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 7. 무림(武林)의 흑백양도

작성일
2017-01-28 06:04
조회
3036
[098]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7. 무림(武林)의 흑백양도

=======================

 

“그렇다면,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선인(仙人)들도 깊은 마음의 내면(內面)에는 그러한 것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다고 보네. 심지어는 부처도 내면에는 그러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네.”

“아, 그렇다면 흑심(黑心)의 반대인 백심(白心)으로 그것을 눌러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맞아, 그래서 맹자는 선한 부분만 봤다고 하면, 순자는 모진 부분을 본 것이지.”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물어볼까? 순자와 맹자 중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간 사람은 누구일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은령이 답을 했다.

“순자요~!”

“왜?”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본 것이 맹자라면, 그 내면을 비집고 들어가서 적나라한 인간의 본바닥을 봤다는 말이잖아요? 당연히 깊이 본 사람은 순자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왜 순자는 주류(主流)가 되지 못하고 비주류(非主流)로 머물게 된 것일까?”

“간단하죠.”

또 조은령이 말을 받아서 의견을 내어놓는다.

“그것은요. 인간의 부끄러운 본성을 보지 않으려는 선비들의 알량한 자존심으로 포장한 까닭이죠.”

“오호~! 대단한걸. 하하하~!”

“앗~! 제가 답을 잘한 건가요?”

“잘했고말고. 매우 잘했는걸. 내 생각도 그러니까 말이지. 핫하하~!”

“그렇잖아요? 보통 안 좋은 것을 말하기보다는 좋은 것을 말하고 안 좋은 것은 짐짓 덮어두려고 하니까요. 호호호~!”

조은령도 이야기에 대해서 이해가 되자, 기분이 유쾌해졌는지 내용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그것을 보면서 우창도 흐뭇했다.

“무림에도 흑도(黑道)와 백도(白道)가 있어요. 정의(正義)를 중시하는 길도 있지만, 탐욕(貪慾)을 중시하는 길도 있지요. 이것도 그 발원지에서는 경(庚)과 신(辛)의 차이에서 시작이 된 것으로 보면 되겠죠?”

“오, 이렇게 자신이 알고 있는 영역에서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 말을 듣다가 우창이 물었다.

“그렇다면 ‘악인도 동정심(同情心)이 있다.’는 말은 허언(虛言)일까요?”

“물론 진언(眞言)일 수도 있고, 허언을 수도 있겠지. 다만 본질적으로 악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

“싸부~! 냉혈마인이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했다면 악인에게도 동정심이 있다고 할 수가 있겠는데 이건 어떻게 된 거죠?”

조은령이 우창에게 물었다. 그 말을 듣고서 경순이 오히려 놀랐다.

“아니, 조 낭자가 냉혈마인을 어떻게 알지? 설마 그 마두를 직접 만나진 않았을 것이고, 누구한테 전해 듣기라도 하셨나?”

“만났어요. 호호~!”

“아니, 그러고서도 낭자를 살려줬단 말인가? 그렇다면 개과천선이라고 봐도 되겠는걸. 언제 만났던 건가?”

“오늘이요~!”

“엉? 오늘? 무슨 말이지?”

우창은 경순의 놀라는 표정을 보고서야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자상하게 설명을 했다. 그제야 경순은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 원래 그렇게 된 거였군.”

“형님. 방문자를 거절했던 것도 무슨 연관이 있지 않았을까요?”

“반갑지 않은 손님일 것이라고는 생각했네만, 그 사람이 냉혈마인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그런 사람이 이런 산골로 나를 찾아올 리도 만무하고.”

“그렇다면 왜 형님을 뵙고자 했을까요?”

“아마도 그의 스승이 말해 준 것을 지키기 위해서였겠지.”

“그의 스승이요?”

“좀 전에 말하지 않았나. 초연수라고.”

“아, 그분이었군요. 맞습니다. 그에게 주역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여하튼 아직은 때가 덜 되었다고 봐야지. 다만 오래지 않아서 또 찾아올 것이니 그때는 만나게 될 거야. 나도 궁금하네. 하하~!”

“형님, 그렇다면 선인(善人)이라도 내면에는 악랄한 혹독함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지요?”

“아마도~!”

“고인들도 그러한 것을 알고 계셨을까요?”

“당연하지.”

“이에 대해서는 어떤 말씀을 남기셨습니까?”

“비인부전(非人不傳)하라고 경계하셨지.”

“아하~! 그렇군요. 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학문도 전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남기셨다는 말씀이라면, 선인은 사람으로 간주(看做)하고, 악인은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는 의미로군요.”

“그러니까, 선인은 선인으로 하고 악인은 비인(非人)이라고 한 것이지. 의미는 같다네.”

“그렇다면 왜 악인이라고 하지 않고 비인이라고 했을까요?”

“원한을 괜히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던 것입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원래 도인들은 괜한 일에 휘말리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것이니까. 하하~!”

“이전에는 우제도 원래 바탕은 선한 것인데 환경의 영향으로 악인이 된 것이므로 교화(敎化)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우창의 말을 듣고 경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강경한 부정(否定)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인간의 본성에는 선한 쪽으로 기울어 있는 사람도 있지만, 태생이 악한 사람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단 말씀이신 거지요?”

“맞아.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노력을 한다면 점점 선인 쪽으로 기울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렇겠습니다.”

“그래서 노력을 하라고 한 것이라네. 이것에 대해서는 맹자와 순자의 의견이 합의를 보게 되지.”

“노력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의미로 인해서였군요.”

“그렇다면, 그 사람의 심성이 선한 쪽인지 아니면 악한 쪽인지를 어떻게 알 수가 있습니까?”

“차차로 알게 되겠지.”

“혹 사람의 사주에 경(庚)이 많으면 선인이 되고, 신(辛)이 많으면 악인이 되는 것입니까?”

“원, 천만에~!”

“왜요? 여태 말씀하신 것으로 봐서는 맞는 이야기 같은데요.”

“그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네. 그 모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만 말해 두겠네 하하하~!”

“하긴, 그렇게 간단하다면 누구나 다 알 수가 있겠지요? 당연히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본바탕은 그래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은 왜일까요?”

“아직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네.”

“그래도 혹 신(辛)으로 태어난 사람의 보복이 두려워서 회피하시는 건 아니지요?”

“원, 그럴 리가 있겠는가~! 하하~!”

“그렇다면 여태까지 경(庚)과 신(辛)을 설명하시고 또 아니라고 부정하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그야 사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本性)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네. 그렇게 대입시키게 되면 또 의도하지 않은 오해가 일어나게 되겠지. 지금 우리는 사주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천간에 대해서 본질을 논하고 있는 것이라네.”

“둘러치나 메치나 같은 말이 아닙니까?”

“아니지, 글자가 ‘밥’이라고 써져있다고 해서 그 뜻이 같다고 할 텐가? 밥이라고 해도 의미하는 바는 얼마나 다양할 텐데 말이야. 쌀밥, 보리밥, 식은 밥, 설익은 밥, 콩밥, 또.”

“아, 알겠습니다. 오행을 논할 적에 경신금(庚辛金)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맞아~!”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글자는 같아도 어디에 쓰이느냐는 것은 전혀 다를 수가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강호(江湖)의 무림인(武林人)들도 그렇고, 조정(朝廷)의 한림원(翰林院) 학자들도 그렇고 모두는 내면의 심성에 이 두 가지의 잠재의식이 깃들어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네.”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주에 그러한 글자가 있고 없고는 의미가 없이 말이네.”

“그런 것이었군요. 자칫하면 오해를 할 뻔했습니다.”

“그러므로 냉혈마인이나 현현자(玄玄子)나 모두 그러한 면을 갖고 있지만, 결과에 따라서 흑도와 백도로 구분을 할 뿐이지.”

문득, 가만히 듣고 있는 조은령이 끼어들었다.

“현현자는 또 어떤 고인이신 거죠?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아, 현현자는 무당(武當)의 창시자(創始者)인 장삼풍의 도호(道號)라네 조 낭자.”

어느 사이에 경순은 조은령에게도 친밀감을 느꼈는지 말투가 편안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물론 조은령도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 좋았다.

“그랬군요. 잘 알았어요. 계속 말씀해 주세요. 재미있어요. 호호~!”

“형님의 말씀도 모두 맞는 것 같습니다. 자오검이 참회객으로 바뀐 것도 우연이라기보다는 내면에 그러한 본성이 자리하고 있어서 변화되었던 것이로군요.”

“자오검이라니? 무림인이라면 당연하겠지만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현제도 자오검을 아는가?”

우창은 경순에게 그와의 인연을 설명해 줬다. 그 말을 다 듣고 난 경순이 말했다.

“역시 지장보살은 지옥에서도 악귀를 구제하고, 혜암도인은 화산에서도 마두를 교화시키는군.”

“타고난 본성에 악의 종자만 있었다면 교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형님의 말씀이 백 번 공감됩니다.”

“물론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악의 무리도 있다는 것을 알아 둬.”

“그러한 사람에게는 ‘비인(非人)’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이겠죠?”

“하하~! 잘 알아들으셨군.”

“그렇다면, 혹 사람을 제외한 동물들에게도 잠재의식이 있는 것일까요?”

“왜 그런 것이 궁금한가?”

“문득 나무를 오르내리는 다람쥐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미물들은 어떨까 싶어서요.”

“알 수는 없지. 다만 어쩌면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제육식(第六識)으로만 살다가 떠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드네.”

“그건 무슨 뜻인가요?”

“말하자면, ‘일체만물(一切萬物)이 개유불성(皆有佛性)’이라는 부처의 말로 한다면, 동물들은 비록 내재된 잠재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발전시키거나 의식하는 차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싶군.”

“경(庚)과 신(辛)의 이야기 속에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 했습니다. 형님.”

“그래? 자연의 이치를 보게 되면, 티끌 하나에도 우주가 있다는 말이 실감 난다네. 하하~!”

“과연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여덟 개의 천간에 대해서도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지 궁금한 마음이 설렙니다.”

“이렇게 궁리를 하다가 보면 자연도 이해하고 사물도 이해하고 인간의 본성도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네.”

“그런데, 문득 궁금해서 여쭙습니다만, 형님께서 가장 주목적으로 삼고 연구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뭐 이것저것 조금씩 맛은 봤지만 잘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하하~!”

“아닙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야 후학도 이정표(里程標)로 삼을 것이 아닙니까?”

“그렇게 물으니 말이네만, 원래는 천문(天文)에 관심이 좀 있네. 그러다 보니 고문(古文)에 관심 갖고 공부하다가 복술(卜術)도 약간 하고, 뭐 그렇게 잡다한 공부를 놀아 삼아 즐긴다네. 하하~!”

“알겠습니다. 참으로 배울 것은 많고 시간은 없고 인생은 짧은 것 같습니다.”

“하하~! 염려 말게. 뜻이 있으면 도달할 곳도 있으려니, 중요한 것은 게으르지 않는 것이라네.”

“이렇게 공부를 하다가 보면 언젠가는 진리를 깨닫게 되겠지요?”

“그게 무슨 말인가? 이미 어제보다 오늘이 낫지 않은가?”

“옛? 아하~!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맞습니다. 하하하~!

“그만하면 우형(愚兄)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하겠네. 하하~!”

“그런데 조금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뭔가?”

“항간(巷間)에서는 경(庚)은 바위이고, 신(辛)은 보옥(寶玉)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무시해도 되는지, 아니면 달리 해석을 할 방법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형님의 해석을 듣고 싶습니다.”

“아, 그 말이었군. 맞아. 그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는 것이 정리에 도움이 될 것 같군.