”
“그렇게만 알고 있는 것은 웬만하면 기본이죠. 하하~!”
옆에서 조은령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요. 호호~!”
“그런데 형님은 뭐라고 하실지 궁금해집니다.”
“내가 뭐라고 할지가 궁금하다? 원래 학문은 그렇게 궁금한 것으로부터 출발하고 도달하는 것이라네.”
“임(壬)은 왜 임입니까?”
“하늘 아래, 땅 위에 가득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라네.”
“그건 호수와는 다른 이야기인데요?”
“당연하지. 호수는 또 하나의 비유가 되겠지만 사실은 그 비유도 조금은 난감하긴 하지. 하하~!”
“호수란 말은 왜 나왔을까요?”
“호수는 해(亥)에서 나왔다고 보이네만 일단 그건 덮어두도록 하세.”
“아, 또 복잡한 사연이 있나 봅니다.”
“뭐든 벌여놓으면 복잡해지고 오그려 붙이면 간단해지는 법이거든. 하하~!”
“하늘 아래와 땅 위라면 허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맞아.”
“허공이 임이라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합니까?”
“기체(氣體)라고 보면 되겠지.”
“그건 바람과 같은 것입니까?”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지.”
“예?”
“가만히 있으면 기체이고 움직이면 바람이라고 하니까.”
“아하~! 뭔가 느낌이 확~ 옵니다.”
“그럼 언제는 기체가 되고 언제는 바람이 됩니까?”
“임(壬)이 독립적으로 있으면 기체이고, 갑(甲)을 만나면 바람이 되지.”
“갑(甲)은 양목(陽木)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네.”
“오호~! 원래 천간의 조화(造化)는 그렇게 이뤄지는 것입니까?”
“왜? 따로따로 작용한다고만 생각했던가 보지?”
“예, 당연히 열 가지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서로 얽히기도 한단 말씀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습니다.”
“기본은 열 가지에 해당하지만, 변화는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다네. 그러니까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천간에서 오묘한 이치를 읽어 낼 수가 있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단독으로 이해하고, 다음에는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가령, 봄날에 훈풍(薰風)이 분다고 했을 적에 어떤 작용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봄이면 따뜻하니까 정(丁)의 작용이 떠오릅니다. 햇살이면 병(丙)도 포함되겠네요. 훈훈한 바람이라면 갑(甲)도 작용을 할까요? 참, 기체가 움직이는 것이니까 임(壬)도 포함이 되겠습니다.”
“오호, 현제가 이미 간법(干法)을 적잖이 터득했는걸. 축하하네. 하하~!”
“생각할수록 오묘합니다. 더 설명해 주시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임(壬)이라는 글자를 설명해 볼까?”
“그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임(壬)은 별(丿)과 일(一)의 중간에 십(十)의 구조로 되어 있지?”
“맞습니다.”
“여기에서 별(丿)은 하늘의 끝을 의미한다네.”
“근데 왜 비스듬할까요?”
“아마도 어쩌면 둥근 모양(○)일지도 모르지. 다만 내가 존재하는 이 지점에서 바라봤을 적에는 하늘이 그렇게 비스듬하게 보인다는 뜻일 수도 있어.”
“적어도 하늘의 모양이 일직선(一直線)은 아니란 의미였겠습니다.”
“맞아.”
“보이지도 않는 하늘에서 어떻게 그런 유상을 찾아내었을까요?”
“아마도 고인은 세상의 모든 것은 둥글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
“예? 둥글다고 하는 뜻은 무엇입니까?”
“하늘에 보이는 태양도 둥글고, 달도 둥글고 계란도 둥글고 좁쌀도 둥글다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상상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오호~! 재미있는 발상(發想)입니다.”
“원래, ‘근취저신 원취저물(近取諸身 遠取諸物)’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작은 것을 보고 큰 것을 미뤄서 짐작하는 것이지.”
“역시~!”
“왜?”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생각났습니다. 오밀조밀하게 서로 연결이 되어있는 것이 자연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오, 그건 참 멋진 생각인걸~!”
“일리가 있을까요?”
“당연하지, 음양-오행-간지-심성-자연이 모두 한 줄에 엮이는 것을 보면 말이지.”
“정말 단순하고도 복잡한 이치에 매료(魅了)됩니다.”
“아우는 이미 태생부터 학자의 체질을 타고나셨군.”
“그렇다면 임(壬)의 아래에 있는 일(一)은 땅을 의미한단 말이지요?”
“그렇지~! 잘 대입하는군.”
“그렇다면 기체는 하늘 아래와 땅 위라는 범위를 설정한단 의미지요?”
“물론 그 하늘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중간에 있는 십(十)은 가득하다는 뜻인가요?”
“맞아~!”
“그건 도(十)와 같은 것이지 않습니까?”
“엇? 그것도 안단 말인가? 이건 예상 밖인데~!”
“형님도 참. 그래도 우제가 음양의 기본은 배웠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하~!”
“음양의 기초에 대해서 이해를 한 것과 도(十)를 알고 있는 것은 좀 다르지 여하튼 현제에게 음양을 지도해 준 사람도 보통은 아닐세.”
“우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
“싸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 령아는 모르던가? 그런 게 있으니 다음에 설명해줄게.”
“조 소저도 공부가 일취월장하시겠네. 훌륭한 사부를 만났으니 열심히 물고 늘어져서 큰 깨침을 얻으시길 바라네. 하하하~!”
“형님의 말씀으로는 기체(氣體)가 땅 위에 가득하여 빈틈이 없다는 의미로 임(壬)을 이해하란 것이지요?”
“맞았네~!”
“그렇다면 계(癸)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계(癸) 말인가? 어떻게 설명할 텐가?”
“보통은 음수(陰水)이니 물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맞네~!”
“예? 아니 뭔가 멋진 말이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물이란 말씀입니까?”
“뭐 그럼 안 될 일이라도 있는가?”
“그건 아니지만요.”
“다만, 액체(液體)라고 하는 것이 옳겠네.”
“액체나 물이나 같은 말이 아닌가요?
“그럴까?”
“선생님, 액체와 물은 다른 게 맞네요. 기름은 액체이지만 물은 아니니까요. 호호~!”
“아니, 령아도 아는 것을 나는 몰랐네. 이런~!”
“아주 가끔은 그런 것도 있어야죠~! 호호호~!”
“그렇다네. 조 소저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계(癸)는 물도 되고 기름도 되고, 또 다른 액체도 포함한단 뜻이란 말씀이지요?”
“맞아~!”
“단순히 물이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은 것으로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혈액(血液), 수은(水銀), 기름도 모두 계(癸)의 영역이네요.”
“잘 이해했네.”
“임(壬)은 기체(氣體)가 되고, 계(癸)는 액체(液體)가 된단 말씀이지요?”
“틀림없이 잘 이해하셨네.”
“그렇다면 얼음은 어떻게 됩니까? 계가 아닙니까?”
“그야 액체인지를 보면 되겠지?”
“당연히 고체인데 그렇다면 경(庚)이란 이야기가 되나요?”
“뭐, 그래도 안 될 것은 없지만, 일시적으로 물체가 변한 것은 본질을 놓고 생각해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액체의 범주(範疇)로 놓고 봐야 하겠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이 되는걸.”
“기체가 양수(陽水)이고 액체가 음수(陰水)라고 정리하면 될까요?”
“기체에는 수증기(水蒸氣)가 포함되고, 이것이 결집(結集)하면 액체가 되니 기체와 액체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고 보면 되겠네.”
“아, 그렇다면 서로 본질은 같은 것으로도 볼 수가 있겠습니다.”
“당연하지 않은가? 비록 음양으로 나누어져서 작용을 할지라도 그 본질이 오행의 수에 해당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어떻게 말인가?”
“금생수(金生水)의 이치를 연결 시켜 봤습니다.”
“그랬더니?”
“잠재의식이 금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 잠재의식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수(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로군.”
“그렇다면 수(水)는 어떤 의식(意識)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가 있을까요?”
“아, 잠재의식의 금이 수가 되면 어떤 의식이 되었던 이름이 붙으면 좋지 않겠느냔 말이로군.”
“맞아요. 바로 그러한 것이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이름을 붙인다면, 표현의식(表現意識)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걸.”
“표현의식이라…….”
“자신의 잠재의식에서 한 단계 밖으로 노출된 것이라면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수(水)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겠지.”
“원래 수는 표현하는 것과는 좀 동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오행에서의 수가 반드시 그대로 확장되는 것만은 아니라네. 그러니까 유심론(唯心論)으로 관찰을 하게 되면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될 수가 있단 말이지.”
“아, 관점의 문제로군요.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도 잘 모르는 잠재의식이지만 그것이 수(水)의 기운을 받아서 응결되면 밖으로 드러나기 위해서 준비를 한단 말이지요?”
“그러니까 표현하는 형태가 된다고 보겠네.”
“만약 임(壬)이라면 표현을 양의 형태로 할 것이고, 그것은 또 기체와 같은 자유로움이 있지 싶습니다.”
“타당한 말이네.”
“이것이 타당하다면, 계(癸)는 음의 형태로 표현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것은 액체와 같이 뭉쳐지는 형태로 드러난다고 보면 어떨까요?”
“왜 안 되겠는가? 당연하다네. 잘 생각했어.”
곰곰이 생각하면서 이야기만 듣고 있던 조은령이 나섰다.
“와, 싸부의 궁리에 찬성해요~! 짝짝짝~!”
“령아도 공감이 되었단 말이지? 고마워. 하하~!”
“공기와 같은 표현과 물과 같은 표현이 있을 것 같거든요.”
“어디, 령아의 생각을 들어 볼까?”
“저는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말을 해야 시원하거든요. 이것은 아마도 양적(陽的)인 표현력(表現力)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어요.”
“오, 그거 말이 되는걸. 그리고?”
“반면에 싸부는 말하기 전에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해요. 이것은 음적(陰的)인 표현력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말을 하면서 동의를 구하는 마음으로 경순을 바라다봤다.
“조 낭자의 빈틈없는 논리는 과연 매력적인 명답이네. 하하~!”
“형님. 그렇다면 토론을 하고 궁리를 하는 것이 모두 수의 영역에 대한 음양의 작용이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모두 그렇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 또 다른 오행도 나름대로의 표현에 대한 영역은 있을 테니까 말이지. 적어도 지식(知識)이 수라면 그 지식을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은 수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
“여하튼, 표현하려고 하는 생각은 수의 영역이라고 할 수가 있다는 것으로 정리만 하면 되겠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천간에 대한 이해를 모두 한 다음에 다시 정리하면 되지 싶습니다.”
“동의(同意)하네. 하하~!”
“그렇다면 얼른 다른 천간에 대해서도 말씀을 청하고 싶습니다. 탄력을 받은 김에 좀 더 파고 들어가 봐야 되겠습니다.”
“그것이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세~!”
“다음은 수생목(水生木)이니 목에 대해서 말씀을 청하겠습니다.”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